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재택근무 막상 해 보니…“눈치 안 보지만 고용은 불안”

입력 2020.03.12 (08:35) 수정 2020.03.1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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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활에 보탬이 되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재택근무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밖에서 보면 편할 것 같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인원감축의 빌미가 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재택근무의 빛과 그늘, 박대기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기업이 상당히 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 설문 조사에서는 30% 정도 기업이 재택을 시행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네이버 같은 IT 업체나 중소규모 게임 업체들이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요.

대기업 중에는 SK가 주요 계열사 재택 근무에 들어갔고 요즘 손님이 적은 면세점도 재택근무 중입니다.

또, 한화 등 다른 기업 중에도 절반 정도만 출근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앵커]

재택근무를 하는 이유는 감염 예방 때문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직원 중 감염자가 발생하면 건물이 폐쇄되거나 다른 직원들 건강도 위험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LS그룹의 경우에는 감염자 때문에 용산타워가 폐쇄되고 나서, 한동안 재택근무를 했습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구로 콜센터의 경우에도, 만약 재택근무를 했더라면 이런 불상사를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재택이 가능한 장비 등 기술적인 문제도 있고, 직원들의 업무 평가를 철저하게 성과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가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톰 프라이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전임 센터장도은 "기업들은 직원 40%가 감염되거나 격리될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재택근무 최대화와 함께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처리하도록 직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는 만큼 재택근무에 대한 준비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앵커]

실제로 재택 근무를 하는 분들은 일은 잘 된다고 하나요?

[기자]

일단 일 자체는 잘 되는데 다른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제가 직접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근로자를 만나봤습니다.

거실에 안 쓰던 프린터와 노트북을 설치해놓고 재택근무중인 40대 직장인입니다.

유치원이 휴업 중이라 딸을 돌보면서 일하지만 업무 능률 자체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재택근무 직장인/음성변조 : "회사에 있을 때는 일을, 딴청을 피우지 않고 계속 일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모습도 있지 않았나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회사 동료들과 교류가 없다 보니,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졌고 또 서로 업무에 관해 배우거나 토론하는 일도 어렵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재택이 장기화될 경우 회사 내에서 보조업무를 하던 사람들은 인원감축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입니다.

실제로 아시아나 항공은 코로나19 때문에 무급휴직 기간을 앞당겼습니다.

회사는 아니라고 하지만, 노조는 대규모 무급휴직이 앞으로의 정리해고를 위한 시뮬레이션이라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재택근무로 텅 빈 사무실을 보면서 CEO 입장에서는 인원을 줄여야 겠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지 않겠냐'고 제게 말했습니다.

[앵커]

실제로 코로나19 때문에 정리해고가 벌어지고 있나요?

[기자]

아직은 정리해고는 드뭅니다.

대신 무급 휴직 정도로 대응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인쿠르트 조사를 보면 6.1% 기업이 무급휴가에 들어갔고요.

급여를 삭감했다는 기업이 1.9%입니다.

또, 5.8%기업은 유급휴가인데요, 유급휴가도 임금 전체를 지급하지는 않는 경우도 있어서 부분적으로 임금이 깎였을 걸로 보입니다.

특히 여행 숙박업종의 경우 20.7%가 무급휴가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고용 불안이나 임금삭감을 겪는 업종은 또 어떤 곳이 있죠?

[기자]

고용형태 가운데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특수고용직이 있습니다.

택배 기사와 학습지 교사들이 대표적인데,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형물류업체 택배 기사의 노동 현장을 따라가봤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배송이 늘어서 쉴 틈이 없습니다.

방문하는 곳이 늘어난 만큼 감염 불안감도 큽니다.

하지만 택배회사 측은 마스크 하나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류 회사의 업무를 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탓에 방역은 개인의 몫이 되버린 것입니다.

하루종일 택배 업무를 하다보니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에 줄을 설 수도 없습니다.

또 다른 특수 고용직인 학습지 교사들은 생계 타격이 큽니다.

학부모들이 감염을 우려해 수업 중단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휴업 상태지만 수입을 보전 받을 길이 없습니다.

고용유지지원금 등 대상이 아닙니다.

전국의 특수고용 노동자는 220만 명. 전염 차단이 가장 중요하지만, 장기전 양상으로 가는 만큼 전염병 속 생계문제도 주목해야 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박대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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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2 08:40:20
    • 수정2020-03-12 09: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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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활에 보탬이 되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재택근무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밖에서 보면 편할 것 같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인원감축의 빌미가 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재택근무의 빛과 그늘, 박대기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기업이 상당히 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 설문 조사에서는 30% 정도 기업이 재택을 시행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네이버 같은 IT 업체나 중소규모 게임 업체들이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요.

대기업 중에는 SK가 주요 계열사 재택 근무에 들어갔고 요즘 손님이 적은 면세점도 재택근무 중입니다.

또, 한화 등 다른 기업 중에도 절반 정도만 출근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앵커]

재택근무를 하는 이유는 감염 예방 때문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직원 중 감염자가 발생하면 건물이 폐쇄되거나 다른 직원들 건강도 위험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LS그룹의 경우에는 감염자 때문에 용산타워가 폐쇄되고 나서, 한동안 재택근무를 했습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구로 콜센터의 경우에도, 만약 재택근무를 했더라면 이런 불상사를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재택이 가능한 장비 등 기술적인 문제도 있고, 직원들의 업무 평가를 철저하게 성과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가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톰 프라이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전임 센터장도은 "기업들은 직원 40%가 감염되거나 격리될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재택근무 최대화와 함께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처리하도록 직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는 만큼 재택근무에 대한 준비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앵커]

실제로 재택 근무를 하는 분들은 일은 잘 된다고 하나요?

[기자]

일단 일 자체는 잘 되는데 다른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제가 직접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근로자를 만나봤습니다.

거실에 안 쓰던 프린터와 노트북을 설치해놓고 재택근무중인 40대 직장인입니다.

유치원이 휴업 중이라 딸을 돌보면서 일하지만 업무 능률 자체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재택근무 직장인/음성변조 : "회사에 있을 때는 일을, 딴청을 피우지 않고 계속 일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모습도 있지 않았나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회사 동료들과 교류가 없다 보니,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졌고 또 서로 업무에 관해 배우거나 토론하는 일도 어렵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재택이 장기화될 경우 회사 내에서 보조업무를 하던 사람들은 인원감축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입니다.

실제로 아시아나 항공은 코로나19 때문에 무급휴직 기간을 앞당겼습니다.

회사는 아니라고 하지만, 노조는 대규모 무급휴직이 앞으로의 정리해고를 위한 시뮬레이션이라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재택근무로 텅 빈 사무실을 보면서 CEO 입장에서는 인원을 줄여야 겠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지 않겠냐'고 제게 말했습니다.

[앵커]

실제로 코로나19 때문에 정리해고가 벌어지고 있나요?

[기자]

아직은 정리해고는 드뭅니다.

대신 무급 휴직 정도로 대응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인쿠르트 조사를 보면 6.1% 기업이 무급휴가에 들어갔고요.

급여를 삭감했다는 기업이 1.9%입니다.

또, 5.8%기업은 유급휴가인데요, 유급휴가도 임금 전체를 지급하지는 않는 경우도 있어서 부분적으로 임금이 깎였을 걸로 보입니다.

특히 여행 숙박업종의 경우 20.7%가 무급휴가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고용 불안이나 임금삭감을 겪는 업종은 또 어떤 곳이 있죠?

[기자]

고용형태 가운데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특수고용직이 있습니다.

택배 기사와 학습지 교사들이 대표적인데,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형물류업체 택배 기사의 노동 현장을 따라가봤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배송이 늘어서 쉴 틈이 없습니다.

방문하는 곳이 늘어난 만큼 감염 불안감도 큽니다.

하지만 택배회사 측은 마스크 하나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류 회사의 업무를 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탓에 방역은 개인의 몫이 되버린 것입니다.

하루종일 택배 업무를 하다보니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에 줄을 설 수도 없습니다.

또 다른 특수 고용직인 학습지 교사들은 생계 타격이 큽니다.

학부모들이 감염을 우려해 수업 중단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휴업 상태지만 수입을 보전 받을 길이 없습니다.

고용유지지원금 등 대상이 아닙니다.

전국의 특수고용 노동자는 220만 명. 전염 차단이 가장 중요하지만, 장기전 양상으로 가는 만큼 전염병 속 생계문제도 주목해야 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박대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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