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줬다는데…삼성전자 ‘하청’ 콜센터 잇따라 확진

입력 2020.03.12 (07:00) 수정 2020.03.12 (07: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대구콜센터의 상담원들은 다닥다닥 붙은 좌석에서 일했다. (사진제공: 대구콜센터 제보자)

삼성전자서비스 대구콜센터의 상담원들은 다닥다닥 붙은 좌석에서 일했다. (사진제공: 대구콜센터 제보자)

열이 있다고 말하니, "그러니까 집에 가고 싶다는 말씀이죠?"

대구 시내가 코로나19 확산에 시달리던 지난달 26일, 250명이 일하는 삼성전자서비스 대구 콜센터는 정상 가동됐다. 한 상담원이 38도가량의 발열 증상을 호소했다. 담당 관리자는 온도계 3개를 가지고 왔다. 온도계마다 편차가 있다고 하더니 "그러니까, 집에 가고 싶다는 말씀이죠?"라고 물어봤다는 게 해당 사업장 노조 분회장인 박진휘 씨의 말이다.

박 씨는 "모욕감을 느끼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떠보려는 질문이죠"라고 말했다. 한 명이 자리를 비우면 그만큼 상담 실적은 줄어든다. 그런 상황에서 집으로 가겠느냐는 질문이라는 것이다.

노조 지적에 폐쇄하고 5명 확진

이 일에 대해 노조가 강하게 항의했고 결국 콜센터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휴업에 들어간 날인 28일에 첫 확진자가 나왔다. 발열 증세를 호소했던 그 상담원은 아니었다. 하지만 10일까지 이 콜센터에서 5명의 확진자가 잇따랐다. 만약 콜센터가 제때 휴업하지 않았다면 구로 콜센터같은 대량 감염이 가능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특히 확진자 가운데 4명은 콜센터 건물 2층의 두 사무실 중 한쪽 사무실을 사용했다고 한다. 상호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정확히 어떤 경로로 감염됐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상담원 절반이 감기 증세…마스크도 안 준 회사

2월 26일에는 이미 대구 시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널리 퍼진 상황이었다. 대구 콜센터 직원도 절반가량 감기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이웃 건물 약국에서도 확진자가 나왔고, 대규모 감염의 시작으로 지목된 31번째 확진자 동선도 멀지 않았다.
31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신천지 대구교회와 대구 콜센터는 지하철 한 정거장 떨어져 있다.

그러나 회사는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박 분회장은 주장했다. 그런데 삼성전자서비스 측의 설명과는 다르다. 삼성전자서비스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지난달 23일부터 모든 직원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마스크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분회장은 "마스크를 본 적이 없다. 휴업에 들어가기 직전, 마스크가 배송되고 있다는 말은 들었다."라고 반박했다. 마스크는 어디로 갔을까?

삼성전자서비스 "26일에 일부 직원에게 마스크 지급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이준호 상무는 이에 대해서 "그 이전에는 대면 업무 담당자가 아닌 콜센터 상담원에게는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지만, 일요일인 23일부터 마스크를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하기 어려워서 26일경 콜센터에 마스크가 배달됐다. 개수는 1천 개 가량인데, 부족하다 보니 모든 상담원에게 지급하지는 않았고 개인적으로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직원에게만 일단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이 말대로라도 콜센터에 마스크가 도착한 때는 휴업 이틀 전인 26일로, 이때에도 일부 직원에게만 마스크를 지급한 셈이다. 26일 오전 9시까지 대구지역에서만 677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뒤였다.

이준호 상무는 또 '체온계 사건'에 대해서는 "열이 있는지 애매했다고 하고, 조퇴 서류를 안 쓰려고 해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고의적으로 조퇴를 방해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청에 재하청…열악한 노동 속 감염 사태

삼성전자서비스는 삼성전자의 제품을 수리해주는 일종의 하청업체인데, 콜센터는 다시 이 삼성전자서비스의 하청업체인 삼성전자서비스CS(주) 소속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보면 재하청에 해당하는 셈이다. 원청업체가 마스크 배분을 정했다고 해도 하청업체 현장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구 삼성전자서비스 콜센터의 1층에는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 남대구센터가 있다. 원청회사인 남대구센터 직원들은 대면 업무를 한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미리 받았다. 이준호 상무는 "이번 감염사태 첫 단계부터 지급을 했다"고 밝혔다.

질병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마스크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다닥다닥 붙어서 일하는 사무실의 하청업체 노동자 사이로 코로나19가 침투하고 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코로나19 팩트체크’ 제대로 알아야 이긴다 바로가기
http://news.kbs.co.kr/issue/IssueView.do?icd=19589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마스크 줬다는데…삼성전자 ‘하청’ 콜센터 잇따라 확진
    • 입력 2020-03-12 07:00:26
    • 수정2020-03-12 07:01:19
    취재K

삼성전자서비스 대구콜센터의 상담원들은 다닥다닥 붙은 좌석에서 일했다. (사진제공: 대구콜센터 제보자)

열이 있다고 말하니, "그러니까 집에 가고 싶다는 말씀이죠?"

대구 시내가 코로나19 확산에 시달리던 지난달 26일, 250명이 일하는 삼성전자서비스 대구 콜센터는 정상 가동됐다. 한 상담원이 38도가량의 발열 증상을 호소했다. 담당 관리자는 온도계 3개를 가지고 왔다. 온도계마다 편차가 있다고 하더니 "그러니까, 집에 가고 싶다는 말씀이죠?"라고 물어봤다는 게 해당 사업장 노조 분회장인 박진휘 씨의 말이다.

박 씨는 "모욕감을 느끼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떠보려는 질문이죠"라고 말했다. 한 명이 자리를 비우면 그만큼 상담 실적은 줄어든다. 그런 상황에서 집으로 가겠느냐는 질문이라는 것이다.

노조 지적에 폐쇄하고 5명 확진

이 일에 대해 노조가 강하게 항의했고 결국 콜센터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휴업에 들어간 날인 28일에 첫 확진자가 나왔다. 발열 증세를 호소했던 그 상담원은 아니었다. 하지만 10일까지 이 콜센터에서 5명의 확진자가 잇따랐다. 만약 콜센터가 제때 휴업하지 않았다면 구로 콜센터같은 대량 감염이 가능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특히 확진자 가운데 4명은 콜센터 건물 2층의 두 사무실 중 한쪽 사무실을 사용했다고 한다. 상호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정확히 어떤 경로로 감염됐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상담원 절반이 감기 증세…마스크도 안 준 회사

2월 26일에는 이미 대구 시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널리 퍼진 상황이었다. 대구 콜센터 직원도 절반가량 감기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이웃 건물 약국에서도 확진자가 나왔고, 대규모 감염의 시작으로 지목된 31번째 확진자 동선도 멀지 않았다.
31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신천지 대구교회와 대구 콜센터는 지하철 한 정거장 떨어져 있다.

그러나 회사는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박 분회장은 주장했다. 그런데 삼성전자서비스 측의 설명과는 다르다. 삼성전자서비스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지난달 23일부터 모든 직원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마스크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분회장은 "마스크를 본 적이 없다. 휴업에 들어가기 직전, 마스크가 배송되고 있다는 말은 들었다."라고 반박했다. 마스크는 어디로 갔을까?

삼성전자서비스 "26일에 일부 직원에게 마스크 지급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이준호 상무는 이에 대해서 "그 이전에는 대면 업무 담당자가 아닌 콜센터 상담원에게는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지만, 일요일인 23일부터 마스크를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하기 어려워서 26일경 콜센터에 마스크가 배달됐다. 개수는 1천 개 가량인데, 부족하다 보니 모든 상담원에게 지급하지는 않았고 개인적으로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직원에게만 일단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이 말대로라도 콜센터에 마스크가 도착한 때는 휴업 이틀 전인 26일로, 이때에도 일부 직원에게만 마스크를 지급한 셈이다. 26일 오전 9시까지 대구지역에서만 677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뒤였다.

이준호 상무는 또 '체온계 사건'에 대해서는 "열이 있는지 애매했다고 하고, 조퇴 서류를 안 쓰려고 해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고의적으로 조퇴를 방해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청에 재하청…열악한 노동 속 감염 사태

삼성전자서비스는 삼성전자의 제품을 수리해주는 일종의 하청업체인데, 콜센터는 다시 이 삼성전자서비스의 하청업체인 삼성전자서비스CS(주) 소속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보면 재하청에 해당하는 셈이다. 원청업체가 마스크 배분을 정했다고 해도 하청업체 현장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구 삼성전자서비스 콜센터의 1층에는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 남대구센터가 있다. 원청회사인 남대구센터 직원들은 대면 업무를 한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미리 받았다. 이준호 상무는 "이번 감염사태 첫 단계부터 지급을 했다"고 밝혔다.

질병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마스크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다닥다닥 붙어서 일하는 사무실의 하청업체 노동자 사이로 코로나19가 침투하고 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코로나19 팩트체크’ 제대로 알아야 이긴다 바로가기
http://news.kbs.co.kr/issue/IssueView.do?icd=19589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