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인구 70%까지 감염될 것”…다급해진 독일, 메르켈의 등판

입력 2020.03.12 (10:23) 수정 2020.03.1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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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내외신 언론을 상대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금까지 코로나19와 관련한 독일 정부의 대책은 옌스 슈판 보건장관이 전담해 왔지만, 상황이 심각해지자 메르켈 총리가 직접 나선 것이다. 메르켈 총리가 코로나19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구 60~70%가 감염될 것…최대한 속도 늦춰야"

현지시각 11일 메르켈 총리가 옌스 슈판 보건장관과 질병 통제기관인 로버트 코흐 연구소의 로타 빌러 소장과 함께 연방정부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200여 명이 넘는 내외신 기자들이 회견장을 가득 채웠다.

메르켈 총리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토대로 "현재 상황이 계속되면 인구의 60~70%가 감염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람들은 아직 이 바이러스에 면역이 없고 치료제나 백신도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병이 있는 노인들에 대한 보호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연대와 이성이 시험대에 올려져 있다"고 진단했다.

메르켈 총리는 무엇보다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늦추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퍼지는 속도를 늦춰야 시간을 벌고, 보건 체계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리를 함께한 슈판 장관과 빌러 소장도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늦추는 것이 우선순위라며, 백신 개발과 의료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천 명 이상 행사 금지 지역천 명 이상 행사 금지 지역

확진자 급속 증가…"행사 취소, 무관중 경기"

메르켈 총리가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강조한 건 현재 독일에서도 환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접한 이탈리아에서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된 이후인 지난달 말부터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11일 현재 1,600명을 넘어섰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독일 정부는 천 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는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독일 연방의 16개 주 가운데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라인란트 팔츠, 베를린 등 10개 주가 천 명 이상의 행사를 금지했다. 조치를 취한 주들은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온 지역들이다. 이번 주말 예정된 분데스리가 축구는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는데, 무관중 경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재정 지원도 강화"…여론은 싸늘

메르켈 총리는 경제적 타격에 대한 대책도 언급했다. 정부의 엄격한 재정 균형 원칙을 완화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기업의 유동성을 높이고, 조업을 단축할 경우 재정적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경제 충격 완화 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독일 정부에 대한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독일 방송사가 메르켈 총리의 기자회견을 생중계하면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정부가 코로나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란 응답이 65%로, '예'라는 응답 35%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 같은 부정적인 여론은 그동안 상황이 독일 정부의 공언과는 반대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1월 말 첫 환자가 나오고 완만한 증가세를 보일 때까지 독일 정부는 "바이러스에 준비가 잘 돼 있다"며 장담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이후 상황은 급속히 악화됐고, 이제 국민들 사이에서도 정부 대책을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자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의 등장이 과연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을까?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독일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개인 위생수칙에 여전히 마스크 착용은 포함돼 있지 않고,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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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2 10:23:10
    • 수정2020-03-12 10:23:43
    특파원 리포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내외신 언론을 상대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금까지 코로나19와 관련한 독일 정부의 대책은 옌스 슈판 보건장관이 전담해 왔지만, 상황이 심각해지자 메르켈 총리가 직접 나선 것이다. 메르켈 총리가 코로나19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구 60~70%가 감염될 것…최대한 속도 늦춰야"

현지시각 11일 메르켈 총리가 옌스 슈판 보건장관과 질병 통제기관인 로버트 코흐 연구소의 로타 빌러 소장과 함께 연방정부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200여 명이 넘는 내외신 기자들이 회견장을 가득 채웠다.

메르켈 총리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토대로 "현재 상황이 계속되면 인구의 60~70%가 감염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람들은 아직 이 바이러스에 면역이 없고 치료제나 백신도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병이 있는 노인들에 대한 보호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연대와 이성이 시험대에 올려져 있다"고 진단했다.

메르켈 총리는 무엇보다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늦추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퍼지는 속도를 늦춰야 시간을 벌고, 보건 체계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리를 함께한 슈판 장관과 빌러 소장도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늦추는 것이 우선순위라며, 백신 개발과 의료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천 명 이상 행사 금지 지역
확진자 급속 증가…"행사 취소, 무관중 경기"

메르켈 총리가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강조한 건 현재 독일에서도 환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접한 이탈리아에서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된 이후인 지난달 말부터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11일 현재 1,600명을 넘어섰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독일 정부는 천 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는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독일 연방의 16개 주 가운데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라인란트 팔츠, 베를린 등 10개 주가 천 명 이상의 행사를 금지했다. 조치를 취한 주들은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온 지역들이다. 이번 주말 예정된 분데스리가 축구는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는데, 무관중 경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재정 지원도 강화"…여론은 싸늘

메르켈 총리는 경제적 타격에 대한 대책도 언급했다. 정부의 엄격한 재정 균형 원칙을 완화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기업의 유동성을 높이고, 조업을 단축할 경우 재정적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경제 충격 완화 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독일 정부에 대한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독일 방송사가 메르켈 총리의 기자회견을 생중계하면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정부가 코로나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란 응답이 65%로, '예'라는 응답 35%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 같은 부정적인 여론은 그동안 상황이 독일 정부의 공언과는 반대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1월 말 첫 환자가 나오고 완만한 증가세를 보일 때까지 독일 정부는 "바이러스에 준비가 잘 돼 있다"며 장담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이후 상황은 급속히 악화됐고, 이제 국민들 사이에서도 정부 대책을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자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의 등장이 과연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을까?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독일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개인 위생수칙에 여전히 마스크 착용은 포함돼 있지 않고,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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