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살지마] “차에 태워져 교회에 끌려왔어요”…아들의 울먹이는 전화

입력 2020.03.11 (16:01) 수정 2020.03.1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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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대상 부모 미동의 납치 전도를 고발합니다"

KBS에 접수된 각종 제보를 살펴보던 <속고살지마> 제작진은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사연을 발견했습니다. 부모의 동의도 받지 않고 어린이를 납치하듯 차에 태워 교회로 끌고 갔다는 다소 놀라운 내용이었습니다. ( 유튜브 채널: https://bit.ly/2UGOJIN )


"엄마, 나 교회에 끌려왔어요"…초등생 아들의 울먹이는 전화

사건이 일어난 건 1년여 전. 제보자 A 씨의 아내 휴대전화로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왔습니다. 받아 보니,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이었습니다.

아들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엄마, 나 무슨 교회를 왔는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내가 뭔가 잘못한 것 같아요"라고 호소했고, 놀란 엄마는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면서 아들이 그곳을 일단 벗어나게 한 뒤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오게 했습니다.



문제의 상황은 이랬습니다. A 씨 아들과 친구들은 이날 아파트 안에서 놀고 있었는데, 모 교회 신도 2명이 접근해서 "문화상품권과 치킨을 줄 테니 교회에 가자"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신도들은 집요했고, 거듭 "부모님 허락 없이는 갈 수 없다"고 했음에도 "가까우니까 금방 갔다 오면 된다, 허락 안 받아도 된다"면서 아이들을 차에 태웠습니다.


이들은 이후 아이들을 아파트에서 2km나 떨어진 교회로 데려갔습니다. 아이들은 뭔가 이상하다며 불안에 떨었고, 결국 A 씨 아들이 엄마에게 전화한 것이었습니다. 분노한 A 씨는 신도들을 경찰에 신고했고, 이들은 미성년자 약취유인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형법 287조에 규정된 미성년자 약취유인은 형벌이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규정돼 있을 만큼 엄하게 다스려지는 범죄입니다.

A 씨는 "사건 직후 아들은 너무 놀라서 울음을 그치지 못했고, 한동안 계속 불안을 호소했다. 신도들이 학교 교문 앞에서도 종종 전도 활동을 하는데, 이들을 마주칠까 봐 무섭다면서 학교 가는 걸 거부하기도 했다"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니, 지금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더라. 이런 행태는 근절돼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교인들의 아동 유인, 심각한 행위"

전문가들은 신도들이 "신앙 전도를 위한 것이었다"고 항변할지라도, 이는 명백한 범죄이자 심각한 행위라고 경고합니다. 어린이들은 자기 의사판단능력이 법적으로 없는 존재로서 철저히 보호돼야 하는 만큼, 부모의 동의 없이 뭔가를 권유나 강요를 한 경우엔 '목적'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경찰 프로파일러 출신의 범죄심리 전문가인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납치, 유인, 감금, 모든 것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합니다. <속고살지마>는 이번 제보를 계기로 권 교수와 양지열 변호사 등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어른들의 유인 행위에 반응하는 아동들의 행동적 특성과 실질적인 예방법을 심층 점검했습니다.

아동 행동 분석1: 2명 이상일 때 더 잘 따라간다

우선, 아동들은 역설적으로 혼자 있을 때보다 2명 이상 있을 때 어른의 유인에 잘 이끌립니다. 혼자 있을 때는 오히려 경계감이나 위기감이 크지만, 2명 이상 있으면 그런 의식이 분산되기 때문입니다. 또 늘 다니던 길과 같이 친숙한 환경에서 더 어른들을 잘 따라갑니다. 익숙한 공간이다 보니 마찬가지로 경계감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제보의 경우는 일단 아이들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부모에게 전화해 다행이었지만, 아쉬운 것은 최초에 어른들의 요구를 더 강하게 뿌리치지 못한 채 요구대로 차에 탑승해 결국 원치 않게 교회까지 가게 됐다는 점입니다. '친구도 같이 있는데 무슨 문제가 생기겠어?'하는 생각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아동 행동 분석2: 외상 후 스트레스 겪을 수 있다

이번 제보 속 어린이를 비롯해 어른의 유인 행위에 피해를 봤거나 피해를 볼 뻔한 경우, 일종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를 겪을 우려도 작지 않습니다.

원치 않게 어딘가로 끌려간 경험이 있으면, 비록 범죄 피해는 당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인관계에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지고 사람을 회피하는 성향을 갖게 되는 등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명심 포인트1: 여럿이 있을 때 더 조심하게 교육


그럼, 예방법은 무엇일까요? 일단 아이들이 둘 이상 함께 있을 때, 접근해 오는 낯선 어른을 더욱 조심하도록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아이들은 여럿이 있을 때 역설적으로 위험 의식이나 경계감이 줄어들어서 낯선 어른의 요구도 선뜻 받아들일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모르는 어른이 뭔가를 하자, 어딘가로 가자고 요구할 때는 무조건 거절하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다른 친구가 호기심을 보이거나 요구를 수용하려고 할 때도, 여기에 흔들리지 말고 "안 된다"고 하도록 꾸준히 교육해야 합니다.

명심 포인트2: 어른은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어른들은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무엇인가를 그냥 주지 않는다는 것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입니다.

부모들은 보통 어린 자녀들에게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지 마라"고 가르치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르치는 것은 실제 상황에선 별 효과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다수의 아동 유인 범죄를 직접 수사한 경험이 있는 권일용 교수는 "범죄자들은 아이들을 유인하기 위해 대놓고 따라오라거나 위협하지 않는다. 제일 흔히 쓰는 수법이 물건을 양손에 들고 있고 바닥에 책 같은 작은 걸 하나 놓고는, 아이들이 지나갈 때 '이것 좀 우리 집까지 들어줄래?'라고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어서 "이러면 애들은 무조건 들어주고 따라간다. 오히려 막 신이 난다. 학교 등에서 누군가를 돕는 건 착한 일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라면서 "아이들은 나중에 왜 따라갔느냐고 하면 '따라간 게 아니라, 도와주러 간 것'이라고 대답하더라"고 합니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막연하게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마"라고 할 게 아니라, "애초에 어른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 그런 어른은 좀 이상한 거야"라고 확실하게 각인시켜 놔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어른에게서 뭔가 도움을 요청받은 경우에는 "다른 어른에게 부탁하세요"라면서 거절하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속고살지마> 유튜브 채널을 방문하시면, 제보자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분석을 생생한 화면과 목소리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속고살지마'를 검색하고, 구독하고, 시청해 주세요. 아이들이 어른들의 유인 행위에 피해 보는 일 없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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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1 16:01:15
    • 수정2020-03-11 16:11:23
    속고살지마
"아동 대상 부모 미동의 납치 전도를 고발합니다"

KBS에 접수된 각종 제보를 살펴보던 <속고살지마> 제작진은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사연을 발견했습니다. 부모의 동의도 받지 않고 어린이를 납치하듯 차에 태워 교회로 끌고 갔다는 다소 놀라운 내용이었습니다. ( 유튜브 채널: https://bit.ly/2UGOJIN )


"엄마, 나 교회에 끌려왔어요"…초등생 아들의 울먹이는 전화

사건이 일어난 건 1년여 전. 제보자 A 씨의 아내 휴대전화로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왔습니다. 받아 보니,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이었습니다.

아들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엄마, 나 무슨 교회를 왔는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내가 뭔가 잘못한 것 같아요"라고 호소했고, 놀란 엄마는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면서 아들이 그곳을 일단 벗어나게 한 뒤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오게 했습니다.



문제의 상황은 이랬습니다. A 씨 아들과 친구들은 이날 아파트 안에서 놀고 있었는데, 모 교회 신도 2명이 접근해서 "문화상품권과 치킨을 줄 테니 교회에 가자"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신도들은 집요했고, 거듭 "부모님 허락 없이는 갈 수 없다"고 했음에도 "가까우니까 금방 갔다 오면 된다, 허락 안 받아도 된다"면서 아이들을 차에 태웠습니다.


이들은 이후 아이들을 아파트에서 2km나 떨어진 교회로 데려갔습니다. 아이들은 뭔가 이상하다며 불안에 떨었고, 결국 A 씨 아들이 엄마에게 전화한 것이었습니다. 분노한 A 씨는 신도들을 경찰에 신고했고, 이들은 미성년자 약취유인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형법 287조에 규정된 미성년자 약취유인은 형벌이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규정돼 있을 만큼 엄하게 다스려지는 범죄입니다.

A 씨는 "사건 직후 아들은 너무 놀라서 울음을 그치지 못했고, 한동안 계속 불안을 호소했다. 신도들이 학교 교문 앞에서도 종종 전도 활동을 하는데, 이들을 마주칠까 봐 무섭다면서 학교 가는 걸 거부하기도 했다"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니, 지금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더라. 이런 행태는 근절돼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교인들의 아동 유인, 심각한 행위"

전문가들은 신도들이 "신앙 전도를 위한 것이었다"고 항변할지라도, 이는 명백한 범죄이자 심각한 행위라고 경고합니다. 어린이들은 자기 의사판단능력이 법적으로 없는 존재로서 철저히 보호돼야 하는 만큼, 부모의 동의 없이 뭔가를 권유나 강요를 한 경우엔 '목적'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경찰 프로파일러 출신의 범죄심리 전문가인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납치, 유인, 감금, 모든 것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합니다. <속고살지마>는 이번 제보를 계기로 권 교수와 양지열 변호사 등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어른들의 유인 행위에 반응하는 아동들의 행동적 특성과 실질적인 예방법을 심층 점검했습니다.

아동 행동 분석1: 2명 이상일 때 더 잘 따라간다

우선, 아동들은 역설적으로 혼자 있을 때보다 2명 이상 있을 때 어른의 유인에 잘 이끌립니다. 혼자 있을 때는 오히려 경계감이나 위기감이 크지만, 2명 이상 있으면 그런 의식이 분산되기 때문입니다. 또 늘 다니던 길과 같이 친숙한 환경에서 더 어른들을 잘 따라갑니다. 익숙한 공간이다 보니 마찬가지로 경계감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제보의 경우는 일단 아이들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부모에게 전화해 다행이었지만, 아쉬운 것은 최초에 어른들의 요구를 더 강하게 뿌리치지 못한 채 요구대로 차에 탑승해 결국 원치 않게 교회까지 가게 됐다는 점입니다. '친구도 같이 있는데 무슨 문제가 생기겠어?'하는 생각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아동 행동 분석2: 외상 후 스트레스 겪을 수 있다

이번 제보 속 어린이를 비롯해 어른의 유인 행위에 피해를 봤거나 피해를 볼 뻔한 경우, 일종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를 겪을 우려도 작지 않습니다.

원치 않게 어딘가로 끌려간 경험이 있으면, 비록 범죄 피해는 당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인관계에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지고 사람을 회피하는 성향을 갖게 되는 등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명심 포인트1: 여럿이 있을 때 더 조심하게 교육


그럼, 예방법은 무엇일까요? 일단 아이들이 둘 이상 함께 있을 때, 접근해 오는 낯선 어른을 더욱 조심하도록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아이들은 여럿이 있을 때 역설적으로 위험 의식이나 경계감이 줄어들어서 낯선 어른의 요구도 선뜻 받아들일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모르는 어른이 뭔가를 하자, 어딘가로 가자고 요구할 때는 무조건 거절하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다른 친구가 호기심을 보이거나 요구를 수용하려고 할 때도, 여기에 흔들리지 말고 "안 된다"고 하도록 꾸준히 교육해야 합니다.

명심 포인트2: 어른은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어른들은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무엇인가를 그냥 주지 않는다는 것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입니다.

부모들은 보통 어린 자녀들에게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지 마라"고 가르치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르치는 것은 실제 상황에선 별 효과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다수의 아동 유인 범죄를 직접 수사한 경험이 있는 권일용 교수는 "범죄자들은 아이들을 유인하기 위해 대놓고 따라오라거나 위협하지 않는다. 제일 흔히 쓰는 수법이 물건을 양손에 들고 있고 바닥에 책 같은 작은 걸 하나 놓고는, 아이들이 지나갈 때 '이것 좀 우리 집까지 들어줄래?'라고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어서 "이러면 애들은 무조건 들어주고 따라간다. 오히려 막 신이 난다. 학교 등에서 누군가를 돕는 건 착한 일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라면서 "아이들은 나중에 왜 따라갔느냐고 하면 '따라간 게 아니라, 도와주러 간 것'이라고 대답하더라"고 합니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막연하게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마"라고 할 게 아니라, "애초에 어른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 그런 어른은 좀 이상한 거야"라고 확실하게 각인시켜 놔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어른에게서 뭔가 도움을 요청받은 경우에는 "다른 어른에게 부탁하세요"라면서 거절하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속고살지마> 유튜브 채널을 방문하시면, 제보자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분석을 생생한 화면과 목소리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속고살지마'를 검색하고, 구독하고, 시청해 주세요. 아이들이 어른들의 유인 행위에 피해 보는 일 없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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