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감시K] 입법왕의 비결…세상에 이런 법이?

입력 2020.03.18 (21:30) 수정 2020.03.1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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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 19에도 불구하고 나라 밖에서라도 꼭 투표하겠다는 분들. 많을 겁니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고생해서 뽑아놓은 국회의원들. 할 일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요?

유권자와 약속한 공약은 넘쳐나고, 제출된 법안 건수와 처리율만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데. 왜 달라지는 건 없는 걸까.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어제(17일)는 채 절반도 채우지 못한 공약 이행률, 왜 그런지 들여다봤는데요.

국회가 제대로 일 잘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국회감시 프로젝트 k>

오늘(18일)은 숫자 늘리기에 급급해, 억지로 쥐어짜낸 법안들 점검합니다.

[인트로]

국회, 국민의 대표로 구성한 입법 기관입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 과연, 법 잘 만들고 있을까요?

와, 20대 국회 의원님들 22,883건이나 법안을 냈네요,

오, 그런데 이 법안 중 실제로 통과된 법, 7,858건입니다.

법안 처리율 34.3%입니다.

의원님 한 분이 평균 68건 씩 법안을 낸 셈인데요,

그런데 이 의원님 와우, 혼자서 690건을 냈네요.

어느 국회와 견줘도 세계 최고 수준, 정말 수출감입니다.

법안 열심히 내고, 열심히 통과시킨 20대 의원님들.

그런데 이 법안, 얼마나 토론한 줄 아십니까?

단 9분입니다.

20대 국회, 법 어떻게 만들었는지 국회감시 프로젝트K, 출동합니다.

[리포트]

오늘도 열심히 방망이 두드리는 이 분,

[황주홍/국회 농해수위 위원장/3월 5일, 농해수위 전체회의 : "(농해수위가) 역대 최고의 법안 처리 건수를 기록했습니다."]

사실일까?

농해수위 제출 법안, 천8백여 건.

본회의 통과는 천백여 건, 본회의 처리율 65%!

다른 상임위의 두 배, 과연 대단합니다.

비결이 뭘까요?

[윤준호/국회 농해수위 위원 : "열심히 일하니까 당연한 거 아닙니까?"]

[김종회/국회 농해수위 위원 : "진행하는 위원장님이나 의원들이 또 서로가 화합하는..."]

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한 게 비결이라는데...

[황주홍 : "(위원장님 개인적으로도 1등 하셨던데?) 우리 상임위에 있다 보면 누구나 다 많게 돼요."]

이 분, 20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 얼마나 했을까요?

무려 690여 건!

이틀에 한 개꼴, 다른 의원들의 10배입니다.

본회의 통과는 210여 건, 압도적 1등입니다!

[황주홍 : "(특별히 기억이 나는 법안이 있으세요?) 좀 생각을 해보고. 하나는 생각이 났는데. (특별히 관심 많이 가지셨던..) 문 후배!(보좌관!)"]

취재진이 들여다보니 단연 눈에 띄는 법안, 이겁니다.

여성이 차별없이 평가받도록 사내에 유리천장위원회를 설치하라!

[황주홍/국회 농해수위 위원장/2018년 10월 16일, 농해수위 전체회의 : "1991년에 미국에서 페더럴 글래스 실링 커미션(연방유리천장위원회)을 만들었는데..."]

그런데 이 법, 건강보험공단에, 전력거래소에, 직원 백여 명인 낙동강생물자원관, 세종학당재단에도.

공공기관마다 복사해 붙이는 이른바 복붙, 무려 219건이 똑같은 내용입니다.

[국회 관계자/음성변조 : "(공공기관) 공통 법률에 유리천장위원회를 설치하여야 한다, 한 줄 들어가면 될 거를 굳이 개별 공공기관 입법마다..."]

알기 쉬운 단어로 하나만 고치는 이른바 알법도 있습니다.

갑상선을 갑상샘으로, 행선지는 목적지로, 이렇게 64건!

690여 개 발의 법안 중 한 단어 바꾸는 알법이나 복붙법이 420여 건, 전체의 60%입니다.

동료 의원들, 뭐라고 할까요?

<국회 과방위 소위, 2018년 11월 30일, '갑상선->갑상샘 개정 논의>

[최연혜 의원 : "일괄해서 하면 되지 왜 이렇게.."]

[김성수 전의원 : "좀 민망하네요. 이거 하기가."]

[이상민 의원 : "굉장히 번잡한 게 또 인쇄하고 다 돌리고 관보 게시하고 그래야 돼요."]

[송희경 의원 : "비용 손실입니다."]

하지만 이분 억울하답니다.

[황주홍 : "그렇게 하지 않는 의원들에 대해 독려하는 것이 정당하지 잘 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에 대해서 트집잡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

열심히 일했다는 이 분, 자타공인 20대 국회 입법왕입니다.

국회감시 프로젝트K, 노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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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감시K] 입법왕의 비결…세상에 이런 법이?
    • 입력 2020-03-18 21:34:01
    • 수정2020-03-18 22: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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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 19에도 불구하고 나라 밖에서라도 꼭 투표하겠다는 분들. 많을 겁니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고생해서 뽑아놓은 국회의원들. 할 일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요?

유권자와 약속한 공약은 넘쳐나고, 제출된 법안 건수와 처리율만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데. 왜 달라지는 건 없는 걸까.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어제(17일)는 채 절반도 채우지 못한 공약 이행률, 왜 그런지 들여다봤는데요.

국회가 제대로 일 잘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국회감시 프로젝트 k>

오늘(18일)은 숫자 늘리기에 급급해, 억지로 쥐어짜낸 법안들 점검합니다.

[인트로]

국회, 국민의 대표로 구성한 입법 기관입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 과연, 법 잘 만들고 있을까요?

와, 20대 국회 의원님들 22,883건이나 법안을 냈네요,

오, 그런데 이 법안 중 실제로 통과된 법, 7,858건입니다.

법안 처리율 34.3%입니다.

의원님 한 분이 평균 68건 씩 법안을 낸 셈인데요,

그런데 이 의원님 와우, 혼자서 690건을 냈네요.

어느 국회와 견줘도 세계 최고 수준, 정말 수출감입니다.

법안 열심히 내고, 열심히 통과시킨 20대 의원님들.

그런데 이 법안, 얼마나 토론한 줄 아십니까?

단 9분입니다.

20대 국회, 법 어떻게 만들었는지 국회감시 프로젝트K, 출동합니다.

[리포트]

오늘도 열심히 방망이 두드리는 이 분,

[황주홍/국회 농해수위 위원장/3월 5일, 농해수위 전체회의 : "(농해수위가) 역대 최고의 법안 처리 건수를 기록했습니다."]

사실일까?

농해수위 제출 법안, 천8백여 건.

본회의 통과는 천백여 건, 본회의 처리율 65%!

다른 상임위의 두 배, 과연 대단합니다.

비결이 뭘까요?

[윤준호/국회 농해수위 위원 : "열심히 일하니까 당연한 거 아닙니까?"]

[김종회/국회 농해수위 위원 : "진행하는 위원장님이나 의원들이 또 서로가 화합하는..."]

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한 게 비결이라는데...

[황주홍 : "(위원장님 개인적으로도 1등 하셨던데?) 우리 상임위에 있다 보면 누구나 다 많게 돼요."]

이 분, 20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 얼마나 했을까요?

무려 690여 건!

이틀에 한 개꼴, 다른 의원들의 10배입니다.

본회의 통과는 210여 건, 압도적 1등입니다!

[황주홍 : "(특별히 기억이 나는 법안이 있으세요?) 좀 생각을 해보고. 하나는 생각이 났는데. (특별히 관심 많이 가지셨던..) 문 후배!(보좌관!)"]

취재진이 들여다보니 단연 눈에 띄는 법안, 이겁니다.

여성이 차별없이 평가받도록 사내에 유리천장위원회를 설치하라!

[황주홍/국회 농해수위 위원장/2018년 10월 16일, 농해수위 전체회의 : "1991년에 미국에서 페더럴 글래스 실링 커미션(연방유리천장위원회)을 만들었는데..."]

그런데 이 법, 건강보험공단에, 전력거래소에, 직원 백여 명인 낙동강생물자원관, 세종학당재단에도.

공공기관마다 복사해 붙이는 이른바 복붙, 무려 219건이 똑같은 내용입니다.

[국회 관계자/음성변조 : "(공공기관) 공통 법률에 유리천장위원회를 설치하여야 한다, 한 줄 들어가면 될 거를 굳이 개별 공공기관 입법마다..."]

알기 쉬운 단어로 하나만 고치는 이른바 알법도 있습니다.

갑상선을 갑상샘으로, 행선지는 목적지로, 이렇게 64건!

690여 개 발의 법안 중 한 단어 바꾸는 알법이나 복붙법이 420여 건, 전체의 60%입니다.

동료 의원들, 뭐라고 할까요?

<국회 과방위 소위, 2018년 11월 30일, '갑상선->갑상샘 개정 논의>

[최연혜 의원 : "일괄해서 하면 되지 왜 이렇게.."]

[김성수 전의원 : "좀 민망하네요. 이거 하기가."]

[이상민 의원 : "굉장히 번잡한 게 또 인쇄하고 다 돌리고 관보 게시하고 그래야 돼요."]

[송희경 의원 : "비용 손실입니다."]

하지만 이분 억울하답니다.

[황주홍 : "그렇게 하지 않는 의원들에 대해 독려하는 것이 정당하지 잘 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에 대해서 트집잡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

열심히 일했다는 이 분, 자타공인 20대 국회 입법왕입니다.

국회감시 프로젝트K, 노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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