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부고란만 10장…이탈리아 치명률 높은 이유

입력 2020.03.18 (08:14) 수정 2020.03.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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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부의 한 지역 신문입니다.

무려 열 개 면에 걸쳐 150명의 부고가 실렸습니다.

부고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70~80대로, 일반적으로 사인은 언급되지 않지만 90% 이상이 '코로나19'로 숨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 신문의 편집자는 "마치 전쟁 소식지 같다"는 말로 이탈리아가 처한 비극을 전했습니다.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국가 신뢰도가 코로나 19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사망자가 2천 명을 넘어서, 바이러스가 시작된 중국에 이어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나라가 됐습니다.

누적 확진자 수 대비 누적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로 치면 이탈리아가 7.9%로 중국의 우한(5.8%)보다도 높습니다.

이탈리아의 유독 빠른 확산세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옵니다.

잠시 영화 장면 하나 보실까요.

영화사에서 걸작으로 꼽히는 '대부'에는 인상적인 결혼식 풍경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말론 브란도의 딸 결혼식에 모인 가족과 친지 수십 명이 대저택 정원에서 흥겹게 춤을 춥니다.

손과 허리를 잡고 볼 키스를 하고 친밀감 표현에 스스럼이 없습니다.

이들은 미국에 건너온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족입니다.

이 장면은 이탈리아인의 '사회적 거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탈리아에서 유독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이유로 새삼 주목받는 게 바로 이런 신체 접촉, 스킨십인데, 사실 이건 유럽 다른 나라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니 완벽한 설명은 못 됩니다.

다른 이유를 들자면, 이탈리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23%로 고령층이 많다는 점, 폐 질환에 치명적인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가 많고, 발원지인 중국 우한과의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했던 이력이 꼽히지만 가장 심각하게 거론되는 문제는 열악한 의료 환경입니다.

이탈리아는 G7(주요 7개국) 멤버이자 세계 8대 경제대국입니다.

전체 의료에서 공공의료 비중이 높고, 의료보험체계도 비교적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도 의료 환경이 열악하다니 이게 무슨 소릴까 의아해 하실텐데요,

이탈리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긴축 재정을 펼치면서 의료 관련 예산을 크게 삭감했습니다.

공공의료 체계가 발달한 나라에서 국가가 재정을 대폭 삭감하니, 곧바로 의료 수준이 급전직하했습니다.

병상수와 의료 장비 부족, 인력 유출 등 의료 인프라에 커다란 구멍이 난 상황에서 코로나 19란 직격탄을 맞은 셈입니다.

중국은 순식간에 병상을 짓기라도 했지만 그럴 여력 없는 이탈리아에선 코로나 19 확산 이후 갑자기 몰려든 환자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밀집한 '롬바르디아'는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부유한 지역인데요.

외신들이 보도한 롬바르디아 지역 의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병상이 대부분 포화 상태입니다.

병상 자리가 비면 내과, 마취과, 심폐소생과 의사들이 모여 어떤 환자를 받을지 상의합니다.

대기중인 환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환자 수가 병상 수를 훨씬 넘어서니 치료해야 할 환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것입니다.

결국 80세 이상, 기저질환 환자들을 포기하고, 살아날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을 골라서 치료해야 하는 상황.

앞서 부고면에서도 보셨지만 치료받지도 못하고 버려진 고령 환자들은, 2천명이 넘는 사망자의 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이탈리아에 대해 빗장을 걸고 있고, 이탈리아 스스로는 자국민 모두에게 이동 제한령을 내렸습니다.

[주세페 콘티/이탈리아 총리 : "이탈리아 반도에 '레드존'은 더이상 따로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탈리아 전체가 통제구역입니다."]

이같은 이탈리아 상황에 대해 "조금 더 빨리 찾아온 위기”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스위스의 전염병 전문가 말을 인용해 “이탈리아가 코로나19 발병을 늦게 찾아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탈리아의 상황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괜찮아 잘될거야~~"]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 응원가라며 등장한 노래죠, “괜찮아, 잘될 거야”.

똑같은 말이 이탈리아에도 등장했습니다

"안드라 투토 베네” (Andra Tutto Bene), 모든 것이 잘될거야라는 글을 저렇게 팻말이나 플래카드로 내걸었습니다.

프라이팬이나 냄비 뚜껑을 두드리며 노래도 부릅니다.

동네마다 시간을 정해놓고 이런‘발코니 합창’에 참여해 응원과 격려를 나누는 일이 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져가고 있습니다.

연대와 희망으로 코로나 19를 극복하려는 이탈리아인의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의료 위기를 맞고 있는 이탈리아가 이 난국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이역만리 떨어진 우리지만 역시 관심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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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 부고란만 10장…이탈리아 치명률 높은 이유
    • 입력 2020-03-18 08:16:18
    • 수정2020-03-18 09:28:18
    아침뉴스타임
이탈리아 북부의 한 지역 신문입니다.

무려 열 개 면에 걸쳐 150명의 부고가 실렸습니다.

부고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70~80대로, 일반적으로 사인은 언급되지 않지만 90% 이상이 '코로나19'로 숨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 신문의 편집자는 "마치 전쟁 소식지 같다"는 말로 이탈리아가 처한 비극을 전했습니다.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국가 신뢰도가 코로나 19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사망자가 2천 명을 넘어서, 바이러스가 시작된 중국에 이어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나라가 됐습니다.

누적 확진자 수 대비 누적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로 치면 이탈리아가 7.9%로 중국의 우한(5.8%)보다도 높습니다.

이탈리아의 유독 빠른 확산세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옵니다.

잠시 영화 장면 하나 보실까요.

영화사에서 걸작으로 꼽히는 '대부'에는 인상적인 결혼식 풍경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말론 브란도의 딸 결혼식에 모인 가족과 친지 수십 명이 대저택 정원에서 흥겹게 춤을 춥니다.

손과 허리를 잡고 볼 키스를 하고 친밀감 표현에 스스럼이 없습니다.

이들은 미국에 건너온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족입니다.

이 장면은 이탈리아인의 '사회적 거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탈리아에서 유독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이유로 새삼 주목받는 게 바로 이런 신체 접촉, 스킨십인데, 사실 이건 유럽 다른 나라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니 완벽한 설명은 못 됩니다.

다른 이유를 들자면, 이탈리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23%로 고령층이 많다는 점, 폐 질환에 치명적인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가 많고, 발원지인 중국 우한과의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했던 이력이 꼽히지만 가장 심각하게 거론되는 문제는 열악한 의료 환경입니다.

이탈리아는 G7(주요 7개국) 멤버이자 세계 8대 경제대국입니다.

전체 의료에서 공공의료 비중이 높고, 의료보험체계도 비교적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도 의료 환경이 열악하다니 이게 무슨 소릴까 의아해 하실텐데요,

이탈리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긴축 재정을 펼치면서 의료 관련 예산을 크게 삭감했습니다.

공공의료 체계가 발달한 나라에서 국가가 재정을 대폭 삭감하니, 곧바로 의료 수준이 급전직하했습니다.

병상수와 의료 장비 부족, 인력 유출 등 의료 인프라에 커다란 구멍이 난 상황에서 코로나 19란 직격탄을 맞은 셈입니다.

중국은 순식간에 병상을 짓기라도 했지만 그럴 여력 없는 이탈리아에선 코로나 19 확산 이후 갑자기 몰려든 환자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밀집한 '롬바르디아'는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부유한 지역인데요.

외신들이 보도한 롬바르디아 지역 의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병상이 대부분 포화 상태입니다.

병상 자리가 비면 내과, 마취과, 심폐소생과 의사들이 모여 어떤 환자를 받을지 상의합니다.

대기중인 환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환자 수가 병상 수를 훨씬 넘어서니 치료해야 할 환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것입니다.

결국 80세 이상, 기저질환 환자들을 포기하고, 살아날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을 골라서 치료해야 하는 상황.

앞서 부고면에서도 보셨지만 치료받지도 못하고 버려진 고령 환자들은, 2천명이 넘는 사망자의 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이탈리아에 대해 빗장을 걸고 있고, 이탈리아 스스로는 자국민 모두에게 이동 제한령을 내렸습니다.

[주세페 콘티/이탈리아 총리 : "이탈리아 반도에 '레드존'은 더이상 따로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탈리아 전체가 통제구역입니다."]

이같은 이탈리아 상황에 대해 "조금 더 빨리 찾아온 위기”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스위스의 전염병 전문가 말을 인용해 “이탈리아가 코로나19 발병을 늦게 찾아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탈리아의 상황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괜찮아 잘될거야~~"]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 응원가라며 등장한 노래죠, “괜찮아, 잘될 거야”.

똑같은 말이 이탈리아에도 등장했습니다

"안드라 투토 베네” (Andra Tutto Bene), 모든 것이 잘될거야라는 글을 저렇게 팻말이나 플래카드로 내걸었습니다.

프라이팬이나 냄비 뚜껑을 두드리며 노래도 부릅니다.

동네마다 시간을 정해놓고 이런‘발코니 합창’에 참여해 응원과 격려를 나누는 일이 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져가고 있습니다.

연대와 희망으로 코로나 19를 극복하려는 이탈리아인의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의료 위기를 맞고 있는 이탈리아가 이 난국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이역만리 떨어진 우리지만 역시 관심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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