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법농단’ 임종헌 보석 허가…503일 만에 석방

입력 2020.03.13 (15:57) 수정 2020.03.1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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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로 구속된 채 재판을 받아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오늘(13일)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는 임 전 차장이 지난 3일 청구한 보석을 오늘 허가했습니다. 임 전 차장이 2018년 10월 말 검찰 수사 당시 구속된 지 503일 만입니다.

임 전 차장은 오늘 오후 6시 반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습니다. 임 전 차장은 보석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타 집으로 향했습니다. 당초 임 전 차장의 구속기간은 오는 7월 중 만료될 예정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에 대해 "보석을 허가할 수 있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법원이 (지난해 5월) 추가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때로부터 약 10개월이 경과했다"며 "그동안 피고인(임 전 차장)은 격리돼 있어 참고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고, 그 사이 일부 참고인들은 퇴직하여 구속영장을 발부한 당시와 비교하면 피고인이 참고인들에게 미칠 수 있는 사실상의 영향력은 다소 감소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보석 허가 사유를 밝혔습니다. 일부 관련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공범들의 재판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또 보석심문에서 쟁점이 됐던 증거인멸 우려에 대해서도 "피고인에게 형사소송법 제98조에 따라 조건을 부가함으로써, 죄증(증거) 인멸의 염려를 방지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하여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가 임 전 차장에게 부과한 보석 조건은 모두 5가지입니다.

우선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와 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또 보증금 3억 원을 납입하되, 보증금은 현금 대신 보석보증보험증권을 첨부한 '보증서'로 갈음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법원이 지정하는 장소로 임 전 차장의 주거를 제한하고, 이사 등으로 이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출국을 할 경우에도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증거인멸 우려를 고려해, 본인은 물론 변호인이나 다른 제3자를 통해서도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들이나 그들의 대리인 또는 친족"과 "사건에 관련해" 그 어떤 방법으로도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같은 보석 조건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임 전 차장은 재판부의 보석 취소 결정으로 재수감될 수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5월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의 1차 구속기간 만기를 앞두고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구속 사유로는 국회의원이나 의원 지인이 연루된 일선 재판에 개입했다는 임 전 차장의 추가기소 혐의(직권남용)에 대한 증거인멸 우려를 들었습니다. 이후 임 전 차장은 재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당했고, 지난 3일 보석을 청구했습니다.

임 전 차장 측은 지난 9일 열린 보석심문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주장했습니다. 문제가 된 국회의원 관련 재판 개입 혐의에 대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내용이나 신빙성을 인정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사건 관계자들과의 접촉 우려가 있다면, 보석 조건으로 고려하면 될 일이라고도 밝혔습니다.

반면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가 여전하다고 반박했습니다.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충분한 소명으로 (지난해 5월)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그 이후 현재까지 구속사유와 관련해 아무런 사정 변경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임 전 차장이 주요 증인인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된다면 증인들에게 연락해 회유하거나 진술을 조작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임 전 차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다른 보석 허가 사유가 있다며 형사소송법 96조가 규정한 임의적 보석을 택했습니다.

한편 법원이 오늘 임 전 차장에 대한 보석을 허가하면서, '사법농단' 수사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들은 모두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임 전 차장처럼 검찰 수사 당시 구속됐지만,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7월 법원의 직권보석 결정으로 석방됐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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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3 15:57:35
    • 수정2020-03-14 07:51:30
    사회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로 구속된 채 재판을 받아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오늘(13일)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는 임 전 차장이 지난 3일 청구한 보석을 오늘 허가했습니다. 임 전 차장이 2018년 10월 말 검찰 수사 당시 구속된 지 503일 만입니다.

임 전 차장은 오늘 오후 6시 반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습니다. 임 전 차장은 보석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타 집으로 향했습니다. 당초 임 전 차장의 구속기간은 오는 7월 중 만료될 예정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에 대해 "보석을 허가할 수 있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법원이 (지난해 5월) 추가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때로부터 약 10개월이 경과했다"며 "그동안 피고인(임 전 차장)은 격리돼 있어 참고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고, 그 사이 일부 참고인들은 퇴직하여 구속영장을 발부한 당시와 비교하면 피고인이 참고인들에게 미칠 수 있는 사실상의 영향력은 다소 감소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보석 허가 사유를 밝혔습니다. 일부 관련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공범들의 재판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또 보석심문에서 쟁점이 됐던 증거인멸 우려에 대해서도 "피고인에게 형사소송법 제98조에 따라 조건을 부가함으로써, 죄증(증거) 인멸의 염려를 방지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하여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가 임 전 차장에게 부과한 보석 조건은 모두 5가지입니다.

우선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와 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또 보증금 3억 원을 납입하되, 보증금은 현금 대신 보석보증보험증권을 첨부한 '보증서'로 갈음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법원이 지정하는 장소로 임 전 차장의 주거를 제한하고, 이사 등으로 이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출국을 할 경우에도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증거인멸 우려를 고려해, 본인은 물론 변호인이나 다른 제3자를 통해서도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들이나 그들의 대리인 또는 친족"과 "사건에 관련해" 그 어떤 방법으로도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같은 보석 조건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임 전 차장은 재판부의 보석 취소 결정으로 재수감될 수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5월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의 1차 구속기간 만기를 앞두고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구속 사유로는 국회의원이나 의원 지인이 연루된 일선 재판에 개입했다는 임 전 차장의 추가기소 혐의(직권남용)에 대한 증거인멸 우려를 들었습니다. 이후 임 전 차장은 재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당했고, 지난 3일 보석을 청구했습니다.

임 전 차장 측은 지난 9일 열린 보석심문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주장했습니다. 문제가 된 국회의원 관련 재판 개입 혐의에 대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내용이나 신빙성을 인정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사건 관계자들과의 접촉 우려가 있다면, 보석 조건으로 고려하면 될 일이라고도 밝혔습니다.

반면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가 여전하다고 반박했습니다.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충분한 소명으로 (지난해 5월)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그 이후 현재까지 구속사유와 관련해 아무런 사정 변경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임 전 차장이 주요 증인인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된다면 증인들에게 연락해 회유하거나 진술을 조작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임 전 차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다른 보석 허가 사유가 있다며 형사소송법 96조가 규정한 임의적 보석을 택했습니다.

한편 법원이 오늘 임 전 차장에 대한 보석을 허가하면서, '사법농단' 수사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들은 모두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임 전 차장처럼 검찰 수사 당시 구속됐지만,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7월 법원의 직권보석 결정으로 석방됐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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