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례 1번은 왜 혼인신고를 미뤘나

입력 2020.03.16 (08:06) 수정 2020.03.1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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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선정된 최혜영 후보는 기초생활수급비 부정수급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최 후보는 지난 14일 비례대표 순번 투표에 앞서 진행된 정견 발표에서도 의혹에 대한 해명에 집중했습니다. 최 후보는 "기초수급비를 받기 위해 혼인신고를 안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더 많은 이득을 취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의혹은 이렇습니다. 최 후보의 남편 정 모 씨가 본인을 부양할 수 있는 가족(최 씨)을 두고도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아 기초생활수급비를 장기간 받았다는 겁니다. 또 최 후보 부부는 동거하면서 주소를 따로 두고 1인 가구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해 지원금을 부당 수령했다는 의심도 받습니다. 이러한 의혹으로 최 후보는 지난달 26일 검찰에도 고발됐습니다.

최혜영 후보 "생계 문제 때문…규정 몰랐다"

KBS가 지난달 26일 최 후보를 직접 만나 확인한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 2011년 최 후보는 장애인 럭비 선수인 정 씨와 결혼했습니다. 최 후보 부부는 각자 따로 산 기간도 있었지만, 2017년경부터는 구로동 소재 아파트에서 거의 함께 살았다고 합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선 생계 문제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정 씨에게는 당시 6천만 원 정도 빚이 있었는데, 혼인신고를 하게 되면 빚을 떠안을까 봐 고민이 됐다고 합니다. 최 후보는 직장이 있었지만, 수입이 적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를 계속 유지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다 2017년 정 씨가 직업이 생기자 기초생활비 수급을 중단했고, 지난해에는 혼인 신고도 했습니다. 최 후보는 "혼인 신고를 하면 정부 보조를 통해 시험관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는 "규정을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활동보조인이 이용자(장애인)를 돕는 시간(급여)이 지급되는 개념입니다. 최중증 1인 가구에게는 매달 기본 급여(118시간, 159만3000원) 외에 추가 급여(273시간, 368만6000원)가 주어집니다. 최 후보 부부는 최중증 취약 가구로 분류되는데, 최중증 취약 가구가 받는 기본 급여와 추가 급여는 최중증 1인 가구와 동일합니다.

그런데도 최 후보 부부는 '최중증 취약 가구'가 아닌 '최중증 1인 가구'로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최 후보는 "혼인 신고를 안 해서, 각자 주소를 따로 둔 상태라 '최중증 1인 가구'로 서비스를 신청했다"면서도 "하지만 '취약 가구'로 변경 신청했더라도 각자에게 지원되는 금액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요약하자면, 1인 가구든 취약 가구든 어차피 받는 급여는 똑같으니, 더 받은 돈은 없고,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얘깁니다.

최 후보 부부가 살고 있는 구로동 소재 아파트최 후보 부부가 살고 있는 구로동 소재 아파트

복지부 "부정수급"…활동지원금, 8배 더 받았을 수도

최 후보의 주장은 과연 사실이고, 부정수급으로 볼 수 있을까요. 보건복지부 담당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먼저, 기초생활수급비 문제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부인의 소득이 어느 정도였는지 정확히 따져봐야 하지만,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가 남편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는데도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았다면 부정수급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후보도 남편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은 사실은 인정했으니, 정확한 위법 여부는 검찰 수사로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또 1인 가구나 취약 가구나 받는 급여가 똑같아 문제가 없다는 최 후보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현재를 기준으로 하면 1인 가구, 취약 가구 모두 추가 급여가 같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2013년 2월 전에는 기준이 달랐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제도는 2011년 도입이 됐는데, 당시 최중증 1인 가구에 지급되는 추가 급여는 66만4000원(80시간)이었고, 중증장애인가구(최 후보 같은 장애인 부부)에게 지급되는 추가 급여는 8만3000원(10시간)이었습니다. 8배 차이가 납니다. 바꿔 얘기하면 2011년부터 2013년 1월까지는 부부가 각자 매달 원래 받아야 할 금액보다 8배를 더 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더군다나 1인 가구로서 급여를 받으려면 국민연금공단의 현장 조사를 거쳐 독거(獨居)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 조사는 2~3년마다 받게 되어 있는데, 만약 최 후보 부부가 실제로는 함께 살면서 각자 따로 사는 것처럼 위장했다면 이것도 불법이 됩니다. 최 후보는 "장애 수준만 조사했고, 어차피 주소가 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독거 여부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거주 환경을 반드시 조사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동거가 명백한데 독거로 신청해 급여를 받았다면, 급여량에 관계없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급여를 받은 것이므로 법 위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최 후보 측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추가로 받은 급여의 경우는 소멸 시효(5년)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최 후보에 대한 부정수급 관련 신고한 구로구청은 이번달 초 현장 조사를 벌였습니다. 위법 사실이 있을 경우 관계 기관에 수사의뢰를 할 예정입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복지부와 서울시 등과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6일 민주당 인사 영입 환영식에서 최혜영 후보. 오른쪽은 이해찬 대표, 왼쪽은 윤호중 사무총장지난해 12월 26일 민주당 인사 영입 환영식에서 최혜영 후보. 오른쪽은 이해찬 대표, 왼쪽은 윤호중 사무총장

'영입 1호'의 석연찮은 해명…감싸기만 하는 민주당

발레리나를 꿈꿨던 척수장애인, 최 후보 영입은 당 안팎으로 화제를 낳았습니다.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는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 당시엔, "당사자로서 당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해 주목도 받았습니다. 정치권의 새로운 얼굴, '영입 1호'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건 이런 소신 있는 모습, 기존 정치인과 다른 모습일 겁니다.

그래서 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인 최 후보가 "규정을 몰랐다"고 해명한 것은 적잖이 실망스럽습니다. "불법인지 몰랐다", "문제인지 몰랐다"라고 둘러대는 기존 정치인의 뻔한 해명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영입 인사의 스토리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미투 의혹이 불거지며 사퇴한 '영입 2호' 원종건 씨의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최 후보 부정수급 의혹이 제기됐지만, 당에서 적극적으로 검증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부정수급 의혹 폭로는 비례대표 공천권을 둘러싼 당내 다툼에서 비롯됐다는 말도 나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건 분명합니다. 최 후보는 2010년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교수 자격으로 학생들도 가르쳤습니다. 복지 전문가로서, 국회의원 당선이 유력한 사람으로서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는 것이 도덕성 논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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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6 08:06:59
    • 수정2020-03-16 09:13:31
    취재K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선정된 최혜영 후보는 기초생활수급비 부정수급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최 후보는 지난 14일 비례대표 순번 투표에 앞서 진행된 정견 발표에서도 의혹에 대한 해명에 집중했습니다. 최 후보는 "기초수급비를 받기 위해 혼인신고를 안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더 많은 이득을 취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의혹은 이렇습니다. 최 후보의 남편 정 모 씨가 본인을 부양할 수 있는 가족(최 씨)을 두고도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아 기초생활수급비를 장기간 받았다는 겁니다. 또 최 후보 부부는 동거하면서 주소를 따로 두고 1인 가구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해 지원금을 부당 수령했다는 의심도 받습니다. 이러한 의혹으로 최 후보는 지난달 26일 검찰에도 고발됐습니다.

최혜영 후보 "생계 문제 때문…규정 몰랐다"

KBS가 지난달 26일 최 후보를 직접 만나 확인한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 2011년 최 후보는 장애인 럭비 선수인 정 씨와 결혼했습니다. 최 후보 부부는 각자 따로 산 기간도 있었지만, 2017년경부터는 구로동 소재 아파트에서 거의 함께 살았다고 합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선 생계 문제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정 씨에게는 당시 6천만 원 정도 빚이 있었는데, 혼인신고를 하게 되면 빚을 떠안을까 봐 고민이 됐다고 합니다. 최 후보는 직장이 있었지만, 수입이 적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를 계속 유지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다 2017년 정 씨가 직업이 생기자 기초생활비 수급을 중단했고, 지난해에는 혼인 신고도 했습니다. 최 후보는 "혼인 신고를 하면 정부 보조를 통해 시험관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는 "규정을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활동보조인이 이용자(장애인)를 돕는 시간(급여)이 지급되는 개념입니다. 최중증 1인 가구에게는 매달 기본 급여(118시간, 159만3000원) 외에 추가 급여(273시간, 368만6000원)가 주어집니다. 최 후보 부부는 최중증 취약 가구로 분류되는데, 최중증 취약 가구가 받는 기본 급여와 추가 급여는 최중증 1인 가구와 동일합니다.

그런데도 최 후보 부부는 '최중증 취약 가구'가 아닌 '최중증 1인 가구'로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최 후보는 "혼인 신고를 안 해서, 각자 주소를 따로 둔 상태라 '최중증 1인 가구'로 서비스를 신청했다"면서도 "하지만 '취약 가구'로 변경 신청했더라도 각자에게 지원되는 금액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요약하자면, 1인 가구든 취약 가구든 어차피 받는 급여는 똑같으니, 더 받은 돈은 없고,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얘깁니다.

최 후보 부부가 살고 있는 구로동 소재 아파트
복지부 "부정수급"…활동지원금, 8배 더 받았을 수도

최 후보의 주장은 과연 사실이고, 부정수급으로 볼 수 있을까요. 보건복지부 담당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먼저, 기초생활수급비 문제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부인의 소득이 어느 정도였는지 정확히 따져봐야 하지만,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가 남편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는데도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았다면 부정수급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후보도 남편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은 사실은 인정했으니, 정확한 위법 여부는 검찰 수사로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또 1인 가구나 취약 가구나 받는 급여가 똑같아 문제가 없다는 최 후보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현재를 기준으로 하면 1인 가구, 취약 가구 모두 추가 급여가 같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2013년 2월 전에는 기준이 달랐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제도는 2011년 도입이 됐는데, 당시 최중증 1인 가구에 지급되는 추가 급여는 66만4000원(80시간)이었고, 중증장애인가구(최 후보 같은 장애인 부부)에게 지급되는 추가 급여는 8만3000원(10시간)이었습니다. 8배 차이가 납니다. 바꿔 얘기하면 2011년부터 2013년 1월까지는 부부가 각자 매달 원래 받아야 할 금액보다 8배를 더 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더군다나 1인 가구로서 급여를 받으려면 국민연금공단의 현장 조사를 거쳐 독거(獨居)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 조사는 2~3년마다 받게 되어 있는데, 만약 최 후보 부부가 실제로는 함께 살면서 각자 따로 사는 것처럼 위장했다면 이것도 불법이 됩니다. 최 후보는 "장애 수준만 조사했고, 어차피 주소가 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독거 여부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거주 환경을 반드시 조사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동거가 명백한데 독거로 신청해 급여를 받았다면, 급여량에 관계없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급여를 받은 것이므로 법 위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최 후보 측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추가로 받은 급여의 경우는 소멸 시효(5년)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최 후보에 대한 부정수급 관련 신고한 구로구청은 이번달 초 현장 조사를 벌였습니다. 위법 사실이 있을 경우 관계 기관에 수사의뢰를 할 예정입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복지부와 서울시 등과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6일 민주당 인사 영입 환영식에서 최혜영 후보. 오른쪽은 이해찬 대표, 왼쪽은 윤호중 사무총장
'영입 1호'의 석연찮은 해명…감싸기만 하는 민주당

발레리나를 꿈꿨던 척수장애인, 최 후보 영입은 당 안팎으로 화제를 낳았습니다.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는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 당시엔, "당사자로서 당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해 주목도 받았습니다. 정치권의 새로운 얼굴, '영입 1호'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건 이런 소신 있는 모습, 기존 정치인과 다른 모습일 겁니다.

그래서 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인 최 후보가 "규정을 몰랐다"고 해명한 것은 적잖이 실망스럽습니다. "불법인지 몰랐다", "문제인지 몰랐다"라고 둘러대는 기존 정치인의 뻔한 해명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영입 인사의 스토리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미투 의혹이 불거지며 사퇴한 '영입 2호' 원종건 씨의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최 후보 부정수급 의혹이 제기됐지만, 당에서 적극적으로 검증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부정수급 의혹 폭로는 비례대표 공천권을 둘러싼 당내 다툼에서 비롯됐다는 말도 나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건 분명합니다. 최 후보는 2010년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교수 자격으로 학생들도 가르쳤습니다. 복지 전문가로서, 국회의원 당선이 유력한 사람으로서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는 것이 도덕성 논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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