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코로나 때문에 인터넷 찾아 삼만리?

입력 2020.03.06 (07:02) 수정 2020.03.06 (07: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초·중·고교 개학을 미룬 것처럼 중국도 개학을 연기하고 있다. 개학 일정을 못 잡는 곳도 허다하다. 대신 인터넷 수업으로 대체했다. 이러다 보니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초원지대로 유명한 네이멍구(内蒙古) 자치구 호룬베이얼(呼伦贝尔)에서 생긴 일이다. 원래 신학기가 시작되면 이 지역에선 ‘멍구파오’(蒙古袍)를 입은 학생이 말을 타고 등교한 뒤 백색의 얇은 비단인 ‘하다’(哈达)를 존경의 의미를 담아 선생님께 드리는 몽고식 예로 개학을 맞는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이런 전통 몽고 풍습은 사라자고 대신 유목민들이 드넓은 초원에서 인터넷 찾아다니느라 바쁘다.


유목민인 시두구르(希都古日)씨는 9,800무(亩)(약 650만 제곱미터)의 초원을 가진 부자다. 그런데 최근 문제가 생겼다. 지금 사는 ‘멍구바오’(蒙古包)에서 인터넷이 잡히지 않아 14살 딸아이가 인터넷 수업을 못 받아서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학교에서 인터넷 수업을 진행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학교가 개학을 연기하면서 딸아이는 일단 12일까지 인터넷 수업을 들어야 한다. 시두구르 씨는 고민하고 고민하다 결국 집을 옮기기로 했다. 자신의 초원에서 인터넷이 닿는 곳을 찾아 지금 사는 ‘멍구바오’를 폈다 접었다 이리저리 옮겨 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4G 신호가 잡히지 않아 도저히 동영상 수업을 받을 수 없었다. “이상한 게 낮에는 인터넷이 있는데 밤에는 없어요. 그리고 아침 9시나 10시쯤 인터넷이 되는데 그때는 이미 늦어요. 학교 온라인 수업이 8시부터 시작되거든요. 그러니 정말 미치겠어요.” 그동안 아빠는 딸을 차에 태우고 가기도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 신호가 잡히는 높은 산에 올라가 가까스로 다운을 받아 집에 와서 확인하는 방식으로 수업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쳤다. 시두구르 씨는 결국 자신 집이 있는 신바얼후우치(新巴尔虎右旗)현에 딸을 보내기로 했다. 딸아이를 보내야 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거기서는 ‘와이파이’가 터지기 때문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인터넷’ 찾으러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허난성(河南省) 난양(南阳)에서 있었던 부부교사 얘기다. 남편 장샹주(张向柱)는 난양시 제8고등학교 1학년 수학교사이고, 부인 쑤원샤(苏文霞)는 난양시 제14중학교의 영어교사다. 올해 춘절(春節)에 장샹주는 부인과 아들 둘을 데리고 전과 다름없이 고향으로 돌아가 춘절을 보냈다. 고향은 집과 20km 정도 떨어진 안가오진(安皋镇) 양좡촌(杨庄村)에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난양으로 가는 길이 모두 막히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그런데 교육부가 “교실 수업은 멈췄지만 교육과 학습은 멈추지 말아야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들 부부는 고향에서 인터넷 수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은 스마트 폰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수업했지만 데이터 신호가 약해 안정적인 수업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리저리 인터넷을 찾아 헤매다 옥탑에서 이웃집의 인터넷이 스마트 폰 데이터보다 잘 터지고 돈도 절약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들은 대나무와 돗자리, 비닐로 옥탑에 간이 중계실을 만들어 부부가 번갈아 가며 학생들에게 인터넷 수업을 했다. 장샹주, 쑤원샤 부부의 옥탑중계실이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유명해지면서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간이로 만들어진 옥탑방에서 내리는 눈과 빗속에 선생님들의 사랑이 인터넷을 통해 방송 나가는 게 얼마나 감동스러운 일인가요! 이게 교사의 마음이고 이게 교사의 책임이다!”며 중국 네티즌의 칭찬이 쏟아졌다.


요즘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이런 일도 있었다. 안후이성(安徽省)의 성도 허페이(合肥)에서 일이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우(吴) 모씨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필기를 보고 울지도 웃지도 못할 상황에 입을 닫지 못했다. 그리고 이 사연을 위챗에 올렸다. “오늘은 애가 처음으로 인터넷수업을 하는 날이에요. 근데 제가 출근 시간이 돼서 순서대로 열어 TV에 나오는 대로 수업하면 된다고 알려주고 집을 나섰어요. 그 후 아마 유선TV의 자동신호 변경 때문에 채널이 바뀐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시작됐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하는 다른 채널의 고등학교 수업을 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때 함께 집에 계신 할머니가 이 수업이 아니니 아들한테 채널을 계속 바꾸라고 했지만 아들은 엄마가 알려 줬다며 이 채널이 틀림없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대요. 이렇게 이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은 오전 내내 고등학교 2학년 화학수업을 듣고 열심히 필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오자 “엄마, 수업이 너무 어려워 알아듣지 못하겠어요.”라며 투정 어린 불만으로 노트 필기를 건넸다고 한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니 별일이 다 생기고 있다. 애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인터넷 학습이 교실 수업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많다. 이 때문에 선양시 교육국은 정식 개학 후 초기 단계부터 수업을 다시 시작하라는 규정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은 정보화 시대를 이끌 미래 자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인터넷 이용을 더욱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코로나19 팩트체크’ 제대로 알아야 이긴다 바로가기
http://news.kbs.co.kr/issue/IssueView.do?icd=19589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리포트] 코로나 때문에 인터넷 찾아 삼만리?
    • 입력 2020-03-06 07:02:24
    • 수정2020-03-06 07:09:36
    특파원 리포트
우리나라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초·중·고교 개학을 미룬 것처럼 중국도 개학을 연기하고 있다. 개학 일정을 못 잡는 곳도 허다하다. 대신 인터넷 수업으로 대체했다. 이러다 보니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초원지대로 유명한 네이멍구(内蒙古) 자치구 호룬베이얼(呼伦贝尔)에서 생긴 일이다. 원래 신학기가 시작되면 이 지역에선 ‘멍구파오’(蒙古袍)를 입은 학생이 말을 타고 등교한 뒤 백색의 얇은 비단인 ‘하다’(哈达)를 존경의 의미를 담아 선생님께 드리는 몽고식 예로 개학을 맞는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이런 전통 몽고 풍습은 사라자고 대신 유목민들이 드넓은 초원에서 인터넷 찾아다니느라 바쁘다.


유목민인 시두구르(希都古日)씨는 9,800무(亩)(약 650만 제곱미터)의 초원을 가진 부자다. 그런데 최근 문제가 생겼다. 지금 사는 ‘멍구바오’(蒙古包)에서 인터넷이 잡히지 않아 14살 딸아이가 인터넷 수업을 못 받아서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학교에서 인터넷 수업을 진행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학교가 개학을 연기하면서 딸아이는 일단 12일까지 인터넷 수업을 들어야 한다. 시두구르 씨는 고민하고 고민하다 결국 집을 옮기기로 했다. 자신의 초원에서 인터넷이 닿는 곳을 찾아 지금 사는 ‘멍구바오’를 폈다 접었다 이리저리 옮겨 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4G 신호가 잡히지 않아 도저히 동영상 수업을 받을 수 없었다. “이상한 게 낮에는 인터넷이 있는데 밤에는 없어요. 그리고 아침 9시나 10시쯤 인터넷이 되는데 그때는 이미 늦어요. 학교 온라인 수업이 8시부터 시작되거든요. 그러니 정말 미치겠어요.” 그동안 아빠는 딸을 차에 태우고 가기도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 신호가 잡히는 높은 산에 올라가 가까스로 다운을 받아 집에 와서 확인하는 방식으로 수업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쳤다. 시두구르 씨는 결국 자신 집이 있는 신바얼후우치(新巴尔虎右旗)현에 딸을 보내기로 했다. 딸아이를 보내야 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거기서는 ‘와이파이’가 터지기 때문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인터넷’ 찾으러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허난성(河南省) 난양(南阳)에서 있었던 부부교사 얘기다. 남편 장샹주(张向柱)는 난양시 제8고등학교 1학년 수학교사이고, 부인 쑤원샤(苏文霞)는 난양시 제14중학교의 영어교사다. 올해 춘절(春節)에 장샹주는 부인과 아들 둘을 데리고 전과 다름없이 고향으로 돌아가 춘절을 보냈다. 고향은 집과 20km 정도 떨어진 안가오진(安皋镇) 양좡촌(杨庄村)에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난양으로 가는 길이 모두 막히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그런데 교육부가 “교실 수업은 멈췄지만 교육과 학습은 멈추지 말아야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들 부부는 고향에서 인터넷 수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은 스마트 폰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수업했지만 데이터 신호가 약해 안정적인 수업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리저리 인터넷을 찾아 헤매다 옥탑에서 이웃집의 인터넷이 스마트 폰 데이터보다 잘 터지고 돈도 절약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들은 대나무와 돗자리, 비닐로 옥탑에 간이 중계실을 만들어 부부가 번갈아 가며 학생들에게 인터넷 수업을 했다. 장샹주, 쑤원샤 부부의 옥탑중계실이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유명해지면서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간이로 만들어진 옥탑방에서 내리는 눈과 빗속에 선생님들의 사랑이 인터넷을 통해 방송 나가는 게 얼마나 감동스러운 일인가요! 이게 교사의 마음이고 이게 교사의 책임이다!”며 중국 네티즌의 칭찬이 쏟아졌다.


요즘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이런 일도 있었다. 안후이성(安徽省)의 성도 허페이(合肥)에서 일이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우(吴) 모씨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필기를 보고 울지도 웃지도 못할 상황에 입을 닫지 못했다. 그리고 이 사연을 위챗에 올렸다. “오늘은 애가 처음으로 인터넷수업을 하는 날이에요. 근데 제가 출근 시간이 돼서 순서대로 열어 TV에 나오는 대로 수업하면 된다고 알려주고 집을 나섰어요. 그 후 아마 유선TV의 자동신호 변경 때문에 채널이 바뀐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시작됐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하는 다른 채널의 고등학교 수업을 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때 함께 집에 계신 할머니가 이 수업이 아니니 아들한테 채널을 계속 바꾸라고 했지만 아들은 엄마가 알려 줬다며 이 채널이 틀림없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대요. 이렇게 이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은 오전 내내 고등학교 2학년 화학수업을 듣고 열심히 필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오자 “엄마, 수업이 너무 어려워 알아듣지 못하겠어요.”라며 투정 어린 불만으로 노트 필기를 건넸다고 한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니 별일이 다 생기고 있다. 애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인터넷 학습이 교실 수업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많다. 이 때문에 선양시 교육국은 정식 개학 후 초기 단계부터 수업을 다시 시작하라는 규정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은 정보화 시대를 이끌 미래 자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인터넷 이용을 더욱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코로나19 팩트체크’ 제대로 알아야 이긴다 바로가기
http://news.kbs.co.kr/issue/IssueView.do?icd=19589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