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코로나19가 가져온 뜻밖의 선물 ‘파란 하늘’

입력 2020.03.1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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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봄은 황사와 미세먼지와 함께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기사를 보면, '내일 수도권·충청권·광주 등 8개 시·도 미세먼지 비상조치' '지긋지긋한 미세먼지…내일 오후 해소됐다 주말 다시 올 듯' '미세먼지 공습에 靑 주차장 폐쇄…대통령도 전기차' 등 미세먼지 소식이 빠지지 않는다.

미세먼지의 습격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미세먼지 주의보, 경보 등이 발령되고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시행되면 차량 운행에 제약이 걸리고 일상생활도 적잖은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2020년 봄 대한민국의 하늘은 파랗다. 미세먼지 농도가 일시적으로 높아질 때도 있지만 며칠씩 지속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 춘제 끝나도 악화하지 않는 대기

답은 중국에 있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중국 우한 지역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자. 주요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질소 농도는 지난해 춘제(설날) 기간에 접어들면서 일시적으로 옅어진다. 그러다 춘제 기간이 끝나면서 다시 짙은 갈색으로 변하면서 오염도가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NASA, ESA, 美 CNN) (출처:NASA, ESA, 美 CNN)

그런데 올해 위성사진을 보면 춘제 직전 오렌지 빛으로 다소 악화됐던 이산화질소 농도가 춘제 기간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춘제가 끝나고서도 오염이 발생하지 않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우한이 포함된 후베이성은 춘제 기간을 지나면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점진적으로 도시 봉쇄에 들어갔다. 사람들의 이동이 멈추고 산업 활동은 사실상 중단됐다. 이런 조치는 중국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됐다. 공장이 멈추면서 중국의 하늘은 맑게 갰고, 그 결과가 대한민국 하늘에 나타난 것이다.

■ "코로나19의 예기치 않은 선물"

미국 CNN방송은 중국의 도시 봉쇄 조치로 의도치 않게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산물을 가져온 것이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후베이성에서 지난달 '대기질 좋음' 평균 일수가 지난해보다 21.5% 늘었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는 비단 후베이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일까지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적어도 25% 줄어들었다. 양으로따지면 2억 톤 가량인데, 이는 영국이 한 해 동안 배출하는 양의 절반 규모이다. 중국은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0%를 차지한다.

이유는 중국에서 석탄 소비가 격감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탄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중국 에너지 생산의 59%를 바로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중국에서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일까지 화력발전소의 석탄 소비량이 지난해보다 36%나 극적으로 줄었다. 이는 석탄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쓸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수요가 줄어드니까 발전소를 돌려 전기를 생산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2월 산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대부분 산업시설이 코로나19 사태로 가동을 멈추고 긴 동면에 들어간 것이다. 중국에서 월간 산업생산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유례 없는 일이다.

■ 파란 하늘 언제까지?

세계의 공장 중국이 가동을 멈추면서 대한민국에는 파란 하늘이 다시 찾아왔지만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타격을 받은 중국은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포함한 5천9백억 달러 규모의 '매머드급' 경기부양책을 시행했다. 그러자 2012년과 2013년 중국에 대기 오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중국 정부는 2013년 사상 처음으로 국가 대기질 개선 계획을 내놓기에 이른다.

이번에도 과거와 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로 최악의 시기를 지나면서 멈췄던 공장을 다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는 17일 저장성과 장쑤성, 상하이시, 산둥성, 광시성 등 중국 주요 공업지역의 공장 가동률이 거의 100%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산업 활동이 본 궤도로 올라서면 앞서 위성사진에서 봤던 맑은 하늘은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를 중국 인민이 모두 잘 사는 나라로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다 코로나19로 생긴 깊은 상처까지 극복하기 위해 경기 회복에 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마스크에 가려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대한민국에 미세먼지 걱정 없이 마음껏 숨쉴 수 있는 봄날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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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7 19: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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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봄은 황사와 미세먼지와 함께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기사를 보면, '내일 수도권·충청권·광주 등 8개 시·도 미세먼지 비상조치' '지긋지긋한 미세먼지…내일 오후 해소됐다 주말 다시 올 듯' '미세먼지 공습에 靑 주차장 폐쇄…대통령도 전기차' 등 미세먼지 소식이 빠지지 않는다.

미세먼지의 습격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미세먼지 주의보, 경보 등이 발령되고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시행되면 차량 운행에 제약이 걸리고 일상생활도 적잖은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2020년 봄 대한민국의 하늘은 파랗다. 미세먼지 농도가 일시적으로 높아질 때도 있지만 며칠씩 지속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 춘제 끝나도 악화하지 않는 대기

답은 중국에 있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중국 우한 지역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자. 주요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질소 농도는 지난해 춘제(설날) 기간에 접어들면서 일시적으로 옅어진다. 그러다 춘제 기간이 끝나면서 다시 짙은 갈색으로 변하면서 오염도가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NASA, ESA, 美 CNN)
그런데 올해 위성사진을 보면 춘제 직전 오렌지 빛으로 다소 악화됐던 이산화질소 농도가 춘제 기간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춘제가 끝나고서도 오염이 발생하지 않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우한이 포함된 후베이성은 춘제 기간을 지나면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점진적으로 도시 봉쇄에 들어갔다. 사람들의 이동이 멈추고 산업 활동은 사실상 중단됐다. 이런 조치는 중국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됐다. 공장이 멈추면서 중국의 하늘은 맑게 갰고, 그 결과가 대한민국 하늘에 나타난 것이다.

■ "코로나19의 예기치 않은 선물"

미국 CNN방송은 중국의 도시 봉쇄 조치로 의도치 않게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산물을 가져온 것이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후베이성에서 지난달 '대기질 좋음' 평균 일수가 지난해보다 21.5% 늘었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는 비단 후베이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일까지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적어도 25% 줄어들었다. 양으로따지면 2억 톤 가량인데, 이는 영국이 한 해 동안 배출하는 양의 절반 규모이다. 중국은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0%를 차지한다.

이유는 중국에서 석탄 소비가 격감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탄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중국 에너지 생산의 59%를 바로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중국에서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일까지 화력발전소의 석탄 소비량이 지난해보다 36%나 극적으로 줄었다. 이는 석탄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쓸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수요가 줄어드니까 발전소를 돌려 전기를 생산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2월 산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대부분 산업시설이 코로나19 사태로 가동을 멈추고 긴 동면에 들어간 것이다. 중국에서 월간 산업생산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유례 없는 일이다.

■ 파란 하늘 언제까지?

세계의 공장 중국이 가동을 멈추면서 대한민국에는 파란 하늘이 다시 찾아왔지만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타격을 받은 중국은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포함한 5천9백억 달러 규모의 '매머드급' 경기부양책을 시행했다. 그러자 2012년과 2013년 중국에 대기 오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중국 정부는 2013년 사상 처음으로 국가 대기질 개선 계획을 내놓기에 이른다.

이번에도 과거와 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로 최악의 시기를 지나면서 멈췄던 공장을 다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는 17일 저장성과 장쑤성, 상하이시, 산둥성, 광시성 등 중국 주요 공업지역의 공장 가동률이 거의 100%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산업 활동이 본 궤도로 올라서면 앞서 위성사진에서 봤던 맑은 하늘은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를 중국 인민이 모두 잘 사는 나라로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다 코로나19로 생긴 깊은 상처까지 극복하기 위해 경기 회복에 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마스크에 가려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대한민국에 미세먼지 걱정 없이 마음껏 숨쉴 수 있는 봄날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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