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코로나19에 물량 폭증…택배 기사의 고된 하루

입력 2020.03.19 (08:28) 수정 2020.03.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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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코로나19로 외출을 꺼리면서 온라인 주문이 폭증하고 있죠. 이럴 때 더욱 바빠지는 사람들, 바로 택배 기사들입니다.

하루 방문해야 하는 곳만 수백 곳에 달하다 보니, 과로에 감염 위험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데요.

지난 12일엔 배송 도중 한 택배기사가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잠시도 쉴 틈 없는 택배 기사들의 하루를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4시, 택배 기사 송택신 씨가 집을 나섭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배송 물량이 급증하면서 한 달째 이른 출근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송택신 택배 기사 코로나 전에는 5시 30분경에 집에서 나왔 습니다. 이제 쉬는 시간이 없어졌죠. 퇴근 하자마자 씻고 바로 잠자기 바쁘니까요.

무거운 몸을 깨우며 그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오늘 배송할 물량을 확인하는 겁니다.

송택신 택배 기사 하루에 80~100건 정도가 늘어난 것같습니 다. 코로나 이후에는 지금 530~550건 정도 배달하고 있습니다. 명절 때보다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새벽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분당에 위치한 한 택배 회사 터미널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접수된 택배 물품이 모이는 곳인데요.

최근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택배 물품 중에도 생필품이 크게 늘었습니다.

노종필 택배 기사 전체적으로 다 늘어났죠. 예전에는 마스크를 사기가 쉬울 때는 마스크가 많이 왔었는데 (요즘은) 전체적으로 쌀, 휴지, 물 이런 생필 품이 많이 늘었죠.

배송할 상자를 분류하고 트럭에 싣기까지 걸린 시간만 무려 반나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배송에 나서는데요.

첫 번째 배송지역은 경기도의 한 빌라촌입니다.

[송택신/택배 기사 :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계단을 많이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까 무거운 짐들이 가장 힘들죠. 오래 하다 보니까 무릎이 약간 안 좋아져서 이제 더 이상 나빠지지 말라고 보호 차원에서 (무릎 보호대를) 매일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한시라도 지체될까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계단을 뛰어다니지만, 배달 시간은 자꾸만 늦어지는데요.

[“네, 여보세요? 아~ 101호요?"]

그러다 보니 배송을 재촉하거나 도착 시간을 확인하는 고객들의 전화도 수십 통씩 걸려옵니다.

[송택신/택배 기사 : "(고객 문의 전화가) 하루에는 20~30통 정 도 (옵니다). 가끔 불안할 때 전화 벨소리 들으면 진짜 이번엔 또 고객님들이 무슨 얘 기를 할까 가슴이 철렁할 때가 많아요."]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급한 마음에 계단을 뛰어오르다 보면 종종 넘어져 다치는 경우도 있는데요.

[송택신/택배 기사 : "가끔 계단에서 넘어져서 무릎을 찧거나 타박상을 입은 적은 있죠. 근데 저희가 몸이 재산이기 때문에 항상 조심은 하고 있습니다."]

늘 조심한다고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감염에 대한 우려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송택신/택배 기사 : "항상 걱정되죠. 원래 직접 전달이 저희 택배 는 기본인데 문 앞에 놓고 문자를 드리고 있습니다. 요즘 시기가 시기인 만큼 고객들 도 접촉하는 걸 약간 꺼려하시는 것 같습 니다."]

5년 차 택배 기사 노종필 씨도 고객에게 직접 물품을 전달하는 대신 노크를 하거나 벨을 눌러 비대면으로 배송을 알리고, 무엇보다 개인위생에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노종필/택배 기사 : "나름대로 마스크도 착용하고, 개인 관리를 철저히 해야죠. (코로나19에) 걸리면 큰일 나죠. 주변 동료들도 물론이고, 우리가 워낙 에 다니는 범위가 넓잖아요."]

택배 기사는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직인데요.

때문에, 배송에서 방역까지 모두 스스로 책임져야 합니다.

[남희정/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사무처장 : "(택배 회사에서) 마스크가 지급되기 시작한 것도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지급되기 시작했고요. 그것도 일주일에 한두 개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객이 건네는 마스크 한 장 한 장을 아껴가며 사용하고 있다는데요.

[송택신/택배 기사 : "(마스크를) 구하기 힘드니까요, 택배기사들 이. 문 앞에 (고객들이 사용하라고) 하나씩 걸어놓은 걸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모아둔 겁니다. (고객이 준) 이 마스크는 진짜 쓰기 도 아까워요."]

감염 위험에 과로까지, 이런 택배 기사들의 노고를 알아주는 사람들, 바로 고객들입니다.

[유지연/경기도 부천시 : "저희 집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 건물이거 든요. 그래서 자주 왔다 갔다 하는 기사님들 한테 조금 너무 죄송해서..."]

[김민지/부산 사하구 : "코로나 때문에 택배 물량도 많이 늘고 해서 택배기사님들 힘드실까 봐 아들이랑 같이 생각해서 음료수랑 간식 챙겨드리기 시작했 어요."]

바이러스를 뚫고 집집마다 찾아가는 택배 기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이런 일들, 어느새 SNS를 통해 캠페인처럼 번져가고 있습니다.

[송택신/택배 기사 : "(고맙다는) 문자를 받거나 문 앞에 간단한 간식이나 이렇게 걸어두면 힘이 빠졌다가도 순간 힘이 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우울감이 높아진 요즘, 택배기사들을 향한 이런 작은 배려의 손길들이 우리 사회에 온정을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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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03-19 09: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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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외출을 꺼리면서 온라인 주문이 폭증하고 있죠. 이럴 때 더욱 바빠지는 사람들, 바로 택배 기사들입니다.

하루 방문해야 하는 곳만 수백 곳에 달하다 보니, 과로에 감염 위험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데요.

지난 12일엔 배송 도중 한 택배기사가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잠시도 쉴 틈 없는 택배 기사들의 하루를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4시, 택배 기사 송택신 씨가 집을 나섭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배송 물량이 급증하면서 한 달째 이른 출근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송택신 택배 기사 코로나 전에는 5시 30분경에 집에서 나왔 습니다. 이제 쉬는 시간이 없어졌죠. 퇴근 하자마자 씻고 바로 잠자기 바쁘니까요.

무거운 몸을 깨우며 그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오늘 배송할 물량을 확인하는 겁니다.

송택신 택배 기사 하루에 80~100건 정도가 늘어난 것같습니 다. 코로나 이후에는 지금 530~550건 정도 배달하고 있습니다. 명절 때보다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새벽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분당에 위치한 한 택배 회사 터미널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접수된 택배 물품이 모이는 곳인데요.

최근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택배 물품 중에도 생필품이 크게 늘었습니다.

노종필 택배 기사 전체적으로 다 늘어났죠. 예전에는 마스크를 사기가 쉬울 때는 마스크가 많이 왔었는데 (요즘은) 전체적으로 쌀, 휴지, 물 이런 생필 품이 많이 늘었죠.

배송할 상자를 분류하고 트럭에 싣기까지 걸린 시간만 무려 반나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배송에 나서는데요.

첫 번째 배송지역은 경기도의 한 빌라촌입니다.

[송택신/택배 기사 :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계단을 많이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까 무거운 짐들이 가장 힘들죠. 오래 하다 보니까 무릎이 약간 안 좋아져서 이제 더 이상 나빠지지 말라고 보호 차원에서 (무릎 보호대를) 매일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한시라도 지체될까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계단을 뛰어다니지만, 배달 시간은 자꾸만 늦어지는데요.

[“네, 여보세요? 아~ 101호요?"]

그러다 보니 배송을 재촉하거나 도착 시간을 확인하는 고객들의 전화도 수십 통씩 걸려옵니다.

[송택신/택배 기사 : "(고객 문의 전화가) 하루에는 20~30통 정 도 (옵니다). 가끔 불안할 때 전화 벨소리 들으면 진짜 이번엔 또 고객님들이 무슨 얘 기를 할까 가슴이 철렁할 때가 많아요."]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급한 마음에 계단을 뛰어오르다 보면 종종 넘어져 다치는 경우도 있는데요.

[송택신/택배 기사 : "가끔 계단에서 넘어져서 무릎을 찧거나 타박상을 입은 적은 있죠. 근데 저희가 몸이 재산이기 때문에 항상 조심은 하고 있습니다."]

늘 조심한다고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감염에 대한 우려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송택신/택배 기사 : "항상 걱정되죠. 원래 직접 전달이 저희 택배 는 기본인데 문 앞에 놓고 문자를 드리고 있습니다. 요즘 시기가 시기인 만큼 고객들 도 접촉하는 걸 약간 꺼려하시는 것 같습 니다."]

5년 차 택배 기사 노종필 씨도 고객에게 직접 물품을 전달하는 대신 노크를 하거나 벨을 눌러 비대면으로 배송을 알리고, 무엇보다 개인위생에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노종필/택배 기사 : "나름대로 마스크도 착용하고, 개인 관리를 철저히 해야죠. (코로나19에) 걸리면 큰일 나죠. 주변 동료들도 물론이고, 우리가 워낙 에 다니는 범위가 넓잖아요."]

택배 기사는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직인데요.

때문에, 배송에서 방역까지 모두 스스로 책임져야 합니다.

[남희정/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사무처장 : "(택배 회사에서) 마스크가 지급되기 시작한 것도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지급되기 시작했고요. 그것도 일주일에 한두 개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객이 건네는 마스크 한 장 한 장을 아껴가며 사용하고 있다는데요.

[송택신/택배 기사 : "(마스크를) 구하기 힘드니까요, 택배기사들 이. 문 앞에 (고객들이 사용하라고) 하나씩 걸어놓은 걸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모아둔 겁니다. (고객이 준) 이 마스크는 진짜 쓰기 도 아까워요."]

감염 위험에 과로까지, 이런 택배 기사들의 노고를 알아주는 사람들, 바로 고객들입니다.

[유지연/경기도 부천시 : "저희 집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 건물이거 든요. 그래서 자주 왔다 갔다 하는 기사님들 한테 조금 너무 죄송해서..."]

[김민지/부산 사하구 : "코로나 때문에 택배 물량도 많이 늘고 해서 택배기사님들 힘드실까 봐 아들이랑 같이 생각해서 음료수랑 간식 챙겨드리기 시작했 어요."]

바이러스를 뚫고 집집마다 찾아가는 택배 기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이런 일들, 어느새 SNS를 통해 캠페인처럼 번져가고 있습니다.

[송택신/택배 기사 : "(고맙다는) 문자를 받거나 문 앞에 간단한 간식이나 이렇게 걸어두면 힘이 빠졌다가도 순간 힘이 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우울감이 높아진 요즘, 택배기사들을 향한 이런 작은 배려의 손길들이 우리 사회에 온정을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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