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마스크 안써도 된다는데…미국에서 번지는 마스크·손소독제 사재기 대란

입력 2020.03.06 (13:52) 수정 2020.03.0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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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는 이미 다 팔린지 오래입니다. 손 세정제도 마찬가지고요. 왜 마스크가 동났는지는 아실테지요"

미국의 대형 약국 체인점 CVS의 직원이 마스크를 찾는다는 질문에 대뜸 이렇게 답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밤 11시에 매장에 마스크를 풀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간다고 했다. 마스크가 급하면 밤 11시 전에 와서 기다려야 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손 세정제를 진열해 놓은 공간도 텅텅 비어 있었다.

또 다른 약국과 쇼핑몰도 사정은 마찬가지. 매장에 마스크가 언제 들어올지 알 수조차 없다는 곳도 많았다. 판매자는 "우리도 생산업체와 얘기하고 있는데 공급 사정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면서 "될수록 자주 와서, 마스크가 있는지 여부를 체크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반인은 마스크 안써도 된다"...하지만 미국에서 번지는 마스크 사재기 열풍

아직까지 미국 내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을 보긴 드물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오히려 코로나19 증상자로 의심받아 사람들이 불편해 할 수 있으니, 감기에 걸리지 않는 한 마스크를 쓰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밖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미국인들도 이제 코로나19 사태를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일처럼 치부하지 않는다. 확진자가 200명을 넘기면서 이제 우리 동네까지 번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불안한 심리는 그래서 '마스크 사재기' 열풍으로 이어진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미리 대비해놓자는 심리가 반영되다 보니 온오프라인에서 마스크는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CNN 등 현지 언론들은 사람들의 공포심을 틈타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마스크 구매를 시도해 본 지인은 마스크 사재기 열풍을 몸소 체험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166달러(19만 6천 원)에 N95 마스크 100개를 살 수 있었지만, 어느 순간 280 달러(33만 2천 원)로 뛰었고 배달된 마스크는 40개에 불과했다. 이제는 이마저도 살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정작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을 예방하는 것과 큰 상관 없는 수술용 마스크까지 품절되는 기현상이 펼쳐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사재기 열풍 때문에 정작 필요한 계층, 노약자나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의료진 등이 제때에 공급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3M 관계자들이 만나 마스크 생산 현황을 점검하는 장면. (현지시간 5일)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3M 관계자들이 만나 마스크 생산 현황을 점검하는 장면. (현지시간 5일)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일반인들은 굳이 마스크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No need for Americans to buy mask)"고 강조했다.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그러면서도 펜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한 범정부 태스크포스팀은 현지시간 5일, 3M의 미네소타 공장을 방문해 마스크 등 개인보호 장비 생산 현황을 점검했다. 전국적인 사재기 현상으로 마스크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자, 부리나케 제조업체를 찾은 것이다. 3M CEO를 만난 자리에서 어떤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시연도 했다. 보통 비공개로 진행되는 회의를 언론에 노출한 것은 생산을 더 늘릴 것을 촉진하고 마스크 사재기 열풍을 잠재우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행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 내 마스크 수급 확대 힘들어..."10여년 전 정말 큰 실수를 저질렀다"

텍사스에 본사를 둔 프레스티지 아메리텍 부사장 마이크 보웬은 현재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람이 됐다. 프레스티지 아메리텍은 미국에서 인공호홉기와 수술용 마스크를 만드는 몇 안 되는 제조업체다. 1월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뒤 하루에 최소 100통과 이메일을 받고 있다. 아메리텍이 받은 주문량은 15억 개 정도, 보웬 부사장은 그러나 현재 생산 여력으로는 이 물량을 제한된 시간 내에 생산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NPR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우리는 10여 년 전 정말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보웬 부사장은 말했다. 2009년 돼지 독감이 번졌을 때 아메리텍은 새로운 기계를 도입하고 150명의 직원을 더 고용했다.

하지만 정작 생산량을 증가시킬 준비가 됐을 때 돼지 독감 위기는 끝났고, 수요가 증발하면서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 그 당시 마스크를 제조했던 마스크 공장들이 비슷한 이유로 해외로 이주했고, 대표적 업계 선두주자였던 킴벌리-클라크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후 "수술용 마스크 공급량은 미국제 90%에서 1년 만에 95% 외국제(대부분 중국)로 교체됐다" 고 보웬은 말했다.

이후 보웬 부사장은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전염병이 중국의 공급을 중단시켜 미국의 의료 서비스 체계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떠나간 제조업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현재 미국 내 마스크 부족 현상은 제조업체의 중국 이전과 일정 부분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정부, 코로나 사태를 틈타 "중국으로 떠나간 美 기업, 다시 돌아오라"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제조업 유치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운다. 코로나 사태도 예외는 아니다. 이 기회를 틈타 트럼프 정부는 대중 압박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이 같은 움직임의 선봉장이다. 폭스뉴스에 지난달 23일 출연해 "공급망이 중국에 대다수 분포돼 있다"면서 공급망을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코로나 19사태로 마스크 등 물품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면 나바로 국장의 주장이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내린 상황, 코로나19 사태를 명분으로 중국으로 이전한 미국 기업들의 탈중국 요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염병 확산 사태를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위험은 낮다" 국민 안심시키는 트럼프...민심은 주식 시장과 마트에서 보인다

현지시간 4일 펜스 부통령이 주재해 항공사 CEO들과 만나는 자리, 여기에 예정에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지역에서 미국으로 오는 이들에 대해 출·입국시 의료검사를 받을 것이라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안전하니 자신을 믿고 국민들은 안심하라는 것이다.

미국 내 반응은 어떨까? 최근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77%의 응답자가 미 행정부가 코로나19 관련 대처에 신뢰를 보냈다. 이는 2017년 지카 바이러스 64%,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58%보다 높은 수치로, 트럼프 대통령도 이 결과를 트위터를 통해 자랑했다. 다만, 이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조짐이 나타나기 2주 전 이뤄진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고 봐야 할 것 같다.

출처: 갤럽 https://news.gallup.com/poll/286277/high-confidence-government-handle-coronavirus.aspx출처: 갤럽 https://news.gallup.com/poll/286277/high-confidence-government-handle-coronavirus.aspx

"미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얼마나 신뢰하고 계십니까" 질문에 77%의 응답자가 신뢰한다고 답했다.
갤럽 조사는 2020년 2월 3일부터 16일까지 1,028명의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증시는 다른 지표를 보여준다. 지난주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증시는 낙폭을 키웠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펜스 부통령을 총 책임자로 지목하며 민심 안정화에 나섰다. 하지만 뉴욕 증시는 현지시간 5일, 또다시 롤러코스터를 타며 폭락했다.

마스크 사재기 대란도 정부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민심의 일부를 보여준다. 미국 내 건강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2천7백50만 명이 넘는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와 달리 제때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 진단이나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일 수도 있다.

손을 자주 씻고, 비말을 통해 감염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미국 정부 관리들은 강조한다. 아직까지 미국 내 위협은 낮은 수준이라고 거듭 말한다. 그러니 아프지 않다면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미국인들은 마스크 사기에 열중할까?

미국 내 마스크와 세정제 사재기 열풍은 어쩌면 미국 의료 시스템의 취약성을 반증하는 또 다른 현상일지도 모른다. 가격이 올라갈수록 가난한 이들에겐 '보험'마저 사라진다는 것이 함정이다. 이쯤 되면 왜 펜스 부통령까지 나서 일반인은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고 하는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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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06 13:52:21
    • 수정2020-03-06 13:53:11
    특파원 리포트
"마스크는 이미 다 팔린지 오래입니다. 손 세정제도 마찬가지고요. 왜 마스크가 동났는지는 아실테지요"

미국의 대형 약국 체인점 CVS의 직원이 마스크를 찾는다는 질문에 대뜸 이렇게 답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밤 11시에 매장에 마스크를 풀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간다고 했다. 마스크가 급하면 밤 11시 전에 와서 기다려야 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손 세정제를 진열해 놓은 공간도 텅텅 비어 있었다.

또 다른 약국과 쇼핑몰도 사정은 마찬가지. 매장에 마스크가 언제 들어올지 알 수조차 없다는 곳도 많았다. 판매자는 "우리도 생산업체와 얘기하고 있는데 공급 사정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면서 "될수록 자주 와서, 마스크가 있는지 여부를 체크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반인은 마스크 안써도 된다"...하지만 미국에서 번지는 마스크 사재기 열풍

아직까지 미국 내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을 보긴 드물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오히려 코로나19 증상자로 의심받아 사람들이 불편해 할 수 있으니, 감기에 걸리지 않는 한 마스크를 쓰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밖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미국인들도 이제 코로나19 사태를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일처럼 치부하지 않는다. 확진자가 200명을 넘기면서 이제 우리 동네까지 번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불안한 심리는 그래서 '마스크 사재기' 열풍으로 이어진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미리 대비해놓자는 심리가 반영되다 보니 온오프라인에서 마스크는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CNN 등 현지 언론들은 사람들의 공포심을 틈타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마스크 구매를 시도해 본 지인은 마스크 사재기 열풍을 몸소 체험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166달러(19만 6천 원)에 N95 마스크 100개를 살 수 있었지만, 어느 순간 280 달러(33만 2천 원)로 뛰었고 배달된 마스크는 40개에 불과했다. 이제는 이마저도 살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정작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을 예방하는 것과 큰 상관 없는 수술용 마스크까지 품절되는 기현상이 펼쳐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사재기 열풍 때문에 정작 필요한 계층, 노약자나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의료진 등이 제때에 공급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3M 관계자들이 만나 마스크 생산 현황을 점검하는 장면. (현지시간 5일)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일반인들은 굳이 마스크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No need for Americans to buy mask)"고 강조했다.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그러면서도 펜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한 범정부 태스크포스팀은 현지시간 5일, 3M의 미네소타 공장을 방문해 마스크 등 개인보호 장비 생산 현황을 점검했다. 전국적인 사재기 현상으로 마스크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자, 부리나케 제조업체를 찾은 것이다. 3M CEO를 만난 자리에서 어떤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시연도 했다. 보통 비공개로 진행되는 회의를 언론에 노출한 것은 생산을 더 늘릴 것을 촉진하고 마스크 사재기 열풍을 잠재우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행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 내 마스크 수급 확대 힘들어..."10여년 전 정말 큰 실수를 저질렀다"

텍사스에 본사를 둔 프레스티지 아메리텍 부사장 마이크 보웬은 현재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람이 됐다. 프레스티지 아메리텍은 미국에서 인공호홉기와 수술용 마스크를 만드는 몇 안 되는 제조업체다. 1월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뒤 하루에 최소 100통과 이메일을 받고 있다. 아메리텍이 받은 주문량은 15억 개 정도, 보웬 부사장은 그러나 현재 생산 여력으로는 이 물량을 제한된 시간 내에 생산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NPR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우리는 10여 년 전 정말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보웬 부사장은 말했다. 2009년 돼지 독감이 번졌을 때 아메리텍은 새로운 기계를 도입하고 150명의 직원을 더 고용했다.

하지만 정작 생산량을 증가시킬 준비가 됐을 때 돼지 독감 위기는 끝났고, 수요가 증발하면서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 그 당시 마스크를 제조했던 마스크 공장들이 비슷한 이유로 해외로 이주했고, 대표적 업계 선두주자였던 킴벌리-클라크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후 "수술용 마스크 공급량은 미국제 90%에서 1년 만에 95% 외국제(대부분 중국)로 교체됐다" 고 보웬은 말했다.

이후 보웬 부사장은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전염병이 중국의 공급을 중단시켜 미국의 의료 서비스 체계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떠나간 제조업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현재 미국 내 마스크 부족 현상은 제조업체의 중국 이전과 일정 부분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정부, 코로나 사태를 틈타 "중국으로 떠나간 美 기업, 다시 돌아오라"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제조업 유치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운다. 코로나 사태도 예외는 아니다. 이 기회를 틈타 트럼프 정부는 대중 압박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이 같은 움직임의 선봉장이다. 폭스뉴스에 지난달 23일 출연해 "공급망이 중국에 대다수 분포돼 있다"면서 공급망을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코로나 19사태로 마스크 등 물품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면 나바로 국장의 주장이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내린 상황, 코로나19 사태를 명분으로 중국으로 이전한 미국 기업들의 탈중국 요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염병 확산 사태를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위험은 낮다" 국민 안심시키는 트럼프...민심은 주식 시장과 마트에서 보인다

현지시간 4일 펜스 부통령이 주재해 항공사 CEO들과 만나는 자리, 여기에 예정에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지역에서 미국으로 오는 이들에 대해 출·입국시 의료검사를 받을 것이라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안전하니 자신을 믿고 국민들은 안심하라는 것이다.

미국 내 반응은 어떨까? 최근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77%의 응답자가 미 행정부가 코로나19 관련 대처에 신뢰를 보냈다. 이는 2017년 지카 바이러스 64%,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58%보다 높은 수치로, 트럼프 대통령도 이 결과를 트위터를 통해 자랑했다. 다만, 이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조짐이 나타나기 2주 전 이뤄진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고 봐야 할 것 같다.

출처: 갤럽 https://news.gallup.com/poll/286277/high-confidence-government-handle-coronavirus.aspx
"미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얼마나 신뢰하고 계십니까" 질문에 77%의 응답자가 신뢰한다고 답했다.
갤럽 조사는 2020년 2월 3일부터 16일까지 1,028명의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증시는 다른 지표를 보여준다. 지난주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증시는 낙폭을 키웠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펜스 부통령을 총 책임자로 지목하며 민심 안정화에 나섰다. 하지만 뉴욕 증시는 현지시간 5일, 또다시 롤러코스터를 타며 폭락했다.

마스크 사재기 대란도 정부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민심의 일부를 보여준다. 미국 내 건강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2천7백50만 명이 넘는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와 달리 제때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 진단이나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일 수도 있다.

손을 자주 씻고, 비말을 통해 감염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미국 정부 관리들은 강조한다. 아직까지 미국 내 위협은 낮은 수준이라고 거듭 말한다. 그러니 아프지 않다면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미국인들은 마스크 사기에 열중할까?

미국 내 마스크와 세정제 사재기 열풍은 어쩌면 미국 의료 시스템의 취약성을 반증하는 또 다른 현상일지도 모른다. 가격이 올라갈수록 가난한 이들에겐 '보험'마저 사라진다는 것이 함정이다. 이쯤 되면 왜 펜스 부통령까지 나서 일반인은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고 하는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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