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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북한] 달라진 소비 문화…변화하는 여성
입력 2020.03.14 (08:07) 수정 2020.03.14 (09:04) 남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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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북한] 달라진 소비 문화…변화하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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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에서는 여성들의 마음을 공략하는 상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이자 북한의 국제 부녀절이었던 지난 3월 8일에도 각종 행사들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여성 화장품은 열 종류나 새롭게 대중에 선보였습니다.

마스크를 끼고 여성들의 선물을 고르는 모습도 참 이색적이었는데요, 이처럼 여성을 공략하는 북한의 마케팅 전략은 달라진 북한 여성들의 소비문화와도 연결 지을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 달라진 북한 여성의 소비 문화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들이 전시된 평양 화장품 공장.

마스크를 착용한 북한 주민들이 화장품 구경에 여념이 없다.

대부분 국제 부녀절을 맞아 여성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한 손님들.

[최향숙/화장품전시장 노동자 : "3.8 국제부녀절을 맞으면서 오늘 우리 여기에 많은 손님들이 우리 전시장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전파를 우려한 듯 대단위 행사도 열지 않은 북한당국이 국제 부녀절 기념상품의 전시와 판매 소식은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이다.

화장품 공장 연구원은 열 개의 신상품이 나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금성/평양화장품공장 연구사 : "우리 연구사들은 이번에 3.8 국제부녀절을 맞으면서 10여종의 화장품들을 개발하여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이 천연화장품은 금낭화추출물 개성고려인삼추출물 그리고 히알루론산, 꿀을 비롯한 70여 가지의 천연원료들을 배합하여 만들었습니다."]

신의주 화장품 공장에서도 부녀절에 앞서 여성들의 취향에 맞는 향수를 제작, 판매를 시작했다.

이처럼 다양한 화장품이 끊임없이 개발, 생산 되는 것은 북한 내 수요가 그만큼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지난해 북한 매체에서도 화장품 매출이 전년대비 크게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강민심/평양화장품공장 : "기사장이제 2017년 2018년도에 비해서 올해 상반년도에만 해도 그 수요가 5배나 높아졌습니다."]

비단 화장품만이 아니다.

옷과 가방, 구두 등 구매 대상을 여성으로 한 상품들이 어딜 가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

이는 북한 여성들이 소비문화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아무래도 경제적 자립이라고 하는 게 여성들이 시장을 통해서 장사를 많이 하게 된 결과잖아요. 그랬을 때 시장이라는 공간은 아무래도 다양한 물품도 많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많기 때문에 소비라고 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측면이 크죠."]

1990년대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장마당을 통해 가계 경제를 책임져온 북한 여성들.

여성들은 장마당 활동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었고, 그렇게 벌어드린 재화는 소비로 이어졌다.

그러나 북한의 기성세대 여성들이 소비문화를 주도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건 아니라는 분석이다.

배급경제와 시장화경제를 동시에 체험한 기성세대에게는 개인의 소비 욕구 보다 사회적 이념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과거 세대가 시장을 경험할 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국가에 대한 은혜라고 하는 것에 대한 감사의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시장이라고 하는 것에 의존하고 있지만 국가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라고....."]

기성세대의 개인적 소비욕구가 어떻게 차단되어 왔는지는 과거 북한의 영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1988년 작품인 영화“겉멋이 들어”동네에서 내로라하는 멋쟁이인 현옥은 견학 때 입을 옷을 고르느라 고민이다.

마침내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든 현옥.

그러나 뭔가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때마침 수예 전문가인 친구 순희가 찾아오고 현옥은 옷에 상표와 글자 하나를 새겨 달라고 요청한다.

[북한 영화 ‘겉멋이 들어’/1988년 : "야, 그러지 말고 여기에다가 이 글자대로 좀 새겨줘."]

그런데 현옥이 부탁 한 것은 다름 아닌 영어.

[북한 영화 ‘겉멋이 들어’/1988년 : "(야, 정신 나가지 않았니?) 아니야. 야, 왜이러니 이런 점퍼야 이 상표 이게 핵인데 이게 없으면 되니? (야 넌 정말 겉멋이 들었다)"]

순희는 끝내 현옥의 부탁을 거절하고 현옥은 직접 자수를 새기기에 이른다.

견학 날 아침.

나팔바지와 야구점퍼로 완성시킨 현옥의 패션.

그러나 거리에 나서자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믿었던 친구들마저 현옥을 나무라긴 마찬가지.

[북한 영화 ‘겉멋이 들어’/1988년 : "(야, 그런데 어쩐지 그렇게 입으니 우리 미감에 잘 맞지 않는 거 같아 그 나팔바지와 점퍼의 글자가 좀 별나지 않니?)(현옥아, 경숙이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그 바지와 점퍼의 글자가 너의 인품을 낮추는 거 같구나.)야 그렇게 내 옷차림이 별스럽게 보이니?(응 다른 사람들을 좀 보려무나.)"]

여기에 영화는 바지를 입은 현옥이 남자로 오해 받는 다는 설정까지 넣으며 의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현옥은 사회적 정서에 맞는 눈에 띄지 않는 옷차림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젊은 여성들에게선 과거와 다른 변화를 찾아 볼 수 있다.

무릎위로 올라간 치마와 의상에 맞춘 가방과 구두. 천편일률적이던 과거와 달리 각자의 개성에 맞는 의상을 착용한 북한 여성들.

여기엔 북한의 ‘새 세대’로 불리는 젊은 여성들의 사고 전환이 큰 역할을 했다.

[강나라/2014년 탈북 : "엄마세대는 내가 벌어서 시집갈 준비나 해야겠다 이런 거죠. 제 나이대의 엄마였다면 나 돈 벌어서 시집가야겠다 이거였지만 지금의 북한의 제 나이대 대학생들이나 처녀들은 보면 다 돈을 모아서 내가 나를 꾸미고 엄청나게 달라진 거죠. 옛날에는 밥을 생계를 위해서 살았다고 하면 지금은 나를 꾸미고 그리고 나에게 투자를 할려고 살아가는 거죠 돈을 벌고."]

그리고 이들의 사고전환은 유년시절부터 경험한 장마당이 큰 영향을 미친것으로 분석된다.

시장과 더불어 성장한 이들이 보다 개인적이고 외부정보에 대해서도 유연한 사고를 가지게 된 것이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새로운 세대들은 애초에 국가에 혜택을 별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고 그런 것들이 국가에 대한 생각도 바꿀뿐 아니라 이미 물품이나 정보를 접하는 방식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훨씬 더 외부세계에 대해 선망이라든가 동경 이런 것도 크고 다른 인식이라든가 생활방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거죠. 지금의 소비욕구라고 하는 것은 개인이라고 하는 나라고 하는 존재를 부각하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 하는 차원에서 더 소비 욕구가 크게 발현된다고 볼 수 있는 거 같아요."]

여기에 김정은 위원장 집권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리설주 여사의 패션과, 모란봉악단 단원들의 파격적인 의상은 북한의 젊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주었다. 특히 리설주 여사의 패션은 그야말로 모방의 대상이 됐다.

[강나라/2014년 탈북 : "솔직히 처음에는 아무래도 한국 드라마 북한이 한류 열풍이 불고 있으니까 한국 드라마 보면서 그런 마음을 키웠고 나중에는 어떻게 보면 북한의 패션리더라고 하죠 리설주 여사가 나오면서부터 똑같이 화장을 따라한다든지 아니면 눈썹 같은 것도 그래서 옛날에 갈매기 눈썹 유행하고 그랬었는데 립스틱도 조금 짙은 색으로 바르기 시작하고 그때부터 바르기 시작했고."]

젊은 여성들의 패션에 대한 추구는 이전 시대보다 한층 강력해진 성향을 보이고 있고 이는 곧 소비로 이어졌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소비문화를 북한 당국이 점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젊은 여성들을 공략하기 위한 상품 선전도 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것은 패션 분야다.

[김순실/대성양복점 봉사원 : "계절이 바뀌면서 녀성들 속에서는 따뜻한 봄 계절에 어울리는 밝고 환한 색의 옷들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2020년 봄 옷을 선전하면서도 북한 매체는 그 중심에 젊은 여성을 세웠다.

최근 북한 매체에 자주 등장하며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을밀대 피복전시장 역시 주요 소비층을 젊은 여성에 두고 있다.

["우린 조선예술영화 촬영소 배우들입니다. 우린 이 전시장의 단골손님들입니다."]

화려한 색감, 다양한 디자인의 옷들을 계절별로 선보이며 이들의 소비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초부터 공을 들인 여성 화장품은 이제 노화, 미백과 같은 전문적인 분야로 다양화하고 있다.

[북한 과학영화 ‘젊음을 주는 노화방지화장품’ : "나라의 꽃, 생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들에게 있어서 화장품은 친근하면서도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기호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노화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의 방송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장품과 비교 실험도 했다며 북한산 화장품의 우수성을 선전한다.

[북한 과학영화 ‘젊음을 주는 노화방지화장품’ : "10일간에 걸치는 대비 분석 결과는 우리의 봄향기는 화장품이 노화방지 효과가 더 우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그밖에도 미용이나 피부 관리 등 여성 서비스 분야에도 젊은 세대를 유치하기 위한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미래과학자거리 미용술보급소 봉사원 : "단발머리는 스무살 아래의 처녀들 속에서 즐겨하고 있는 머리 형태입니다.젊음이 넘치는 처녀시절의 생기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므로 파마를 하여 세련미나 화려함을의도적으로 줄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간편하면서도 단순한 머리형태가 처녀시절의 아름다움을 더 돋구어 주게 됩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젊은 여성 소비자에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장차 소비의 주역이 될 세대들을 내수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판매 전략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젊은 여성일수록 외부 정보를 통한 상품의 눈높이가 이미 높아져 있고 비교도 더 철저하기 때문이다.

[강나라/2014년 탈북 : "솔직히 저는 북한에 있을 때 북한 제품을 거의 안 쓰다시피 했어가지고 비싸요 생각보다. 솔직히 썼을 때 제품의 질이 그렇게 보장이 잘 안 되거든요."]

[조영주/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이미 다른 사회의 물품들 한국 상품 중국 상품들을 경험했기 때문에 질적인 도약을 하더라도 쉽게 그것이 넘어설 수 없을 거 같다. 왜냐하면 상품의 질도 문제긴 하지만 한국 상품을 쓸 수 있는 경제력이 있다라고 하는 것도 굉장히 주민들 입장에서는 내가 남들보다 우월하다 이런 걸 보여줄 수 있는 상징일 수 있거든요. 그런 차원에서는 아무래도 질만의 문제로 접근하기 힘든 것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북한 소비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북한의 젊은 여성들. 엄격한 통제 속에서도 지속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젊은 여성들의 소비욕구가 북한사회에 또 어떠한 변화를 가져 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 [클로즈업 북한] 달라진 소비 문화…변화하는 여성
    • 입력 2020.03.14 (08:07)
    • 수정 2020.03.1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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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북한] 달라진 소비 문화…변화하는 여성
[앵커]

최근 북한에서는 여성들의 마음을 공략하는 상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이자 북한의 국제 부녀절이었던 지난 3월 8일에도 각종 행사들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여성 화장품은 열 종류나 새롭게 대중에 선보였습니다.

마스크를 끼고 여성들의 선물을 고르는 모습도 참 이색적이었는데요, 이처럼 여성을 공략하는 북한의 마케팅 전략은 달라진 북한 여성들의 소비문화와도 연결 지을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 달라진 북한 여성의 소비 문화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들이 전시된 평양 화장품 공장.

마스크를 착용한 북한 주민들이 화장품 구경에 여념이 없다.

대부분 국제 부녀절을 맞아 여성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한 손님들.

[최향숙/화장품전시장 노동자 : "3.8 국제부녀절을 맞으면서 오늘 우리 여기에 많은 손님들이 우리 전시장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전파를 우려한 듯 대단위 행사도 열지 않은 북한당국이 국제 부녀절 기념상품의 전시와 판매 소식은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이다.

화장품 공장 연구원은 열 개의 신상품이 나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금성/평양화장품공장 연구사 : "우리 연구사들은 이번에 3.8 국제부녀절을 맞으면서 10여종의 화장품들을 개발하여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이 천연화장품은 금낭화추출물 개성고려인삼추출물 그리고 히알루론산, 꿀을 비롯한 70여 가지의 천연원료들을 배합하여 만들었습니다."]

신의주 화장품 공장에서도 부녀절에 앞서 여성들의 취향에 맞는 향수를 제작, 판매를 시작했다.

이처럼 다양한 화장품이 끊임없이 개발, 생산 되는 것은 북한 내 수요가 그만큼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지난해 북한 매체에서도 화장품 매출이 전년대비 크게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강민심/평양화장품공장 : "기사장이제 2017년 2018년도에 비해서 올해 상반년도에만 해도 그 수요가 5배나 높아졌습니다."]

비단 화장품만이 아니다.

옷과 가방, 구두 등 구매 대상을 여성으로 한 상품들이 어딜 가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

이는 북한 여성들이 소비문화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아무래도 경제적 자립이라고 하는 게 여성들이 시장을 통해서 장사를 많이 하게 된 결과잖아요. 그랬을 때 시장이라는 공간은 아무래도 다양한 물품도 많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많기 때문에 소비라고 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측면이 크죠."]

1990년대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장마당을 통해 가계 경제를 책임져온 북한 여성들.

여성들은 장마당 활동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었고, 그렇게 벌어드린 재화는 소비로 이어졌다.

그러나 북한의 기성세대 여성들이 소비문화를 주도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건 아니라는 분석이다.

배급경제와 시장화경제를 동시에 체험한 기성세대에게는 개인의 소비 욕구 보다 사회적 이념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과거 세대가 시장을 경험할 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국가에 대한 은혜라고 하는 것에 대한 감사의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시장이라고 하는 것에 의존하고 있지만 국가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라고....."]

기성세대의 개인적 소비욕구가 어떻게 차단되어 왔는지는 과거 북한의 영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1988년 작품인 영화“겉멋이 들어”동네에서 내로라하는 멋쟁이인 현옥은 견학 때 입을 옷을 고르느라 고민이다.

마침내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든 현옥.

그러나 뭔가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때마침 수예 전문가인 친구 순희가 찾아오고 현옥은 옷에 상표와 글자 하나를 새겨 달라고 요청한다.

[북한 영화 ‘겉멋이 들어’/1988년 : "야, 그러지 말고 여기에다가 이 글자대로 좀 새겨줘."]

그런데 현옥이 부탁 한 것은 다름 아닌 영어.

[북한 영화 ‘겉멋이 들어’/1988년 : "(야, 정신 나가지 않았니?) 아니야. 야, 왜이러니 이런 점퍼야 이 상표 이게 핵인데 이게 없으면 되니? (야 넌 정말 겉멋이 들었다)"]

순희는 끝내 현옥의 부탁을 거절하고 현옥은 직접 자수를 새기기에 이른다.

견학 날 아침.

나팔바지와 야구점퍼로 완성시킨 현옥의 패션.

그러나 거리에 나서자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믿었던 친구들마저 현옥을 나무라긴 마찬가지.

[북한 영화 ‘겉멋이 들어’/1988년 : "(야, 그런데 어쩐지 그렇게 입으니 우리 미감에 잘 맞지 않는 거 같아 그 나팔바지와 점퍼의 글자가 좀 별나지 않니?)(현옥아, 경숙이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그 바지와 점퍼의 글자가 너의 인품을 낮추는 거 같구나.)야 그렇게 내 옷차림이 별스럽게 보이니?(응 다른 사람들을 좀 보려무나.)"]

여기에 영화는 바지를 입은 현옥이 남자로 오해 받는 다는 설정까지 넣으며 의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현옥은 사회적 정서에 맞는 눈에 띄지 않는 옷차림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젊은 여성들에게선 과거와 다른 변화를 찾아 볼 수 있다.

무릎위로 올라간 치마와 의상에 맞춘 가방과 구두. 천편일률적이던 과거와 달리 각자의 개성에 맞는 의상을 착용한 북한 여성들.

여기엔 북한의 ‘새 세대’로 불리는 젊은 여성들의 사고 전환이 큰 역할을 했다.

[강나라/2014년 탈북 : "엄마세대는 내가 벌어서 시집갈 준비나 해야겠다 이런 거죠. 제 나이대의 엄마였다면 나 돈 벌어서 시집가야겠다 이거였지만 지금의 북한의 제 나이대 대학생들이나 처녀들은 보면 다 돈을 모아서 내가 나를 꾸미고 엄청나게 달라진 거죠. 옛날에는 밥을 생계를 위해서 살았다고 하면 지금은 나를 꾸미고 그리고 나에게 투자를 할려고 살아가는 거죠 돈을 벌고."]

그리고 이들의 사고전환은 유년시절부터 경험한 장마당이 큰 영향을 미친것으로 분석된다.

시장과 더불어 성장한 이들이 보다 개인적이고 외부정보에 대해서도 유연한 사고를 가지게 된 것이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새로운 세대들은 애초에 국가에 혜택을 별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고 그런 것들이 국가에 대한 생각도 바꿀뿐 아니라 이미 물품이나 정보를 접하는 방식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훨씬 더 외부세계에 대해 선망이라든가 동경 이런 것도 크고 다른 인식이라든가 생활방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거죠. 지금의 소비욕구라고 하는 것은 개인이라고 하는 나라고 하는 존재를 부각하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 하는 차원에서 더 소비 욕구가 크게 발현된다고 볼 수 있는 거 같아요."]

여기에 김정은 위원장 집권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리설주 여사의 패션과, 모란봉악단 단원들의 파격적인 의상은 북한의 젊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주었다. 특히 리설주 여사의 패션은 그야말로 모방의 대상이 됐다.

[강나라/2014년 탈북 : "솔직히 처음에는 아무래도 한국 드라마 북한이 한류 열풍이 불고 있으니까 한국 드라마 보면서 그런 마음을 키웠고 나중에는 어떻게 보면 북한의 패션리더라고 하죠 리설주 여사가 나오면서부터 똑같이 화장을 따라한다든지 아니면 눈썹 같은 것도 그래서 옛날에 갈매기 눈썹 유행하고 그랬었는데 립스틱도 조금 짙은 색으로 바르기 시작하고 그때부터 바르기 시작했고."]

젊은 여성들의 패션에 대한 추구는 이전 시대보다 한층 강력해진 성향을 보이고 있고 이는 곧 소비로 이어졌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소비문화를 북한 당국이 점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젊은 여성들을 공략하기 위한 상품 선전도 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것은 패션 분야다.

[김순실/대성양복점 봉사원 : "계절이 바뀌면서 녀성들 속에서는 따뜻한 봄 계절에 어울리는 밝고 환한 색의 옷들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2020년 봄 옷을 선전하면서도 북한 매체는 그 중심에 젊은 여성을 세웠다.

최근 북한 매체에 자주 등장하며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을밀대 피복전시장 역시 주요 소비층을 젊은 여성에 두고 있다.

["우린 조선예술영화 촬영소 배우들입니다. 우린 이 전시장의 단골손님들입니다."]

화려한 색감, 다양한 디자인의 옷들을 계절별로 선보이며 이들의 소비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초부터 공을 들인 여성 화장품은 이제 노화, 미백과 같은 전문적인 분야로 다양화하고 있다.

[북한 과학영화 ‘젊음을 주는 노화방지화장품’ : "나라의 꽃, 생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들에게 있어서 화장품은 친근하면서도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기호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노화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의 방송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장품과 비교 실험도 했다며 북한산 화장품의 우수성을 선전한다.

[북한 과학영화 ‘젊음을 주는 노화방지화장품’ : "10일간에 걸치는 대비 분석 결과는 우리의 봄향기는 화장품이 노화방지 효과가 더 우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그밖에도 미용이나 피부 관리 등 여성 서비스 분야에도 젊은 세대를 유치하기 위한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미래과학자거리 미용술보급소 봉사원 : "단발머리는 스무살 아래의 처녀들 속에서 즐겨하고 있는 머리 형태입니다.젊음이 넘치는 처녀시절의 생기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므로 파마를 하여 세련미나 화려함을의도적으로 줄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간편하면서도 단순한 머리형태가 처녀시절의 아름다움을 더 돋구어 주게 됩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젊은 여성 소비자에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장차 소비의 주역이 될 세대들을 내수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판매 전략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젊은 여성일수록 외부 정보를 통한 상품의 눈높이가 이미 높아져 있고 비교도 더 철저하기 때문이다.

[강나라/2014년 탈북 : "솔직히 저는 북한에 있을 때 북한 제품을 거의 안 쓰다시피 했어가지고 비싸요 생각보다. 솔직히 썼을 때 제품의 질이 그렇게 보장이 잘 안 되거든요."]

[조영주/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이미 다른 사회의 물품들 한국 상품 중국 상품들을 경험했기 때문에 질적인 도약을 하더라도 쉽게 그것이 넘어설 수 없을 거 같다. 왜냐하면 상품의 질도 문제긴 하지만 한국 상품을 쓸 수 있는 경제력이 있다라고 하는 것도 굉장히 주민들 입장에서는 내가 남들보다 우월하다 이런 걸 보여줄 수 있는 상징일 수 있거든요. 그런 차원에서는 아무래도 질만의 문제로 접근하기 힘든 것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북한 소비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북한의 젊은 여성들. 엄격한 통제 속에서도 지속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젊은 여성들의 소비욕구가 북한사회에 또 어떠한 변화를 가져 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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