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두 달째…“마음 건강은 괜찮으세요?”

입력 2020.03.07 (21:26) 수정 2020.03.0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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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코로나19와 우울을 뜻하는 '블루'가 합쳐져,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그만큼 우울함과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데요.

또 허위 거짓 정보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실제 코로나와 관련해 국립 정신건강 센터에 들어온 상담 의뢰 건수도 한달 여 동안 2만 6천여 건에 달했습니다.

정부도 코로나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들에 대한 심리 지원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렇다면 코로나가 입힌 '마음의 상처', 얼마나 심각하고 또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문예슬 우한솔 두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금 오전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입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만큼 날씨가 추운데요,

제 뒤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간절한 이유, 누군가는 남에게 피해를 줄까봐서라 하고,

[이문희/경기도 화성시 : "나갈 수가 없으니까, 남들은 다 끼고 있으니까. 나만 안 쓰면 민폐 끼치는 것 같고 불안하고 그렇죠."]

또는 나와 가족을 지키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라고도 말합니다.

[김진숙/경기도 화성시 : "약간, 갑옷 같아요. 그냥 효과가 있든 없든 의식적으로 뭔가 나를 가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니까 그래서 더 집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도."]

불안함과 무기력함 속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립니다.

나에 관한 잘못된 정보가 누군가에게, 급속히 퍼지는 것도 상상하기 힘든 공포입니다.

아버지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한재옥 씨 가족들은 모두 '신천지 신도'라는 헛소문에 시달렸습니다.

[한재옥/울산 13번째 확진자 가족 : "악플은 뭐 기사마다 다 달려 있고, 신천지 사람들인데 왜 회사에 일을 나가게 하냐 다 죽어라 그런 말도 많았고."]

직원들에게 공유된 공지가 잘못됐기 때문인데, 바로잡으려 했을 땐 이미 수습하기 어려웠습니다.

[한재옥/울산 13번째 확진자 가족 : "이걸 어떻게 다시 돌릴 수 있을까 이 생각도 정말 많이 했는데… 일일이 다 찾아가서 방송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왜 밖을 돌아다니냐", "확진자 두 명은 불륜관계 아니냐" 확산 방지를 위해 확진자의 일부 개인 정보와 동선을 공개하다 보니, 인터넷 상에선 욕설과 억측이 가득합니다.

지난 한달여 동안 전국 정신건강 관련 기관에 '코로나19'로 상담을 받은 건수는 2만 6천 건이 넘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불안감’은 당연…이타적인 잠재력 발휘할 때”

전문가들은 불안함을 느끼는 건 당연한 심리라고 말합니다.

[심민영/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 : "감염병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형상이기 때문에 굉장히 사실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무력하게 만드는 거죠."]

이런 불안심리는 나와 상대방을 가르는 배타적 사고와 분노, 그리고 혐오의 감정으로 이어집니다.

[구정우/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혐오가 문제가 됐었고 최근에는 확진자들, 그 가족들 이 사람들이 다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 경계를 하고 또 거리를 두고..."]

결국 감염병이란 피해를 입었는데도 자꾸 숨게 됩니다.

[심민영/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 : "(확진자 심리 지원해보면) 전염에 대한 불안과 부담 이런 것도 굉장히 크시고 나나 우리 가족한테 생겼을 때 사람들한테 받는 이 비난과 이 혐오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확진자들은 '피해자'라는,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중요합니다.

[구정우/성대 사회학과 교수 : "선량한 시민들이 어떻게 하다보니까 우연히 이런 감염병에 걸린 겁니다. 역지사지해보면 나도 걸릴 수 있는 것이고."]

[심민영/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 :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개별적으로도 그렇고 굉장히 공감의 태도로 접근해야 하는거고. 누구나 우리가 똑같은 처지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공감을 하기는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시민들 스스로도 잘못된 정보에 대한 노출을 줄여야 합니다.

여기에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심민영/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 : "결국 끝은 날 거거든요. 모든 감염병이 그래왔듯이 더 힘들어하는 어떤 집단이 있다면 우리가 비난할 게 아니라 오히려 돕자는, 이타적인 우리 안에 있는 잠재력을 좀 발휘할 때가 아닌가..."]

불안 심리가 지속되는 등 감염병 스트레스 증상을 보인다면 국가트라우마센터, 또는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우한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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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두 달째…“마음 건강은 괜찮으세요?”
    • 입력 2020-03-07 21:32:16
    • 수정2020-03-07 23: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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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코로나19와 우울을 뜻하는 '블루'가 합쳐져,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그만큼 우울함과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데요.

또 허위 거짓 정보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실제 코로나와 관련해 국립 정신건강 센터에 들어온 상담 의뢰 건수도 한달 여 동안 2만 6천여 건에 달했습니다.

정부도 코로나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들에 대한 심리 지원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렇다면 코로나가 입힌 '마음의 상처', 얼마나 심각하고 또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문예슬 우한솔 두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금 오전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입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만큼 날씨가 추운데요,

제 뒤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간절한 이유, 누군가는 남에게 피해를 줄까봐서라 하고,

[이문희/경기도 화성시 : "나갈 수가 없으니까, 남들은 다 끼고 있으니까. 나만 안 쓰면 민폐 끼치는 것 같고 불안하고 그렇죠."]

또는 나와 가족을 지키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라고도 말합니다.

[김진숙/경기도 화성시 : "약간, 갑옷 같아요. 그냥 효과가 있든 없든 의식적으로 뭔가 나를 가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니까 그래서 더 집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도."]

불안함과 무기력함 속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립니다.

나에 관한 잘못된 정보가 누군가에게, 급속히 퍼지는 것도 상상하기 힘든 공포입니다.

아버지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한재옥 씨 가족들은 모두 '신천지 신도'라는 헛소문에 시달렸습니다.

[한재옥/울산 13번째 확진자 가족 : "악플은 뭐 기사마다 다 달려 있고, 신천지 사람들인데 왜 회사에 일을 나가게 하냐 다 죽어라 그런 말도 많았고."]

직원들에게 공유된 공지가 잘못됐기 때문인데, 바로잡으려 했을 땐 이미 수습하기 어려웠습니다.

[한재옥/울산 13번째 확진자 가족 : "이걸 어떻게 다시 돌릴 수 있을까 이 생각도 정말 많이 했는데… 일일이 다 찾아가서 방송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왜 밖을 돌아다니냐", "확진자 두 명은 불륜관계 아니냐" 확산 방지를 위해 확진자의 일부 개인 정보와 동선을 공개하다 보니, 인터넷 상에선 욕설과 억측이 가득합니다.

지난 한달여 동안 전국 정신건강 관련 기관에 '코로나19'로 상담을 받은 건수는 2만 6천 건이 넘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불안감’은 당연…이타적인 잠재력 발휘할 때”

전문가들은 불안함을 느끼는 건 당연한 심리라고 말합니다.

[심민영/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 : "감염병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형상이기 때문에 굉장히 사실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무력하게 만드는 거죠."]

이런 불안심리는 나와 상대방을 가르는 배타적 사고와 분노, 그리고 혐오의 감정으로 이어집니다.

[구정우/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혐오가 문제가 됐었고 최근에는 확진자들, 그 가족들 이 사람들이 다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 경계를 하고 또 거리를 두고..."]

결국 감염병이란 피해를 입었는데도 자꾸 숨게 됩니다.

[심민영/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 : "(확진자 심리 지원해보면) 전염에 대한 불안과 부담 이런 것도 굉장히 크시고 나나 우리 가족한테 생겼을 때 사람들한테 받는 이 비난과 이 혐오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확진자들은 '피해자'라는,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중요합니다.

[구정우/성대 사회학과 교수 : "선량한 시민들이 어떻게 하다보니까 우연히 이런 감염병에 걸린 겁니다. 역지사지해보면 나도 걸릴 수 있는 것이고."]

[심민영/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 :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개별적으로도 그렇고 굉장히 공감의 태도로 접근해야 하는거고. 누구나 우리가 똑같은 처지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공감을 하기는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시민들 스스로도 잘못된 정보에 대한 노출을 줄여야 합니다.

여기에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심민영/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 : "결국 끝은 날 거거든요. 모든 감염병이 그래왔듯이 더 힘들어하는 어떤 집단이 있다면 우리가 비난할 게 아니라 오히려 돕자는, 이타적인 우리 안에 있는 잠재력을 좀 발휘할 때가 아닌가..."]

불안 심리가 지속되는 등 감염병 스트레스 증상을 보인다면 국가트라우마센터, 또는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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