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새벽에 얼차려 지시·제세동기 있으니 쓰러져도 괜찮다는 대대장님

입력 2020.03.1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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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대대장이 3백 명의 부대원을 연병장으로 집합시킵니다. 그러더니, '해이해진 군 기강을 바로잡겠다'며 3백 명 전원에게 얼차려를 줍니다. 전날 병사 11명이 휴대전화 사용 수칙을 위반했다는 게 얼차려 이유였습니다. 한 병사에게는 100m 전력 달리기를 30여 차례나 시키면서 "심장 제세동기를 가져왔으니 쓰려져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이런 지휘관, 어떻게 보시나요?

이런 제보를 접수한 군인권센터가 육군 당국에 대대장의 보직 해임을 요구하고, 고발을 예고했습니다.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자정에 시작된 '얼차려'

오늘(10일) 군인권센터가 낸 보도자료를 보면, 지난 6일 오전 육군 3사단 포병연대 71포병 대대에서 병사 11명의 휴대전화 사용 수칙 위반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적발된 11명의 병사는 규정에 따라 징계위원회에 넘겨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인 7일 자정, 대대장 서 모 중령이 11명의 병사뿐 아니라 300명의 대대원 전체를 연병장으로 집합시켰다고 합니다. 대대원들이 모두 모이자 대대장은 전날 있었던 휴대전화 사용 수칙 위반을 언급하며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라며 화를 냈고, 대대원들에게 얼차려를 시켰다는 겁니다.

앉았다 일어났다 수십 회와 선착순 달리기 등 얼차려를 새벽 1시까지 받아야 했고, 얼차려를 끝낸 뒤 대대장은 분대장들을 남겨 '분대장들이 병력 관리를 잘못해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쓰게 하고, 분대장들도 징계위원회에 넘길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군인권센터는 전했습니다.

■"제세동기 있으니 쓰러져도 괜찮다"…100m 전력 질주 30회

대대장이 "이발 상태가 좋지 않다."라며 휴대전화 사용 수칙을 위반한 인원 가운데 한 명을 지목했다는 내용도 제보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대대장은 이 병사에게 100m 전력 질주 달리기를 30여 차례 시켰습니다. 새벽 얼차려에 이어, 오후 1시에도 다시 한 번 병사 97명을 집합시켜 앉았다 일어났다 등의 얼차려를 시키던 중의 일입니다.

반복된 달리기로 병사가 힘들어하자, 대대장은 의무병에게 심장제세동기(자동심장충격기)를 가지고 오라고 한 뒤, 대대장은 "제세동기가 있으니 (뛰다가) 쓰러져도 괜찮다."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연좌제 적용 얼차려는 인권침해…"군형법 제62조 가혹 행위 위반 혐의로 고발 예정"

육군 규정 제120호 '병영생활규정'에서는 "얼차려는 교정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으로, 잘못을 하지 아니한 이에게 임의로 부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연좌제를 적용해 잘못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얼차려를 시킬 수 없습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도 연좌제를 적용한 얼차려는 인권침해라고 권고했습니다.

또 규정상 새벽에 얼차려를 부과하거나, 30차례 전력 질주 달리기를 시키는 것 역시 해서는 안 됩니다. 규정에는 일과시간과 자유시간, 그러니까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사이에만 얼차려를 부과할 수 있다고 돼 있고, 전력 질주로 반복해서 달리기를 시키는 것은 규정된 얼차려 항목에도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군인권센터는 "군이 얼차려 규정을 세세하게 명문화해둔 것은 지휘관의 임의에 따라 얼차려가 교육이 아닌 가혹 행위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규정 외의 얼차려는 가혹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국방부가 간부들에게 출타와 음주, 회식 등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야외훈련도 취소하는 상황에서 대대장이 회식을 하며 술을 마시다 새벽부터 병사 수백 명을 불러내 얼차려를 준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육군에 대대장 서 중령을 보직 해임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군인권센터는 '군형법' 제62조 가혹 행위 위반 혐의로 서 중령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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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0 15:38:42
    취재K
한밤중 대대장이 3백 명의 부대원을 연병장으로 집합시킵니다. 그러더니, '해이해진 군 기강을 바로잡겠다'며 3백 명 전원에게 얼차려를 줍니다. 전날 병사 11명이 휴대전화 사용 수칙을 위반했다는 게 얼차려 이유였습니다. 한 병사에게는 100m 전력 달리기를 30여 차례나 시키면서 "심장 제세동기를 가져왔으니 쓰려져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이런 지휘관, 어떻게 보시나요?

이런 제보를 접수한 군인권센터가 육군 당국에 대대장의 보직 해임을 요구하고, 고발을 예고했습니다.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자정에 시작된 '얼차려'

오늘(10일) 군인권센터가 낸 보도자료를 보면, 지난 6일 오전 육군 3사단 포병연대 71포병 대대에서 병사 11명의 휴대전화 사용 수칙 위반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적발된 11명의 병사는 규정에 따라 징계위원회에 넘겨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인 7일 자정, 대대장 서 모 중령이 11명의 병사뿐 아니라 300명의 대대원 전체를 연병장으로 집합시켰다고 합니다. 대대원들이 모두 모이자 대대장은 전날 있었던 휴대전화 사용 수칙 위반을 언급하며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라며 화를 냈고, 대대원들에게 얼차려를 시켰다는 겁니다.

앉았다 일어났다 수십 회와 선착순 달리기 등 얼차려를 새벽 1시까지 받아야 했고, 얼차려를 끝낸 뒤 대대장은 분대장들을 남겨 '분대장들이 병력 관리를 잘못해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쓰게 하고, 분대장들도 징계위원회에 넘길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군인권센터는 전했습니다.

■"제세동기 있으니 쓰러져도 괜찮다"…100m 전력 질주 30회

대대장이 "이발 상태가 좋지 않다."라며 휴대전화 사용 수칙을 위반한 인원 가운데 한 명을 지목했다는 내용도 제보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대대장은 이 병사에게 100m 전력 질주 달리기를 30여 차례 시켰습니다. 새벽 얼차려에 이어, 오후 1시에도 다시 한 번 병사 97명을 집합시켜 앉았다 일어났다 등의 얼차려를 시키던 중의 일입니다.

반복된 달리기로 병사가 힘들어하자, 대대장은 의무병에게 심장제세동기(자동심장충격기)를 가지고 오라고 한 뒤, 대대장은 "제세동기가 있으니 (뛰다가) 쓰러져도 괜찮다."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연좌제 적용 얼차려는 인권침해…"군형법 제62조 가혹 행위 위반 혐의로 고발 예정"

육군 규정 제120호 '병영생활규정'에서는 "얼차려는 교정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으로, 잘못을 하지 아니한 이에게 임의로 부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연좌제를 적용해 잘못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얼차려를 시킬 수 없습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도 연좌제를 적용한 얼차려는 인권침해라고 권고했습니다.

또 규정상 새벽에 얼차려를 부과하거나, 30차례 전력 질주 달리기를 시키는 것 역시 해서는 안 됩니다. 규정에는 일과시간과 자유시간, 그러니까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사이에만 얼차려를 부과할 수 있다고 돼 있고, 전력 질주로 반복해서 달리기를 시키는 것은 규정된 얼차려 항목에도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군인권센터는 "군이 얼차려 규정을 세세하게 명문화해둔 것은 지휘관의 임의에 따라 얼차려가 교육이 아닌 가혹 행위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규정 외의 얼차려는 가혹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국방부가 간부들에게 출타와 음주, 회식 등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야외훈련도 취소하는 상황에서 대대장이 회식을 하며 술을 마시다 새벽부터 병사 수백 명을 불러내 얼차려를 준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육군에 대대장 서 중령을 보직 해임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군인권센터는 '군형법' 제62조 가혹 행위 위반 혐의로 서 중령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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