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유럽과 미국 사이 하늘·바닷길 끊겼다…유례없는 결정 배경은?

입력 2020.03.12 (16:38) 수정 2020.03.1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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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끝나는 순간, 국가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희소식은 중국과 한국에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1일, "중국과 한국의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상황이 개선되는 것에 따라 조기 개방 가능성을 위해 여행 제한과 경보를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은 아니지만, 미 정부가 설정한 여행 제한과 경보 조치를 상황이 개선되면 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는 한국에 대해 3단계인 '여행 재고'로 설정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이 심한 대구에 대해 최고 등급인 4단계 '여행 금지'로 격상한 상태다.

혹시나 다른 지역까지 여행 경보를 격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우리나라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반면, 유럽은 된서리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조기 행동을 통해 생명을 구하는 조처를 했듯이 유럽에도 똑같이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을 제외한 유럽의 경우 13일부터 한달 간 미국으로의 여행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입국 금지에 해당하는 조처로 사실상 유럽과 미국 사이 하늘길·바닷길이 끊기게 된 것이다.

유럽국가 13일부터 30일 간 사실상 미국 입국 금지...예상 뛰어 넘는 파격 조치 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처는 하루 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2천 3백 명을 넘기고, 이탈리아 정부가 전국 이동제한에 이어 전국 상점 '휴업령'를 내린 뒤 나왔다.

미국 내에서도 코로나19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만큼, 이탈리아에 대한 여행 경보 격상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다. 그런데 영국을 제외한 유럽 전체로 불똥이 튄 이유는 뭘까?

트럼프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유럽연합(EU)은 미국이 중국에 했던 것처럼 과감한 조처를 하지 않고 중국과 위험 지역으로부터 여행을 제한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상당수 집단발병지가 유럽을 다녀온 여행객으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EU'를 언급한 것은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이탈리아를 다녀온 뒤 확진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뒤이어 낸 포고문을 통해 "3월 11일 현재 26개 솅겐조약 가입 지역 국가에서의 발병 건수는 1만 7442건으로 711명이 사망했고, 확진자수가 지속적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U 27개 회원국 중 프랑스, 독일 등 22개 회원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등 비 EU 4개국 등 26개국은 1995년 솅겐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에 따라 가입국은 다른 국가와의 국경을 일방적로 폐쇄할 수 없고,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해야 한다.

이번 입국 금지 조처에 해당하는 국가는 솅겐조약에 가입한 26개국이다. 이탈리아에서 다른 유럽 국가로 얼마든지 왕래할 수 있는 만큼, 이탈리아에 대한 미국 입국 제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영국은 솅겐조약에 동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담화문에서 영국이 제외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유럽 거주 교민이나 여행중인 우리 국민 미국 못오나...예외 조항은?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검사를 거친 미국인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고 밝혔지만, 그 외 다른 예외 조항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에따라 앞으로 이행 과정에서 일정 부분 혼선이 예상된다.

백악관이 발표한 대통령 포고문을 보면 입국 제한 대상과 예외 조항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미국 입국 전 14일 동안 솅겐조약 가입 국가에 머물렀던 외국인들의 미국 입국은 30일 동안 제한된다고 명시했다.

다만, 미국 영주권자나 시민권자, 그리고 이들의 가족, 그리고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 미 정부의 초청장을 받은 외국인 등의 경우 예외 조항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발표된 대통령 포고문백악관 홈페이지에 발표된 대통령 포고문

https://www.whitehouse.gov/presidential-actions/proclamation-suspension-entry-immigrants-nonimmigrants-certain-additional-persons-pose-risk-transmitting-2019-novel-coronavirus/

미 보건당국자, "아직 최악의 상황 안 와...다음달이 고비"

미국 내 코로나19 위험도는 낮다며 연일 안심 메시지를 내놨던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 빗장을 거는 파격 조치를 내놓은 건 그만큼 미국 내 상황도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현지시간 11일,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느냐'는 캐럴린 멀로니(민주·뉴욕) 위원장의 질문에 "그렇다. 사태는 더 악화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하며 다음 달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고위 보건 당국자가, 그것도 범정부 태스크포스 소속 핵심 관계자가 한 말이라 파장이 컸다.

뉴욕타임스 집계를 보면 현지시간 12일 새벽 1시를 기준으로 확진자는 44개 주에 걸쳐 천2백 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는 37명으로 집계됐다. 미국 내에선 전체를 아우르는 공식적인 통계가 없어, 미 보건당국과 언론사별 통계가 조금씩 다르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공식 통계가 무의미할 정도로 미국 내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진단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펜스 부통령이 진단 키트를 대량으로 확보해 일선 병원 등에 배포했다고 했지만, 실제로 지역의 병원에 문의해 본 결과 확실한 증상 없이 진단을 받기는 여전히 힘든 실정이다.

브라이언 모나한 미 의회·대법원 주치의는 미국 내 감염자가 7천만 명에서 최대 1억5천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제 최악의 순간을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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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2 16:38:29
    • 수정2020-03-12 16:47:07
    특파원 리포트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끝나는 순간, 국가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희소식은 중국과 한국에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1일, "중국과 한국의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상황이 개선되는 것에 따라 조기 개방 가능성을 위해 여행 제한과 경보를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은 아니지만, 미 정부가 설정한 여행 제한과 경보 조치를 상황이 개선되면 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는 한국에 대해 3단계인 '여행 재고'로 설정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이 심한 대구에 대해 최고 등급인 4단계 '여행 금지'로 격상한 상태다. 혹시나 다른 지역까지 여행 경보를 격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우리나라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반면, 유럽은 된서리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조기 행동을 통해 생명을 구하는 조처를 했듯이 유럽에도 똑같이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을 제외한 유럽의 경우 13일부터 한달 간 미국으로의 여행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입국 금지에 해당하는 조처로 사실상 유럽과 미국 사이 하늘길·바닷길이 끊기게 된 것이다. 유럽국가 13일부터 30일 간 사실상 미국 입국 금지...예상 뛰어 넘는 파격 조치 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처는 하루 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2천 3백 명을 넘기고, 이탈리아 정부가 전국 이동제한에 이어 전국 상점 '휴업령'를 내린 뒤 나왔다. 미국 내에서도 코로나19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만큼, 이탈리아에 대한 여행 경보 격상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다. 그런데 영국을 제외한 유럽 전체로 불똥이 튄 이유는 뭘까? 트럼프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유럽연합(EU)은 미국이 중국에 했던 것처럼 과감한 조처를 하지 않고 중국과 위험 지역으로부터 여행을 제한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상당수 집단발병지가 유럽을 다녀온 여행객으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EU'를 언급한 것은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이탈리아를 다녀온 뒤 확진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뒤이어 낸 포고문을 통해 "3월 11일 현재 26개 솅겐조약 가입 지역 국가에서의 발병 건수는 1만 7442건으로 711명이 사망했고, 확진자수가 지속적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U 27개 회원국 중 프랑스, 독일 등 22개 회원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등 비 EU 4개국 등 26개국은 1995년 솅겐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에 따라 가입국은 다른 국가와의 국경을 일방적로 폐쇄할 수 없고,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해야 한다. 이번 입국 금지 조처에 해당하는 국가는 솅겐조약에 가입한 26개국이다. 이탈리아에서 다른 유럽 국가로 얼마든지 왕래할 수 있는 만큼, 이탈리아에 대한 미국 입국 제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영국은 솅겐조약에 동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담화문에서 영국이 제외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유럽 거주 교민이나 여행중인 우리 국민 미국 못오나...예외 조항은?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검사를 거친 미국인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고 밝혔지만, 그 외 다른 예외 조항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에따라 앞으로 이행 과정에서 일정 부분 혼선이 예상된다. 백악관이 발표한 대통령 포고문을 보면 입국 제한 대상과 예외 조항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미국 입국 전 14일 동안 솅겐조약 가입 국가에 머물렀던 외국인들의 미국 입국은 30일 동안 제한된다고 명시했다. 다만, 미국 영주권자나 시민권자, 그리고 이들의 가족, 그리고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 미 정부의 초청장을 받은 외국인 등의 경우 예외 조항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발표된 대통령 포고문 https://www.whitehouse.gov/presidential-actions/proclamation-suspension-entry-immigrants-nonimmigrants-certain-additional-persons-pose-risk-transmitting-2019-novel-coronavirus/ 미 보건당국자, "아직 최악의 상황 안 와...다음달이 고비" 미국 내 코로나19 위험도는 낮다며 연일 안심 메시지를 내놨던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 빗장을 거는 파격 조치를 내놓은 건 그만큼 미국 내 상황도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현지시간 11일,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느냐'는 캐럴린 멀로니(민주·뉴욕) 위원장의 질문에 "그렇다. 사태는 더 악화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하며 다음 달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고위 보건 당국자가, 그것도 범정부 태스크포스 소속 핵심 관계자가 한 말이라 파장이 컸다. 뉴욕타임스 집계를 보면 현지시간 12일 새벽 1시를 기준으로 확진자는 44개 주에 걸쳐 천2백 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는 37명으로 집계됐다. 미국 내에선 전체를 아우르는 공식적인 통계가 없어, 미 보건당국과 언론사별 통계가 조금씩 다르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공식 통계가 무의미할 정도로 미국 내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진단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펜스 부통령이 진단 키트를 대량으로 확보해 일선 병원 등에 배포했다고 했지만, 실제로 지역의 병원에 문의해 본 결과 확실한 증상 없이 진단을 받기는 여전히 힘든 실정이다. 브라이언 모나한 미 의회·대법원 주치의는 미국 내 감염자가 7천만 명에서 최대 1억5천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제 최악의 순간을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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