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동상이몽’ 재난기본소득…누구에게? 얼마나? 가능할까?

입력 2020.03.12 (07:00) 수정 2020.03.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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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 '재난기본소득'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일정 수준의 현금을 '직접' 지원하자는 얘기입니다.

여당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재난기본소득 제안은, 이제 여야 가릴 것 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부담을 토로하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각자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간접적인 방식 말고…직접적인 피해 구제"
정치권에서 처음 말을 꺼낸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입니다. 지난 6일 "소비를 통해 지역경제가 순환할 수 있도록, 사용 시한이 정해진 '지역화폐' 형태로 재난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이 제안을 구체화했습니다. 모든 국민에게 10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했습니다. '1인당 100만 원이면 51조 원, 50만 원이면 26조 원'이라는 수치까지 내놓으면서, 내년 조세수입 증가와 고소득층에게는 우선 지급 뒤 환수하는 방법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구체적 방법론까지 제시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게 두 달 동안 총 60만 원의 생활비를 지급하자면서 이를 이어받았습니다.

국회의원 가운데는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대구가 지역구인 민주당 김부겸(대구 수성갑) 의원이 가장 적극적입니다. 대구·경북 지역 소상공인에 월 100만 원씩 3개월 간 생계지원, 일용직 최저생계비 123만 원씩 3개월 지원 등을 요청했습니다.

현재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은 대부분이 대출이나 세금감면 등 '간접적인' 방식인데, 이것으로는 피해구제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피해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호소입니다.

정부가 현금으로 '직접' 지원하면 코로나19 피해자도 보다 확실하게 도울 수 있고, 이 돈이 얼어붙은 지역 경제를 다시 돌리는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는 계산입니다.


"재난기본소득 같은 과감한 대책…포퓰리즘"
여당 정치인들의 이같은 주장을 바라보는 야당의 입장은 조금 복잡합니다.

미래통합당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은 재난기본소득 논의에 환영 입장입니다. "동의하고 적극 환영한다. 이것이 여야 정쟁으로 인해 무산되거나 선거용 '립서비스'로 끝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대구시민들의 가슴에 실망과 좌절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도 지난 2일 "우리 경제가 전시에 준하는 비상 상황"이라면서 "기존의 지원대책, 보조금으로는 역부족이다. 한 기업인(이재웅 '쏘카' 대표)은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정도 과감성 있는 대책이어야 경제에 특효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심재철 원내대표는 10일 "재난기본소득은 4.15 총선용 현금살포다. 1인당 100만 원씩 주겠다는 것은, 1인당 100만 원씩 국민들에게 세금을 부담시키겠다는 말"이라고 재난기본소득 제안을 비판했습니다.

'포퓰리즘', '세금으로 표를 도둑질하려는 시도' 등의 표현을 썼는데, 총선을 3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나온 재난기본소득 논의에 통합당이 복잡하고 불편해하는 이유가 읽히는 지점입니다.

야당이지만 정의당은 "대구·경북 지역에 1인당 10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 이를 이번 추경안에 반영하자"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어려운데…"
민주당 소속 단체장과 국회의원이 강하게 요구하고 통합당은 비판하는 재난기본소득, 오히려 난감해하는 건 민주당과 정부입니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은 "이번 추경에 지역사랑상품권과 일자리 안정자금을 포함해 2조 6천억 원 정도가 580만 명에게 상품권 또는 현금으로 지원된다. 1인당 50만 원 정도인 셈"이라면서 "재난기본소득제의 취지가 상당한 정도까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도 "기본소득 논의로 이번 추경을 1~2주 미룰 수 없다"면서 "추경의 급박함을 고려하면 당장 논의는 사실상 쉽지 않다. 이후에 공간을 열어 논의를 지속하는 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추경안에 재난기본소득을 반영할 시간도 없고, 이미 그 취지는 일정 부분 반영돼있으니 당장은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국회 예결위에서 관련한 질의에 "정부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대로 1인당 50만원, 100만원씩 주게 되면 25조원에서 50조 원의 돈이 들어가야 한다. 고소득층에도 동일하게 주는 것이 맞는지 형평 문제도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50조 원이면 정부 1년 예산의 10%입니다. 예산도 너무 많이 들어가고, 국민적 합의도 없어서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행정이 아닌 정치적 결단의 문제"
여야, 정치인 개인과 정당·정부의 각각 다른 입장. 고려대 행정학과 김태일 교수는 이것은 행정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김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기존의 행정적 툴(tool)로는 못하고, 비상시에는 비상한 방법을 써야 한다라면 정치권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재난기본소득을 줄지 말지는 기획재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재부는 책임질 수 있는 권한 내에서밖에 생각을 못한다"면서 "한다면,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하고 결단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기재부가 중심이 돼 정부가 편성한 추경안이 '간접적' 지원이 골자인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재난기본소득을 대구·경북 지역에만 지원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합니다. "대구·경북이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크기는 하지만, 그곳 주민만 피해를 본 게 아닌데, 다른 지역에서 왜 우리는 안 주느냐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대구·경북 주민도 직업에 따라, 자영업자도 업종에 따라 사정이 다 다르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준다는 건 정부 정책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결국, 정부를 닥달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정치권의 논의와 정치적 책임을 바탕으로 한 결단이 향후 재난기본소득 이야기의 중심이 돼야한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정치권의 난상토론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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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동상이몽’ 재난기본소득…누구에게? 얼마나? 가능할까?
    • 입력 2020-03-12 07:00:25
    • 수정2020-03-12 11:42:15
    여심야심
최근 정치권에서 '재난기본소득'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일정 수준의 현금을 '직접' 지원하자는 얘기입니다.

여당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재난기본소득 제안은, 이제 여야 가릴 것 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부담을 토로하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각자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간접적인 방식 말고…직접적인 피해 구제"
정치권에서 처음 말을 꺼낸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입니다. 지난 6일 "소비를 통해 지역경제가 순환할 수 있도록, 사용 시한이 정해진 '지역화폐' 형태로 재난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이 제안을 구체화했습니다. 모든 국민에게 10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했습니다. '1인당 100만 원이면 51조 원, 50만 원이면 26조 원'이라는 수치까지 내놓으면서, 내년 조세수입 증가와 고소득층에게는 우선 지급 뒤 환수하는 방법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구체적 방법론까지 제시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게 두 달 동안 총 60만 원의 생활비를 지급하자면서 이를 이어받았습니다.

국회의원 가운데는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대구가 지역구인 민주당 김부겸(대구 수성갑) 의원이 가장 적극적입니다. 대구·경북 지역 소상공인에 월 100만 원씩 3개월 간 생계지원, 일용직 최저생계비 123만 원씩 3개월 지원 등을 요청했습니다.

현재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은 대부분이 대출이나 세금감면 등 '간접적인' 방식인데, 이것으로는 피해구제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피해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호소입니다.

정부가 현금으로 '직접' 지원하면 코로나19 피해자도 보다 확실하게 도울 수 있고, 이 돈이 얼어붙은 지역 경제를 다시 돌리는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는 계산입니다.


"재난기본소득 같은 과감한 대책…포퓰리즘"
여당 정치인들의 이같은 주장을 바라보는 야당의 입장은 조금 복잡합니다.

미래통합당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은 재난기본소득 논의에 환영 입장입니다. "동의하고 적극 환영한다. 이것이 여야 정쟁으로 인해 무산되거나 선거용 '립서비스'로 끝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대구시민들의 가슴에 실망과 좌절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도 지난 2일 "우리 경제가 전시에 준하는 비상 상황"이라면서 "기존의 지원대책, 보조금으로는 역부족이다. 한 기업인(이재웅 '쏘카' 대표)은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정도 과감성 있는 대책이어야 경제에 특효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심재철 원내대표는 10일 "재난기본소득은 4.15 총선용 현금살포다. 1인당 100만 원씩 주겠다는 것은, 1인당 100만 원씩 국민들에게 세금을 부담시키겠다는 말"이라고 재난기본소득 제안을 비판했습니다.

'포퓰리즘', '세금으로 표를 도둑질하려는 시도' 등의 표현을 썼는데, 총선을 3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나온 재난기본소득 논의에 통합당이 복잡하고 불편해하는 이유가 읽히는 지점입니다.

야당이지만 정의당은 "대구·경북 지역에 1인당 10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 이를 이번 추경안에 반영하자"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어려운데…"
민주당 소속 단체장과 국회의원이 강하게 요구하고 통합당은 비판하는 재난기본소득, 오히려 난감해하는 건 민주당과 정부입니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은 "이번 추경에 지역사랑상품권과 일자리 안정자금을 포함해 2조 6천억 원 정도가 580만 명에게 상품권 또는 현금으로 지원된다. 1인당 50만 원 정도인 셈"이라면서 "재난기본소득제의 취지가 상당한 정도까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도 "기본소득 논의로 이번 추경을 1~2주 미룰 수 없다"면서 "추경의 급박함을 고려하면 당장 논의는 사실상 쉽지 않다. 이후에 공간을 열어 논의를 지속하는 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추경안에 재난기본소득을 반영할 시간도 없고, 이미 그 취지는 일정 부분 반영돼있으니 당장은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국회 예결위에서 관련한 질의에 "정부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대로 1인당 50만원, 100만원씩 주게 되면 25조원에서 50조 원의 돈이 들어가야 한다. 고소득층에도 동일하게 주는 것이 맞는지 형평 문제도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50조 원이면 정부 1년 예산의 10%입니다. 예산도 너무 많이 들어가고, 국민적 합의도 없어서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행정이 아닌 정치적 결단의 문제"
여야, 정치인 개인과 정당·정부의 각각 다른 입장. 고려대 행정학과 김태일 교수는 이것은 행정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김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기존의 행정적 툴(tool)로는 못하고, 비상시에는 비상한 방법을 써야 한다라면 정치권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재난기본소득을 줄지 말지는 기획재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재부는 책임질 수 있는 권한 내에서밖에 생각을 못한다"면서 "한다면,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하고 결단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기재부가 중심이 돼 정부가 편성한 추경안이 '간접적' 지원이 골자인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재난기본소득을 대구·경북 지역에만 지원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합니다. "대구·경북이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크기는 하지만, 그곳 주민만 피해를 본 게 아닌데, 다른 지역에서 왜 우리는 안 주느냐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대구·경북 주민도 직업에 따라, 자영업자도 업종에 따라 사정이 다 다르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준다는 건 정부 정책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결국, 정부를 닥달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정치권의 논의와 정치적 책임을 바탕으로 한 결단이 향후 재난기본소득 이야기의 중심이 돼야한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정치권의 난상토론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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