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만든 ‘내 책상 앞 법원’…“판사와 영상통화해요”

입력 2020.03.05 (16:42) 수정 2020.03.0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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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리십니까. 영상이나 음성이 끊기거나 하지는 않습니까."

오늘(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동관 2051호 판사실. 민사37부 권순형 부장판사는 안 모 씨 등 7명이 주식회사 한국토지신탁을 상대로 낸 양수금 소송 항소심 변론준비기일을 '원격영상재판'으로 진행했습니다.

판사실 책상 위 마이크 앞에 앉은 권 판사는, 화면 너머의 원고·피고 대리인들을 바라보며 재판을 이어갔습니다. 권 판사의 두 모니터는 양측 대리인의 얼굴과 소송과 관련된 전자기록으로 꽉 찼습니다. 원고 측 대리인 1명과 피고 측 대리인 2명도 각자의 사무실에서 컴퓨터 혹은 모바일 기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 코로나19가 만든 '내 책상 앞 법원'…"좋았습니다"

이 낯선 법원 풍경, '코로나19' 확산이 계기였습니다. 각급 법원이 사실상 휴정기에 들어간 가운데, 서울고등법원은 각 민사재판부에 '원격영상재판'의 적극적인 활용을 권고했습니다.

제도는 이미 마련돼 있었습니다. 민사소송규칙 70조는 소송 당사자의 동의가 있을 때 음성(영상) 송수신으로도 변론준비절차를 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법원 내부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비대면 화상 재판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제도를 실행에 옮긴 재판부는 거의 없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해 원격영상재판이 적극 도입된 겁니다.

재판장은 판사실에서, 원고·피고 측 대리인은 사무실에서 화면 너머로 재판을 진행했습니다재판장은 판사실에서, 원고·피고 측 대리인은 사무실에서 화면 너머로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소송 관계인들의 만족도는 높았습니다. 30분가량 재판이 진행된 뒤, 의사소통이나 변론에 불편한 점이 없었는지 묻는 권 판사의 질문에 피고 측 대리인은 "좋았다"며 웃음을 띄웠습니다. 원고 측 대리인도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권 판사는 "한 5년이나 10년쯤 지나면, '어떻게 매번 법정에 가서 불편하게 재판했었을까' 회고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깊은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불편한 점은 없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전혀 없고, 기술적으론 완벽한 거 같다"며 "대리인들도 굳이 법정에 나오지 않고 사무실에서 본인 일을 하시다가 시간 내서 접속하시고 나와서 작업을 이어가면 그보다 편리한 방식이 없지 않으냐"며 웃었습니다.

■ "영상재판은 전자 소송의 시즌2이자 미래…활성화되길"

권순형 부장판사가 적극적으로 '원격영상재판'에 나선 건 2006년 영국 출장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당시 영국에선 변론 준비절차를 법원과 재판 당사자 간 '다자간 통화'(conference call)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인상 깊게 보고 한국에 돌아와 관련 보고서를 법원행정처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굳이 법정에서 매번 재판을 열 필요 없이, 전화나 통신장비를 이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느낀 겁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7부 권순형 부장판사는 오늘(5일) 진행된 영상재판에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서울고등법원 민사37부 권순형 부장판사는 오늘(5일) 진행된 영상재판에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권 판사는 영상재판이 전자소송의 시즌2이자 미래라고 강조했습니다. 전자소송도 처음 도입될 당시 법관·법원 직원·당사자 모두 부정적이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만족스러워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이 마치 그때의 '데자뷔' 같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재판을 원하는 수요가 높은데, 이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재판 당사자의 요구에 딱 맞는 게 영상 재판"이라며 "다음 주에도 양측 대리인이 희망한다면, 가능하면 영상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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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가 만든 ‘내 책상 앞 법원’…“판사와 영상통화해요”
    • 입력 2020-03-05 16:42:58
    • 수정2020-03-05 16:48:00
    취재K
"잘 들리십니까. 영상이나 음성이 끊기거나 하지는 않습니까."

오늘(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동관 2051호 판사실. 민사37부 권순형 부장판사는 안 모 씨 등 7명이 주식회사 한국토지신탁을 상대로 낸 양수금 소송 항소심 변론준비기일을 '원격영상재판'으로 진행했습니다.

판사실 책상 위 마이크 앞에 앉은 권 판사는, 화면 너머의 원고·피고 대리인들을 바라보며 재판을 이어갔습니다. 권 판사의 두 모니터는 양측 대리인의 얼굴과 소송과 관련된 전자기록으로 꽉 찼습니다. 원고 측 대리인 1명과 피고 측 대리인 2명도 각자의 사무실에서 컴퓨터 혹은 모바일 기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 코로나19가 만든 '내 책상 앞 법원'…"좋았습니다"

이 낯선 법원 풍경, '코로나19' 확산이 계기였습니다. 각급 법원이 사실상 휴정기에 들어간 가운데, 서울고등법원은 각 민사재판부에 '원격영상재판'의 적극적인 활용을 권고했습니다.

제도는 이미 마련돼 있었습니다. 민사소송규칙 70조는 소송 당사자의 동의가 있을 때 음성(영상) 송수신으로도 변론준비절차를 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법원 내부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비대면 화상 재판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제도를 실행에 옮긴 재판부는 거의 없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해 원격영상재판이 적극 도입된 겁니다.

재판장은 판사실에서, 원고·피고 측 대리인은 사무실에서 화면 너머로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소송 관계인들의 만족도는 높았습니다. 30분가량 재판이 진행된 뒤, 의사소통이나 변론에 불편한 점이 없었는지 묻는 권 판사의 질문에 피고 측 대리인은 "좋았다"며 웃음을 띄웠습니다. 원고 측 대리인도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권 판사는 "한 5년이나 10년쯤 지나면, '어떻게 매번 법정에 가서 불편하게 재판했었을까' 회고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깊은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불편한 점은 없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전혀 없고, 기술적으론 완벽한 거 같다"며 "대리인들도 굳이 법정에 나오지 않고 사무실에서 본인 일을 하시다가 시간 내서 접속하시고 나와서 작업을 이어가면 그보다 편리한 방식이 없지 않으냐"며 웃었습니다.

■ "영상재판은 전자 소송의 시즌2이자 미래…활성화되길"

권순형 부장판사가 적극적으로 '원격영상재판'에 나선 건 2006년 영국 출장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당시 영국에선 변론 준비절차를 법원과 재판 당사자 간 '다자간 통화'(conference call)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인상 깊게 보고 한국에 돌아와 관련 보고서를 법원행정처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굳이 법정에서 매번 재판을 열 필요 없이, 전화나 통신장비를 이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느낀 겁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7부 권순형 부장판사는 오늘(5일) 진행된 영상재판에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권 판사는 영상재판이 전자소송의 시즌2이자 미래라고 강조했습니다. 전자소송도 처음 도입될 당시 법관·법원 직원·당사자 모두 부정적이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만족스러워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이 마치 그때의 '데자뷔' 같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재판을 원하는 수요가 높은데, 이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재판 당사자의 요구에 딱 맞는 게 영상 재판"이라며 "다음 주에도 양측 대리인이 희망한다면, 가능하면 영상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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