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오해와 착각 그리고 거짓말

입력 2020.03.13 (09:05) 수정 2020.03.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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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사려는 줄은 불안을 반영한다. 일자리도 소득도 없는 할아버지는 뭐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줄을 섰을 것이다. 뭐라도 해야한다는 불안감. 재난이 찾아왔다. 경기가 차갑게 식는다. 누군가는 주저앉고 누군가는 낭떠러지 앞에 설 것이다.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답은 재정이다.

이 방법 밖에 없다. 일단 11조 원의 추경안이 나왔다. 너무 작다. 정말 그 돈으로 살릴 수 있을까? 그 정도 재난인가? 세금 내기 싫어하는 상공회의소마저 40조 원 정도를 주문했다. 그마저 제대로 쓸 수 있을까? 메르스가 덮쳤던 2015년, 그때도 11조 원의 추경이 국회를 통과했다. 잘 썼을까? 그해 정부예산은 375조 원이었다. 결산 지출액은 그런데 372조 원이었다. 추경은 커녕 애초에 잡았던 예산조차 다 못썼다.

현재 지구인에게 검증된 경기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 재정과 통화정책이다. 미 연준(FED)은 예정에 없는 회의를 열어 금리를 2단계나 내렸다. 나름 드라마틱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 통화정책이 어렵다. 이자율이 더 내려가면 부동산시장에 불이 붙는다. 가계 부채도 꿈틀할 거다. 그리고 큰나라가 금리 낮춘다고 우리도 마냥 낮출 수 없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돈은 이자를 더주는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결국 ‘재정’밖에 없다.

그런데 그마저 부인하는 사람들이 있다. 감세를 먼저 하자고 한다. 트럼프도 그 카드를 꺼냈다. 다시 해묵은 논쟁이다. 핵심은 재정을 더 쓰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하니 그게 그거라는 거다(Crowding-Out Effect).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재정은 가난한 곳에 들어가고 세금은 부자가 더 내야한다. 우리 급여 생활자의 절반, 또 자영업자의 절반은 이미 1년에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그러니 재정 지출이 늘면 중산층과 부자들의 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감세를 하면 부자나 대기업이 먼저 이익을 본다. 그런데 이 말은 잘 안한다.

또 하나 ‘전가의 보도’가 있다.

재정 지출을 늘리면‘재정건전성’이 훼손된다고 한다. 나라 곳간을 걱정한다. 당연한 지적이다. 그런데 전세계 우리만큼 사는, 또는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는 죄다 적자 재정이다. 모두 미래의 빚을 끌어다 현재의 경제를 살린다. 그럼 그 빚을 누가 어떻게 갚을까? 그 답을 알고 재정 지출을 늘리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다시 말해 다들 답이 있어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게 아니다. 어제 메르켈 총리도 "균형 재정을 따지지 않고 뭐든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꼭 우리만 (있지도 않는) 답을 찾으라며 재정 확대를 반대한다. 하다하다 IMF가 한국은 너무 재정을 안쓴다고 지적하는데도 반대한다.(이러다 '양키 고 홈!' 할 태세다) 아, 하나 기억나는 게 있다. 크루그먼이 외계인의 침략이 있다면 미국의 재정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했던 것 같다.

그럼 재정을 어디에 쓸까?

자, 이제 이 고민을 해야 한다. 1)위기의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주머니에 현금을 깊숙이 찔러 줘야한다. 2)이 돈은 빛의 속도로 이들의 지갑을 빠져나온다. 여유가 없으니 금방 이 돈으로 빚을 갚고, 간판을 새로 고치고, 아이들 학원비를 낸다. 재정이 다시 시장으로 흘러나와 계속 손바꿈(승수효과)을 한다. 경제는 이렇게 살아난다. 3)반면 부자에게 들어간 재정은 요구불예금이나 MMF 등으로 잠기거나(1,010조 원 정도 된다/2019년/천문학적인 돈이 은행에 목적지 없이 잠겨있다.) 파생상품시장(ELS만 연간 90조 원이다)으로 흘러간다. 투기의 기회만 엿볼 뿐, 좀처럼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일단 코로나에 휘청거리는 취약 계층에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

(요즘 네이버 댓글을 보니까 이런 현금성 복지를 ‘현금 살포’라고 하던데 그 현금 살포 정책 중 가장 큰 예산이 들어가는 정책은 단연 박근혜 대통령이 도입한 월 20만 원 기초연금이다. 올해만 11조 4천억 원의 예산이 든다. 어르신에게 매월 주는 돈은‘현금 살포’가 아닌가? 노인 인구 비중은 계속 커지고 이 부담은 해마다 1조 원씩 늘어난다)

그럼 누구에게 얼마나 줄까.

기준을 만들고 대상을 찾아내는 문제가 남는다. 이 기준은 잡기도 어렵고 특히 공정하기도 어렵다.(자영업 가게 중에서 비임금 근로자는 어디까지이며 가족 구성원 중 조금이라도 일을 도와주는 가족은 어디까지 비임금 근로자로 보고 어디까지 지원할 것인가?) 그래서 선진국은 그냥 보편적 복지를 펼친다. 다시말해 모두에게 주는 것이다.

모두에게 주고 대신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간다. 이번 코로나 위기에 1인당 50만 원(이재웅)이나 100만 원(김경수)씩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레이의 500가지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게 뻔하다. 그러니 어설픈‘재난기본소득’이라도 지금 하자.(기본소득이란 말도 부끄럽다. 기본소득이란 무조건성과 보편성 그리고 정기적으로 지급돼야 한다)

사실‘긴급구호수당’이란 말이 더 맞는 거 같다. 뭐든 지금 하자. 일단 위급한 취약 계층부터 현금을 주자. 분명하게, 그리고 많이 주자. 하나만 더. 추경안을 보면 일단 중소기업상품권처럼 현금성 쿠폰이 580만 명에게 지급 될텐데 반드시 석 달 안에 쓰도록 하면 좋겠다. 그럴려면 정부는 못하고 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회가 지금 바로 해야 할 일이 이런거다. 일 좀 하자.

우리는 이 위기를 이겨낼 것이다.

하지만 안개가 걷히고 나면 격차는 더 커지고, 위기는 금융시장에 전달될 것이다. 누군가는 낭떠러지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지금도 하루 36명이 자살하는 나라다. 자, 시간이 없다.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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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오해와 착각 그리고 거짓말
    • 입력 2020-03-13 09:05:06
    • 수정2020-03-13 09:05:27
    취재K
마스크를 사려는 줄은 불안을 반영한다. 일자리도 소득도 없는 할아버지는 뭐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줄을 섰을 것이다. 뭐라도 해야한다는 불안감. 재난이 찾아왔다. 경기가 차갑게 식는다. 누군가는 주저앉고 누군가는 낭떠러지 앞에 설 것이다.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답은 재정이다.

이 방법 밖에 없다. 일단 11조 원의 추경안이 나왔다. 너무 작다. 정말 그 돈으로 살릴 수 있을까? 그 정도 재난인가? 세금 내기 싫어하는 상공회의소마저 40조 원 정도를 주문했다. 그마저 제대로 쓸 수 있을까? 메르스가 덮쳤던 2015년, 그때도 11조 원의 추경이 국회를 통과했다. 잘 썼을까? 그해 정부예산은 375조 원이었다. 결산 지출액은 그런데 372조 원이었다. 추경은 커녕 애초에 잡았던 예산조차 다 못썼다.

현재 지구인에게 검증된 경기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 재정과 통화정책이다. 미 연준(FED)은 예정에 없는 회의를 열어 금리를 2단계나 내렸다. 나름 드라마틱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 통화정책이 어렵다. 이자율이 더 내려가면 부동산시장에 불이 붙는다. 가계 부채도 꿈틀할 거다. 그리고 큰나라가 금리 낮춘다고 우리도 마냥 낮출 수 없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돈은 이자를 더주는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결국 ‘재정’밖에 없다.

그런데 그마저 부인하는 사람들이 있다. 감세를 먼저 하자고 한다. 트럼프도 그 카드를 꺼냈다. 다시 해묵은 논쟁이다. 핵심은 재정을 더 쓰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하니 그게 그거라는 거다(Crowding-Out Effect).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재정은 가난한 곳에 들어가고 세금은 부자가 더 내야한다. 우리 급여 생활자의 절반, 또 자영업자의 절반은 이미 1년에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그러니 재정 지출이 늘면 중산층과 부자들의 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감세를 하면 부자나 대기업이 먼저 이익을 본다. 그런데 이 말은 잘 안한다.

또 하나 ‘전가의 보도’가 있다.

재정 지출을 늘리면‘재정건전성’이 훼손된다고 한다. 나라 곳간을 걱정한다. 당연한 지적이다. 그런데 전세계 우리만큼 사는, 또는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는 죄다 적자 재정이다. 모두 미래의 빚을 끌어다 현재의 경제를 살린다. 그럼 그 빚을 누가 어떻게 갚을까? 그 답을 알고 재정 지출을 늘리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다시 말해 다들 답이 있어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게 아니다. 어제 메르켈 총리도 "균형 재정을 따지지 않고 뭐든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꼭 우리만 (있지도 않는) 답을 찾으라며 재정 확대를 반대한다. 하다하다 IMF가 한국은 너무 재정을 안쓴다고 지적하는데도 반대한다.(이러다 '양키 고 홈!' 할 태세다) 아, 하나 기억나는 게 있다. 크루그먼이 외계인의 침략이 있다면 미국의 재정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했던 것 같다.

그럼 재정을 어디에 쓸까?

자, 이제 이 고민을 해야 한다. 1)위기의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주머니에 현금을 깊숙이 찔러 줘야한다. 2)이 돈은 빛의 속도로 이들의 지갑을 빠져나온다. 여유가 없으니 금방 이 돈으로 빚을 갚고, 간판을 새로 고치고, 아이들 학원비를 낸다. 재정이 다시 시장으로 흘러나와 계속 손바꿈(승수효과)을 한다. 경제는 이렇게 살아난다. 3)반면 부자에게 들어간 재정은 요구불예금이나 MMF 등으로 잠기거나(1,010조 원 정도 된다/2019년/천문학적인 돈이 은행에 목적지 없이 잠겨있다.) 파생상품시장(ELS만 연간 90조 원이다)으로 흘러간다. 투기의 기회만 엿볼 뿐, 좀처럼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일단 코로나에 휘청거리는 취약 계층에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

(요즘 네이버 댓글을 보니까 이런 현금성 복지를 ‘현금 살포’라고 하던데 그 현금 살포 정책 중 가장 큰 예산이 들어가는 정책은 단연 박근혜 대통령이 도입한 월 20만 원 기초연금이다. 올해만 11조 4천억 원의 예산이 든다. 어르신에게 매월 주는 돈은‘현금 살포’가 아닌가? 노인 인구 비중은 계속 커지고 이 부담은 해마다 1조 원씩 늘어난다)

그럼 누구에게 얼마나 줄까.

기준을 만들고 대상을 찾아내는 문제가 남는다. 이 기준은 잡기도 어렵고 특히 공정하기도 어렵다.(자영업 가게 중에서 비임금 근로자는 어디까지이며 가족 구성원 중 조금이라도 일을 도와주는 가족은 어디까지 비임금 근로자로 보고 어디까지 지원할 것인가?) 그래서 선진국은 그냥 보편적 복지를 펼친다. 다시말해 모두에게 주는 것이다.

모두에게 주고 대신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간다. 이번 코로나 위기에 1인당 50만 원(이재웅)이나 100만 원(김경수)씩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레이의 500가지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게 뻔하다. 그러니 어설픈‘재난기본소득’이라도 지금 하자.(기본소득이란 말도 부끄럽다. 기본소득이란 무조건성과 보편성 그리고 정기적으로 지급돼야 한다)

사실‘긴급구호수당’이란 말이 더 맞는 거 같다. 뭐든 지금 하자. 일단 위급한 취약 계층부터 현금을 주자. 분명하게, 그리고 많이 주자. 하나만 더. 추경안을 보면 일단 중소기업상품권처럼 현금성 쿠폰이 580만 명에게 지급 될텐데 반드시 석 달 안에 쓰도록 하면 좋겠다. 그럴려면 정부는 못하고 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회가 지금 바로 해야 할 일이 이런거다. 일 좀 하자.

우리는 이 위기를 이겨낼 것이다.

하지만 안개가 걷히고 나면 격차는 더 커지고, 위기는 금융시장에 전달될 것이다. 누군가는 낭떠러지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지금도 하루 36명이 자살하는 나라다. 자, 시간이 없다.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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