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사무총장 사퇴하라…국제서명 46만 명 돌파

입력 2020.03.13 (08:20) 수정 2020.03.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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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몇 달 전만 해도 참 낯설게 들렸을 이름이지만, 코로나 19 창궐 이후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사람이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코로나 19 진압을 위한 총사령관 역할을 맡고 있죠, 매일 그가 기자회견을 열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즉시 세계로 퍼져 나갑니다.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력이 상당할텐데 그는 늘 조용하고 곧잘 미소도 띄웁니다.

1965년생(55세) 그가 태어난 곳은 아프리카 북쪽에 자리한 에리트레아입니다.

'말라리아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보건장관을 지냈습니다.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2017년 8대 사무총장에 선출됐습니다.

지난해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는 "네 살 무렵 남동생을 병으로 잃은 것이 보건 학도의 꿈을 품게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지금도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잘못된 장소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예방 가능한 질병에 걸려 죽어야 하는 일은 공평치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극적인 이력을 배경으로 WHO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그에게, 지구촌의 비난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국제 청원사이트인 체인지에는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이 조금 전 오전 8시 기준으로 46만 명을 넘어 목표치인 50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런 반대 움직임은 코로나 19 발병 초기부터 꿈틀거렸습니다.

WHO 사무총장은 지구촌 77억 명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자리죠,

‘세계의 보건대통령’으로 불리며 존경을 받아온 것도 이런 막중한 책임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거브러여수스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중국 입장을 대변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괴질이 확산하는데도 창궐 초기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를 거부했습니다.

중국 내부에서조차 초기대응 실패란 지적이 나왔건만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아낸다”고 옹호했습니다.

뒤늦게, 떠밀리듯 비상사태를 선포하던 당일에도 질병과 싸우는 국제기구 수장이 아니라 중국 정부 대변인 같은 발언으로 또 다시 구설에 오릅니다.

[거브러여수스/WHO 사무총장 :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주된 이유는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 때문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때문입니다."]

중국을 두둔하는 그의 잇딴 행보에, WHO가 ‘Woo Han Organization(우한기구)’냐는 비아냥까지 나왔습니다.

그 후에도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습니다.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한 달 만에 감염국 수는 22국에서 74국으로 확진자 수도 10만 명으로 10배 가까이 불어났습니다.

급기야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 대륙까지 감염병에 뚫려 나갔지만 WHO는 대유행, 즉 팬데믹 선언에 주저했습니다.

[거브러여수스/WHO 사무총장 : "이 바이러스가 대유행의 가능성이 있는가? 당연히 있습니다. 지금 그 단계인가? 우리의 판단은 '아직 아니다'입니다."]

보다 못한 미국 CNN이 그냥 우리가 먼저 팬데믹이라 부르겠다고 나섰고, 결국 나흘 뒤 WHO는 팬데믹을 선언합니다.

[거브러여수스/WHO 사무총장 : "우리는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과 심각성, 행동불능 수준에 대해 깊이 우려합니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코로나 19가 돌기 시작한 이후 WHO 사무총장이 처음 간 곳은, 발병지인 우한이 아닌, 베이징이었습니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시진핑과 악수를 나눈 거브러여수스는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을 존중한다. 코로나 19를 막는 데 당신의 역할이 결정적일 것"이라는 말을 헌사했습니다.

이같은 그의 친중 성향은 중국이 10년간 600억 위안 (약 10조 원)을 WHO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추측이 나옵니다.

실제로 그가 사무총장에 당선됐을 당시 중국의 전폭적 지원이 배경이 됐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고, 당선 직후 보건기구 수장으론 이례적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보건기구 수장이 왠 난데없는 정치적 발언이냐?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가 중국 감싸기를 넘어 ‘중국을 배우라’고 하는 지경에 이르자, 이제는 거브러여수스 개인이 아니라 WHO 기구 자체의 신뢰성마저 의심스럽단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혜안을 가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한 후 WHO가 속한 유엔에 대해 “하는 일도 없이 방만하다”며 6억4000만 달러(약 7500억 원)의 지원금을 삭감했습니다.

그러니까 트럼프가 혜안을 가졌단 말은 WHO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비꼰 우스개 소리인 셈입니다.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WHO의 신뢰도가 흔들린다면 자칫 기구 활동의 제약으로 이러질 수 있기 때문에 인류에게 좋은 일일 수가 없습니다.

국제보건기구 활동에 과학이 아닌 정치가 깊숙이 개입된다면 그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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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3 08:22:24
    • 수정2020-03-13 09: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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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몇 달 전만 해도 참 낯설게 들렸을 이름이지만, 코로나 19 창궐 이후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사람이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코로나 19 진압을 위한 총사령관 역할을 맡고 있죠, 매일 그가 기자회견을 열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즉시 세계로 퍼져 나갑니다.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력이 상당할텐데 그는 늘 조용하고 곧잘 미소도 띄웁니다.

1965년생(55세) 그가 태어난 곳은 아프리카 북쪽에 자리한 에리트레아입니다.

'말라리아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보건장관을 지냈습니다.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2017년 8대 사무총장에 선출됐습니다.

지난해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는 "네 살 무렵 남동생을 병으로 잃은 것이 보건 학도의 꿈을 품게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지금도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잘못된 장소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예방 가능한 질병에 걸려 죽어야 하는 일은 공평치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극적인 이력을 배경으로 WHO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그에게, 지구촌의 비난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국제 청원사이트인 체인지에는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이 조금 전 오전 8시 기준으로 46만 명을 넘어 목표치인 50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런 반대 움직임은 코로나 19 발병 초기부터 꿈틀거렸습니다.

WHO 사무총장은 지구촌 77억 명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자리죠,

‘세계의 보건대통령’으로 불리며 존경을 받아온 것도 이런 막중한 책임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거브러여수스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중국 입장을 대변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괴질이 확산하는데도 창궐 초기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를 거부했습니다.

중국 내부에서조차 초기대응 실패란 지적이 나왔건만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아낸다”고 옹호했습니다.

뒤늦게, 떠밀리듯 비상사태를 선포하던 당일에도 질병과 싸우는 국제기구 수장이 아니라 중국 정부 대변인 같은 발언으로 또 다시 구설에 오릅니다.

[거브러여수스/WHO 사무총장 :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주된 이유는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 때문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때문입니다."]

중국을 두둔하는 그의 잇딴 행보에, WHO가 ‘Woo Han Organization(우한기구)’냐는 비아냥까지 나왔습니다.

그 후에도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습니다.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한 달 만에 감염국 수는 22국에서 74국으로 확진자 수도 10만 명으로 10배 가까이 불어났습니다.

급기야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 대륙까지 감염병에 뚫려 나갔지만 WHO는 대유행, 즉 팬데믹 선언에 주저했습니다.

[거브러여수스/WHO 사무총장 : "이 바이러스가 대유행의 가능성이 있는가? 당연히 있습니다. 지금 그 단계인가? 우리의 판단은 '아직 아니다'입니다."]

보다 못한 미국 CNN이 그냥 우리가 먼저 팬데믹이라 부르겠다고 나섰고, 결국 나흘 뒤 WHO는 팬데믹을 선언합니다.

[거브러여수스/WHO 사무총장 : "우리는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과 심각성, 행동불능 수준에 대해 깊이 우려합니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코로나 19가 돌기 시작한 이후 WHO 사무총장이 처음 간 곳은, 발병지인 우한이 아닌, 베이징이었습니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시진핑과 악수를 나눈 거브러여수스는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을 존중한다. 코로나 19를 막는 데 당신의 역할이 결정적일 것"이라는 말을 헌사했습니다.

이같은 그의 친중 성향은 중국이 10년간 600억 위안 (약 10조 원)을 WHO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추측이 나옵니다.

실제로 그가 사무총장에 당선됐을 당시 중국의 전폭적 지원이 배경이 됐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고, 당선 직후 보건기구 수장으론 이례적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보건기구 수장이 왠 난데없는 정치적 발언이냐?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가 중국 감싸기를 넘어 ‘중국을 배우라’고 하는 지경에 이르자, 이제는 거브러여수스 개인이 아니라 WHO 기구 자체의 신뢰성마저 의심스럽단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혜안을 가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한 후 WHO가 속한 유엔에 대해 “하는 일도 없이 방만하다”며 6억4000만 달러(약 7500억 원)의 지원금을 삭감했습니다.

그러니까 트럼프가 혜안을 가졌단 말은 WHO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비꼰 우스개 소리인 셈입니다.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WHO의 신뢰도가 흔들린다면 자칫 기구 활동의 제약으로 이러질 수 있기 때문에 인류에게 좋은 일일 수가 없습니다.

국제보건기구 활동에 과학이 아닌 정치가 깊숙이 개입된다면 그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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