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마스크 매크로’ 저도 구입해봤습니다

입력 2020.03.0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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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몰 '쿠팡'은 때때로 마스크를 1개당 1,000원~1,500원 사이에 내놓습니다. 이 때문에 마스크를 구하는 사람들이 쿠팡으로 몰리기도 하는데요. 최근 들어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에는 '쿠팡 마스크가 싸지만, 구하기 어렵다', '나오자마자 품절인데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구매하는 것 같다'라는 글들이 자주 올라왔습니다.

매크로 프로그램(Macro Program)이란 컴퓨터가 특정 작업을 반복해서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지난해, 경찰은 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넷에서 아이돌그룹 콘서트 표를 대량으로 사들인 뒤 암표를 판매한 조직을 검거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인터넷에선 ‘쿠팡 마스크 매크로가 의심된다’라는 글을 많이 볼 수 있다.최근 인터넷에선 ‘쿠팡 마스크 매크로가 의심된다’라는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평생 사용, 성공률 높다" …'매크로' 직접 구매해보니

어제(5일) 한 인터넷 카페에는 '쿠팡 매크로 프로그램을 반값에 판다'는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판매자는 현재 300명이 구매했다고도 덧붙였는데요. 정말 매크로 프로그램을 살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취재팀은 구매를 시도해봤습니다.

우선, 게시글에 적힌 카카오톡 아이디로 연락해 구매 의사를 밝혔는데요. 30분 만에 판매자로부터 "쿠팡에서 '평생 사용'할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이라며 "성공률 100%라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대다수가 성공했다"라는 답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판매자는 계좌번호를 보내줬는데요. 그는 "돈을 입금하고 연락하면 메일로 보내주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입금 40분 뒤, 취재팀 이메일로 '쿠팡 매크로 프로그램'이 날아왔습니다. 판매자가 보낸 이메일 안에는 '매크로 프로그램 실행 파일'과 판매자의 음성이 담긴 '사용 설명 동영상'도 함께 들어있었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매크로 프로그램이 컴퓨터가 반복해서 마스크를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합니다.

취재팀은 판매자 이름과 계좌 번호, 메일 주소 등을 현재 수사 중인 경찰에 제공했습니다. 또, 이메일로 받은 매크로 프로그램도 함께 넘겼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매크로 프로그램 판매자가 '프로그램이 어떤 목적으로 쓰일지 알고' 판매했다면, 프로그램을 이용해 마스크를 구매한 사람과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판매자와 연락한 내용(왼쪽)과 이메일로 받은 매크로 프로그램(오른쪽)판매자와 연락한 내용(왼쪽)과 이메일로 받은 매크로 프로그램(오른쪽)

■경찰, '매크로 의심' IP주소 수사 중…'서울대 연구실'도?

지난달 말부터 서울 송파경찰서는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마스크를 구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IP주소 100여 개를 쿠팡에서 제공받아 수사 중입니다. 쿠팡이 상시 모니터링을 하던 중, 짧은 시간 안에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경우를 찾아 수사 의뢰를 했기 때문인데요. 경찰은 의심되는 IP주소를 찾아가, 실제 쿠팡에서 마스크를 구매했는지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만약 조사 도중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마스크를 산 사실이 확인되면, 경찰은 그 사람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본격 수사에 나서는데요. 실제로 지난달 29일 경기도 수원에 사는 20대 이 모 씨가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씨는 지난달 초부터, 지인의 쿠팡 아이디 8개를 빌려 자신의 컴퓨터 1대로 마스크 9천여 장을 사들인 뒤 2배 가격에 되판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쿠팡에선 컴퓨터 1대로 여러 아이디 접속이 불가능하고 아이디당 마스크 구매 수량도 제한돼 있었지만, 매크로 공격 앞에선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또, 경찰이 조사 중인 IP주소 가운데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연구실의 IP주소'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최근 서울 관악구와 경기도 수원에 나뉘어 있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가서 이미 조사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6일)로 우체국과 약국 등 판매처를 통해 공적 마스크가 풀린 지 8일째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마스크 구하는 건 여전히 어렵습니다.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매크로 '부당거래'에 대한 점검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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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팡 마스크 매크로’ 저도 구입해봤습니다
    • 입력 2020-03-06 14:45:23
    취재K
인터넷 쇼핑몰 '쿠팡'은 때때로 마스크를 1개당 1,000원~1,500원 사이에 내놓습니다. 이 때문에 마스크를 구하는 사람들이 쿠팡으로 몰리기도 하는데요. 최근 들어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에는 '쿠팡 마스크가 싸지만, 구하기 어렵다', '나오자마자 품절인데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구매하는 것 같다'라는 글들이 자주 올라왔습니다.

매크로 프로그램(Macro Program)이란 컴퓨터가 특정 작업을 반복해서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지난해, 경찰은 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넷에서 아이돌그룹 콘서트 표를 대량으로 사들인 뒤 암표를 판매한 조직을 검거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인터넷에선 ‘쿠팡 마스크 매크로가 의심된다’라는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평생 사용, 성공률 높다" …'매크로' 직접 구매해보니

어제(5일) 한 인터넷 카페에는 '쿠팡 매크로 프로그램을 반값에 판다'는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판매자는 현재 300명이 구매했다고도 덧붙였는데요. 정말 매크로 프로그램을 살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취재팀은 구매를 시도해봤습니다.

우선, 게시글에 적힌 카카오톡 아이디로 연락해 구매 의사를 밝혔는데요. 30분 만에 판매자로부터 "쿠팡에서 '평생 사용'할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이라며 "성공률 100%라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대다수가 성공했다"라는 답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판매자는 계좌번호를 보내줬는데요. 그는 "돈을 입금하고 연락하면 메일로 보내주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입금 40분 뒤, 취재팀 이메일로 '쿠팡 매크로 프로그램'이 날아왔습니다. 판매자가 보낸 이메일 안에는 '매크로 프로그램 실행 파일'과 판매자의 음성이 담긴 '사용 설명 동영상'도 함께 들어있었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매크로 프로그램이 컴퓨터가 반복해서 마스크를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합니다.

취재팀은 판매자 이름과 계좌 번호, 메일 주소 등을 현재 수사 중인 경찰에 제공했습니다. 또, 이메일로 받은 매크로 프로그램도 함께 넘겼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매크로 프로그램 판매자가 '프로그램이 어떤 목적으로 쓰일지 알고' 판매했다면, 프로그램을 이용해 마스크를 구매한 사람과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판매자와 연락한 내용(왼쪽)과 이메일로 받은 매크로 프로그램(오른쪽)
■경찰, '매크로 의심' IP주소 수사 중…'서울대 연구실'도?

지난달 말부터 서울 송파경찰서는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마스크를 구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IP주소 100여 개를 쿠팡에서 제공받아 수사 중입니다. 쿠팡이 상시 모니터링을 하던 중, 짧은 시간 안에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경우를 찾아 수사 의뢰를 했기 때문인데요. 경찰은 의심되는 IP주소를 찾아가, 실제 쿠팡에서 마스크를 구매했는지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만약 조사 도중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마스크를 산 사실이 확인되면, 경찰은 그 사람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본격 수사에 나서는데요. 실제로 지난달 29일 경기도 수원에 사는 20대 이 모 씨가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씨는 지난달 초부터, 지인의 쿠팡 아이디 8개를 빌려 자신의 컴퓨터 1대로 마스크 9천여 장을 사들인 뒤 2배 가격에 되판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쿠팡에선 컴퓨터 1대로 여러 아이디 접속이 불가능하고 아이디당 마스크 구매 수량도 제한돼 있었지만, 매크로 공격 앞에선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또, 경찰이 조사 중인 IP주소 가운데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연구실의 IP주소'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최근 서울 관악구와 경기도 수원에 나뉘어 있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가서 이미 조사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6일)로 우체국과 약국 등 판매처를 통해 공적 마스크가 풀린 지 8일째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마스크 구하는 건 여전히 어렵습니다.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매크로 '부당거래'에 대한 점검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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