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올림픽 연기’ 3월 말 결정?…日, ‘손절매’로 방향 트나

입력 2020.03.15 (07:01) 수정 2020.03.1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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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불붙은 성화가 올림픽 출발을 알렸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무관중 경기나 연기, 취소 언급이 터져 나옵니다.

그럴 때마다 일본 정부는 "일절 고려하지 않는다"며 진땀을 빼고, "반드시 예정대로 개막한다"며 식은땀을 흘립니다. 일본이 7년을 준비한 도쿄올림픽, 7월 24일에 성화는 타오를 수 있을까요?

다카하시 도쿄올림픽조직위 집행위원이 10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 내용. [출처 : WSJ]다카하시 도쿄올림픽조직위 집행위원이 10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 내용. [출처 : WSJ]

"올해 여름 올림픽이 열리지 않는다면 1~2년 연기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이다. 올림픽 일정을 조정하게 되면 3월 말 조직위원회 이사회 회의에 앞서 다른 스포츠 이벤트와 얼마나 중복되는지 여부가 검토될 것이다."

다카하시 하루유키(高橋治之·76)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집행위원이 10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조직위 내부 관계자의 난데없는 주장에 일본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보도 다음 날, 모리 요시로(森喜朗) 조직위원장은 기자들 앞에서 "중요한 시기에 경솔한 발언을 삼가라"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다카하시 집행위원은 모리 위원장을 향해 "실언했다.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로써 문제의 인터뷰는 '철없는' 한 집행위원이 저지른 촌극으로 끝나는 듯했습니다.

사진 출처 : 2020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홈페이지사진 출처 : 2020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홈페이지

하지만 이를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도쿄올림픽조직위 구성을 보면 회장 밑에 부회장(6명), 전무이사(사무총장·1명), 상무이사(2명), 그리고 25명의 이사(집행위원)가 있습니다. 회사로 치면 막내급 직원이 하늘 같은 상사들을 제끼고 "대규모 투자를 1~2년 연기하자"는 엄청난 말을 떠든 겁니다.

그것도 일본 국내 언론이 아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다는 WSJ를 스피커로 말이죠. 그는 심지어 "올림픽 일정 조정을 전제로 3월 말까지 직원들이 다른 스포츠 이벤트와의 중복 여부를 조사할 것"이란 조직위 내부 정보까지 흘렸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일본 정부나 조직위 측이 다카하시 집행위원을 일종의 '안테나'로 세웠다고 보기도 합니다. '올림픽 연기론'에 대한 국내·외 여론을 살핀 뒤 책임자(모리 회장)가 질책하고, 당사자(다카하시 집행위원)가 사과해 '없던 일'로 하면 된다는 계산이 있었다는 겁니다. 즉흥적으로 불쑥 튀어나온 '실언'이 아니라는 뜻이죠.

다카하시 집행위원 이력을 보면 이 추측은 좀 더 힘을 받습니다. 그는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츠'(電通)의 스포츠사무국에서 잔뼈가 굵었습니다. 일본 프로축구(J-리그) 창설과 2002년 한·일 월드컵 유치에도 간여했습니다. 평생 스포츠와 비즈니스,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아온 인물의 이 '돌출 발언' 이후 일은 예사롭지 않게 돌아갔습니다.

10일 다카하시 위원, "1~2년 연기해야"
12일 WHO, 코로나19 '대유행' 선언
13일 IOC 위원장, "WHO 권고에 따르겠다."
미국 대통령, "올림픽 1년 연기해야"
그리스 내 성화 봉송 중단

마스크를 쓴 여성이 9일 올림픽 홍보물이 설치된 도쿄 시내를 걷고 있다. [출처 : 연합]마스크를 쓴 여성이 9일 올림픽 홍보물이 설치된 도쿄 시내를 걷고 있다. [출처 : 연합]

'3월 말 연기설'에 무게가 실리는 건 올림픽 개최지인 도쿄도(東京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쿄도 홈페이지를 보면 13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는 75명입니다. 1월 25일부터 약 50일 동안 도쿄도민 1천 440명에 대해 2천 624건의 검사를 실시한 결과입니다. 도쿄도민은 무려 1천 3백만여 명인데, 검사 비율은 고작 0.0001%입니다.

"올림픽인지, 코로나19인지, 어느 쪽이든 확실히 결정할 때가 됐다. 올림픽 개최를 최우선으로 한 나머지 코로나19 대응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코로나19 종식에 전력투구해야 할 때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순 없다." (도쿄도 관계자)

국제 저널리스트인 야마다 도시히로(山田敏弘) 씨가 '결단은 3월 말까지, 도쿄도의 사정'라는 제목으로 13일 인터넷에 올린 기사 중 일부입니다. 그는 좀 더 흥미로운 시각에서 '3월 결단설'을 내다봤습니다. 요약하면 이런 내용입니다.

일본의 1년(회계연도)은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입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 모두 철저하게 이에 근거해 사람(인사)과 돈(예·결산)을 움직입니다. 물론 올림픽이란 세계적 행사 연기를 결정하면 국제 신인도 하락은 물론, 엄청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겠죠.


하지만 올림픽을 끝까지 밀어붙이다 자칫 뒤늦게 연기될 경우 더 큰 손실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는 26일 일본 후쿠시마(福島)에서 국내 성화 봉송이 시작되기 전, 다시 말해 2019회계년도 안에 손해를 끊어버리는 매매, 이른바 '손절매 전략'을 쓸 거란 설명입니다.

여기에 회계연도가 지나버리면 올림픽조직위에 파견한 많은 도쿄도 간부들의 인사 문제도 큰 골칫거리로 남습니다. 야마다 씨는 기사에서 "도쿄도도 이미 '올림픽 연기' 여부를 검토하면서 이 경우 손실을 추정하는 내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올림픽 취소·연기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면서 "결정권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한 IOC의 수장,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WHO 권고에 따르겠다"고 기존 '지지' 입장을 슬그머니 바꿨습니다. 그러한 WHO는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습니다.

올 것은 결국 오고야맙니다. 일본으로선 갈수록 희미해지는 '7월 정상 개최' 가능성을 붙들고 더 조바심을 태워야 하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시간은 줄고, 선택지는 좁아지고 있습니다.

13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다카하시 집행위원. “모두가 연기 방향으로”라는 제목이 붙었다. [출처 : JNN]13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다카하시 집행위원. “모두가 연기 방향으로”라는 제목이 붙었다. [출처 : JNN]

다시 WSJ 인터뷰로 물의를 빚었던 다카하시 집행위원 이야기입니다. 위원장의 질책과 그의 사과 퍼포먼스로 '올림픽 연기론'의 싹은 완전히 잘렸을까요? "실언을 했다"며 고개를 숙였던 그는 불과 이틀 만인 13일 일본 민영방송사 TBS와 또다시 '단독 인터뷰'를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지'라고는 이야기 안 했죠? '중지'라는 방향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연기'라는 방향으로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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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5 07:01:25
    • 수정2020-03-15 07:04:33
    특파원 리포트
코로나19 여파로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불붙은 성화가 올림픽 출발을 알렸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무관중 경기나 연기, 취소 언급이 터져 나옵니다.

그럴 때마다 일본 정부는 "일절 고려하지 않는다"며 진땀을 빼고, "반드시 예정대로 개막한다"며 식은땀을 흘립니다. 일본이 7년을 준비한 도쿄올림픽, 7월 24일에 성화는 타오를 수 있을까요?

다카하시 도쿄올림픽조직위 집행위원이 10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 내용. [출처 : WSJ]
"올해 여름 올림픽이 열리지 않는다면 1~2년 연기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이다. 올림픽 일정을 조정하게 되면 3월 말 조직위원회 이사회 회의에 앞서 다른 스포츠 이벤트와 얼마나 중복되는지 여부가 검토될 것이다."

다카하시 하루유키(高橋治之·76)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집행위원이 10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조직위 내부 관계자의 난데없는 주장에 일본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보도 다음 날, 모리 요시로(森喜朗) 조직위원장은 기자들 앞에서 "중요한 시기에 경솔한 발언을 삼가라"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다카하시 집행위원은 모리 위원장을 향해 "실언했다.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로써 문제의 인터뷰는 '철없는' 한 집행위원이 저지른 촌극으로 끝나는 듯했습니다.

사진 출처 : 2020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홈페이지
하지만 이를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도쿄올림픽조직위 구성을 보면 회장 밑에 부회장(6명), 전무이사(사무총장·1명), 상무이사(2명), 그리고 25명의 이사(집행위원)가 있습니다. 회사로 치면 막내급 직원이 하늘 같은 상사들을 제끼고 "대규모 투자를 1~2년 연기하자"는 엄청난 말을 떠든 겁니다.

그것도 일본 국내 언론이 아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다는 WSJ를 스피커로 말이죠. 그는 심지어 "올림픽 일정 조정을 전제로 3월 말까지 직원들이 다른 스포츠 이벤트와의 중복 여부를 조사할 것"이란 조직위 내부 정보까지 흘렸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일본 정부나 조직위 측이 다카하시 집행위원을 일종의 '안테나'로 세웠다고 보기도 합니다. '올림픽 연기론'에 대한 국내·외 여론을 살핀 뒤 책임자(모리 회장)가 질책하고, 당사자(다카하시 집행위원)가 사과해 '없던 일'로 하면 된다는 계산이 있었다는 겁니다. 즉흥적으로 불쑥 튀어나온 '실언'이 아니라는 뜻이죠.

다카하시 집행위원 이력을 보면 이 추측은 좀 더 힘을 받습니다. 그는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츠'(電通)의 스포츠사무국에서 잔뼈가 굵었습니다. 일본 프로축구(J-리그) 창설과 2002년 한·일 월드컵 유치에도 간여했습니다. 평생 스포츠와 비즈니스,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아온 인물의 이 '돌출 발언' 이후 일은 예사롭지 않게 돌아갔습니다.

10일 다카하시 위원, "1~2년 연기해야"
12일 WHO, 코로나19 '대유행' 선언
13일 IOC 위원장, "WHO 권고에 따르겠다."
미국 대통령, "올림픽 1년 연기해야"
그리스 내 성화 봉송 중단

마스크를 쓴 여성이 9일 올림픽 홍보물이 설치된 도쿄 시내를 걷고 있다. [출처 : 연합]
'3월 말 연기설'에 무게가 실리는 건 올림픽 개최지인 도쿄도(東京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쿄도 홈페이지를 보면 13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는 75명입니다. 1월 25일부터 약 50일 동안 도쿄도민 1천 440명에 대해 2천 624건의 검사를 실시한 결과입니다. 도쿄도민은 무려 1천 3백만여 명인데, 검사 비율은 고작 0.0001%입니다.

"올림픽인지, 코로나19인지, 어느 쪽이든 확실히 결정할 때가 됐다. 올림픽 개최를 최우선으로 한 나머지 코로나19 대응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코로나19 종식에 전력투구해야 할 때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순 없다." (도쿄도 관계자)

국제 저널리스트인 야마다 도시히로(山田敏弘) 씨가 '결단은 3월 말까지, 도쿄도의 사정'라는 제목으로 13일 인터넷에 올린 기사 중 일부입니다. 그는 좀 더 흥미로운 시각에서 '3월 결단설'을 내다봤습니다. 요약하면 이런 내용입니다.

일본의 1년(회계연도)은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입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 모두 철저하게 이에 근거해 사람(인사)과 돈(예·결산)을 움직입니다. 물론 올림픽이란 세계적 행사 연기를 결정하면 국제 신인도 하락은 물론, 엄청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겠죠.


하지만 올림픽을 끝까지 밀어붙이다 자칫 뒤늦게 연기될 경우 더 큰 손실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는 26일 일본 후쿠시마(福島)에서 국내 성화 봉송이 시작되기 전, 다시 말해 2019회계년도 안에 손해를 끊어버리는 매매, 이른바 '손절매 전략'을 쓸 거란 설명입니다.

여기에 회계연도가 지나버리면 올림픽조직위에 파견한 많은 도쿄도 간부들의 인사 문제도 큰 골칫거리로 남습니다. 야마다 씨는 기사에서 "도쿄도도 이미 '올림픽 연기' 여부를 검토하면서 이 경우 손실을 추정하는 내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올림픽 취소·연기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면서 "결정권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한 IOC의 수장,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WHO 권고에 따르겠다"고 기존 '지지' 입장을 슬그머니 바꿨습니다. 그러한 WHO는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습니다.

올 것은 결국 오고야맙니다. 일본으로선 갈수록 희미해지는 '7월 정상 개최' 가능성을 붙들고 더 조바심을 태워야 하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시간은 줄고, 선택지는 좁아지고 있습니다.

13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다카하시 집행위원. “모두가 연기 방향으로”라는 제목이 붙었다. [출처 : JNN]
다시 WSJ 인터뷰로 물의를 빚었던 다카하시 집행위원 이야기입니다. 위원장의 질책과 그의 사과 퍼포먼스로 '올림픽 연기론'의 싹은 완전히 잘렸을까요? "실언을 했다"며 고개를 숙였던 그는 불과 이틀 만인 13일 일본 민영방송사 TBS와 또다시 '단독 인터뷰'를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지'라고는 이야기 안 했죠? '중지'라는 방향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연기'라는 방향으로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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