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하면 참여할 사람 있니?”에 모인 4600만 원…대학생도 “힘내세요, 대구!”

입력 2020.03.05 (16:45) 수정 2020.03.0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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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경북 지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해당 지역의 의료 자원이 부족하다는 소식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전국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대학생들도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성금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방호복 등 물품을 사서 보내는 곳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대학에서 모금을 진행했고, 학생들은 왜 이런 일을 시작했을까요?

■ 서울대, 이틀 만에 2천만 원 넘게 모여…"대구의료원에 방호복 지원"

서울대학교에서는 오늘(5일) 오후 1시 기준 650명이 모금에 참여해 2,300여만 원이 모였습니다. 웹페이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서울대인 모금'에 들어가 보면 입금자와 입금 시각, 금액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입금자명에 이름을 쓰는 사람들이 가장 많지만, 이름이 아니고 '모두들 힘내세요!' 등 마음을 담은 응원 문구를 쓴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띕니다.

[연관 링크]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서울대인 모금’ 웹페이지

모금을 시작한 건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재학생 손주승 씨입니다. 손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동아리에서 봉사와 기부 활동을 해왔다고 합니다. 처음엔 개인적으로 100만 원을 기부하려다가 경희대의 학내 모금을 보고 더 큰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됐는데요.

"개인이 하는 거니, 관심을 누가 많이 가질까 했는데 너무 많은 참여가 있었어요." 애초 손 씨의 목표 금액은 500만 원이었는데, 벌써 2차 후원까지 진행 중입니다. 기부금이 아니라 '실제로 의료진이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을 전달하자'는 것도 모금을 위한 단체 대화방에서 나왔던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들은 1차로 대구의료원에 방호복 330벌을 구매해 전달했습니다. 손 씨는 "업체 사장님도 기부에 동참했다"고 말했습니다. 손 씨가 계약한 방호복은 300벌이었는데, 사장님이 "좋은 일을 한다"며 사비로 30벌을 더 구매해서 의료원에 발송했다는 겁니다. 다음은 안동의료원에 방호복을 전달할 계획인데, 우선 라텍스 장갑을 구매해 보낸 상탭니다.

(왼쪽) 대구의료원에 도착한 방호복. (오른쪽) 2차 지원으로 안동의료원에 전달할 라텍스 장갑 70박스. 출처: 서울대 재학생 손주승 씨(왼쪽) 대구의료원에 도착한 방호복. (오른쪽) 2차 지원으로 안동의료원에 전달할 라텍스 장갑 70박스. 출처: 서울대 재학생 손주승 씨

손 씨는 이번 주까지 모금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사실 모금 활동을 하느라 일상생활을 못 하는 상황이에요." 손 씨의 말입니다. 매일 모금액을 보고 업체와 계약한 뒤에 밤이면 활동 내역을 카드뉴스로 정리해 공지하니 하루를 꼬박 이곳에 쓰는 건데요.

"후원 물품을 꽉 채운 1·2톤 트럭이 대구의료원에 하루에도 4~5대가 온대요. 많은 사람이 기부금이나 물품을 전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일주일 정도 하면 충분히 많이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일요일까지 진행하고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 "목표액은 50만 원이었다"목표의 90배 4,600만 원 모은 경희대

서울대의 모금 활동에도 영감(?)을 준 경희대 학생들의 기부가 시작된 건 지난 26일 한 대학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이 글이 계기였습니다.

'경희대 이름으로 코로나 모금하면 참여할 사람 있니?'

참여할 사람이 있느냐고요? 있다마다요, 경희대 학생들의 모금은 어제(4일) 기준, 애초 목표액으로 설정했던 50만 원의 90배가 넘는 4,600여만 원에 마감됐습니다. 이 금액은 3차례에 걸쳐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대한적십자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 영남대병원 등에 모두 전달됐습니다.

송유빈 씨가 지난 26일 한 대학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모금 제안 글. 출처 : 경희대 재학생 송유빈 씨송유빈 씨가 지난 26일 한 대학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모금 제안 글. 출처 : 경희대 재학생 송유빈 씨

"사실 저희끼리는 목표액 '50만 원도 어려울 것 같다, 30만 원으로 하면 어떠냐'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처음 글을 올린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재학생 송유빈 씨의 말입니다. 송 씨는 친구 박민희 씨, 문수현 씨, 조근영 씨와 모금을 주도해 왔습니다. 역시 처음엔 친구들끼리 지원할 방안을 찾다가, 아직 대학 차원에서 학생들이 모금한 선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경희대의 모금은 '좋은 선례'가 됐습니다. 송 씨는 "지금은 다른 학교에서도 모금 운동을 하고 싶다며 자문을 많이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많이 조언하는 내용은 '투명한 정보 공개'입니다. 이들도 기부처 등을 투표로 정했습니다. 예컨대 2차 후원 땐 마스크를 지원하자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조차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송 씨는 "마스크 사기도 종종 있나 봐요"라면서 "우리 돈이 아니니 정말 사기를 당하면 안 된다, 차라리 돈을 보내자는 식으로 논의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송 씨는 "너무 저희만 주목될까 봐 걱정"이라며 우려도 나타냈습니다. "학우들이 다 같이 한 거니 학우들의 공이 더 크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송 씨가 강조하며 남긴 말입니다.

■ "월급 들어오면 또 할게""'이상적'이라고만 생각했던 일 실현돼"

다른 대학교에서도 모금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숙명여대는 어제 기준 7,100여만 원이 모였고요. 삼육대도 300만 원, 연세대학교와 합동으로 모금하고 있는 고려대학교에서도 오늘까지 750여만 원이 모였습니다. 이들 학교마다 단체 채팅방을 열고 모금 내용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삼육대학교 학생들의 모금 활동 단체 대화방 재구성. 출처 : 모금 최초 제안자 삼육대 재학생 김민희 씨삼육대학교 학생들의 모금 활동 단체 대화방 재구성. 출처 : 모금 최초 제안자 삼육대 재학생 김민희 씨

이 가운데 삼육대의 모금 채팅방 내용을 보면 '만 원이라도 괜찮냐', '알바비가 들어오면 더 넣겠다.' 등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들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송 씨는 경희대 모금 운동이 마무리되고 대학생들의 모금 운동이 확산하고 있는 데 대해 이렇게 소감을 밝혔습니다.

"처음엔 모금이 안 될 거라 생각했어요. 우리 학교에선 교양 과목을 많이 배우는데요. 그런 교양 수업에서 '많은 사람의 마음을 모아서' 뭔가 한다는 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현실에선 어렵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되는 걸 보고 많이 감동하였어요. 정말, 어떻게 보면 이상적이고 말도 안 될 것 같은 일을 해내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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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금하면 참여할 사람 있니?”에 모인 4600만 원…대학생도 “힘내세요, 대구!”
    • 입력 2020-03-05 16:45:03
    • 수정2020-03-05 17:28:06
    취재K
대구와 경북 지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해당 지역의 의료 자원이 부족하다는 소식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전국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대학생들도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성금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방호복 등 물품을 사서 보내는 곳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대학에서 모금을 진행했고, 학생들은 왜 이런 일을 시작했을까요?

■ 서울대, 이틀 만에 2천만 원 넘게 모여…"대구의료원에 방호복 지원"

서울대학교에서는 오늘(5일) 오후 1시 기준 650명이 모금에 참여해 2,300여만 원이 모였습니다. 웹페이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서울대인 모금'에 들어가 보면 입금자와 입금 시각, 금액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입금자명에 이름을 쓰는 사람들이 가장 많지만, 이름이 아니고 '모두들 힘내세요!' 등 마음을 담은 응원 문구를 쓴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띕니다.

[연관 링크]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서울대인 모금’ 웹페이지

모금을 시작한 건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재학생 손주승 씨입니다. 손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동아리에서 봉사와 기부 활동을 해왔다고 합니다. 처음엔 개인적으로 100만 원을 기부하려다가 경희대의 학내 모금을 보고 더 큰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됐는데요.

"개인이 하는 거니, 관심을 누가 많이 가질까 했는데 너무 많은 참여가 있었어요." 애초 손 씨의 목표 금액은 500만 원이었는데, 벌써 2차 후원까지 진행 중입니다. 기부금이 아니라 '실제로 의료진이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을 전달하자'는 것도 모금을 위한 단체 대화방에서 나왔던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들은 1차로 대구의료원에 방호복 330벌을 구매해 전달했습니다. 손 씨는 "업체 사장님도 기부에 동참했다"고 말했습니다. 손 씨가 계약한 방호복은 300벌이었는데, 사장님이 "좋은 일을 한다"며 사비로 30벌을 더 구매해서 의료원에 발송했다는 겁니다. 다음은 안동의료원에 방호복을 전달할 계획인데, 우선 라텍스 장갑을 구매해 보낸 상탭니다.

(왼쪽) 대구의료원에 도착한 방호복. (오른쪽) 2차 지원으로 안동의료원에 전달할 라텍스 장갑 70박스. 출처: 서울대 재학생 손주승 씨
손 씨는 이번 주까지 모금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사실 모금 활동을 하느라 일상생활을 못 하는 상황이에요." 손 씨의 말입니다. 매일 모금액을 보고 업체와 계약한 뒤에 밤이면 활동 내역을 카드뉴스로 정리해 공지하니 하루를 꼬박 이곳에 쓰는 건데요.

"후원 물품을 꽉 채운 1·2톤 트럭이 대구의료원에 하루에도 4~5대가 온대요. 많은 사람이 기부금이나 물품을 전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일주일 정도 하면 충분히 많이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일요일까지 진행하고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 "목표액은 50만 원이었다"목표의 90배 4,600만 원 모은 경희대

서울대의 모금 활동에도 영감(?)을 준 경희대 학생들의 기부가 시작된 건 지난 26일 한 대학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이 글이 계기였습니다.

'경희대 이름으로 코로나 모금하면 참여할 사람 있니?'

참여할 사람이 있느냐고요? 있다마다요, 경희대 학생들의 모금은 어제(4일) 기준, 애초 목표액으로 설정했던 50만 원의 90배가 넘는 4,600여만 원에 마감됐습니다. 이 금액은 3차례에 걸쳐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대한적십자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 영남대병원 등에 모두 전달됐습니다.

송유빈 씨가 지난 26일 한 대학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모금 제안 글. 출처 : 경희대 재학생 송유빈 씨
"사실 저희끼리는 목표액 '50만 원도 어려울 것 같다, 30만 원으로 하면 어떠냐'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처음 글을 올린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재학생 송유빈 씨의 말입니다. 송 씨는 친구 박민희 씨, 문수현 씨, 조근영 씨와 모금을 주도해 왔습니다. 역시 처음엔 친구들끼리 지원할 방안을 찾다가, 아직 대학 차원에서 학생들이 모금한 선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경희대의 모금은 '좋은 선례'가 됐습니다. 송 씨는 "지금은 다른 학교에서도 모금 운동을 하고 싶다며 자문을 많이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많이 조언하는 내용은 '투명한 정보 공개'입니다. 이들도 기부처 등을 투표로 정했습니다. 예컨대 2차 후원 땐 마스크를 지원하자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조차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송 씨는 "마스크 사기도 종종 있나 봐요"라면서 "우리 돈이 아니니 정말 사기를 당하면 안 된다, 차라리 돈을 보내자는 식으로 논의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송 씨는 "너무 저희만 주목될까 봐 걱정"이라며 우려도 나타냈습니다. "학우들이 다 같이 한 거니 학우들의 공이 더 크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송 씨가 강조하며 남긴 말입니다.

■ "월급 들어오면 또 할게""'이상적'이라고만 생각했던 일 실현돼"

다른 대학교에서도 모금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숙명여대는 어제 기준 7,100여만 원이 모였고요. 삼육대도 300만 원, 연세대학교와 합동으로 모금하고 있는 고려대학교에서도 오늘까지 750여만 원이 모였습니다. 이들 학교마다 단체 채팅방을 열고 모금 내용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삼육대학교 학생들의 모금 활동 단체 대화방 재구성. 출처 : 모금 최초 제안자 삼육대 재학생 김민희 씨
이 가운데 삼육대의 모금 채팅방 내용을 보면 '만 원이라도 괜찮냐', '알바비가 들어오면 더 넣겠다.' 등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들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송 씨는 경희대 모금 운동이 마무리되고 대학생들의 모금 운동이 확산하고 있는 데 대해 이렇게 소감을 밝혔습니다.

"처음엔 모금이 안 될 거라 생각했어요. 우리 학교에선 교양 과목을 많이 배우는데요. 그런 교양 수업에서 '많은 사람의 마음을 모아서' 뭔가 한다는 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현실에선 어렵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되는 걸 보고 많이 감동하였어요. 정말, 어떻게 보면 이상적이고 말도 안 될 것 같은 일을 해내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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