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인가? 무엇을 해야하는가? 증시 전문가에 듣는다

입력 2020.03.15 (09:29) 수정 2020.03.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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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금융시장의 불안을 이해하기 위해, 앞서 거시경제 전문가들로부터 상황에 대한 분석을 들어봤다. 이번에는 위기가 촉발된 주식시장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향후 전망은 어떤지 증시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연관 기사] 경제위기인가? 무엇을 해야하는가? 거시경제 전문가에 듣는다

우선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상황을 ‘슈퍼급 위기 상황’으로 봤다. '슈퍼위기급'일 때를 기준으로 주가 전망을 해보면 아직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과거 슈퍼급 위기 상황에서는 주가가 고점 대비 35%에서 40% 정도 떨어졌다. 이번이 그때와 같다면, 고점이 2,270 정도 였으므로 30%라면 1,600선이다. 이 1,600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추가적으로 10% 내외 하락한다면 1,350선이다. 1,350과 1,600 사이 그 중간 어디가 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글로벌 주식시장은 왜 급락했나?
-수많은 위기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공포심리로 전이...“멘탈이 나갔다”
-패닉에‘일단 현금'...대표적 안전자산 금도 믿지 못할 정도

정명지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시장에 '공포심리'가 가득하다고 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전염병에 대한 공포심리다.

정명지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정명지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기업의 ‘가치’는 기업경영 실적이 결정하지만, 주식 '가격'은 꼭 가치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가격에는 가치 외에 사람들의 판단, 그리고 무엇보다 감정(센티멘탈)이 반영된다. 그런데 사람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멘탈'이 무너진 것이다.”

정 연구원은 지난주 후반은 이렇게 무너진 글로벌 증시 투자자들의 '멘탈'을 다잡아줄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대책이 충분하지 않았다. 실망감이 공포를 더 자극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대책을 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됐다. 우리 시간으로 목요일 밤 트럼프 대통령이 TV 연설을 했는데, 내용이 유럽과의 단절이었다. 미국 입장에서 유럽은 중국보다 더 큰 교역대상이다. 일 년에 교역이 7천억 달러 이상인데 유럽발 입국을 제한한다는 발표는 이 교역을 단절시킨다는 충격을 주었다. 그게 대책이 될 수 있느냐는 우려, 그에 따라 실물경제에 충격이 올 수 있다는 공포심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유럽도 문제였다.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유럽 중앙은행(ECB)이 내놓은 대책은 금리 동결에 양적완화 뿐이었다. 실망감이 쌓였다. 그 상황에서 아시아가 급락하니까, 아시아 장중에 미국 선물시장이 급격히 빠지고, 그걸 본 유럽 증시가 급격히 내리는 연쇄반응이 나온 것이다. 악순환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고 있다.”

이렇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빼서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는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이 '금'인데 이번에는 금값까지 내리고 있다. 공포가 가득한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하려고 혈안'이 된 것.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금값까지 불안할 정도로 '불안심리가 극대화'된 상태라고 분석한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

“현금 인출에 대한 선호가 큰 것 같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보다는 현금을 가지고 있겠다는 것이다. 뭘 투자해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불안감이 계속되는 것. 금이라는 자산 자체도 유효한 투자대상이 안 되는 상황이란 의미다.”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 사이의 감산합의 실패를 원인으로 꼽는 분석도 많지만, 황 위원은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유가 하락이 크게 보도되고 있다. 이게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소는 맞다. 하지만 일부 악영향을 끼치는 정도다. 유가 하락이 영향을 미치는 업종은 조선, 정유, 화학 정도인데 그 외엔 유가 하락이 심각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요소는 될 수 없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할 수 있나?
-다르다, 지금은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유사할 수 있다, 부실기업 연쇄도산 · 이탈리아 재정불안이 뇌관 될 수도

코로나19 사태는 더 이상 SARS나 메르스 같은 전염병 사태 당시와 비교되지 않는다. 혹자는 9.11 테러 이후 얼어붙었던 소비심리 상태를 거론한다. 당시 항공 운항이 급감했고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경기가 급하강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거론하는 사람들도 많다.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위기가 금융시장에 찾아올 것이란 예상이다.

정 수석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한다. 금융위기 당시는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었지만 지금은 공포 심리의 영향일 뿐이란 것이다. 그리고 최근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의 자산가격 거품을 생각해보면 이 충격의 의미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 영향인지 미국 자산들이 사상 최대 가격 기록했었다. 워낙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되돌림도 급하게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미국 증시 박살 난 것처럼 보여도 S&P500 기준으로 보면 2018년 말보다 1% 낮은 수준이다. 작년에 미국 증시가 정말 많이 올랐다는 얘기다.

또 우리 기업 체력이 그때와는 다르다. 하이닉스를 보면 그때 수조 원 적자였다. 지금 그 정도는 아니다. 아직 금융위기를 말하기는 이르다.”

황 연구위원은 위기의 원인이 시스템 외부의 '바이러스'라는 점이 다르다고 말한다.

“2008년에는 금융섹터 문제가 실물섹터로 전이되어 완전히 무너졌다. 그런데 이번 원인은 금융섹터가 아니다. 외부 요인이다. 경제 외부 요인 중에서도 컨트롤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곳에서 발생해 금융으로 전이되었다. 큰 차이다. 금융정책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하는 사람들이 자꾸 보건과 방역대책을 말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이 전염병이 뇌관이 되어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가능성은 2008년 금융위기와 비슷한 흐름이 파생상품 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수석은 2008년 당시 금융위기를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대출 등 여러 금융상품을 기초로 만든 파생상품 시장이 연쇄 붕괴되어 촉발된 사태”로 정의한다. 당시 부실 부동산 담보 채권을 유동화한 파생상품이 '최우량 신용등급'을 받았었다. 위기가 나고 보니 부실 덩어리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슷한 일이 미국과 유럽 부실기업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미국과 유럽의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기업들은 '레버리지론'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금융회사들은 이 부채를 묶어서 유동화시킨 파생상품을 만들어 거래했다. 회사채가 기초자산이면 CBO, 은행 등의 대출채권이 기초자산이면 CLO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기업 실적이 둔화되면 신용평가사들이 기업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 이 기업들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빌린 돈(부채)으로 자금을 조달했는데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부실기업은 파산하게 된다.

연쇄 도산 일어나고 파생상품 만들어 판 금융회사로 전이된다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처럼 금융 시스템 고장 날 수도 있다. 금융위기와 유사한 흐름이 생길 수 있다. 이 우려가 커졌다.”

또 다른 불안의 축은 이탈리아다. 하인환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경제위기로 증폭시킬 뇌관으로 이탈리아를 꼽았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

"이탈리아는 정부부채 비율이 높다. GDP 10% 차지하는 관광산업 위축되면 소비 둔화와 세수 부족 심각해질 것이다. 전염병 대응하려면 재정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안 그래도 높은 정부부채는 더 높아지고 국가 부도 위험이 커진다. 2011년 당시 남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국가 재정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

무엇이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있나?
-백신이 터닝포인트
-전세계 정책공조 소식 나와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의회가, 미국 연준이 대책 내놔야

증시 전문가들이 꼽은 해법, 가장 많이 나온 답은 ‘백신’이었다.

황 위원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는 시점이 가장 의미 있는 터닝포인트로 볼 수 있다. 물론 확진자 숫자 정체되면 하락세가 멈출 수는 있다. 본격적인 반등 계기는 당연히 치료제나 백신이다.”라고 했다.

박 연구원은 금요일 오후 반등의 한 원인으로 “아직 믿을 수 있는 소식은 아니지만, 백신 개발이 빨라질 수 있다, 이런 뉴스가 도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봤다.

하 연구원은 금요일 당시 '호주에서 백신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며 백신 뉴스를 꼽으면서도 동시에 "글로벌한 재정정책이 세게 나오면" 역시 추세가 바뀔 수 있다고 봤다. 지금 개별 국가의 금리나 경기부양 정책 여력은 크지 않은 만큼, 정책공조가 되지 않은 대책은 큰 효과를 내기 힘들다는 의미다.

한국의 '공매도 금지'나 한국은행 '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

같은 맥락에서 당일 발표된 우리 금융위원회의 공매도 금지나 예상되는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효과는 크지 않다고 봤다.

하 연구원은 “단기적 효과만 있을 것”이라며 의미를 제한했다. 정 연구원도 "지금 금 채권 가상화폐 할 것 없이 다 빠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대책이 무슨 큰 효과가 있겠나"고 반문했다. "방향을 되돌리는 정도가 아니고 하락의 강도나 속도를 완화할 뿐"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장 연구원은 "그래도 당국이 최대한 시그널이 보여주는 건 필요하다"고 봤다. 시장이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만 "산발적 대책을 내기보다는 재정정책 등과 같이 종합적으로 설계해서 나올 필요가 있다"는 주문을 내놨다.

이번 주 지켜보아야 할 이벤트로 미국의 정치, 경제 일정을 꼽기도 한다. 역시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단 의미다.

정 연구원은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 같은 아시아에서 움직인다고 멈출 상황이 아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이나 '미국 의회의 결정', 그리고 18일 미국 연준의 'FOMC(우리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금리결정 회의)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로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투입을 준비하고 있고, 미 의회도 지원법안을 통과시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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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위기인가? 무엇을 해야하는가? 증시 전문가에 듣는다
    • 입력 2020-03-15 09:29:55
    • 수정2020-03-15 09:30:35
    취재K
지난 한 주 금융시장의 불안을 이해하기 위해, 앞서 거시경제 전문가들로부터 상황에 대한 분석을 들어봤다. 이번에는 위기가 촉발된 주식시장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향후 전망은 어떤지 증시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연관 기사] 경제위기인가? 무엇을 해야하는가? 거시경제 전문가에 듣는다

우선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상황을 ‘슈퍼급 위기 상황’으로 봤다. '슈퍼위기급'일 때를 기준으로 주가 전망을 해보면 아직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과거 슈퍼급 위기 상황에서는 주가가 고점 대비 35%에서 40% 정도 떨어졌다. 이번이 그때와 같다면, 고점이 2,270 정도 였으므로 30%라면 1,600선이다. 이 1,600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추가적으로 10% 내외 하락한다면 1,350선이다. 1,350과 1,600 사이 그 중간 어디가 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글로벌 주식시장은 왜 급락했나?
-수많은 위기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공포심리로 전이...“멘탈이 나갔다”
-패닉에‘일단 현금'...대표적 안전자산 금도 믿지 못할 정도

정명지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시장에 '공포심리'가 가득하다고 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전염병에 대한 공포심리다.

정명지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기업의 ‘가치’는 기업경영 실적이 결정하지만, 주식 '가격'은 꼭 가치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가격에는 가치 외에 사람들의 판단, 그리고 무엇보다 감정(센티멘탈)이 반영된다. 그런데 사람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멘탈'이 무너진 것이다.”

정 연구원은 지난주 후반은 이렇게 무너진 글로벌 증시 투자자들의 '멘탈'을 다잡아줄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대책이 충분하지 않았다. 실망감이 공포를 더 자극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대책을 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됐다. 우리 시간으로 목요일 밤 트럼프 대통령이 TV 연설을 했는데, 내용이 유럽과의 단절이었다. 미국 입장에서 유럽은 중국보다 더 큰 교역대상이다. 일 년에 교역이 7천억 달러 이상인데 유럽발 입국을 제한한다는 발표는 이 교역을 단절시킨다는 충격을 주었다. 그게 대책이 될 수 있느냐는 우려, 그에 따라 실물경제에 충격이 올 수 있다는 공포심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유럽도 문제였다.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유럽 중앙은행(ECB)이 내놓은 대책은 금리 동결에 양적완화 뿐이었다. 실망감이 쌓였다. 그 상황에서 아시아가 급락하니까, 아시아 장중에 미국 선물시장이 급격히 빠지고, 그걸 본 유럽 증시가 급격히 내리는 연쇄반응이 나온 것이다. 악순환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고 있다.”

이렇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빼서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는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이 '금'인데 이번에는 금값까지 내리고 있다. 공포가 가득한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하려고 혈안'이 된 것.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금값까지 불안할 정도로 '불안심리가 극대화'된 상태라고 분석한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
“현금 인출에 대한 선호가 큰 것 같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보다는 현금을 가지고 있겠다는 것이다. 뭘 투자해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불안감이 계속되는 것. 금이라는 자산 자체도 유효한 투자대상이 안 되는 상황이란 의미다.”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 사이의 감산합의 실패를 원인으로 꼽는 분석도 많지만, 황 위원은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유가 하락이 크게 보도되고 있다. 이게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소는 맞다. 하지만 일부 악영향을 끼치는 정도다. 유가 하락이 영향을 미치는 업종은 조선, 정유, 화학 정도인데 그 외엔 유가 하락이 심각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요소는 될 수 없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할 수 있나?
-다르다, 지금은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유사할 수 있다, 부실기업 연쇄도산 · 이탈리아 재정불안이 뇌관 될 수도

코로나19 사태는 더 이상 SARS나 메르스 같은 전염병 사태 당시와 비교되지 않는다. 혹자는 9.11 테러 이후 얼어붙었던 소비심리 상태를 거론한다. 당시 항공 운항이 급감했고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경기가 급하강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거론하는 사람들도 많다.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위기가 금융시장에 찾아올 것이란 예상이다.

정 수석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한다. 금융위기 당시는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었지만 지금은 공포 심리의 영향일 뿐이란 것이다. 그리고 최근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의 자산가격 거품을 생각해보면 이 충격의 의미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 영향인지 미국 자산들이 사상 최대 가격 기록했었다. 워낙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되돌림도 급하게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미국 증시 박살 난 것처럼 보여도 S&P500 기준으로 보면 2018년 말보다 1% 낮은 수준이다. 작년에 미국 증시가 정말 많이 올랐다는 얘기다.

또 우리 기업 체력이 그때와는 다르다. 하이닉스를 보면 그때 수조 원 적자였다. 지금 그 정도는 아니다. 아직 금융위기를 말하기는 이르다.”

황 연구위원은 위기의 원인이 시스템 외부의 '바이러스'라는 점이 다르다고 말한다.

“2008년에는 금융섹터 문제가 실물섹터로 전이되어 완전히 무너졌다. 그런데 이번 원인은 금융섹터가 아니다. 외부 요인이다. 경제 외부 요인 중에서도 컨트롤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곳에서 발생해 금융으로 전이되었다. 큰 차이다. 금융정책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하는 사람들이 자꾸 보건과 방역대책을 말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이 전염병이 뇌관이 되어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가능성은 2008년 금융위기와 비슷한 흐름이 파생상품 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수석은 2008년 당시 금융위기를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대출 등 여러 금융상품을 기초로 만든 파생상품 시장이 연쇄 붕괴되어 촉발된 사태”로 정의한다. 당시 부실 부동산 담보 채권을 유동화한 파생상품이 '최우량 신용등급'을 받았었다. 위기가 나고 보니 부실 덩어리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슷한 일이 미국과 유럽 부실기업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미국과 유럽의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기업들은 '레버리지론'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금융회사들은 이 부채를 묶어서 유동화시킨 파생상품을 만들어 거래했다. 회사채가 기초자산이면 CBO, 은행 등의 대출채권이 기초자산이면 CLO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기업 실적이 둔화되면 신용평가사들이 기업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 이 기업들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빌린 돈(부채)으로 자금을 조달했는데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부실기업은 파산하게 된다.

연쇄 도산 일어나고 파생상품 만들어 판 금융회사로 전이된다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처럼 금융 시스템 고장 날 수도 있다. 금융위기와 유사한 흐름이 생길 수 있다. 이 우려가 커졌다.”

또 다른 불안의 축은 이탈리아다. 하인환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경제위기로 증폭시킬 뇌관으로 이탈리아를 꼽았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
"이탈리아는 정부부채 비율이 높다. GDP 10% 차지하는 관광산업 위축되면 소비 둔화와 세수 부족 심각해질 것이다. 전염병 대응하려면 재정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안 그래도 높은 정부부채는 더 높아지고 국가 부도 위험이 커진다. 2011년 당시 남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국가 재정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

무엇이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있나?
-백신이 터닝포인트
-전세계 정책공조 소식 나와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의회가, 미국 연준이 대책 내놔야

증시 전문가들이 꼽은 해법, 가장 많이 나온 답은 ‘백신’이었다.

황 위원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는 시점이 가장 의미 있는 터닝포인트로 볼 수 있다. 물론 확진자 숫자 정체되면 하락세가 멈출 수는 있다. 본격적인 반등 계기는 당연히 치료제나 백신이다.”라고 했다.

박 연구원은 금요일 오후 반등의 한 원인으로 “아직 믿을 수 있는 소식은 아니지만, 백신 개발이 빨라질 수 있다, 이런 뉴스가 도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봤다.

하 연구원은 금요일 당시 '호주에서 백신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며 백신 뉴스를 꼽으면서도 동시에 "글로벌한 재정정책이 세게 나오면" 역시 추세가 바뀔 수 있다고 봤다. 지금 개별 국가의 금리나 경기부양 정책 여력은 크지 않은 만큼, 정책공조가 되지 않은 대책은 큰 효과를 내기 힘들다는 의미다.

한국의 '공매도 금지'나 한국은행 '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

같은 맥락에서 당일 발표된 우리 금융위원회의 공매도 금지나 예상되는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효과는 크지 않다고 봤다.

하 연구원은 “단기적 효과만 있을 것”이라며 의미를 제한했다. 정 연구원도 "지금 금 채권 가상화폐 할 것 없이 다 빠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대책이 무슨 큰 효과가 있겠나"고 반문했다. "방향을 되돌리는 정도가 아니고 하락의 강도나 속도를 완화할 뿐"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장 연구원은 "그래도 당국이 최대한 시그널이 보여주는 건 필요하다"고 봤다. 시장이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만 "산발적 대책을 내기보다는 재정정책 등과 같이 종합적으로 설계해서 나올 필요가 있다"는 주문을 내놨다.

이번 주 지켜보아야 할 이벤트로 미국의 정치, 경제 일정을 꼽기도 한다. 역시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단 의미다.

정 연구원은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 같은 아시아에서 움직인다고 멈출 상황이 아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이나 '미국 의회의 결정', 그리고 18일 미국 연준의 'FOMC(우리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금리결정 회의)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로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투입을 준비하고 있고, 미 의회도 지원법안을 통과시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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