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처음”…번호판 떼는 제주 렌터카

입력 2020.03.06 (17:29) 수정 2020.03.0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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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제주지역 관광업계가 불황을 맞고 있습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인데요. 급기야, 제주지역 렌터카 업체들이 영업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보험료라도 아끼려면 어쩔 수 없죠"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지역에 등록된 렌터카는 124개 업체의 2만 9,546대. 이 가운데 지난달부터 지난 5일까지 경영난을 이유로 운행 중단을 신청한 렌터카는 10개 업체, 777대입니다.

번호판을 뗀 렌터카들이 주차된 모습번호판을 뗀 렌터카들이 주차된 모습

제주의 한 렌터카 업체에서 일하는 변 모 씨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이 80~90% 줄었다고 보면 된다"며, "살다 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이기는 하지만, 렌터카 업체들이 번호판까지 떼고 영업까지 중단하는 이유는 뭘까요?

휴차 신청을 해서 한 대에 매달 10만 원씩 내는 보험료라도 면제받기 위해서입니다. 일종의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죠.

변 씨는 "휴차라도 하면 보험료를 아낄 수 있지 않냐"라며, "그래도 차 할부금과 인건비 문제가 남았다"고 긴 한숨을 쉬었습니다.

번호판이 떼어진 전세버스들번호판이 떼어진 전세버스들

"오늘도 버스 딱 한 대 나갔네요"

전세버스 사정은 더 열악합니다.

지난 5일 기준, 제주지역에서 589대의 전세버스가 번호판을 반납하고 운행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단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게 가장 큰 이유인데요. 제주지역의 거의 모든 행사가 축소 또는 취소되면서 전세버스 가동률이 뚝 떨어졌습니다.

이달 중순부터는 최대 성수기라 할 수 있는 수학여행 시즌이 시작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무더기로 예약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제주의 한 전세버스 업체 대표 조 모 씨는 "3월에 50개 학교가 수학여행을 올 예정이었는데 전부 취소됐다"며, "오늘도 전체 101대 중 딱 한 대만 운행을 나갔다"고 말했습니다.

조 씨는 "업체에 소속된 운행 승무원이 125명인데, 전부 다 실업자가 될 판"이라며, "사비를 털어서 월급을 줄 수도 없고 속상하다"고 안타까움을 전했습니다.

제주도에 반납된 전세버스 번호판들 [사진 출처 : 제주도]제주도에 반납된 전세버스 번호판들 [사진 출처 : 제주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번호판 더 떼야죠"

지금까지 제주도에 반납된 렌터카와 전세버스 번호판은 1천200여 개. 코로나19 여파로 날마다 늘어나 수북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관광진흥기금과 중소기업안정자금,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등 자구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예약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번호판을 떼는 차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지역 한 전세버스 업체 대표 조 씨는 "현재 25대 버스의 번호판을 제주도에 반납한 상태"라며,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추가로 25대 버스의 번호판을 더 떼 반납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주지역 한 렌터카 업체에서 일하는 변 씨 역시 "전체 292대 중 104대 휴차를 신청한 상태"라면서 "지금 상태로라면 휴차를 더 늘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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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다 살다 처음”…번호판 떼는 제주 렌터카
    • 입력 2020-03-06 17:29:39
    • 수정2020-03-06 18:41:31
    취재K
코로나19 여파로 제주지역 관광업계가 불황을 맞고 있습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인데요. 급기야, 제주지역 렌터카 업체들이 영업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보험료라도 아끼려면 어쩔 수 없죠"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지역에 등록된 렌터카는 124개 업체의 2만 9,546대. 이 가운데 지난달부터 지난 5일까지 경영난을 이유로 운행 중단을 신청한 렌터카는 10개 업체, 777대입니다.

번호판을 뗀 렌터카들이 주차된 모습
제주의 한 렌터카 업체에서 일하는 변 모 씨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이 80~90% 줄었다고 보면 된다"며, "살다 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이기는 하지만, 렌터카 업체들이 번호판까지 떼고 영업까지 중단하는 이유는 뭘까요?

휴차 신청을 해서 한 대에 매달 10만 원씩 내는 보험료라도 면제받기 위해서입니다. 일종의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죠.

변 씨는 "휴차라도 하면 보험료를 아낄 수 있지 않냐"라며, "그래도 차 할부금과 인건비 문제가 남았다"고 긴 한숨을 쉬었습니다.

번호판이 떼어진 전세버스들
"오늘도 버스 딱 한 대 나갔네요"

전세버스 사정은 더 열악합니다.

지난 5일 기준, 제주지역에서 589대의 전세버스가 번호판을 반납하고 운행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단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게 가장 큰 이유인데요. 제주지역의 거의 모든 행사가 축소 또는 취소되면서 전세버스 가동률이 뚝 떨어졌습니다.

이달 중순부터는 최대 성수기라 할 수 있는 수학여행 시즌이 시작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무더기로 예약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제주의 한 전세버스 업체 대표 조 모 씨는 "3월에 50개 학교가 수학여행을 올 예정이었는데 전부 취소됐다"며, "오늘도 전체 101대 중 딱 한 대만 운행을 나갔다"고 말했습니다.

조 씨는 "업체에 소속된 운행 승무원이 125명인데, 전부 다 실업자가 될 판"이라며, "사비를 털어서 월급을 줄 수도 없고 속상하다"고 안타까움을 전했습니다.

제주도에 반납된 전세버스 번호판들 [사진 출처 : 제주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번호판 더 떼야죠"

지금까지 제주도에 반납된 렌터카와 전세버스 번호판은 1천200여 개. 코로나19 여파로 날마다 늘어나 수북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관광진흥기금과 중소기업안정자금,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등 자구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예약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번호판을 떼는 차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지역 한 전세버스 업체 대표 조 씨는 "현재 25대 버스의 번호판을 제주도에 반납한 상태"라며,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추가로 25대 버스의 번호판을 더 떼 반납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주지역 한 렌터카 업체에서 일하는 변 씨 역시 "전체 292대 중 104대 휴차를 신청한 상태"라면서 "지금 상태로라면 휴차를 더 늘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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