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현주소는?

입력 2020.03.07 (08:19) 수정 2020.03.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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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수가 어느덧 3만 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이분들, 지난해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하나재단 조사 결과 4명 중 3명이 남쪽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데요.

하지만 이들의 삶 녹록하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취업도 쉽지 않고, 버는 돈도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데요.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온 탈북민들,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말고도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요?

채유나 리포터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금천구의 작은 봉제 공장.

탈북민들이 재봉틀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오 잘한다. 오 잘한다. 이렇게 해라. (어른이 됐어, 이제는. 그래도 아직 안 돼요?) 돼요. 이거 됐어요."]

이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탈북민.

앞치마도 만들고 가방도 만듭니다.

양말로 만든 인형은 자랑거리입니다.

하지만 탈북민이다 보니 판로를 개척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강유진/탈북여성 자립지원회 대표 : "제품에서는 저희가 자신 있습니다. 그리고 다들 제품은 잘 한다고 해요. 그런데 저희가 만든 제품을 출시를 못 하는 거예요. 이게 안타깝습니다."]

이 공장에서는 탈북민에게 재봉 기술 교육 뿐 아니라 창업 상담도 해줍니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창업에 관심이 많은 탈북민이 많기 때문인데요.

[강유진/탈북여성 자립지원회 대표 : "여기는 경력자를 많이 보더라고요. 자격증도 필요하지만. 그런데 우린 북한에서 살다 왔으니까 경력이 없는 거예요."]

이곳의 도움으로 창업을 했다가도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등 아무래도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양수혜/탈북민 : "제가 여기서 사업 방법을 배워서 창업을 했어요. 세탁소. 세탁소 운영하다가 지금은 경기 안 좋은 때라 너무나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당분간 쉬고 있어요."]

이처럼 탈북민들이 안정된 직장을 구해 남쪽에 정착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탈북민의 실업률은 일반국민보다 2배 이상 높았는데요,

탈북민 가운데 취업자 비율과, 취업 의지가 있는 사람의 비율 모두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2009년 남측으로 내려온 최명순 씨.

5년 전 공장을 그만둔 뒤로 지금껏 직장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탈북민인데다 건강마저 좋지 않아 구직이 쉽지 않았습니다.

[최명순/탈북민 : "약은 병원을 정형외과도 다니고 안과도 가고 이비인후과도 가고 정신과도 가고 몇 군데를 다니면서 약을 먹고 있는데 어떨 땐 겁나요. 약을 많이 먹어서 괜찮을까."]

북쪽에 두고온 딸을 데리고 오기 위해서라도 최 씨에게는 취직이 꼭 필요합니다.

[최명순/탈북민 : "빨리 돈 벌어서 딸을 데려와야겠다, 내 옆에서 이때까지 내가 해주지 못한 거 그걸 다 해주고 싶고 여기 자식들 데리고 온 부모들 보면 정말 부럽거든요."]

사실 탈북민이 취직한다 하더라도 일반국민에 비해 대우는 좋은 편이 아닙니다.

최 씨가 공장에서 일했던 기간은 약 2년, 손에 쥐는 돈은 매달 120만원 남짓이었습니다.

하나재단 조사에서도 지난해 취업한 탈북민의 평균 근속 기간은 27개월, 일반 국민 71개월 보다 짧았습니다.

월평균 임금도 204만원에 그쳐, 일반국민 보다 60만원 가깝게 적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뿐이 아닙니다.

탈북민들은 가족과 떨어져 있는 슬픔에 더해 이런저런 차별이나 무시를 당하는경험을 겪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이런 좋지 않은 경험들은 줄어들고 있고, 이곳 생활에 만족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4년 전 아들과 언니를 남겨두고 남쪽을 택한 최정임 씨.

남쪽에서 길지 않은 시간을 보냈지만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억울한 일을 당한 경험은 적지 않습니다.

[최정임/탈북민 : "저는 그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고 일단 여기를 왔으니까 각오를 하고 온 길이니까 감수는 해야 되는데 너희들이 너무 하는구나 이런 생각은 들더라고요. 좀 너무하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한민족이니까 의사소통은 쉬울 거라 생각했던 것은 착각에 가까웠습니다.

쉽게 고치기 어려운 억양과 남측 사람들이 사용하는 외래어 탓에 거리감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최정임/탈북민 : "외래어가 너무 많아서 그런 게 있더라고요. 울면 같이 울어주고 이런 감정은 다 통하고 맞는데 그 외래어가 저한텐 너무나도 낯설어서 한동안 그것 때문에 많이. (초반에 정착하실 때?) 네. 초반에는 힘들었어요."]

지난해 1년 동안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차별이나 무시를 당했다는 탈북민은 5명 중 1명에 가까웠습니다.

문화적 소통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런 불편한 경험을 겪은 경우는 줄어들고 있고 반대로 탈북민의 남쪽 생활 만족도는 오르고 있습니다.

남쪽 생활에 만족하는 탈북민은 전년 보다 1.7%포인트 오른 74.2%.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고, 일한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게 주된 이유입니다.

최 씨도 북에 두고온 아들 생각에 대학에서 새로 시작한 청소년심리학 공부가 가장 즐겁다고 합니다.

[최정임/탈북민 : "무엇이나 그냥 내가 생각을 하면 나이가 있든 여자든 구애 되지 않고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다는 거 그게 아주 좋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좋았던 게 공부했던 거 같아요."]

우리 주변의 탈북민들은 남쪽에 온 뒤 아무리 많은 시간을 보냈다하더라도 계속 정착 중일지 모릅니다.

차별과 무시, 편견 대신 포용과 소통, 이해라는 단어로 서로 바라볼 수 있기를, 탈북민과 일반국민의 구분이 더 이상 필요 없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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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현주소는?
    • 입력 2020-03-07 08:29:14
    • 수정2020-03-10 16:01:06
    남북의 창
[앵커]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수가 어느덧 3만 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이분들, 지난해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하나재단 조사 결과 4명 중 3명이 남쪽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데요.

하지만 이들의 삶 녹록하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취업도 쉽지 않고, 버는 돈도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데요.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온 탈북민들,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말고도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요?

채유나 리포터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금천구의 작은 봉제 공장.

탈북민들이 재봉틀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오 잘한다. 오 잘한다. 이렇게 해라. (어른이 됐어, 이제는. 그래도 아직 안 돼요?) 돼요. 이거 됐어요."]

이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탈북민.

앞치마도 만들고 가방도 만듭니다.

양말로 만든 인형은 자랑거리입니다.

하지만 탈북민이다 보니 판로를 개척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강유진/탈북여성 자립지원회 대표 : "제품에서는 저희가 자신 있습니다. 그리고 다들 제품은 잘 한다고 해요. 그런데 저희가 만든 제품을 출시를 못 하는 거예요. 이게 안타깝습니다."]

이 공장에서는 탈북민에게 재봉 기술 교육 뿐 아니라 창업 상담도 해줍니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창업에 관심이 많은 탈북민이 많기 때문인데요.

[강유진/탈북여성 자립지원회 대표 : "여기는 경력자를 많이 보더라고요. 자격증도 필요하지만. 그런데 우린 북한에서 살다 왔으니까 경력이 없는 거예요."]

이곳의 도움으로 창업을 했다가도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등 아무래도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양수혜/탈북민 : "제가 여기서 사업 방법을 배워서 창업을 했어요. 세탁소. 세탁소 운영하다가 지금은 경기 안 좋은 때라 너무나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당분간 쉬고 있어요."]

이처럼 탈북민들이 안정된 직장을 구해 남쪽에 정착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탈북민의 실업률은 일반국민보다 2배 이상 높았는데요,

탈북민 가운데 취업자 비율과, 취업 의지가 있는 사람의 비율 모두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2009년 남측으로 내려온 최명순 씨.

5년 전 공장을 그만둔 뒤로 지금껏 직장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탈북민인데다 건강마저 좋지 않아 구직이 쉽지 않았습니다.

[최명순/탈북민 : "약은 병원을 정형외과도 다니고 안과도 가고 이비인후과도 가고 정신과도 가고 몇 군데를 다니면서 약을 먹고 있는데 어떨 땐 겁나요. 약을 많이 먹어서 괜찮을까."]

북쪽에 두고온 딸을 데리고 오기 위해서라도 최 씨에게는 취직이 꼭 필요합니다.

[최명순/탈북민 : "빨리 돈 벌어서 딸을 데려와야겠다, 내 옆에서 이때까지 내가 해주지 못한 거 그걸 다 해주고 싶고 여기 자식들 데리고 온 부모들 보면 정말 부럽거든요."]

사실 탈북민이 취직한다 하더라도 일반국민에 비해 대우는 좋은 편이 아닙니다.

최 씨가 공장에서 일했던 기간은 약 2년, 손에 쥐는 돈은 매달 120만원 남짓이었습니다.

하나재단 조사에서도 지난해 취업한 탈북민의 평균 근속 기간은 27개월, 일반 국민 71개월 보다 짧았습니다.

월평균 임금도 204만원에 그쳐, 일반국민 보다 60만원 가깝게 적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뿐이 아닙니다.

탈북민들은 가족과 떨어져 있는 슬픔에 더해 이런저런 차별이나 무시를 당하는경험을 겪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이런 좋지 않은 경험들은 줄어들고 있고, 이곳 생활에 만족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4년 전 아들과 언니를 남겨두고 남쪽을 택한 최정임 씨.

남쪽에서 길지 않은 시간을 보냈지만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억울한 일을 당한 경험은 적지 않습니다.

[최정임/탈북민 : "저는 그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고 일단 여기를 왔으니까 각오를 하고 온 길이니까 감수는 해야 되는데 너희들이 너무 하는구나 이런 생각은 들더라고요. 좀 너무하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한민족이니까 의사소통은 쉬울 거라 생각했던 것은 착각에 가까웠습니다.

쉽게 고치기 어려운 억양과 남측 사람들이 사용하는 외래어 탓에 거리감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최정임/탈북민 : "외래어가 너무 많아서 그런 게 있더라고요. 울면 같이 울어주고 이런 감정은 다 통하고 맞는데 그 외래어가 저한텐 너무나도 낯설어서 한동안 그것 때문에 많이. (초반에 정착하실 때?) 네. 초반에는 힘들었어요."]

지난해 1년 동안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차별이나 무시를 당했다는 탈북민은 5명 중 1명에 가까웠습니다.

문화적 소통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런 불편한 경험을 겪은 경우는 줄어들고 있고 반대로 탈북민의 남쪽 생활 만족도는 오르고 있습니다.

남쪽 생활에 만족하는 탈북민은 전년 보다 1.7%포인트 오른 74.2%.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고, 일한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게 주된 이유입니다.

최 씨도 북에 두고온 아들 생각에 대학에서 새로 시작한 청소년심리학 공부가 가장 즐겁다고 합니다.

[최정임/탈북민 : "무엇이나 그냥 내가 생각을 하면 나이가 있든 여자든 구애 되지 않고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다는 거 그게 아주 좋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좋았던 게 공부했던 거 같아요."]

우리 주변의 탈북민들은 남쪽에 온 뒤 아무리 많은 시간을 보냈다하더라도 계속 정착 중일지 모릅니다.

차별과 무시, 편견 대신 포용과 소통, 이해라는 단어로 서로 바라볼 수 있기를, 탈북민과 일반국민의 구분이 더 이상 필요 없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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