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감염학회,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착수…‘한국형 치료지침’ 근거 찾을까?

입력 2020.03.17 (07:01) 수정 2020.03.1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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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퍼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반가운 소식이지만 유의해서 들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효과가 있다고 보이는 물질을 발견했더라도 환자에게 직접 사용하기 위해서는 동물실험과 최소 세 번의 임상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개발 소식 중에는 완전히 새로운 물질을 찾는 단계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겁니다.

■이미 임상 진행한 약물 중에서 '치료제' 찾자

"어떤 방법이 '가장 빠르고, 가능성 큰' 방법인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있어 속도가 생명인 상황, 당연히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전문가들은 '기존 약물'을 활용하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 크고, 빠른 방법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이미 다른 목적으로 기존에 만들어둔 약물 중에서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약물을 찾자는 겁니다. 이 경우엔 이미 임상시험을 상당 부분 거친 경우가 많습니다. 즉 코로나19 치료제 목적으로 임상시험 허가만 난다면, 기존에 진행했던 임상시험 단계 다음 단계부터 밟으면 됩니다.

코로나19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약물은 '렘데시비르'입니다. 기존에 에볼라를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는데, 코로나19로 다시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개발사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일찍이 중국에 임상시험을 제안했고, 빠르면 3월 말에 결과를 받아볼 예정입니다.

■대한감염학회, '칼레트라' 활용해 임상시험…"韓 주도 최초"

전 세계 임상시험의 대부분이 등록되는 미국 국립보건원이 운영하는 '클리니컬 트라이얼즈(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은 90여 건이 넘습니다. 중국이 진행하는 임상시험이 상당수로 중국은 70건 넘는 임상시험을 등록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이 주도하는 임상시험은 한 건도 없었습니다. 다만, 어제(16일) 한국 의료기관 서울아산병원(Asan Medical Center) 이름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 한 건이 등록됐습니다.

이번 시험은 '대한감염학회' 차원에서 진행됩니다. 해당 임상시험을 등록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는 본인이 대표로 신청해서 서울아산병원으로 등록됐지만, 대한감염학회에서 설계한 시험이라 설명했습니다.

대한감염학회가 주목한 약은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와 말라리아 예방·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입니다. 임상시험은 16세 이상 코로나19 확진자 150명에게 두 약을 무작위로 투여한 후 어떤 치료제가 더 잘 듣는지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은 경증 확진자들입니다. 임상시험 단계는 '치료적 유효성'을 탐색하는 2단계며, 결과는 2개월 뒤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칼레트라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모두 '항바이러스' 제제 입니다. 대한감염학회는 지난달 25일 두 약물을 코로나19 약물 치료법 첫 번째와 두 번째로 권고했습니다. 특히 칼레트라는 에볼라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렘데시비르와 함께 가장 유력한 코로나19 치료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단백질분해효소를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했던 명지병원은 칼레트라를 투여한 환자에서 바이러스가 감소했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성한 교수는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권고되고 사용되는 두 약물에 대한 '근거 시험 자료'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며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두 약품에 대한 바이러스 감소 효과가 발표되고는 있지만, 코로나19에 유효한지에 대한 논문이나 임상시험 결과가 정식으로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겁니다.

■ 그 외에는? '렘데시비르' 활용한 국제 협력 임상시험 활발

이 밖에도 한국은 미국과 협력해 '렘데시비르'를 활용한 임상시험 3건에도 참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이 주도하는 임상시험은 아닙니다. 미국이 설계한 시험을 한국에서 진행하는 임상시험 방식입니다.

2건은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협력하는 형태로, 국내에서 임상시험 3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나머지 1건은 미국국립보건원이 서울대병원에 협력을 요청한 건데, 마찬가지로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효과를 시험합니다.

허허벌판에서 치료제를 찾는 대신, '협력' 형태지만 기존 약물의 임상시험을 함께 진행하는 방법은 나쁘지 않은 전략입니다. 효과가 확인되면 국내에서도 빠르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적으로 협력하는 이른바 '멀티 임상'은 효과적일 수 있다", 바이오기업인 테라젠이텍스 김태형 상무도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미 임상시험이 상당 부분 진행된 약을 검증하는 방식이 사실상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겁니다.

무조건 빠른 길이 옳은 길이라 할 수는 없지만, 치료제·백신 개발에서는 '속도'는 생명과도 연결됩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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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7 07:01:28
    • 수정2020-03-17 13:03:29
    취재K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퍼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반가운 소식이지만 유의해서 들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효과가 있다고 보이는 물질을 발견했더라도 환자에게 직접 사용하기 위해서는 동물실험과 최소 세 번의 임상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개발 소식 중에는 완전히 새로운 물질을 찾는 단계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겁니다.

■이미 임상 진행한 약물 중에서 '치료제' 찾자

"어떤 방법이 '가장 빠르고, 가능성 큰' 방법인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있어 속도가 생명인 상황, 당연히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전문가들은 '기존 약물'을 활용하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 크고, 빠른 방법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이미 다른 목적으로 기존에 만들어둔 약물 중에서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약물을 찾자는 겁니다. 이 경우엔 이미 임상시험을 상당 부분 거친 경우가 많습니다. 즉 코로나19 치료제 목적으로 임상시험 허가만 난다면, 기존에 진행했던 임상시험 단계 다음 단계부터 밟으면 됩니다.

코로나19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약물은 '렘데시비르'입니다. 기존에 에볼라를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는데, 코로나19로 다시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개발사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일찍이 중국에 임상시험을 제안했고, 빠르면 3월 말에 결과를 받아볼 예정입니다.

■대한감염학회, '칼레트라' 활용해 임상시험…"韓 주도 최초"

전 세계 임상시험의 대부분이 등록되는 미국 국립보건원이 운영하는 '클리니컬 트라이얼즈(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은 90여 건이 넘습니다. 중국이 진행하는 임상시험이 상당수로 중국은 70건 넘는 임상시험을 등록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이 주도하는 임상시험은 한 건도 없었습니다. 다만, 어제(16일) 한국 의료기관 서울아산병원(Asan Medical Center) 이름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 한 건이 등록됐습니다.

이번 시험은 '대한감염학회' 차원에서 진행됩니다. 해당 임상시험을 등록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는 본인이 대표로 신청해서 서울아산병원으로 등록됐지만, 대한감염학회에서 설계한 시험이라 설명했습니다.

대한감염학회가 주목한 약은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와 말라리아 예방·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입니다. 임상시험은 16세 이상 코로나19 확진자 150명에게 두 약을 무작위로 투여한 후 어떤 치료제가 더 잘 듣는지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은 경증 확진자들입니다. 임상시험 단계는 '치료적 유효성'을 탐색하는 2단계며, 결과는 2개월 뒤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칼레트라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모두 '항바이러스' 제제 입니다. 대한감염학회는 지난달 25일 두 약물을 코로나19 약물 치료법 첫 번째와 두 번째로 권고했습니다. 특히 칼레트라는 에볼라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렘데시비르와 함께 가장 유력한 코로나19 치료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단백질분해효소를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했던 명지병원은 칼레트라를 투여한 환자에서 바이러스가 감소했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성한 교수는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권고되고 사용되는 두 약물에 대한 '근거 시험 자료'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며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두 약품에 대한 바이러스 감소 효과가 발표되고는 있지만, 코로나19에 유효한지에 대한 논문이나 임상시험 결과가 정식으로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겁니다.

■ 그 외에는? '렘데시비르' 활용한 국제 협력 임상시험 활발

이 밖에도 한국은 미국과 협력해 '렘데시비르'를 활용한 임상시험 3건에도 참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이 주도하는 임상시험은 아닙니다. 미국이 설계한 시험을 한국에서 진행하는 임상시험 방식입니다.

2건은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협력하는 형태로, 국내에서 임상시험 3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나머지 1건은 미국국립보건원이 서울대병원에 협력을 요청한 건데, 마찬가지로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효과를 시험합니다.

허허벌판에서 치료제를 찾는 대신, '협력' 형태지만 기존 약물의 임상시험을 함께 진행하는 방법은 나쁘지 않은 전략입니다. 효과가 확인되면 국내에서도 빠르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적으로 협력하는 이른바 '멀티 임상'은 효과적일 수 있다", 바이오기업인 테라젠이텍스 김태형 상무도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미 임상시험이 상당 부분 진행된 약을 검증하는 방식이 사실상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겁니다.

무조건 빠른 길이 옳은 길이라 할 수는 없지만, 치료제·백신 개발에서는 '속도'는 생명과도 연결됩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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