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키운 정부? 文대통령 마스크 변천사를 보니…

입력 2020.03.09 (17:43) 수정 2020.03.0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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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 사라진 靑 회의.."식약처 권고 따라 변경"

청와대 회의에서 마스크가 사라졌습니다. 오늘(9일)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물론 참모들 그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청와대는 식약처 권고사항에 따라 청와대 행동요령이 변경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청와대 경내를 이동하거나 근무 중일 땐 마스크를 쓰지 않고, 회의에서 주로 발언하는 사람 등만 마스크를 쓰는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면 마스크를 쓰겠다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도 수보회의에서 "마스크 공급량을 늘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특히 청와대를 비롯한 공직사회부터 보건용 마스크가 권장되는 경우 외에는 면마스크를 사용하는 등 솔선수범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일주일 전엔 모두 마스크 착용하고 회의

그러나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습니다. 3월 3일 문 대통령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사진입니다.

3월 3일 국무회의(정부서울청사)3월 3일 국무회의(정부서울청사)

문 대통령은 마스크를 쓴 채 국민의례를 했고, 국무위원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할 때도 마스크를 귀에 건 상태에서 잠시 내리고 발언을 했죠.

최근 한 달 동안 문 대통령은 각종 회의와 간담회를 주재하고 현장 방문 일정 등을 소화했는데, 마스크 착용 여부는 그때그때 달랐지만, 면 마스크를 쓴 적은 없었습니다.


文 "마스크 꼭 써야" --->"마스크 불편 송구"

문 대통령 메시지도 초기엔 '마스크를 써야 감염 피할 수 있다. 마스크 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 여기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2/9 아산 임시생활시설 방문
"각 개개인들이 손 씻기라든지, 그 다음에 또 마스크 쓰기라든지 이러한 행동의 안전수칙들을 제대로 지켜내면 감염을 거의 피할 수가 있고"

2/10 수보회의
"국민들께서 자신의 보호는 물론 상대의 안전도 지킨다는 자세로 마스크 착용 등 위생관리에 솔선수범하고 있습니다."

2/19 시도교육감 초청 간담회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위생교육이 철저히 시행될 수 있도록 학교와 긴밀히 소통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2/26 경제부총리 정례보고
"마스크 수출 제한 조치로 공급 물량은 충분히 확보돼 있다. 그러나 마스크가 국민 개개인 손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2/28 여야 대표 회동
"(마스크 관련해) 송구하다. 여러 대책 내놓았으니 오늘부터 내일모레까지는 효과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를 믿어달라"

그러나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국민들은 '도대체 어딜 가야 마스크를 구할 수 있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고, 문 대통령은 결국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했습니다.

"마스크를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을 끼치고 있는 점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 3.3 국무회의)


■ '보건용 마스크' 써야 안전하다더니...

당초 국민들에게 보건용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한 건 정부였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4일에도 "천이나 면으로 된 마스크는 젖을 수 있어 제약이 있기에 수술·보건용이 안전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마스크 수요가 공급을 따르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이번엔 "면 마스크도 괜찮다"고 말을 바꿨고, 문 대통령도 "방역 당국이 권장하는 마스크 사용 지침을 많이 참고하시고 따라 달라. 공직 사회는 면마스크를 사용하는 등 솔선수범해 달라"고 요청하게 된 겁니다.

※ 식약처 권고사항 : 감염의심자와 접촉 등 감염 위험성이 있는 경우,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에는 보건용 마스크 사용 권고. 다만, 감염 우려가 높지 않거나, 보건용 마스크가 없는 상황에서는 면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 혼잡하지 않은 야외, 가정 내, 개별 공간은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 않음

■ 野 "마스크 대란, 오락가락 정책 탓"

야당은 '마스크 대란'에 대해 정부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마스크 대란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과 준비 없는 무능에 기인한다.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짜파구리 파티를 했고, 마스크 생산에 충분한 능력이 있다며 자화자찬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스크 재사용에 대해 말을 바꿨다" (9일/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정부와 청와대는 이런 비판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고, 혹은 '야박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례 없는 감염병 사태에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는데, 언론에선 잘한 점보다 잘 못 한 점만 부각시킨다는 불만도 일부 내비치고 있고요.

하지만 시시각각 바뀌는 '마스크 정책'에 혼란스러운 건 바로 국민들입니다. 지금은 이런 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 정신을 바짝 차릴 때입니다. "정부 대응 잘했다"는 건 정부 말대로 "코로나 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에 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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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란 키운 정부? 文대통령 마스크 변천사를 보니…
    • 입력 2020-03-09 17:43:00
    • 수정2020-03-09 17:47:27
    취재K
■ 마스크 사라진 靑 회의.."식약처 권고 따라 변경"

청와대 회의에서 마스크가 사라졌습니다. 오늘(9일)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물론 참모들 그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청와대는 식약처 권고사항에 따라 청와대 행동요령이 변경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청와대 경내를 이동하거나 근무 중일 땐 마스크를 쓰지 않고, 회의에서 주로 발언하는 사람 등만 마스크를 쓰는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면 마스크를 쓰겠다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도 수보회의에서 "마스크 공급량을 늘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특히 청와대를 비롯한 공직사회부터 보건용 마스크가 권장되는 경우 외에는 면마스크를 사용하는 등 솔선수범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일주일 전엔 모두 마스크 착용하고 회의

그러나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습니다. 3월 3일 문 대통령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사진입니다.

3월 3일 국무회의(정부서울청사)
문 대통령은 마스크를 쓴 채 국민의례를 했고, 국무위원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할 때도 마스크를 귀에 건 상태에서 잠시 내리고 발언을 했죠.

최근 한 달 동안 문 대통령은 각종 회의와 간담회를 주재하고 현장 방문 일정 등을 소화했는데, 마스크 착용 여부는 그때그때 달랐지만, 면 마스크를 쓴 적은 없었습니다.


文 "마스크 꼭 써야" --->"마스크 불편 송구"

문 대통령 메시지도 초기엔 '마스크를 써야 감염 피할 수 있다. 마스크 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 여기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2/9 아산 임시생활시설 방문
"각 개개인들이 손 씻기라든지, 그 다음에 또 마스크 쓰기라든지 이러한 행동의 안전수칙들을 제대로 지켜내면 감염을 거의 피할 수가 있고"

2/10 수보회의
"국민들께서 자신의 보호는 물론 상대의 안전도 지킨다는 자세로 마스크 착용 등 위생관리에 솔선수범하고 있습니다."

2/19 시도교육감 초청 간담회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위생교육이 철저히 시행될 수 있도록 학교와 긴밀히 소통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2/26 경제부총리 정례보고
"마스크 수출 제한 조치로 공급 물량은 충분히 확보돼 있다. 그러나 마스크가 국민 개개인 손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2/28 여야 대표 회동
"(마스크 관련해) 송구하다. 여러 대책 내놓았으니 오늘부터 내일모레까지는 효과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를 믿어달라"

그러나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국민들은 '도대체 어딜 가야 마스크를 구할 수 있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고, 문 대통령은 결국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했습니다.

"마스크를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을 끼치고 있는 점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 3.3 국무회의)


■ '보건용 마스크' 써야 안전하다더니...

당초 국민들에게 보건용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한 건 정부였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4일에도 "천이나 면으로 된 마스크는 젖을 수 있어 제약이 있기에 수술·보건용이 안전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마스크 수요가 공급을 따르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이번엔 "면 마스크도 괜찮다"고 말을 바꿨고, 문 대통령도 "방역 당국이 권장하는 마스크 사용 지침을 많이 참고하시고 따라 달라. 공직 사회는 면마스크를 사용하는 등 솔선수범해 달라"고 요청하게 된 겁니다.

※ 식약처 권고사항 : 감염의심자와 접촉 등 감염 위험성이 있는 경우,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에는 보건용 마스크 사용 권고. 다만, 감염 우려가 높지 않거나, 보건용 마스크가 없는 상황에서는 면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 혼잡하지 않은 야외, 가정 내, 개별 공간은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 않음

■ 野 "마스크 대란, 오락가락 정책 탓"

야당은 '마스크 대란'에 대해 정부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마스크 대란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과 준비 없는 무능에 기인한다.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짜파구리 파티를 했고, 마스크 생산에 충분한 능력이 있다며 자화자찬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스크 재사용에 대해 말을 바꿨다" (9일/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정부와 청와대는 이런 비판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고, 혹은 '야박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례 없는 감염병 사태에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는데, 언론에선 잘한 점보다 잘 못 한 점만 부각시킨다는 불만도 일부 내비치고 있고요.

하지만 시시각각 바뀌는 '마스크 정책'에 혼란스러운 건 바로 국민들입니다. 지금은 이런 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 정신을 바짝 차릴 때입니다. "정부 대응 잘했다"는 건 정부 말대로 "코로나 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에 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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