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시진핑 주석은 격리 14일을 지킬까?

입력 2020.03.10 (17:20) 수정 2020.03.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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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석 달 만에 '우한' 방문한 시진핑 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전격적으로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했다. 오전 항공편으로 우한에 도착한 시 주석은 일선에서 분투하는 의료진과 군인,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환자와 의료진에겐 확고한 신념으로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자고 강조했다.

중국식 봉쇄 정책이 먹혀들면서 중국에선 10일 신규환자가 19명에 그쳤다. 외국 역유입 환자 2명을 빼면 모두 우한에서 나온 환자들이다. 중국 30개 성시(省市)에선 사흘째 1명의 본토 신규 환자도 나오지 않았다. 후베이성도 우한을 제외하면 6일째 신규 환자가 없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시 주석이 발생 석 달 만에 우한을 찾은 것은 "중국 코로나19 상황이 통제 가능한 범위에 진입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머지않아 상황 종식을 선언할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 대유행 단계로 접어든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종식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과시하면서 방역전쟁을 벌이는 국가들에 협조와 지원을 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달째 봉쇄, 우한 시민들의 고통

실제 중국의 코로나19는 통계상으로는 완전한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첫 발생지 우한과 후베이성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중국의 10일 누적 환자는 80,924명이다. 3,14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여전히 중증 환자가 4,794명이나 된다. 이 중에서 후베이성 환자는 67,760명으로 중국 전체 환자의 83%에 이른다. 사망자 96%도 후베이성에서 나왔다. 특히 첫 발생지 우한은 후베이성 환자의 74%, 사망자 80%를 차지한다.

산술적인 수치에서만도 우한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 짐작된다. 더구나 1,100만 우한 시민들은 지난 1월 23일 도시 봉쇄 이후 두 달 가까이 고립 생활을 하고 있다.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텨오고 있을까? 그들의 상황을 짐작게 하는 일이 지난 5일 발생했다.

중국 쑨춘란(孫春蘭) 부총리가 민생 탐방차 찾은 우한의 한 아파트에서다. 쑨 부총리는 중국 서열 25위 안에 드는 최고 지도부다. 당시 동영상을 보면 아파트 주민들은 시찰 중인 쑨 부총리 일행을 향해 "가짜다. 모두 가짜다"라고 외친다. 중국 매체 징지르바오(經濟日報)는 "아파트 관리회사가 쑨 부총리 방문에 맞춰 채소와 고기 등을 주민들에게 배달해주는 거처럼 연출하자, 주민들이 항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징지르바오는 "주민들의 지적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 우한시 칭산구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5일 쑨 부총리 일행에게 "가짜다. 모두 가짜다"라고 외치고 있다. 쑨 부총리는 현장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하도록 지시했고, 형식주의 근절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14일 자가 격리를 할까?

후베이성과 우한 인민들의 이런 성난 민심을 시진핑 주석은 다독일 수 있을까?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주드 블랑쉐 중국 담당 연구원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시 주석에 대한 정치적 도전이 제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우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겪은 갖은 혐오, 두 달 째 이어진 봉쇄로 피폐해진 삶,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두고두고 중국공산당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10일 우한 방문은 온종일 중국의 주요 기사로 처리되고 있다. 관영매체는 관련 영상과 사진 등을 첨부해 자세히 전하고 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수고하셨다" "몸조심 하시라" "중국은 전염병에 승리할 것이다."라는 칭찬 일색이다. 중국 같은 전제주의 사회에서 최고지도자가 현장을 찾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중국 인민들에게도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에 돌아가면 자가 격리 14일을 과연 지킬까?"

베이징시는 지난달 15일 베이징 밖에서 입경하는 사람들에 대한 검역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어디에서든 베이징에 들어오는 사람은 모두 14일 격리를 해야 한다는 조치다. 따르지 않을 때는 관련법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는 엄포도 담겨 있다. 법대로라면 시 주석도 베이징에 돌아와 이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중국공산당은 코로나19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우한과 후베이성 공직자들이 사태 초기 형식주의와 관료주의에 매몰된 탓이라고 비난해 왔다. 시 주석도 전염병 관리법령을 지키지 않고, 자가 격리를 하지 않는다면 같은 논리의 비난이 제기될 수 있다. 인민은 반드시 지키라면서, 공직자들은 지키지 않는 법. 그것이 '중국법'인가 하는 물음이다. 물론 중국 미디어 환경에서 이런 의견이 제기된다 하더라도 곧바로 삭제되겠지만 말이다. 시 주석은 과연 14일 자가 격리에 들어갈까? 중국 인민들의 눈이 그의 우한 이후 행보에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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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03-10 17:26:48
    특파원 리포트
발생 석 달 만에 '우한' 방문한 시진핑 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전격적으로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했다. 오전 항공편으로 우한에 도착한 시 주석은 일선에서 분투하는 의료진과 군인,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환자와 의료진에겐 확고한 신념으로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자고 강조했다.

중국식 봉쇄 정책이 먹혀들면서 중국에선 10일 신규환자가 19명에 그쳤다. 외국 역유입 환자 2명을 빼면 모두 우한에서 나온 환자들이다. 중국 30개 성시(省市)에선 사흘째 1명의 본토 신규 환자도 나오지 않았다. 후베이성도 우한을 제외하면 6일째 신규 환자가 없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시 주석이 발생 석 달 만에 우한을 찾은 것은 "중국 코로나19 상황이 통제 가능한 범위에 진입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머지않아 상황 종식을 선언할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 대유행 단계로 접어든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종식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과시하면서 방역전쟁을 벌이는 국가들에 협조와 지원을 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달째 봉쇄, 우한 시민들의 고통

실제 중국의 코로나19는 통계상으로는 완전한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첫 발생지 우한과 후베이성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중국의 10일 누적 환자는 80,924명이다. 3,14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여전히 중증 환자가 4,794명이나 된다. 이 중에서 후베이성 환자는 67,760명으로 중국 전체 환자의 83%에 이른다. 사망자 96%도 후베이성에서 나왔다. 특히 첫 발생지 우한은 후베이성 환자의 74%, 사망자 80%를 차지한다.

산술적인 수치에서만도 우한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 짐작된다. 더구나 1,100만 우한 시민들은 지난 1월 23일 도시 봉쇄 이후 두 달 가까이 고립 생활을 하고 있다.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텨오고 있을까? 그들의 상황을 짐작게 하는 일이 지난 5일 발생했다.

중국 쑨춘란(孫春蘭) 부총리가 민생 탐방차 찾은 우한의 한 아파트에서다. 쑨 부총리는 중국 서열 25위 안에 드는 최고 지도부다. 당시 동영상을 보면 아파트 주민들은 시찰 중인 쑨 부총리 일행을 향해 "가짜다. 모두 가짜다"라고 외친다. 중국 매체 징지르바오(經濟日報)는 "아파트 관리회사가 쑨 부총리 방문에 맞춰 채소와 고기 등을 주민들에게 배달해주는 거처럼 연출하자, 주민들이 항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징지르바오는 "주민들의 지적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 우한시 칭산구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5일 쑨 부총리 일행에게 "가짜다. 모두 가짜다"라고 외치고 있다. 쑨 부총리는 현장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하도록 지시했고, 형식주의 근절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14일 자가 격리를 할까?

후베이성과 우한 인민들의 이런 성난 민심을 시진핑 주석은 다독일 수 있을까?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주드 블랑쉐 중국 담당 연구원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시 주석에 대한 정치적 도전이 제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우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겪은 갖은 혐오, 두 달 째 이어진 봉쇄로 피폐해진 삶,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두고두고 중국공산당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10일 우한 방문은 온종일 중국의 주요 기사로 처리되고 있다. 관영매체는 관련 영상과 사진 등을 첨부해 자세히 전하고 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수고하셨다" "몸조심 하시라" "중국은 전염병에 승리할 것이다."라는 칭찬 일색이다. 중국 같은 전제주의 사회에서 최고지도자가 현장을 찾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중국 인민들에게도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에 돌아가면 자가 격리 14일을 과연 지킬까?"

베이징시는 지난달 15일 베이징 밖에서 입경하는 사람들에 대한 검역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어디에서든 베이징에 들어오는 사람은 모두 14일 격리를 해야 한다는 조치다. 따르지 않을 때는 관련법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는 엄포도 담겨 있다. 법대로라면 시 주석도 베이징에 돌아와 이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중국공산당은 코로나19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우한과 후베이성 공직자들이 사태 초기 형식주의와 관료주의에 매몰된 탓이라고 비난해 왔다. 시 주석도 전염병 관리법령을 지키지 않고, 자가 격리를 하지 않는다면 같은 논리의 비난이 제기될 수 있다. 인민은 반드시 지키라면서, 공직자들은 지키지 않는 법. 그것이 '중국법'인가 하는 물음이다. 물론 중국 미디어 환경에서 이런 의견이 제기된다 하더라도 곧바로 삭제되겠지만 말이다. 시 주석은 과연 14일 자가 격리에 들어갈까? 중국 인민들의 눈이 그의 우한 이후 행보에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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