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빅컷’…공포 심리 잠재울까

입력 2020.03.17 (08:10) 수정 2020.03.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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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처럼 세계 경제 위기감이 갈수록 커져가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어제 전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기준 금리를 연 0.75%로 낮춰 한국 경제는 사상 처음 0%대, 즉 제로 금리 영역에 들어섰습니다.

이런 유례없는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배경은 무엇인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친절한 뉴스 이윤희 기자와 좀더 짚어보겠습니다.

한국은행의 어제 회의는 상당히 전격적으로이뤄졌어요?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본 걸까요?

[기자]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가시화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관심은 인하 여부보다 인하 폭이었는데, 말 그대로 '빅컷', 통상 수준을 뛰어넘는 대폭 인하였습니다.

보통 한은은 금리 조정 시 0.25%포인트씩 움직이지만 이번 조정폭은 0.5% 포인트 두 배였습니다.

이 전격적이고 충격적인 금리 인하로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0% 대 기준금리 시대에 돌입했습니다.

코로나 19가 몰고온 경제 충격 속에 싼 이자로 시중에 돈을 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어제 새벽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단박에 내리고 다른 선진국들도 줄줄이 금리를 내리는 상황에서 단 하루라도 실기하지 않겠다는 판단도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이번과 같은 '임시' 금통위는 911테러, 금융위기에 이어 역대 세 번째라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앵커]

이제 관심은 이런 조치가 과연 시장에서 효과를 볼 것 이냐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앞서 뉴욕 특파원이 전해드렸습니다만, 오늘 새벽 미국 증시는 제로금리란 특단의 조치마저 비웃듯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어제 우리 주식 시장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이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회의를 앞당겨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한국의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권 증시는 큰 폭의 하락세로 마감했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예상보다 더 크고 충격적일 수 있다는 공포감이 시장에 팽배합니다.

지금의 상황을 놓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급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금융위기는 말 그대로 금융이 위기였습니다.

패닉에 빠진 시장에 신속하게 유동성을 공급해 금융을 회복시킨 연준의 조치가 먹힐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위기는 경제적 문제가 아닌 전염병이 문제가 됐습니다.

바이러스, 그로인한 심리적 불안감이 원인이란 겁니다.

다들 겪고 계시겠지만 코로나 19의 가장 큰 문제가 활동을 줄이는 거죠.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못하고, 모이지 못합니다.

돈을 쓰고 싶어도 돈 쓰러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금리를 내린다고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쇼핑몰 가기를 꺼리는 소비자의 마음이 바뀔 것 같진 않습니다.

당장 통화정책을 조정한다고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멈춰 선 공장이 재가동할리도 만무한 상황입니다.

지금 사람들의 관심은 비용이 아니라 건강, 안전에 있기 때문입니다.

당국의 통화정책만으로는 문제를 푸는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통화 정책과 별개로 정부의 재정 정책이 병행돼야 할 듯 한데 어떻습니까?

[기자]

정부도 물론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쓰는 재정정책 역시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의 코로나 추가경정예산의 핵심은 2조원가량의 소비쿠폰입니다.

하지만 쿠폰을 나눠주더라도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여전하다면 식당이나 전통시장을 찾아가 소비할 인구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물론 이런 상황들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불필요하다는 걸 의미하는건 아닙니다.

다만, 정책 당국이 그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써 온 정책수단들이 이번에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봐야할 겁니다.

이주열 총재도 “통화정책만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거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실제 생산과 소비에 생긴 제약이 얼마나 오래갈 것이냐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결국 해법은 코로나 19의 불확실성 이걸 해소하는 일이겠군요?

[기자]

경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는 얘기 몇 번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지금 상황이 딱 그렇습니다.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전파 속도가 세계적으로 빠르다는 점이 있는 걸 가장 두려워하는 걸로 보인다.

지금과 비슷하게 세계가 겪은 상황으로는 사상 두 번째 팬데믹이 선포됐던 2009년 신종플루 때가 비교족 최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도 상당히 컸습니다만 이건 말 그대로 기존의 플루 독감이 변이를 일으킨 거라서 어느 정도 사람들에게 면역력, 이른바 '교차 면역력'이 이미 있었다고 우리 질병관리본부 측도 설명한 바 있죠.

그런데 코로나는 그야말로 새로운 바이러스인 데다가 결정적으로 2009년 당시엔 타미플루라는 치료제가 쓰이기 시작하면서 불안이 빠르게 가라앉았습니다.

코로나19도 이대로 계속 확산하면 사람들이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가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오지만요.

세계에서 확진자가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치료제가 없는 각국이 당분간 활동을 대폭 줄이고 있는 것, 불안심리가 가라앉지 않는 것은 다소 불가피한 면이 현재로서는 있습니다.

이런 기간이 짧으면 말 그대로 이후에 강한 V자 반등, 빠른 회복이 나타날 수 있는데요, 지금처럼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번지면서 우리 활동이 지속적으로 제약을 받게 되면 나중에 이걸 메우기가 너무 어려워진다는 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

나라들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우리처럼 활발한 교역과 이동에 경제 상당 부분을 기대고 있는 나라들이 특히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재정 정책, 금리 인하, 세금 감면 같은 정책적인 대응들 어떻게, 언제, 얼마만큼 해야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미래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건지 정말 치밀한 계산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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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행의 ‘빅컷’…공포 심리 잠재울까
    • 입력 2020-03-17 08:12:42
    • 수정2020-03-17 09: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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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처럼 세계 경제 위기감이 갈수록 커져가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어제 전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기준 금리를 연 0.75%로 낮춰 한국 경제는 사상 처음 0%대, 즉 제로 금리 영역에 들어섰습니다.

이런 유례없는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배경은 무엇인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친절한 뉴스 이윤희 기자와 좀더 짚어보겠습니다.

한국은행의 어제 회의는 상당히 전격적으로이뤄졌어요?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본 걸까요?

[기자]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가시화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관심은 인하 여부보다 인하 폭이었는데, 말 그대로 '빅컷', 통상 수준을 뛰어넘는 대폭 인하였습니다.

보통 한은은 금리 조정 시 0.25%포인트씩 움직이지만 이번 조정폭은 0.5% 포인트 두 배였습니다.

이 전격적이고 충격적인 금리 인하로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0% 대 기준금리 시대에 돌입했습니다.

코로나 19가 몰고온 경제 충격 속에 싼 이자로 시중에 돈을 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어제 새벽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단박에 내리고 다른 선진국들도 줄줄이 금리를 내리는 상황에서 단 하루라도 실기하지 않겠다는 판단도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이번과 같은 '임시' 금통위는 911테러, 금융위기에 이어 역대 세 번째라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앵커]

이제 관심은 이런 조치가 과연 시장에서 효과를 볼 것 이냐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앞서 뉴욕 특파원이 전해드렸습니다만, 오늘 새벽 미국 증시는 제로금리란 특단의 조치마저 비웃듯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어제 우리 주식 시장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이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회의를 앞당겨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한국의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권 증시는 큰 폭의 하락세로 마감했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예상보다 더 크고 충격적일 수 있다는 공포감이 시장에 팽배합니다.

지금의 상황을 놓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급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금융위기는 말 그대로 금융이 위기였습니다.

패닉에 빠진 시장에 신속하게 유동성을 공급해 금융을 회복시킨 연준의 조치가 먹힐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위기는 경제적 문제가 아닌 전염병이 문제가 됐습니다.

바이러스, 그로인한 심리적 불안감이 원인이란 겁니다.

다들 겪고 계시겠지만 코로나 19의 가장 큰 문제가 활동을 줄이는 거죠.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못하고, 모이지 못합니다.

돈을 쓰고 싶어도 돈 쓰러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금리를 내린다고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쇼핑몰 가기를 꺼리는 소비자의 마음이 바뀔 것 같진 않습니다.

당장 통화정책을 조정한다고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멈춰 선 공장이 재가동할리도 만무한 상황입니다.

지금 사람들의 관심은 비용이 아니라 건강, 안전에 있기 때문입니다.

당국의 통화정책만으로는 문제를 푸는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통화 정책과 별개로 정부의 재정 정책이 병행돼야 할 듯 한데 어떻습니까?

[기자]

정부도 물론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쓰는 재정정책 역시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의 코로나 추가경정예산의 핵심은 2조원가량의 소비쿠폰입니다.

하지만 쿠폰을 나눠주더라도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여전하다면 식당이나 전통시장을 찾아가 소비할 인구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물론 이런 상황들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불필요하다는 걸 의미하는건 아닙니다.

다만, 정책 당국이 그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써 온 정책수단들이 이번에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봐야할 겁니다.

이주열 총재도 “통화정책만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거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실제 생산과 소비에 생긴 제약이 얼마나 오래갈 것이냐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결국 해법은 코로나 19의 불확실성 이걸 해소하는 일이겠군요?

[기자]

경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는 얘기 몇 번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지금 상황이 딱 그렇습니다.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전파 속도가 세계적으로 빠르다는 점이 있는 걸 가장 두려워하는 걸로 보인다.

지금과 비슷하게 세계가 겪은 상황으로는 사상 두 번째 팬데믹이 선포됐던 2009년 신종플루 때가 비교족 최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도 상당히 컸습니다만 이건 말 그대로 기존의 플루 독감이 변이를 일으킨 거라서 어느 정도 사람들에게 면역력, 이른바 '교차 면역력'이 이미 있었다고 우리 질병관리본부 측도 설명한 바 있죠.

그런데 코로나는 그야말로 새로운 바이러스인 데다가 결정적으로 2009년 당시엔 타미플루라는 치료제가 쓰이기 시작하면서 불안이 빠르게 가라앉았습니다.

코로나19도 이대로 계속 확산하면 사람들이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가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오지만요.

세계에서 확진자가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치료제가 없는 각국이 당분간 활동을 대폭 줄이고 있는 것, 불안심리가 가라앉지 않는 것은 다소 불가피한 면이 현재로서는 있습니다.

이런 기간이 짧으면 말 그대로 이후에 강한 V자 반등, 빠른 회복이 나타날 수 있는데요, 지금처럼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번지면서 우리 활동이 지속적으로 제약을 받게 되면 나중에 이걸 메우기가 너무 어려워진다는 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

나라들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우리처럼 활발한 교역과 이동에 경제 상당 부분을 기대고 있는 나라들이 특히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재정 정책, 금리 인하, 세금 감면 같은 정책적인 대응들 어떻게, 언제, 얼마만큼 해야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미래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건지 정말 치밀한 계산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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