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대구 신천지 신도는 왜 검사를 받지 않았나?

입력 2020.03.05 (07:01) 수정 2020.03.0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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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경찰이 신청한 대구 신천지교회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벌써 두번 째다. 대구 신천지교회는 2월 18일, 31번 환자가 나오고 신도 1,193명이 유증상자라고 대구시에 전달했다. 보건당국은 서둘러 이들부터 검사를 시작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3일 "처음 명단을 받은 1,193명 중 87%가 확진자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모두 1,037명이다. 대구의 나머지 환자도 대부분 이들과 밀접 접촉한 사람들이다. 대구의 슈퍼 전파자들인 셈이다.

중국발 코로나19로 전국에 공포가 음습했던 때. 그런데 발열과 마른기침 같은 증상이 있던 이들 1,037명은 왜 스스로 검사를 받지 않았을까? 그들이 제 발로 병원에 찾아갔다면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보건당국이 대구 신천지교회 '최초 발병 경로'에 대한 역학조사는 하고 있지만, 이들이 병원을 찾지 않은 이유도 밝혀내야 할 문제다.


中 우한 86%가 검사를 못 받은 이유?

중국 우한에도 대구 87%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미국 컬럼비아대와 중국 칭화대, 홍콩대 연구진은 1월 우한에서 환자가 폭증한 이유를 밝힌 논문을 의학논문 플랫폼 medRxiv에 3일 게재했다. 연구진은 1월 23일 우한이 봉쇄되기 전까지 감염자의 86%가 중국 보건당국에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나중 확진이 됐지만 23일 전까지 환자의 86%가 바이러스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거다.

이들은 대구 신천지 신도와 마찬가지로 우한의 주요 전염원이 됐다. 모두 16,192명이다. 연구진은 이들이 검사를 받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실상 검사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는데, 먼저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인식이 짧았고, 열악한 중국의 의료시설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증상이 뚜렷한 환자와 달리, 무증상 자나 가벼운 증상의 환자는 병원을 잘 찾지 않는 심리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만국 공통인 환자 심리라는 측면을 제외하면 중국 보건당국의 안이한 인식과 열악한 의료수준이 지금의 사태를 만든 이유라는 거다. 환자를 탓할 일은 아니라는 건데, 한국의 경우는 이와 좀 다른 거 같다.


대구 87%가 검사를 받지 않은 이유?

보건당국은 31번 환자가 인후통과 오한 등 의심 증상을 보여 병원 측이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했지만 거부했다고 밝혔다. 31번 환자는 의사의 권유를 받은 건 사실이지만, 해외 여행력이 없다는 이유로 보건소가 오히려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31번 환자는 두 차례 신천지 예배에 다녀오고, 다중이용시설도 두루 다녔다. 누구도 한국 코로나19 상황이 지금 처럼 확산할 지를 사태 초기에는 예상치 못했던 거다.

또 신앙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종교적 신념도 병원 검사와 치료를 회피한 한 원인으로 보인다. 윤재덕 종말론 연구소장이 공개한 2월 9일 부산 신천지 교회 야고보 지파장의 설교 녹취록을 보자.

"지금 중국 우한 폐렴 있죠. 폐렴. (네) 거기도 우리 지교회가 있는 곳이거든. (아~) 우리 우한 지교회가…. 중국이 지금 보니까 700명이 넘게 죽었잖아요. 확진자가 4만 명이 넘잖아요. 그 발원지가 우리 지교회가 있는 곳이라니까. 근데 우리 성도는 한 명도 안 걸렸어. (아멘). 감사하죠. 우리가 제대로 서 있으면, 신앙 가운데 믿음으로 제대로 서 있으면, 하나님이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십니다"


신도들 자발적 검사 막은 '교회 강권'은 없었나?

그런데 과연 경각심 부족과 종교적 믿음 이 두 가지뿐일까? 자발적 검사를 막은 교회의 강권은 없었을까? 국민일보는 2일 기사에서 신천지 신도들이 의심 증상 유무를 확인하는 구청 전화에 소송을 언급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본인의 신분을 확인해주고, 스스로 외부 접촉을 최소화한 뒤 순서에 따라 검사를 받는 게 당연할 텐데, 그렇지 않은 신도들도 있다는 거다. 그리고 대구에선 확진 판명이 나고서야 신천지 신도임을 밝힌 환자도 많았다. 전수 조사 초기에는 연락 끊긴 신도들이 많아, 경찰력이 투입되기도 했다.

유증상 신고자 중 확진을 받은 87%, 이들 1,037명이 검사를 받지 않은 점도 위 신천지 신도들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이 모든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

신천지의 이런 행태가 전체 환자 30명이었던 2월 17일 이후 보름 만에 누적 환자 6,000명 선에 이르는 대확산을 불러왔다. 이 과정에 교회의 부당한 힘이 작용했는지는 보건당국 역학조사에선 밝혀낼 수 없다. 만약 신천지 교회의 강권이 있었다면 이는 전염병 예방관리법상 방역 활동을 방해한 위법 행위이다. 고발한 대구시와 경찰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법 당국 수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신천지교회 수사 두고 대립하는 검경

대구지방경찰청은 어제 검찰에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재신청했다. 경찰은 영장에서 신천지 대구교회 책임자 등이 일부 신도 명단을 빠뜨리고, 방역 활동을 방해한 혐의가 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청했던 영장에 대해 고의성 여부에 대한 경찰의 소명이 부족하고, 방해 행위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며 검찰이 보강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그런데 검찰은 이번에도 영장을 기각했다. 현 단계에서 압수수색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천지에 대한 사법당국 수사를 촉구하는 국민 목소리가 높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일 CBS 의뢰로 조사한 걸 보면 '찬성한다'는 응답이 86.2%로, '반대'와 '모름'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신천지에 대한 분풀이라기 보다, 어쩌다가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한 총체적인 규명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다. 차근 차근 진행해야 할 많은 난맥상에 대한 조사를 신천지부터 시작하자는 거다. 국민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교훈을 얻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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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05 07:01:30
    • 수정2020-03-09 15:30:36
    특파원 리포트
검찰이 경찰이 신청한 대구 신천지교회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벌써 두번 째다. 대구 신천지교회는 2월 18일, 31번 환자가 나오고 신도 1,193명이 유증상자라고 대구시에 전달했다. 보건당국은 서둘러 이들부터 검사를 시작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3일 "처음 명단을 받은 1,193명 중 87%가 확진자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모두 1,037명이다. 대구의 나머지 환자도 대부분 이들과 밀접 접촉한 사람들이다. 대구의 슈퍼 전파자들인 셈이다.

중국발 코로나19로 전국에 공포가 음습했던 때. 그런데 발열과 마른기침 같은 증상이 있던 이들 1,037명은 왜 스스로 검사를 받지 않았을까? 그들이 제 발로 병원에 찾아갔다면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보건당국이 대구 신천지교회 '최초 발병 경로'에 대한 역학조사는 하고 있지만, 이들이 병원을 찾지 않은 이유도 밝혀내야 할 문제다.


中 우한 86%가 검사를 못 받은 이유?

중국 우한에도 대구 87%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미국 컬럼비아대와 중국 칭화대, 홍콩대 연구진은 1월 우한에서 환자가 폭증한 이유를 밝힌 논문을 의학논문 플랫폼 medRxiv에 3일 게재했다. 연구진은 1월 23일 우한이 봉쇄되기 전까지 감염자의 86%가 중국 보건당국에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나중 확진이 됐지만 23일 전까지 환자의 86%가 바이러스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거다.

이들은 대구 신천지 신도와 마찬가지로 우한의 주요 전염원이 됐다. 모두 16,192명이다. 연구진은 이들이 검사를 받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실상 검사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는데, 먼저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인식이 짧았고, 열악한 중국의 의료시설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증상이 뚜렷한 환자와 달리, 무증상 자나 가벼운 증상의 환자는 병원을 잘 찾지 않는 심리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만국 공통인 환자 심리라는 측면을 제외하면 중국 보건당국의 안이한 인식과 열악한 의료수준이 지금의 사태를 만든 이유라는 거다. 환자를 탓할 일은 아니라는 건데, 한국의 경우는 이와 좀 다른 거 같다.


대구 87%가 검사를 받지 않은 이유?

보건당국은 31번 환자가 인후통과 오한 등 의심 증상을 보여 병원 측이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했지만 거부했다고 밝혔다. 31번 환자는 의사의 권유를 받은 건 사실이지만, 해외 여행력이 없다는 이유로 보건소가 오히려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31번 환자는 두 차례 신천지 예배에 다녀오고, 다중이용시설도 두루 다녔다. 누구도 한국 코로나19 상황이 지금 처럼 확산할 지를 사태 초기에는 예상치 못했던 거다.

또 신앙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종교적 신념도 병원 검사와 치료를 회피한 한 원인으로 보인다. 윤재덕 종말론 연구소장이 공개한 2월 9일 부산 신천지 교회 야고보 지파장의 설교 녹취록을 보자.

"지금 중국 우한 폐렴 있죠. 폐렴. (네) 거기도 우리 지교회가 있는 곳이거든. (아~) 우리 우한 지교회가…. 중국이 지금 보니까 700명이 넘게 죽었잖아요. 확진자가 4만 명이 넘잖아요. 그 발원지가 우리 지교회가 있는 곳이라니까. 근데 우리 성도는 한 명도 안 걸렸어. (아멘). 감사하죠. 우리가 제대로 서 있으면, 신앙 가운데 믿음으로 제대로 서 있으면, 하나님이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십니다"


신도들 자발적 검사 막은 '교회 강권'은 없었나?

그런데 과연 경각심 부족과 종교적 믿음 이 두 가지뿐일까? 자발적 검사를 막은 교회의 강권은 없었을까? 국민일보는 2일 기사에서 신천지 신도들이 의심 증상 유무를 확인하는 구청 전화에 소송을 언급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본인의 신분을 확인해주고, 스스로 외부 접촉을 최소화한 뒤 순서에 따라 검사를 받는 게 당연할 텐데, 그렇지 않은 신도들도 있다는 거다. 그리고 대구에선 확진 판명이 나고서야 신천지 신도임을 밝힌 환자도 많았다. 전수 조사 초기에는 연락 끊긴 신도들이 많아, 경찰력이 투입되기도 했다.

유증상 신고자 중 확진을 받은 87%, 이들 1,037명이 검사를 받지 않은 점도 위 신천지 신도들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이 모든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

신천지의 이런 행태가 전체 환자 30명이었던 2월 17일 이후 보름 만에 누적 환자 6,000명 선에 이르는 대확산을 불러왔다. 이 과정에 교회의 부당한 힘이 작용했는지는 보건당국 역학조사에선 밝혀낼 수 없다. 만약 신천지 교회의 강권이 있었다면 이는 전염병 예방관리법상 방역 활동을 방해한 위법 행위이다. 고발한 대구시와 경찰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법 당국 수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신천지교회 수사 두고 대립하는 검경

대구지방경찰청은 어제 검찰에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재신청했다. 경찰은 영장에서 신천지 대구교회 책임자 등이 일부 신도 명단을 빠뜨리고, 방역 활동을 방해한 혐의가 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청했던 영장에 대해 고의성 여부에 대한 경찰의 소명이 부족하고, 방해 행위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며 검찰이 보강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그런데 검찰은 이번에도 영장을 기각했다. 현 단계에서 압수수색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천지에 대한 사법당국 수사를 촉구하는 국민 목소리가 높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일 CBS 의뢰로 조사한 걸 보면 '찬성한다'는 응답이 86.2%로, '반대'와 '모름'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신천지에 대한 분풀이라기 보다, 어쩌다가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한 총체적인 규명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다. 차근 차근 진행해야 할 많은 난맥상에 대한 조사를 신천지부터 시작하자는 거다. 국민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교훈을 얻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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