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라면도 못 끓이는데” 더 고달픈 자가격리

입력 2020.03.04 (15:03) 수정 2020.03.0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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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에 거주하는 지체장애인 김 모 씨는 2월 23일부터 자가격리를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도와주던 활동보조인이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지체장애로 제대로 걷지도 못해 원룸인 방안을 엎드려 다닙니다.

활동보조인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합니다. 김 씨는 비장애인보다 훨씬 어려운 자가격리 생활을 KBS에 직접 영상으로 찍어 보내왔습니다.

구청에서 지체장애인 김 씨에게 보내온 구호물품이지만 몸이 불편해 조리해 먹을 수 없다.구청에서 지체장애인 김 씨에게 보내온 구호물품이지만 몸이 불편해 조리해 먹을 수 없다.

구청에서 보내오는 구호물품은 김 씨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보통 자가격리자들은 집에서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라면, 쌀, 통조림 등을 주기적으로 집 앞에 배달 받습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김 씨에게는 직접 조리해 먹어야 하는 라면과 생쌀은 오히려 좁은 방에 자리만 더 차지할 뿐입니다.

김 씨는 "정부와 구청에서 오는 물품 중에 제가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집에 있는 것과 미리 준비해 둔 물품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라며 불편함을 토로했습니다.

김 씨를 도와주는 활동보조사가 없어 빨래와 청소를 열흘째 못하고 있다김 씨를 도와주는 활동보조사가 없어 빨래와 청소를 열흘째 못하고 있다

청소는 더 문제입니다. 자가격리 열흘이 넘어 원룸 곳곳에 빨래가 쌓여 있고, 갈아입은 옷을 서랍에 넣을 수조차 없습니다. 음식을 해먹을 수 없어 아침 겸 점심으로는 미숫가루를 타 먹고, 저녁은 배달 음식을 시켜먹습니다. 재활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한 그릇 음식만 시켜먹고 있지만, 남은 음식물 쓰레기들은 치우지도 못한 채 며칠간 방치돼 있습니다.

김 씨는 영상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더 만들지 않으려 간단한 것만 시켜먹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남은 음식물은 치우지도 못하고 냄새가 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김 씨는 코로나 19 감염 여부 검사도 자가격리 일주일 만에야 받았습니다. 자가격리가 된 뒤, 혹시 코로나 19에 감염됐을까 보건소에 검사를 부탁하려 전화했지만 폭주하는 문의 전화 탓에 일주일 가까이 연락도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장애인 센터의 도움을 받아 검사를 받았지만, 검사 결과는 5일이 지난 지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센터 직원의 도움을 받아서 대구 의료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며 "그전에는 구청에 검사해달라고 요청해도 연락이 안 되고, 남구 보건소에서도 연락이 안 돼서 너무 답답한 심정이었습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또한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많이 초초하다"라며 "현재 목이 약간 아픈 상황이라서 걱정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지체장애인 김 씨가 자가격리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지체장애인 김 씨가 자가격리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지체장애인 자가 격리자 에게는 감염의 위험으로 인해 원칙적으로 활동보조사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 다만 보건당국에 따르면, 거동이 심하게 불편한 지체장애인의 경우 활동보조사 자원을 받아 최소 2M의 대면 공간이 확보되는 집에만 파견을 보냅니다. 그러나 김 씨는 원룸에 거주하고 있어, 대면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활동보조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 씨는 어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또한, 자신의 확진 여부가 동네 주민들에게 폐를 끼칠까 염려하고 있습니다. 같은 건물에 사는 입주자들이나, 일하는 동료들에게 불편을 줄까 걱정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자가격리가 어렵다는 사실이 괴롭습니다. 코로나 19의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는 여전히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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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라면도 못 끓이는데” 더 고달픈 자가격리
    • 입력 2020-03-04 15:03:32
    • 수정2020-03-04 15:19:30
    취재후·사건후
대구시에 거주하는 지체장애인 김 모 씨는 2월 23일부터 자가격리를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도와주던 활동보조인이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지체장애로 제대로 걷지도 못해 원룸인 방안을 엎드려 다닙니다.

활동보조인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합니다. 김 씨는 비장애인보다 훨씬 어려운 자가격리 생활을 KBS에 직접 영상으로 찍어 보내왔습니다.

구청에서 지체장애인 김 씨에게 보내온 구호물품이지만 몸이 불편해 조리해 먹을 수 없다.
구청에서 보내오는 구호물품은 김 씨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보통 자가격리자들은 집에서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라면, 쌀, 통조림 등을 주기적으로 집 앞에 배달 받습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김 씨에게는 직접 조리해 먹어야 하는 라면과 생쌀은 오히려 좁은 방에 자리만 더 차지할 뿐입니다.

김 씨는 "정부와 구청에서 오는 물품 중에 제가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집에 있는 것과 미리 준비해 둔 물품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라며 불편함을 토로했습니다.

김 씨를 도와주는 활동보조사가 없어 빨래와 청소를 열흘째 못하고 있다
청소는 더 문제입니다. 자가격리 열흘이 넘어 원룸 곳곳에 빨래가 쌓여 있고, 갈아입은 옷을 서랍에 넣을 수조차 없습니다. 음식을 해먹을 수 없어 아침 겸 점심으로는 미숫가루를 타 먹고, 저녁은 배달 음식을 시켜먹습니다. 재활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한 그릇 음식만 시켜먹고 있지만, 남은 음식물 쓰레기들은 치우지도 못한 채 며칠간 방치돼 있습니다.

김 씨는 영상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더 만들지 않으려 간단한 것만 시켜먹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남은 음식물은 치우지도 못하고 냄새가 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김 씨는 코로나 19 감염 여부 검사도 자가격리 일주일 만에야 받았습니다. 자가격리가 된 뒤, 혹시 코로나 19에 감염됐을까 보건소에 검사를 부탁하려 전화했지만 폭주하는 문의 전화 탓에 일주일 가까이 연락도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장애인 센터의 도움을 받아 검사를 받았지만, 검사 결과는 5일이 지난 지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센터 직원의 도움을 받아서 대구 의료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며 "그전에는 구청에 검사해달라고 요청해도 연락이 안 되고, 남구 보건소에서도 연락이 안 돼서 너무 답답한 심정이었습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또한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많이 초초하다"라며 "현재 목이 약간 아픈 상황이라서 걱정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지체장애인 김 씨가 자가격리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지체장애인 자가 격리자 에게는 감염의 위험으로 인해 원칙적으로 활동보조사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 다만 보건당국에 따르면, 거동이 심하게 불편한 지체장애인의 경우 활동보조사 자원을 받아 최소 2M의 대면 공간이 확보되는 집에만 파견을 보냅니다. 그러나 김 씨는 원룸에 거주하고 있어, 대면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활동보조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 씨는 어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또한, 자신의 확진 여부가 동네 주민들에게 폐를 끼칠까 염려하고 있습니다. 같은 건물에 사는 입주자들이나, 일하는 동료들에게 불편을 줄까 걱정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자가격리가 어렵다는 사실이 괴롭습니다. 코로나 19의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는 여전히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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