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마스크, 소금물에 담가 재사용?”…연구 결과 잘못 전파

입력 2020.03.1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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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5부제가 시행됐습니다. 수급 상황에 조금 숨통이 트이길 기대하는가 하면, '하늘의 별 따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마스크를 재사용하는 방법은 여전히 많은 주목을 받게 됩니다.

소금물에 담가 말리면 재사용 가능?"

"소금물에 담가 재사용하면 된다." 팩트체크K팀에 제보로 들어온 재사용 방법입니다. 설명도 그럴싸합니다. 과연 이게 타당한지 알아봐 달라는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소금이든 무엇이든 물에 담그면 마스크 필터의 기능이 떨어집니다. 마스크 필터는 플라스틱 섬유로 만들고 전기 자극을 줘 정전기를 갖게 합니다. 필터의 생명은 정전기입니다. 이 필터에 수분이 닿으면 전기적 성질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니 올바른 재사용 방법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허위 정보가 퍼지는 이유는 뭘까요? 이 부분을 짚어보겠습니다. 제보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약간 짭짤한 정도의 4% 천일염 (김치 담글 때 쓰는 소금) 용액에 마스크를 빨지 말고 1시간 정도 담갔다가 그냥 하룻밤 말린 후에 다음 날 아침에 재사용하면 됩니다. (캐나다 한인이 소금을 마스크에 칠한 것이 바이러스 죽이는 능력이 있다고 특허를 출원했다고 합니다)

허위 정보는 글의 신빙성을 강조하기 위해 수치와 연구 결과 또는 권위자 등을 인용합니다. 이 글도 마찬가집니다. 그럼 근거는 무엇일까요?

'소금 마스크' 연구는 사실...


캐나다 한인, 소금, 마스크 등 주요 단어들로 검색해봤습니다. 일간지에 관련 기사가 검색됩니다. 2월 5일 자 한국일보 캐나다판 기사입니다. 캐나다 앨버타대 화공과 최효직 교수가 소금으로 코팅한 마스크가 바이러스와 균을 사멸시킨다는 걸 알아내고 연구 중이라는 보도입니다. 이를 캐나다 방송인 CTV뉴스에서 보도했습니다. 다시 이 내용은 같은 달 10일 중앙일보에서 단독 타이틀이 붙은 이메일 인터뷰로 보도됐습니다.

마스크 표면에 소금 코팅을 해 바이러스와 세균을 잡을 수 있다는 최 교수의 연구결과는 2017년 학술지 SCIENTIFIC REPORTS 1월호에 정식으로 게재됐습니다. 염화나트륨이 마스크 표면에 붙은 비말의 습기를 말리고 재결정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사멸시킨다는 겁니다. 과학적 효과는 어느 정도 입증된 셈입니다. 전문가들이 이 원리를 이용해 연구를 이어가 상용화할 수도 있습니다.

연구자도 거부한 방법을 퍼뜨려

그러나 허위 정보 차원에서 중요한 건 다음 부분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두 기사 모두 최 교수의 말이 인용돼있습니다.

최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금물에 마스크를 적신다고 코팅이 되지 않는다. 소금 코팅된 필터도 마지막 제품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면서 "만들어진 제품에 소금을 코팅하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간혹 마스크를 소금물에 담갔다 사용하면 같은 효과가 있는지 묻는 분들이 계신데, 이렇게 한다고 소금이 코팅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이 과정에서 일반 마스크가 오염되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이론과 효과를 증명한 연구자도 거부한 방법이 퍼지고 있는 겁니다. 의도와 상관없이 허위 정보는 불안을 파고들어 코로나19를 치료하고 예방하려는 노력을 불신하게 합니다. 허위 정보가 바이러스만큼 무서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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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마스크, 소금물에 담가 재사용?”…연구 결과 잘못 전파
    • 입력 2020-03-11 08:03:38
    팩트체크K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됐습니다. 수급 상황에 조금 숨통이 트이길 기대하는가 하면, '하늘의 별 따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마스크를 재사용하는 방법은 여전히 많은 주목을 받게 됩니다.

소금물에 담가 말리면 재사용 가능?"

"소금물에 담가 재사용하면 된다." 팩트체크K팀에 제보로 들어온 재사용 방법입니다. 설명도 그럴싸합니다. 과연 이게 타당한지 알아봐 달라는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소금이든 무엇이든 물에 담그면 마스크 필터의 기능이 떨어집니다. 마스크 필터는 플라스틱 섬유로 만들고 전기 자극을 줘 정전기를 갖게 합니다. 필터의 생명은 정전기입니다. 이 필터에 수분이 닿으면 전기적 성질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니 올바른 재사용 방법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허위 정보가 퍼지는 이유는 뭘까요? 이 부분을 짚어보겠습니다. 제보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약간 짭짤한 정도의 4% 천일염 (김치 담글 때 쓰는 소금) 용액에 마스크를 빨지 말고 1시간 정도 담갔다가 그냥 하룻밤 말린 후에 다음 날 아침에 재사용하면 됩니다. (캐나다 한인이 소금을 마스크에 칠한 것이 바이러스 죽이는 능력이 있다고 특허를 출원했다고 합니다)

허위 정보는 글의 신빙성을 강조하기 위해 수치와 연구 결과 또는 권위자 등을 인용합니다. 이 글도 마찬가집니다. 그럼 근거는 무엇일까요?

'소금 마스크' 연구는 사실...


캐나다 한인, 소금, 마스크 등 주요 단어들로 검색해봤습니다. 일간지에 관련 기사가 검색됩니다. 2월 5일 자 한국일보 캐나다판 기사입니다. 캐나다 앨버타대 화공과 최효직 교수가 소금으로 코팅한 마스크가 바이러스와 균을 사멸시킨다는 걸 알아내고 연구 중이라는 보도입니다. 이를 캐나다 방송인 CTV뉴스에서 보도했습니다. 다시 이 내용은 같은 달 10일 중앙일보에서 단독 타이틀이 붙은 이메일 인터뷰로 보도됐습니다.

마스크 표면에 소금 코팅을 해 바이러스와 세균을 잡을 수 있다는 최 교수의 연구결과는 2017년 학술지 SCIENTIFIC REPORTS 1월호에 정식으로 게재됐습니다. 염화나트륨이 마스크 표면에 붙은 비말의 습기를 말리고 재결정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사멸시킨다는 겁니다. 과학적 효과는 어느 정도 입증된 셈입니다. 전문가들이 이 원리를 이용해 연구를 이어가 상용화할 수도 있습니다.

연구자도 거부한 방법을 퍼뜨려

그러나 허위 정보 차원에서 중요한 건 다음 부분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두 기사 모두 최 교수의 말이 인용돼있습니다.

최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금물에 마스크를 적신다고 코팅이 되지 않는다. 소금 코팅된 필터도 마지막 제품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면서 "만들어진 제품에 소금을 코팅하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간혹 마스크를 소금물에 담갔다 사용하면 같은 효과가 있는지 묻는 분들이 계신데, 이렇게 한다고 소금이 코팅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이 과정에서 일반 마스크가 오염되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이론과 효과를 증명한 연구자도 거부한 방법이 퍼지고 있는 겁니다. 의도와 상관없이 허위 정보는 불안을 파고들어 코로나19를 치료하고 예방하려는 노력을 불신하게 합니다. 허위 정보가 바이러스만큼 무서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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