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해임 논란’ 홍남기 재신임, ‘당정 갈등’ 직접 수습

입력 2020.03.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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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홍 부총리에게 "앞으로도 잘 해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추경 규모 때문에 당정 간에 '거취 논란'이 불거진 홍남기 경제 부총리를 신임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당정 갈등'을 직접 수습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오늘(13일) 우리나라 증시는 물론 세계 증시가 대폭락한 가운데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회의'를 주재했습니다. 회의에는 홍남기 부총리와 성윤모 산자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그리고 이례적으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에게 "지금까지도 잘해 왔으니 앞으로도 잘 해달라"고 당부했고, 이에 홍 부총리는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습니다.


이해찬 "나라도 '물러나라' 할 수도" VS 홍남기 "코로나 사투 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어제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추경안 규모를 놓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부총리가 파열음을 낸 것 때문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1일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1조 7천억 원의 규모의 추경안이 부족하다고 보고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어제 알려졌습니다.

이 대표가 추경안을 총괄한 홍 부총리를 두고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나라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어제(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추경안 규모와 관련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나갈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이 위기를 버티고 이겨내 다시 일어서게 하려고 사투 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라며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습니다.

이어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오직 국민과 국가 경제를 위해 흔들리지 않고 굳은 심지로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고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 같은 엇박자 상황을 두고 보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란 판에 당정이 파열음을 내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보이는 것을 직접 수습하려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위기 상황에 맞선 경제활력제고를 강조해 왔는데, 지금 이 판국에 경제사령탑인 홍 부총리의 거취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민주당도 진화 나서…이인영 "지금은 경제사령탑 신뢰"

민주당도 진화에 나섰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오늘 오전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지금은 경제사령탑을 신뢰하면서 경제부총리 중심으로 경제와 금융을 지키기 위한 경제전선 워룸(전쟁상황실)이 본격적으로 가동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원내대표는 "추경이 코로나 대응의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비상한 시국에 비상한 대응을 위한 모든 경제조치가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된 경제 워룸에서 준비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여야 모두 지금 선거 유불리를 계산하는 정파적 발상을 할 때가 아니다. 일체의 정파적 발상을 버리겠다"며 "이제 미래통합당의 선택만 남았다. 국민의 간절한 요청에 응답하길 바란다. 오늘 추경안 심사에서 과감한 증액 편성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 "전례 없는 일 해야"…재정 투입 확대되나?

그렇다고 홍남기 부총리에게 일방적으로 힘이 실린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은 오늘 특별점검회의에서 "경제 정책을 하는 분들은 과거의 비상상황에 준해서 대책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지금은 메르스, 사스와는 비교가 안 되는 비상 경제시국"이라며 "과거 사례와 비교는 할 수 있으나 그때와는 양상이 다르고 특별하니 전례 없는 일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과거에 하지 않았던 대책을, 전례 없는 대책을 최선을 다해 만들어내야 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정부는 국민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일을 어떻게든 국민의 편에서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홍 부총리 등 경제 당국이 관료적 시각에서 머무르지 말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엔 어땠는지 검토는 해 볼 수 있겠지만, '전례에 비춰서' 혹은 '전례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국무회의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경제가 비상시국을 맞았다"며 "전례가 있다, 없다를 따지지 말고 생각할 수 있는 대책들을 책상 위에 모두 꺼내놓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경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례적이고 강한 주문이 이처럼 반복됨에 따라, 추경안 규모가 확대되는 등 정부의 재정 투입이 추가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신임을 거듭 확인한 홍 부총리가 어떤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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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해임 논란’ 홍남기 재신임, ‘당정 갈등’ 직접 수습
    • 입력 2020-03-13 17:52:48
    취재K
문 대통령, 홍 부총리에게 "앞으로도 잘 해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추경 규모 때문에 당정 간에 '거취 논란'이 불거진 홍남기 경제 부총리를 신임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당정 갈등'을 직접 수습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오늘(13일) 우리나라 증시는 물론 세계 증시가 대폭락한 가운데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회의'를 주재했습니다. 회의에는 홍남기 부총리와 성윤모 산자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그리고 이례적으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에게 "지금까지도 잘해 왔으니 앞으로도 잘 해달라"고 당부했고, 이에 홍 부총리는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습니다.


이해찬 "나라도 '물러나라' 할 수도" VS 홍남기 "코로나 사투 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어제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추경안 규모를 놓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부총리가 파열음을 낸 것 때문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1일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1조 7천억 원의 규모의 추경안이 부족하다고 보고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어제 알려졌습니다.

이 대표가 추경안을 총괄한 홍 부총리를 두고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나라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어제(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추경안 규모와 관련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나갈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이 위기를 버티고 이겨내 다시 일어서게 하려고 사투 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라며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습니다.

이어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오직 국민과 국가 경제를 위해 흔들리지 않고 굳은 심지로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고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 같은 엇박자 상황을 두고 보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란 판에 당정이 파열음을 내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보이는 것을 직접 수습하려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위기 상황에 맞선 경제활력제고를 강조해 왔는데, 지금 이 판국에 경제사령탑인 홍 부총리의 거취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민주당도 진화 나서…이인영 "지금은 경제사령탑 신뢰"

민주당도 진화에 나섰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오늘 오전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지금은 경제사령탑을 신뢰하면서 경제부총리 중심으로 경제와 금융을 지키기 위한 경제전선 워룸(전쟁상황실)이 본격적으로 가동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원내대표는 "추경이 코로나 대응의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비상한 시국에 비상한 대응을 위한 모든 경제조치가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된 경제 워룸에서 준비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여야 모두 지금 선거 유불리를 계산하는 정파적 발상을 할 때가 아니다. 일체의 정파적 발상을 버리겠다"며 "이제 미래통합당의 선택만 남았다. 국민의 간절한 요청에 응답하길 바란다. 오늘 추경안 심사에서 과감한 증액 편성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 "전례 없는 일 해야"…재정 투입 확대되나?

그렇다고 홍남기 부총리에게 일방적으로 힘이 실린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은 오늘 특별점검회의에서 "경제 정책을 하는 분들은 과거의 비상상황에 준해서 대책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지금은 메르스, 사스와는 비교가 안 되는 비상 경제시국"이라며 "과거 사례와 비교는 할 수 있으나 그때와는 양상이 다르고 특별하니 전례 없는 일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과거에 하지 않았던 대책을, 전례 없는 대책을 최선을 다해 만들어내야 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정부는 국민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일을 어떻게든 국민의 편에서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홍 부총리 등 경제 당국이 관료적 시각에서 머무르지 말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엔 어땠는지 검토는 해 볼 수 있겠지만, '전례에 비춰서' 혹은 '전례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국무회의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경제가 비상시국을 맞았다"며 "전례가 있다, 없다를 따지지 말고 생각할 수 있는 대책들을 책상 위에 모두 꺼내놓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경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례적이고 강한 주문이 이처럼 반복됨에 따라, 추경안 규모가 확대되는 등 정부의 재정 투입이 추가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신임을 거듭 확인한 홍 부총리가 어떤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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