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이탈리아 방역 이래서 놓쳤다…아쉬운 세 장면

입력 2020.03.10 (16:54) 수정 2020.03.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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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전국 이동제한령'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습니다.

코로나19가 누적 확진자가 거의 1만 명까지 늘었기 때문입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Io resto a casa - 나는 집에 있습니다."라는 한마디로 이번 조처는 요약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동하지 말고 집에 머물러 달라는 당부입니다.

어쩌다가 이탈리아가 유럽의 '슈퍼 전파국'이 됐을까요?

일부에선 이탈리아의 65세 고령 인구 비중이 23%로 일본(28.4%)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통계를 봐도 노인은 치명률이 가장 높지만, 감염자 수 자체는 활동성이 많은 20대(29.5%)가 가장 많고, 80세 이상은 3%에 불과합니다. 60세 이상을 다 합해도 21% 수준입니다.


■ 1. 초기 방역 중국인에만 초점…그러나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는 1월 30일 두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었습니다.

지역 감염의 첫 사례는 2월 28일 롬바르디아의 코도뇨에서 중국에서 돌아온 친구를 만난 남성이었습니다.

이후 검역 당국은 이 '친구'를 포함해 코도뇨에 사는 중국인 주민 전체를 검사했지만 모두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비슷한 시기 베네토 주의 경우도 우한에서 귀국한 중국인 주민을 모두 격리하고 코로나19 검사를 했지만 역시 음성이었습니다.

중국발 이탈리아행 직항을 모두 차단하는 강수를 두면서 '중국'에만 초점을 맞춰 방역에 집중하는 사이, 지역 사회 감염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탈리아 전역으로 감염자는 퍼져 갔습니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안타까운 결과입니다.


■ 2. 꼼꼼하지 못했던 정부…봉쇄 정책 사전 유출

당황한 이탈리아 정부는 우한을 포함해 중국 정부가 했던 것처럼 지역 봉쇄 정책을 시작합니다.

지난달 22일 롬바르디아, 베네토 지역 11개를 시작으로 지난 8일에는 2차로 4개 주 14개 지역을 '레드존'으로 지정합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9일, 3차 이동제한 명령은 전국으로 확대됩니다.

문제는 2차 '레드존' 확대 방침이 공식 발표 몇 시간 전 현지 일부 지역 언론에 새나갔다는 점입니다.

해당 지역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수천 명이 '엑소더스' 즉 일시에 남쪽으로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이탈리아 남부 살레르노역에서 검역관이 통제 지역에서 오는 승객을 점검하고 있다(사진 출처 : theGuardian.com)이탈리아 남부 살레르노역에서 검역관이 통제 지역에서 오는 승객을 점검하고 있다(사진 출처 : theGuardian.com)

영국 가디언의 보도를 보면, 남부 캄파니아주의 살레르노 기차역에서는 간밤에 북부 롬바르디아 등에서 기차를 타고 온 사람들을 색출하기 위해 수십 명의 경찰과 보건 당국 관계자가 대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잠재적인 코로나19 전파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베르토 부리오니 비타 살루테 산 라파엘레 (Vita-Salute San Raffaele) 대학교 바이러스학 교수는 "뉴스가 새 나가고 사람들이 탈출하면서, 이 행정 조치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됐다"며 "불행하게도 탈출자 가운데 감염자가 있을 수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습니다.


■ 3. 시민들 '공황'에서 '무관심'까지

현지 언론인 CORRIERE DELLA SERA가 현지시각 8일 보도한 영상을 캡처한 사진입니다. 밀라노의 한 슈퍼마켓 앞에서 긴 카트 줄이 생겼습니다. 카트 간격도 1미터 이상입니다.

감염을 막기 위해 1미터 이상의 간격을 유지하도록 했고, 출입자도 적정한 수준으로 통제하면 질서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전국 전역으로 이동제한령이 발표된 9일 저녁 이후 달라졌습니다.

사진 출처 : repubblica.it사진 출처 : repubblica.it

이동 제한은 업무, 건강, 또는 필수 사유가 있으면 허용됐고, 특히 생필품을 살 때 역시 이동이 허용됐음에도, 사람들은 마음이 급해진 듯, 밤늦게까지 마트로 몰려들었습니다.

'방역'을 위한 1미터 간격은 이미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교도소에서는 면회가 제한되면서 폭동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북부 모데나, 파도바, 중부 프로시노네, 남부 나폴리 교도소에 동시 다발적으로 말입니다.


현지시각 일요일이었던 지난 8일, 이탈리아의 한 공원에는 사람들이 넘쳐났습니다. 현지 언론은 위급 상황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나친 공포, 공황 상태도 문제지만, 또 아무 상관 없다는 '무관심'도 역시 또 다른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3일까지 6천만 명의 이탈리아 국민의 이동이 제한됩니다.

"지금이 이탈리아의 가장 어두운 시기"라고 콘테 총리는 말했습니다.

아쉬운 장면들을 뒤로하고, 외신들이 평가하는 '가혹한' 조치로 유럽의 슈퍼 전파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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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0 16:54:02
    • 수정2020-03-10 16: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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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전국 이동제한령'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습니다.

코로나19가 누적 확진자가 거의 1만 명까지 늘었기 때문입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Io resto a casa - 나는 집에 있습니다."라는 한마디로 이번 조처는 요약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동하지 말고 집에 머물러 달라는 당부입니다.

어쩌다가 이탈리아가 유럽의 '슈퍼 전파국'이 됐을까요?

일부에선 이탈리아의 65세 고령 인구 비중이 23%로 일본(28.4%)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통계를 봐도 노인은 치명률이 가장 높지만, 감염자 수 자체는 활동성이 많은 20대(29.5%)가 가장 많고, 80세 이상은 3%에 불과합니다. 60세 이상을 다 합해도 21% 수준입니다.


■ 1. 초기 방역 중국인에만 초점…그러나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는 1월 30일 두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었습니다.

지역 감염의 첫 사례는 2월 28일 롬바르디아의 코도뇨에서 중국에서 돌아온 친구를 만난 남성이었습니다.

이후 검역 당국은 이 '친구'를 포함해 코도뇨에 사는 중국인 주민 전체를 검사했지만 모두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비슷한 시기 베네토 주의 경우도 우한에서 귀국한 중국인 주민을 모두 격리하고 코로나19 검사를 했지만 역시 음성이었습니다.

중국발 이탈리아행 직항을 모두 차단하는 강수를 두면서 '중국'에만 초점을 맞춰 방역에 집중하는 사이, 지역 사회 감염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탈리아 전역으로 감염자는 퍼져 갔습니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안타까운 결과입니다.


■ 2. 꼼꼼하지 못했던 정부…봉쇄 정책 사전 유출

당황한 이탈리아 정부는 우한을 포함해 중국 정부가 했던 것처럼 지역 봉쇄 정책을 시작합니다.

지난달 22일 롬바르디아, 베네토 지역 11개를 시작으로 지난 8일에는 2차로 4개 주 14개 지역을 '레드존'으로 지정합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9일, 3차 이동제한 명령은 전국으로 확대됩니다.

문제는 2차 '레드존' 확대 방침이 공식 발표 몇 시간 전 현지 일부 지역 언론에 새나갔다는 점입니다.

해당 지역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수천 명이 '엑소더스' 즉 일시에 남쪽으로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이탈리아 남부 살레르노역에서 검역관이 통제 지역에서 오는 승객을 점검하고 있다(사진 출처 : theGuardian.com)
영국 가디언의 보도를 보면, 남부 캄파니아주의 살레르노 기차역에서는 간밤에 북부 롬바르디아 등에서 기차를 타고 온 사람들을 색출하기 위해 수십 명의 경찰과 보건 당국 관계자가 대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잠재적인 코로나19 전파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베르토 부리오니 비타 살루테 산 라파엘레 (Vita-Salute San Raffaele) 대학교 바이러스학 교수는 "뉴스가 새 나가고 사람들이 탈출하면서, 이 행정 조치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됐다"며 "불행하게도 탈출자 가운데 감염자가 있을 수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습니다.


■ 3. 시민들 '공황'에서 '무관심'까지

현지 언론인 CORRIERE DELLA SERA가 현지시각 8일 보도한 영상을 캡처한 사진입니다. 밀라노의 한 슈퍼마켓 앞에서 긴 카트 줄이 생겼습니다. 카트 간격도 1미터 이상입니다.

감염을 막기 위해 1미터 이상의 간격을 유지하도록 했고, 출입자도 적정한 수준으로 통제하면 질서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전국 전역으로 이동제한령이 발표된 9일 저녁 이후 달라졌습니다.

사진 출처 : repubblica.it
이동 제한은 업무, 건강, 또는 필수 사유가 있으면 허용됐고, 특히 생필품을 살 때 역시 이동이 허용됐음에도, 사람들은 마음이 급해진 듯, 밤늦게까지 마트로 몰려들었습니다.

'방역'을 위한 1미터 간격은 이미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교도소에서는 면회가 제한되면서 폭동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북부 모데나, 파도바, 중부 프로시노네, 남부 나폴리 교도소에 동시 다발적으로 말입니다.


현지시각 일요일이었던 지난 8일, 이탈리아의 한 공원에는 사람들이 넘쳐났습니다. 현지 언론은 위급 상황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나친 공포, 공황 상태도 문제지만, 또 아무 상관 없다는 '무관심'도 역시 또 다른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3일까지 6천만 명의 이탈리아 국민의 이동이 제한됩니다.

"지금이 이탈리아의 가장 어두운 시기"라고 콘테 총리는 말했습니다.

아쉬운 장면들을 뒤로하고, 외신들이 평가하는 '가혹한' 조치로 유럽의 슈퍼 전파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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