“법 적용 어렵다”는 경찰청 해석에도 일선서 수사 강행

입력 2020.03.03 (21:46) 수정 2020.03.0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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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군포시청의 한 공무원이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며 이 사실을 언론 등 외부에 알리려다 공공기록물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복사물은 기록물이 아니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경찰청의 법률 자문 사례가 있는데도 군포경찰서는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오현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군포시 광고물팀장이었던 박 모 씨는 지난해 10월 정당의 불법 현수막을 철거한 이후 평직원으로 발령 났습니다.

정당들은 정치 활동의 자유를 내세워 현수막이 합법이라고 하지만, 아무 데나 걸어놓은 현수막을 뗀 건 정당한 법 집행이었습니다.

[박○○/음성변조 : "정당 현수막은 정당에서 항의가 많아서 저희가 시군에서 그걸 하는 게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한데요. 그래도 적당한 시점이 되면 저희가 철거를 하고 있거든요."]

시청은 그러나 박 씨에게 경위서까지 받은 뒤 인사를 냈습니다.

정당들이 시청에 항의해서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한 박 씨는 평소 알던 기자에게 경위서를 주고 억울한 사정을 검토해달라고 의견을 구했는데, 이 기자가 박 씨의 동의 없이 자료를 동료 기자들에게 공유했습니다.

경위서에는 시청이 외부에 보낸 공문 등 시청 문서 일부가 포함돼 있었지만, 모두 복사본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첩보로 입수한 군포경찰서는 내사를 거쳐 박 씨를 공공기록물 유출 피의자로 입건하고 정식 수사까지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법원 판례와 법무부 유권해석은 다릅니다.

공공기록물법 취지가 '원본 기록물 보호'이기 때문에 복사본은 기록물로 볼 수 없어서, 이를 설사 유출했다고 해도 무죄라는 입장입니다.

경찰청은 과거 비슷한 사건에서 법무부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복사본에는 공공기록물법 적용이 어렵다는 법률 자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청에서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자문한 사례가 있는 사건인데도, 일선서에서 수사를 강행하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검찰이 지난 19년 동안 공공기록물법 위반 사건을 재판에 넘긴 건 단 10건뿐입니다.

[박○○/음성변조 : "나를 어떤 틀에 해놓고 거기에 맞춰가는, 피의자로 해서 기소로 가는 그런 어떤 과정으로 느낌이 그렇게 보였어요."]

군포경찰서는 수사 경위 등에 대한 질문에 피의사실공표를 내세워 답하지 않고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KBS 뉴스 오현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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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 적용 어렵다”는 경찰청 해석에도 일선서 수사 강행
    • 입력 2020-03-03 21:46:06
    • 수정2020-03-03 21:57:31
    뉴스9(경인)
[앵커]

군포시청의 한 공무원이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며 이 사실을 언론 등 외부에 알리려다 공공기록물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복사물은 기록물이 아니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경찰청의 법률 자문 사례가 있는데도 군포경찰서는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오현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군포시 광고물팀장이었던 박 모 씨는 지난해 10월 정당의 불법 현수막을 철거한 이후 평직원으로 발령 났습니다.

정당들은 정치 활동의 자유를 내세워 현수막이 합법이라고 하지만, 아무 데나 걸어놓은 현수막을 뗀 건 정당한 법 집행이었습니다.

[박○○/음성변조 : "정당 현수막은 정당에서 항의가 많아서 저희가 시군에서 그걸 하는 게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한데요. 그래도 적당한 시점이 되면 저희가 철거를 하고 있거든요."]

시청은 그러나 박 씨에게 경위서까지 받은 뒤 인사를 냈습니다.

정당들이 시청에 항의해서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한 박 씨는 평소 알던 기자에게 경위서를 주고 억울한 사정을 검토해달라고 의견을 구했는데, 이 기자가 박 씨의 동의 없이 자료를 동료 기자들에게 공유했습니다.

경위서에는 시청이 외부에 보낸 공문 등 시청 문서 일부가 포함돼 있었지만, 모두 복사본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첩보로 입수한 군포경찰서는 내사를 거쳐 박 씨를 공공기록물 유출 피의자로 입건하고 정식 수사까지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법원 판례와 법무부 유권해석은 다릅니다.

공공기록물법 취지가 '원본 기록물 보호'이기 때문에 복사본은 기록물로 볼 수 없어서, 이를 설사 유출했다고 해도 무죄라는 입장입니다.

경찰청은 과거 비슷한 사건에서 법무부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복사본에는 공공기록물법 적용이 어렵다는 법률 자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청에서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자문한 사례가 있는 사건인데도, 일선서에서 수사를 강행하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검찰이 지난 19년 동안 공공기록물법 위반 사건을 재판에 넘긴 건 단 10건뿐입니다.

[박○○/음성변조 : "나를 어떤 틀에 해놓고 거기에 맞춰가는, 피의자로 해서 기소로 가는 그런 어떤 과정으로 느낌이 그렇게 보였어요."]

군포경찰서는 수사 경위 등에 대한 질문에 피의사실공표를 내세워 답하지 않고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KBS 뉴스 오현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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