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후 돌아온 당신, 소독제를 뿌리셨나요?

입력 2020.03.15 (07:01) 수정 2020.03.1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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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제목을 읽고 기사를 보러 오신 분들께 꼭 필요한 정보라 할 수 있습니다. 외출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습관적으로 뿌렸던 소독제, 되레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뿌리는 게 아니라 '닦는 게' 핵심

외출 뒤 돌아와 집 안 구석구석에 소독제를 뿌리는 건 '잘못된 방역'입니다. 6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에는 '분무하면 소독제 효과가 미흡하며, 감염원 에어로졸 발생 위험 및 흡입 시 위험'하다고 강조돼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감염원 에어로졸 발생 위험'이란, 소독제를 뿌릴 때, 물체 겉면에 묻어있던 바이러스가 작은 알갱이 형태로 떠올라 퍼져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 일부 내용중앙방역대책본부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 일부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최근 화제가 됐던 글을 인용합니다. 살균제 제조 회사인 유한크로락스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게시물로, 소독제에 대한 어긋난 상식을 바로 잡아주면서 화제가 된 글입니다.

"살균소독의 본질은 무언가를 계속하여 뿌리고 덧바르는 것이 아닙니다. 살균 소독한 표면과 손을 씻어야 안전하고 완전한 마무리입니다. 개인위생을 위해서는 결코 살균 소독제를 바르는 것이 마무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출처 : 유한크로락스 홈페이지)

인용된 글에 강조한 바와 같이, 감염성 물질은 뿌리는 소독제로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소독제를 뿌린 뒤, 물체의 표면을 문지르고 닦아내야 바이러스가 없어집니다. 한 마디로, 뿌리는 게 아니라 '닦는 게' 핵심입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소독제를 이곳저곳 일단 뿌렸던 분들, 새겨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살균 소독제는 살생물제…"가장 보수적으로 사용"

특히 일반 가정집이나 좁은 실내에선 뿌리는 소독제를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모든 종류의 살균 소독제는 어떠한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본질적 특징은 살생물제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종류의 살균 소독제를 다루실 때에는 안전성의 측면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행동하셔야 합니다." (출처 : 유한크로락스 홈페이지)

공식 집계된 피해자 수만 6,700여 명이 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보았듯, 각종 화학물질이 첨가된 소독제는 인체에 치명적입니다. 특히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액체 소독제를 뿌릴 경우, 코와 입으로 소독 성분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유아나 임신부의 경우 폐가 손상될 위험까지 있습니다.


여기에 공기 중에 작게 분포된 소독제가 물체의 표면에 묻어있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만날 경우, 소독물질과 감염 물질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혹 떼려다 혹을 되레 붙이는 상황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적절한 양의 소독제를 묻힌 천으로 물체의 표면을 자주 닦아주는 게 최선입니다.

■드론·연막식 방역 "효과 있을지 의문"

뿌리는 소독법, 일반 가정에서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최근 전국 지자체에선 앞다퉈 드론 방역을 시행합니다. 소독제를 가열할 때 나오는 연기를 이용하는 연막식 소독 구역을 거리에 설치한 곳도 있습니다. 중대본의 지침대로라면, 모두 삼가야 할 '뿌리는 형태의 방역'입니다.

그렇다면 중대본의 지침과 지자체의 방역이 따로 노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홍원수 한국방역협회 회장은 "일선 방역 현장에서도 뿌리는 방식보단 닦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비용과 인력 문제로 모든 구역을 다 닦기엔 어려움이 있어 분사형 소독을 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효율성'을 따질 때가 이미 지났다고 말합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드론 방역이나 도로의 연막식 방역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불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더 올바른 방역에 쏟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오래 생존한다는 걸 이미 확인한 만큼, 번거롭고 힘들어도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을 택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엔 예방이 최선입니다. 다만, 그 방법론이 정확해야만 효과가 커집니다. 소독제 뿌리기를 잠시 멈추고 무엇이 적절한 방역인지 고민해 볼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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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5 07:01:25
    • 수정2020-03-15 07:04:02
    취재K
위 제목을 읽고 기사를 보러 오신 분들께 꼭 필요한 정보라 할 수 있습니다. 외출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습관적으로 뿌렸던 소독제, 되레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뿌리는 게 아니라 '닦는 게' 핵심

외출 뒤 돌아와 집 안 구석구석에 소독제를 뿌리는 건 '잘못된 방역'입니다. 6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에는 '분무하면 소독제 효과가 미흡하며, 감염원 에어로졸 발생 위험 및 흡입 시 위험'하다고 강조돼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감염원 에어로졸 발생 위험'이란, 소독제를 뿌릴 때, 물체 겉면에 묻어있던 바이러스가 작은 알갱이 형태로 떠올라 퍼져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 일부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최근 화제가 됐던 글을 인용합니다. 살균제 제조 회사인 유한크로락스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게시물로, 소독제에 대한 어긋난 상식을 바로 잡아주면서 화제가 된 글입니다.

"살균소독의 본질은 무언가를 계속하여 뿌리고 덧바르는 것이 아닙니다. 살균 소독한 표면과 손을 씻어야 안전하고 완전한 마무리입니다. 개인위생을 위해서는 결코 살균 소독제를 바르는 것이 마무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출처 : 유한크로락스 홈페이지)

인용된 글에 강조한 바와 같이, 감염성 물질은 뿌리는 소독제로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소독제를 뿌린 뒤, 물체의 표면을 문지르고 닦아내야 바이러스가 없어집니다. 한 마디로, 뿌리는 게 아니라 '닦는 게' 핵심입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소독제를 이곳저곳 일단 뿌렸던 분들, 새겨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살균 소독제는 살생물제…"가장 보수적으로 사용"

특히 일반 가정집이나 좁은 실내에선 뿌리는 소독제를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모든 종류의 살균 소독제는 어떠한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본질적 특징은 살생물제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종류의 살균 소독제를 다루실 때에는 안전성의 측면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행동하셔야 합니다." (출처 : 유한크로락스 홈페이지)

공식 집계된 피해자 수만 6,700여 명이 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보았듯, 각종 화학물질이 첨가된 소독제는 인체에 치명적입니다. 특히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액체 소독제를 뿌릴 경우, 코와 입으로 소독 성분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유아나 임신부의 경우 폐가 손상될 위험까지 있습니다.


여기에 공기 중에 작게 분포된 소독제가 물체의 표면에 묻어있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만날 경우, 소독물질과 감염 물질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혹 떼려다 혹을 되레 붙이는 상황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적절한 양의 소독제를 묻힌 천으로 물체의 표면을 자주 닦아주는 게 최선입니다.

■드론·연막식 방역 "효과 있을지 의문"

뿌리는 소독법, 일반 가정에서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최근 전국 지자체에선 앞다퉈 드론 방역을 시행합니다. 소독제를 가열할 때 나오는 연기를 이용하는 연막식 소독 구역을 거리에 설치한 곳도 있습니다. 중대본의 지침대로라면, 모두 삼가야 할 '뿌리는 형태의 방역'입니다.

그렇다면 중대본의 지침과 지자체의 방역이 따로 노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홍원수 한국방역협회 회장은 "일선 방역 현장에서도 뿌리는 방식보단 닦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비용과 인력 문제로 모든 구역을 다 닦기엔 어려움이 있어 분사형 소독을 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효율성'을 따질 때가 이미 지났다고 말합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드론 방역이나 도로의 연막식 방역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불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더 올바른 방역에 쏟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오래 생존한다는 걸 이미 확인한 만큼, 번거롭고 힘들어도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을 택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엔 예방이 최선입니다. 다만, 그 방법론이 정확해야만 효과가 커집니다. 소독제 뿌리기를 잠시 멈추고 무엇이 적절한 방역인지 고민해 볼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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