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밀집·인포데믹’…집단감염 피하기 어려웠던 은혜의강

입력 2020.03.17 (11:30) 수정 2020.03.1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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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사회적 거리두기' 요청에도 현장예배
예배당은 1인당 0.3평 불과
잘못된 정보로 소금물 뿌리기도

경기 성남시의 '은혜의 강 교회' 코로나19 감염은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 이어 수도권에서 두 번째로 큰 집단감염 사례다. 현재까지 신도 4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고, 아직 검사가 끝나지 않아 환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방역 당국은 '은혜의 강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난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이 교회는 감염을 피하기 어려운 조건을 여럿 갖추고 있었다.

현장예배를 강행하면서 밀집된 공간에서 거리두기를 하지 않았고,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여 감염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행동을 했다.


3월 1일·8일 '현장예배'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한 지난달 중순 이후 정부와 방역당국, 각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차례 강조했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섞여 있다면, 순식간에 여러 명에게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종교계에는 집단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종교 집회나 행사를 자제하고, 인터넷 집회로 대체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천주교가 미사를 중단하는 등 종교계 대부분은 정부의 요청을 따랐다. 그러나 일부 교회는 '현장예배'를 강행했고, '은혜의 강 교회'도 지난 1일과 8일 교회에서 신도 100여 명이 모여 예배를 했다.

'은혜의 강 교회'는 확진자가 나온 이후 예배를 중단하고 시설을 오는 22일까지 폐쇄했지만, 여전히 상당수 교회는 예배를 계속하고 있다.

경기도 조사에 따르면 지난 주말 도내 교회 6,578개 가운데 40%인 2,635개가 현장예배를 했다. 전주보다 10%포인트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적지 않은 숫자다.


35평에 100여 명 '밀집'

'은혜의 강 교회'는 현장예배를 강행한 것도 문제였지만, 예배 공간이 좁았던 것은 더 큰 문제였다.

이 교회는 상가 건물 3층과 4층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각 층의 면적은 35평(115.5㎡) 정도이다.

이 공간에 한 번 예배할 때 모인 인원은 100여 명 정도이다. 100명이 모였다고 가정하고 1인당 면적을 계산해보면 0.3평(1.16㎡)이다. 예배 참석자 사이에 2m 간격을 두고 앉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공간인 셈이다.

3층 예배당과 같은 면적의 4층은 식당과 휴게실이었는데, 평소 신도들은 예배 후에 식당에서 식사를 같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처럼 했다면 지난 1일과 8일 예배에서도 함께 식사했을 가능성이 큰데, 식당 공간은 예배당보다 더 좁다. 신도 중에 확진자가 있었다면 바이러스가 쉽게 퍼질 수 있는 환경이었다.


'소금물 뿌리기'에 바이러스 퍼졌을 수도

'은혜의 강 교회'는 지난 1일과 8일 예배 전 신도들을 상대로 특이한 절차를 진행했다. 분무기에 소금물을 넣어 신도들 입안과 손 등에 뿌린 것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러한 행동은 소금물이 코로나19를 없애는 데 좋다는 정보를 접하고 한 행동이라고 한다. 소금물을 소독제처럼 뿌렸다는 얘긴데, 소금물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건 과학적으로 전혀 입증된 적이 없는 잘못된 정보다.

그냥 잘못된 정보 때문에 헛수고를 한 것에 그치면 다행인데, 방역 당국은 '소금물 뿌리가'가 바이러스를 더 퍼뜨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소금물 뿌리기는 교회 관계자 1명이 계속했고, 중간에 분무기를 소독하거나 교체하지 않고 1통으로 100여 명에게 뿌렸다. 당시 CCTV 화면을 보면 분무기 입구가 입안에 거의 들어가다시피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예배에는 지난 9일 이 교회 신도로는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도 참석했다. 이 확진자도 소금물 뿌리기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면 소금물 뿌리기는 사실상 확진자 직접 접촉과 마찬가지라고 방역당국은 보고 있다.

소금물을 분무기로 뿌리는 순간 공기 중 작은 입자인 에어로졸 형태로 퍼지는데, 확진자 입에서 나온 침방울과 섞이면서 공기 중에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지는 현상을 영어로는 '인포데믹'이라고 한다.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전염병을 뜻하는 에피데믹(epidemic)의 합성어이다.

'정보전염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세계보건기구는 감염병 사태에서는 인포데믹이 감염병만큼이나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져서 이를 활용하게 되면 '은혜의 강 교회'처럼 감염을 더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분무기를 들고 소금물을 뿌린 교회 관계자도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는지, 지난 1일과 8일 예배에서도 식사가 이뤄졌는지, 예배 시 마스크 착용을 했는지 등을 추가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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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배·밀집·인포데믹’…집단감염 피하기 어려웠던 은혜의강
    • 입력 2020-03-17 11:30:19
    • 수정2020-03-17 11:31:17
    취재K
'사회적 거리두기' 요청에도 현장예배<br />예배당은 1인당 0.3평 불과<br />잘못된 정보로 소금물 뿌리기도
경기 성남시의 '은혜의 강 교회' 코로나19 감염은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 이어 수도권에서 두 번째로 큰 집단감염 사례다. 현재까지 신도 4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고, 아직 검사가 끝나지 않아 환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방역 당국은 '은혜의 강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난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이 교회는 감염을 피하기 어려운 조건을 여럿 갖추고 있었다.

현장예배를 강행하면서 밀집된 공간에서 거리두기를 하지 않았고,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여 감염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행동을 했다.


3월 1일·8일 '현장예배'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한 지난달 중순 이후 정부와 방역당국, 각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차례 강조했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섞여 있다면, 순식간에 여러 명에게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종교계에는 집단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종교 집회나 행사를 자제하고, 인터넷 집회로 대체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천주교가 미사를 중단하는 등 종교계 대부분은 정부의 요청을 따랐다. 그러나 일부 교회는 '현장예배'를 강행했고, '은혜의 강 교회'도 지난 1일과 8일 교회에서 신도 100여 명이 모여 예배를 했다.

'은혜의 강 교회'는 확진자가 나온 이후 예배를 중단하고 시설을 오는 22일까지 폐쇄했지만, 여전히 상당수 교회는 예배를 계속하고 있다.

경기도 조사에 따르면 지난 주말 도내 교회 6,578개 가운데 40%인 2,635개가 현장예배를 했다. 전주보다 10%포인트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적지 않은 숫자다.


35평에 100여 명 '밀집'

'은혜의 강 교회'는 현장예배를 강행한 것도 문제였지만, 예배 공간이 좁았던 것은 더 큰 문제였다.

이 교회는 상가 건물 3층과 4층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각 층의 면적은 35평(115.5㎡) 정도이다.

이 공간에 한 번 예배할 때 모인 인원은 100여 명 정도이다. 100명이 모였다고 가정하고 1인당 면적을 계산해보면 0.3평(1.16㎡)이다. 예배 참석자 사이에 2m 간격을 두고 앉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공간인 셈이다.

3층 예배당과 같은 면적의 4층은 식당과 휴게실이었는데, 평소 신도들은 예배 후에 식당에서 식사를 같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처럼 했다면 지난 1일과 8일 예배에서도 함께 식사했을 가능성이 큰데, 식당 공간은 예배당보다 더 좁다. 신도 중에 확진자가 있었다면 바이러스가 쉽게 퍼질 수 있는 환경이었다.


'소금물 뿌리기'에 바이러스 퍼졌을 수도

'은혜의 강 교회'는 지난 1일과 8일 예배 전 신도들을 상대로 특이한 절차를 진행했다. 분무기에 소금물을 넣어 신도들 입안과 손 등에 뿌린 것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러한 행동은 소금물이 코로나19를 없애는 데 좋다는 정보를 접하고 한 행동이라고 한다. 소금물을 소독제처럼 뿌렸다는 얘긴데, 소금물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건 과학적으로 전혀 입증된 적이 없는 잘못된 정보다.

그냥 잘못된 정보 때문에 헛수고를 한 것에 그치면 다행인데, 방역 당국은 '소금물 뿌리가'가 바이러스를 더 퍼뜨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소금물 뿌리기는 교회 관계자 1명이 계속했고, 중간에 분무기를 소독하거나 교체하지 않고 1통으로 100여 명에게 뿌렸다. 당시 CCTV 화면을 보면 분무기 입구가 입안에 거의 들어가다시피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예배에는 지난 9일 이 교회 신도로는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도 참석했다. 이 확진자도 소금물 뿌리기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면 소금물 뿌리기는 사실상 확진자 직접 접촉과 마찬가지라고 방역당국은 보고 있다.

소금물을 분무기로 뿌리는 순간 공기 중 작은 입자인 에어로졸 형태로 퍼지는데, 확진자 입에서 나온 침방울과 섞이면서 공기 중에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지는 현상을 영어로는 '인포데믹'이라고 한다.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전염병을 뜻하는 에피데믹(epidemic)의 합성어이다.

'정보전염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세계보건기구는 감염병 사태에서는 인포데믹이 감염병만큼이나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져서 이를 활용하게 되면 '은혜의 강 교회'처럼 감염을 더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분무기를 들고 소금물을 뿌린 교회 관계자도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는지, 지난 1일과 8일 예배에서도 식사가 이뤄졌는지, 예배 시 마스크 착용을 했는지 등을 추가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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