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 ‘없는 말’ 써놨던 美 국방부, KBS 보도 후 수정

입력 2020.03.18 (11:35) 수정 2020.03.1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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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국의 역외 군사작전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것처럼 '없는 말'을 홈페이지에 올렸던 미국 국방부가 이를 지적하는 KBS 보도 이후 바로 수정했습니다.

☞바로가기 미 국방부 홈페이지 '한미 국방장관 공동기자회견(2월 24일)' 발언록

美 국방부 홈페이지 수정 전/후美 국방부 홈페이지 수정 전/후

KBS는 어제(17일) 저녁 종합뉴스 '뉴스7'에서 '국방장관의 뒤바뀐 발언…"美 항행자유 작전에 돈 대겠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고, 미 국방부가 민감한 사안에 대해 없는 말을 만들어 한국 국방장관의 발언인 것처럼 공개 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연관기사] 국방장관의 뒤바뀐 발언…“美 항행자유 작전에 돈 대겠다”?

보도 이후 밤 11시쯤(워싱턴 현지시각 오전 10시쯤), 미 국방부는 홈페이지에서 정경두 국방장관이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자금을 댈 것(fund our commitments to make sure freedom of navigation.)" 이라고 말했다는 문장을 "자유항행 의지를 재확인했다(reaffirm)"로 바르게 수정했습니다.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공동기자회견' 이후 미 국방부는 홈페이지에 정경두-마크 에스퍼 양국 국방장관의 발언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이 전문에는 정경두 국방장관이 당시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자금을 댈 것(fund our commitments to make sure freedom of navigation.)"이라고 말한 것으로 명시돼 있었습니다.

이 발언록만 놓고 보면, 미국이 안전하고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겠다며 남중국해와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이는 군사작전의 비용을 한국이 분담하기로 했다는 것이어서 자칫 중국·이란과 외교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는 민감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KBS가 당시 중계 영상을 확인한 결과 정 장관의 실제 발언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정 장관은 "에스퍼 장관과 본인은 중동지역의 정세와 양국 간 공조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규범에 기초한 자유항행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reaffirmed our commitment to maintain freedom of navigation based on a rule-based international order.)"라는 발언을 했을 뿐인데, '자금 지원'이라는 전혀 다른 말로 둔갑한 것이었습니다.

국방부가 미국 측에 전달한 영문 스크립트(국방부 제공)국방부가 미국 측에 전달한 영문 스크립트(국방부 제공)

미국은 최근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와 함께,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등에서 수행하는 작전 비용을 동맹들이 분담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국방부가 '왜곡된' 발언록을 게재한 경위에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방부는 KBS 취재 전까지 이 같은 문제를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에 공식적으로 게재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한국 입장에서는 관련국과 외교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데도 말이죠. KBS 질의에 국방부 당국자는 "미 국방부가 공개한 내용은 실제 정경두 장관의 발언은 물론 미국 측에 미리 전달한 영문본과도 다르다"며, "아예 없는 내용과 문장이 새로 만들어진 것이라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뒤늦게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는 발언 내용을 재검토하고 있다면서, 검토를 마친 뒤 미국 측에 수정을 요구하겠다고 했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KBS 취재와 보도 뒤 잘못된 문장을 삭제하고 실제 발언대로 수정했습니다. 의도가 있었을까요? 아니면 통역과정의 실수였을까요? 미국 국방부의 분명한 해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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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경두 국방 ‘없는 말’ 써놨던 美 국방부, KBS 보도 후 수정
    • 입력 2020-03-18 11:35:25
    • 수정2020-03-18 13:27:09
    취재K
한국이 미국의 역외 군사작전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것처럼 '없는 말'을 홈페이지에 올렸던 미국 국방부가 이를 지적하는 KBS 보도 이후 바로 수정했습니다.

☞바로가기 미 국방부 홈페이지 '한미 국방장관 공동기자회견(2월 24일)' 발언록

美 국방부 홈페이지 수정 전/후
KBS는 어제(17일) 저녁 종합뉴스 '뉴스7'에서 '국방장관의 뒤바뀐 발언…"美 항행자유 작전에 돈 대겠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고, 미 국방부가 민감한 사안에 대해 없는 말을 만들어 한국 국방장관의 발언인 것처럼 공개 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연관기사] 국방장관의 뒤바뀐 발언…“美 항행자유 작전에 돈 대겠다”?

보도 이후 밤 11시쯤(워싱턴 현지시각 오전 10시쯤), 미 국방부는 홈페이지에서 정경두 국방장관이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자금을 댈 것(fund our commitments to make sure freedom of navigation.)" 이라고 말했다는 문장을 "자유항행 의지를 재확인했다(reaffirm)"로 바르게 수정했습니다.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공동기자회견' 이후 미 국방부는 홈페이지에 정경두-마크 에스퍼 양국 국방장관의 발언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이 전문에는 정경두 국방장관이 당시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자금을 댈 것(fund our commitments to make sure freedom of navigation.)"이라고 말한 것으로 명시돼 있었습니다.

이 발언록만 놓고 보면, 미국이 안전하고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겠다며 남중국해와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이는 군사작전의 비용을 한국이 분담하기로 했다는 것이어서 자칫 중국·이란과 외교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는 민감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KBS가 당시 중계 영상을 확인한 결과 정 장관의 실제 발언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정 장관은 "에스퍼 장관과 본인은 중동지역의 정세와 양국 간 공조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규범에 기초한 자유항행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reaffirmed our commitment to maintain freedom of navigation based on a rule-based international order.)"라는 발언을 했을 뿐인데, '자금 지원'이라는 전혀 다른 말로 둔갑한 것이었습니다.

국방부가 미국 측에 전달한 영문 스크립트(국방부 제공)
미국은 최근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와 함께,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등에서 수행하는 작전 비용을 동맹들이 분담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국방부가 '왜곡된' 발언록을 게재한 경위에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방부는 KBS 취재 전까지 이 같은 문제를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에 공식적으로 게재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한국 입장에서는 관련국과 외교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데도 말이죠. KBS 질의에 국방부 당국자는 "미 국방부가 공개한 내용은 실제 정경두 장관의 발언은 물론 미국 측에 미리 전달한 영문본과도 다르다"며, "아예 없는 내용과 문장이 새로 만들어진 것이라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뒤늦게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는 발언 내용을 재검토하고 있다면서, 검토를 마친 뒤 미국 측에 수정을 요구하겠다고 했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KBS 취재와 보도 뒤 잘못된 문장을 삭제하고 실제 발언대로 수정했습니다. 의도가 있었을까요? 아니면 통역과정의 실수였을까요? 미국 국방부의 분명한 해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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