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사드 보복’ 中 선양 롯데백화점 결국 폐점

입력 2020.03.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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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 보복'의 상징이었던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롯데 백화점이 결국 폐점 수순에 들어갔다. 롯데백화점 선양점 벽면에 설치된 대형 광고판이 어제(18일) 철거됐다. 백화점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정면과 측면에 설치된 화장품 광고판이다. 작업 인부들은 오전 일찍부터 광고판 해체 작업에 나서 이날 모두 마무리했다.

그렇잖아도 생기를 잃은 백화점이 더욱 을씨년스럽다. 롯데백화점 측은 이번 광고판 철거는 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선양시 정부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주 전 선양시 정부 광고관리 담당자들이 백화점 현장을 방문해 광고판을 떼지 않으면 거액의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비용이 많이 드는 철 구조물까지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광고판을 계속 유지하려면 허가를 다시 받으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광고판 유지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임을 들어 사정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측은 다시 허가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허가 처리 기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입점해 있던 명품 브랜드가 모두 빠져나가 광고판을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롯데백화점 선양점이 현재 폐점 절차에 들어갔다는 것. 지난 2014년 5월, 롯데백화점 선양점은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문을 열었으나 현재 지하 1층 식당가와 지상 1층 매대를 통해 물건을 일부 판매하고 있을 뿐이다. 통틀어 80여개 업체에 불과하다. 지난해 6월부터 2층 이상에 있던 입점 업체들은 모두 내보냈고 현재는 에스컬레이터조차 운영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백화점은 중국에서 연중무휴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랴오닝성 정부의 지침에 따라 롯데백화점도 지난달 휴업과 단축 영업을 해왔다. 지금은 방문객이 거의 없어 썰렁할 정도다.

매출이 급락하면서 입점업체들도 속속 철수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는 떠난 지 오래다. 그나마 남아 있는 업체들은 이달 31일까지만 영업을 하고 모두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측은 그룹 차원의 방침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확정된 게 없다며 다만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백화점이 포함된 ‘선양 롯데월드’는 건축면적만 145만㎡ 규모로 예상 사업비만 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다. 당초 실내 테마파크와 쇼핑몰, 호텔과 오피스텔 등 명실상부한 초대형 복합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2014년 5월 문을 연 백화점과 아파트가 들어선 상태에서 사드 사태를 맞으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지난해 선양시 정부가 롯데월드와 호텔 등을 비롯한 롯데월드 2기에 대한 사업 시공 인허가를 내줬지만 여전히 착공을 못하고 있다. 중국내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 측은 일단 프로젝트를 완공한 뒤 팔거나 중국 자본을 지분 참여 형식으로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당초 중국 내 5개 매장으로 출발했지만 텐진 두 곳과 웨이하이점이 철수해 현재 쓰촨성 청두와 랴오닝성 선양 두 곳에서만 정상 운영 중이었다. 하지만 사드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롯데의 ‘중국몽’은 피기도 전에 사그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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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사드 보복’ 中 선양 롯데백화점 결국 폐점
    • 입력 2020-03-19 07:01:13
    특파원 리포트
'사드(THAAD) 보복'의 상징이었던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롯데 백화점이 결국 폐점 수순에 들어갔다. 롯데백화점 선양점 벽면에 설치된 대형 광고판이 어제(18일) 철거됐다. 백화점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정면과 측면에 설치된 화장품 광고판이다. 작업 인부들은 오전 일찍부터 광고판 해체 작업에 나서 이날 모두 마무리했다.

그렇잖아도 생기를 잃은 백화점이 더욱 을씨년스럽다. 롯데백화점 측은 이번 광고판 철거는 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선양시 정부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주 전 선양시 정부 광고관리 담당자들이 백화점 현장을 방문해 광고판을 떼지 않으면 거액의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비용이 많이 드는 철 구조물까지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광고판을 계속 유지하려면 허가를 다시 받으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광고판 유지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임을 들어 사정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측은 다시 허가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허가 처리 기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입점해 있던 명품 브랜드가 모두 빠져나가 광고판을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롯데백화점 선양점이 현재 폐점 절차에 들어갔다는 것. 지난 2014년 5월, 롯데백화점 선양점은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문을 열었으나 현재 지하 1층 식당가와 지상 1층 매대를 통해 물건을 일부 판매하고 있을 뿐이다. 통틀어 80여개 업체에 불과하다. 지난해 6월부터 2층 이상에 있던 입점 업체들은 모두 내보냈고 현재는 에스컬레이터조차 운영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백화점은 중국에서 연중무휴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랴오닝성 정부의 지침에 따라 롯데백화점도 지난달 휴업과 단축 영업을 해왔다. 지금은 방문객이 거의 없어 썰렁할 정도다.

매출이 급락하면서 입점업체들도 속속 철수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는 떠난 지 오래다. 그나마 남아 있는 업체들은 이달 31일까지만 영업을 하고 모두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측은 그룹 차원의 방침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확정된 게 없다며 다만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백화점이 포함된 ‘선양 롯데월드’는 건축면적만 145만㎡ 규모로 예상 사업비만 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다. 당초 실내 테마파크와 쇼핑몰, 호텔과 오피스텔 등 명실상부한 초대형 복합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2014년 5월 문을 연 백화점과 아파트가 들어선 상태에서 사드 사태를 맞으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지난해 선양시 정부가 롯데월드와 호텔 등을 비롯한 롯데월드 2기에 대한 사업 시공 인허가를 내줬지만 여전히 착공을 못하고 있다. 중국내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 측은 일단 프로젝트를 완공한 뒤 팔거나 중국 자본을 지분 참여 형식으로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당초 중국 내 5개 매장으로 출발했지만 텐진 두 곳과 웨이하이점이 철수해 현재 쓰촨성 청두와 랴오닝성 선양 두 곳에서만 정상 운영 중이었다. 하지만 사드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롯데의 ‘중국몽’은 피기도 전에 사그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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