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2개 마스크’ 직접 소분 판매?…“앞으론 2개씩 포장 제조”

입력 2020.03.07 (07:02) 수정 2020.03.0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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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마스크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처럼 느껴지는 분들 많을 겁니다. 정부는 어제(6일)부터 내일(8일)까지 약국에서 살 수 있는 마스크를 한 사람당 2개로 제한했습니다. 그런데 변경된 방침이 불편하다는 시민들과 약국이 많다고 합니다. 무슨 일일까요?

■ 약국 "안 그래도 일 많은데 일일이 소분 포장까지"

오늘(7일) 판매할 공적 마스크 물량을 어제 받아 본 서울 영등포구의 이기은 약사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물건을 받아 보니, 포장 봉투 하나에 마스크 1개가 아니라 3개 또는 5개가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중에 2개를 꺼내서 환자한테 줘야 하는 거예요. 약사회에 항의했더니 '위생 장갑을 끼고 소분해라(작게 나눠라)', '그게 힘들면 공적 마스크 판매를 거부해야 한다.'라고 하는데 제가 거부하면 이 지역 사람들은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이기은 약사가 공급받은 ‘공적 마스크’. 한 봉투에 3개와 5개씩(빨간 원안)들어있다. 출처 : 이기은 약사 이기은 약사가 공급받은 ‘공적 마스크’. 한 봉투에 3개와 5개씩(빨간 원안)들어있다. 출처 : 이기은 약사

이 약사는 평소에도 문의가 5분에 2~3차례 오는 등 쉴 새 없이 마스크 안내를 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위생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2개씩 나누어 포장한 뒤, 사러 오는 시민들의 정보도 확인하고 판매를 해야 하는 겁니다. 이 약사는 "지금까지는 개별 포장이 돼 있었고, 또 봉투에 5개씩 들어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1인 5개 구매하도록 했기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마스크 공급 방침이 바뀌면서 벌어진 겁니다.

각 지역 약사회를 통해 공지된 내용을 보면 '낱개 포장이 아닌 경우 위생장갑 등을 끼고 소분 판매하시면 된다.'라고 안내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지침 등은 약국에서 '알아서' 하고 있습니다.

부산 지역 약사회에서 회원들에게 보낸 공지 문자 중 일부. 출처 : 이동훈 약사부산 지역 약사회에서 회원들에게 보낸 공지 문자 중 일부. 출처 : 이동훈 약사

부산 동구의 약국에서 일하는 이정훈 약사도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이 약사는 "특정 약국에는 25개까지 덕용 포장(이른바 '벌크 포장') 마스크가 왔고 시민이 보건소에 민원도 넣었다더라"라며 "약국의 주 업무는 원래 마스크 보급보다는 약 조제나 복약 지도인데 모든 업무 대신 마스크 판매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약사는 현재 마스크 공급가가 100장에 13만 2천 원 정도, 이걸 판매하면 15만 원인데 모두 팔려도 이익이 만 8천 원 정도라며 "매출 규모가 큰 약국은 세금을 내고 나면 손해 보는 구조가 될 것 같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사는 시민들도 '찜찜'…식약처 "앞으로 1개·2개씩 포장 생산하도록 업체에 권고"

그렇다면 이 '소분 마스크'를 사는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대구 동구에 사는 박경숙 씨도 어제 약국에 마스크를 사러 갔다가 마스크를 2개씩 소분해 약국 봉투에 담아주는 모습을 보고 KBS에 제보했습니다. 박 씨는 "개인위생을 강조하는 지금 같은 때에 비닐 포장도 없는 마스크를 넣어서 팔더라"라며 "이런 걸 한 장에 1,500원 받고 판다는 게 믿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이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박경숙 씨가 약국에서 구매했다는 KF94 마스크 2장. 비닐 포장 없이 약국 봉투에 담겨 있다. 출처 : 박경숙 씨박경숙 씨가 약국에서 구매했다는 KF94 마스크 2장. 비닐 포장 없이 약국 봉투에 담겨 있다. 출처 : 박경숙 씨

박 씨뿐 아니라 온라인 게시판에도 "누가 손으로 만졌는지 찝찝하다", "이렇게 소분해서라도 사야 한다니 슬프다", "나는 안 사겠다"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약국 직원들이 불쌍하다"는 반응도 많았고요.

약국도 힘들고, 걱정하는 시민들도 많은데 식약처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식약처는 앞으로 마스크는 개별 포장하거나 정부의 새로운 공급 방침대로 2개씩 포장해 생산하도록 업체에 오늘부터 권고하고 있다고 합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전에 한 사람당 5개 구매 가능 방침이라, 3개 또는 5개씩 포장해 생산하는 업체가 많았는데 방침이 바뀌었다고 그 물량을 폐기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당시 생산된 물량이 지금 약국에 공급되면서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에게 위생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위생 장갑을 착용하고 위생 비닐봉지에 넣어 소분해달라고 약사회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1개나 2개씩 포장된 마스크가 생산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다 해도 당장 지금 마스크를 구매·판매해야 하는 시민들과 약국의 불편은 당분간, 어쩔 수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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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07 07:02:52
    • 수정2020-03-07 07:03:47
    취재K
여전히 마스크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처럼 느껴지는 분들 많을 겁니다. 정부는 어제(6일)부터 내일(8일)까지 약국에서 살 수 있는 마스크를 한 사람당 2개로 제한했습니다. 그런데 변경된 방침이 불편하다는 시민들과 약국이 많다고 합니다. 무슨 일일까요?

■ 약국 "안 그래도 일 많은데 일일이 소분 포장까지"

오늘(7일) 판매할 공적 마스크 물량을 어제 받아 본 서울 영등포구의 이기은 약사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물건을 받아 보니, 포장 봉투 하나에 마스크 1개가 아니라 3개 또는 5개가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중에 2개를 꺼내서 환자한테 줘야 하는 거예요. 약사회에 항의했더니 '위생 장갑을 끼고 소분해라(작게 나눠라)', '그게 힘들면 공적 마스크 판매를 거부해야 한다.'라고 하는데 제가 거부하면 이 지역 사람들은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이기은 약사가 공급받은 ‘공적 마스크’. 한 봉투에 3개와 5개씩(빨간 원안)들어있다. 출처 : 이기은 약사
이 약사는 평소에도 문의가 5분에 2~3차례 오는 등 쉴 새 없이 마스크 안내를 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위생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2개씩 나누어 포장한 뒤, 사러 오는 시민들의 정보도 확인하고 판매를 해야 하는 겁니다. 이 약사는 "지금까지는 개별 포장이 돼 있었고, 또 봉투에 5개씩 들어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1인 5개 구매하도록 했기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마스크 공급 방침이 바뀌면서 벌어진 겁니다.

각 지역 약사회를 통해 공지된 내용을 보면 '낱개 포장이 아닌 경우 위생장갑 등을 끼고 소분 판매하시면 된다.'라고 안내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지침 등은 약국에서 '알아서' 하고 있습니다.

부산 지역 약사회에서 회원들에게 보낸 공지 문자 중 일부. 출처 : 이동훈 약사
부산 동구의 약국에서 일하는 이정훈 약사도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이 약사는 "특정 약국에는 25개까지 덕용 포장(이른바 '벌크 포장') 마스크가 왔고 시민이 보건소에 민원도 넣었다더라"라며 "약국의 주 업무는 원래 마스크 보급보다는 약 조제나 복약 지도인데 모든 업무 대신 마스크 판매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약사는 현재 마스크 공급가가 100장에 13만 2천 원 정도, 이걸 판매하면 15만 원인데 모두 팔려도 이익이 만 8천 원 정도라며 "매출 규모가 큰 약국은 세금을 내고 나면 손해 보는 구조가 될 것 같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사는 시민들도 '찜찜'…식약처 "앞으로 1개·2개씩 포장 생산하도록 업체에 권고"

그렇다면 이 '소분 마스크'를 사는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대구 동구에 사는 박경숙 씨도 어제 약국에 마스크를 사러 갔다가 마스크를 2개씩 소분해 약국 봉투에 담아주는 모습을 보고 KBS에 제보했습니다. 박 씨는 "개인위생을 강조하는 지금 같은 때에 비닐 포장도 없는 마스크를 넣어서 팔더라"라며 "이런 걸 한 장에 1,500원 받고 판다는 게 믿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이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박경숙 씨가 약국에서 구매했다는 KF94 마스크 2장. 비닐 포장 없이 약국 봉투에 담겨 있다. 출처 : 박경숙 씨
박 씨뿐 아니라 온라인 게시판에도 "누가 손으로 만졌는지 찝찝하다", "이렇게 소분해서라도 사야 한다니 슬프다", "나는 안 사겠다"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약국 직원들이 불쌍하다"는 반응도 많았고요.

약국도 힘들고, 걱정하는 시민들도 많은데 식약처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식약처는 앞으로 마스크는 개별 포장하거나 정부의 새로운 공급 방침대로 2개씩 포장해 생산하도록 업체에 오늘부터 권고하고 있다고 합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전에 한 사람당 5개 구매 가능 방침이라, 3개 또는 5개씩 포장해 생산하는 업체가 많았는데 방침이 바뀌었다고 그 물량을 폐기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당시 생산된 물량이 지금 약국에 공급되면서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에게 위생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위생 장갑을 착용하고 위생 비닐봉지에 넣어 소분해달라고 약사회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1개나 2개씩 포장된 마스크가 생산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다 해도 당장 지금 마스크를 구매·판매해야 하는 시민들과 약국의 불편은 당분간, 어쩔 수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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