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메시아”…종교의 이름으로 인권유린

입력 2020.03.1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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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로부터 오랫동안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취재진의 설득 끝에 어렵게 만난 피해자들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나둘 털어놨습니다. 푹 숙인 고개, 떨리는 목소리...중간중간 눈물을 터트리며 힘겨운 증언들을 이어나갔습니다.

이들은 전남 무안에 있는 한 종교시설에서 수십 년 동안 생활해오다 이탈한 신도들이었습니다. 도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졌던 걸까요?

■"구원받으려면..." 교주로부터 성폭행 피해

지난해 말 광주광역시에 있는 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에 "교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신고한 이들은 박 모 씨가 교주로 있는 무안 종교시설에서 탈출한 여신도 5명. 20대 후반부터 50대까지 연령은 다양했습니다. 2차 피해를 우려해 정확히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피해자들은 피해 당시의 상황들과 피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전문가들은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교주 박 모 씨의 교리가 담긴 책 ‘나는 메시아’교주 박 모 씨의 교리가 담긴 책 ‘나는 메시아’

피해자들은 박 씨가 성경 구절을 인용해 자신들을 회유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다윗이 노년에 젊은 여성인 밧세바를 만나 솔로몬을 낳았다" "아이를 낳아 노아의 가족이 되면 구원받는다"라는 식이었는데, 성경을 왜곡해 수년 동안 몹쓸 짓을 해왔습니다. 피해자들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 구원을 받을 수 없다며 입단속을 했습니다. 피해자들은 "거부 반응을 보이거나 밀어내면 천국에 갈 수 없다며 신앙을 의심받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함께 종교 시설에 있었던 다른 가족이나 친인척들까지 같은 피해를 당하였다는 것을 탈출 후 뒤늦게 알았습니다.

교주 등 신도들 단체 사진교주 등 신도들 단체 사진

그렇다면 교주 박 씨는 어떤 사람일까요? 박 씨는 1980년대 구원파인 고 유병언 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근무했다가 공금횡령이 문제가 되면서 사이가 틀어져 나왔습니다. 이후 광주에 '그리스도예수 한국교회'라는 이름으로 단독으로 교회를 세우고 활동하며 자신이 구원자, 이른바 '메시아'라며 신도들을 모았습니다.

'부자는 천국에 갈 수 없다'고 강조하며 1999년에 전남 무안에 문구용품 생산 공장과 기숙사 시설을 만들었고, 신도들과 공동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로 가족에게 전도하는 방식으로 조부모와 부모, 손자까지 3대가 함께 믿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방식의 교세 확장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한때 수백 명에 달했던 신도들이 지금은 70여 명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됩니다.

■온종일 일했는데... "월급 20만 원"

성폭행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심각한 노동력 착취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종교시설은 문구용품을 제작하는 업체로 등록돼 있고 무안에 공장과 물류창고, 직원 숙소 등이 모여있습니다. 최근에는 본사를 충남 태안으로 옮기면서 태안에도 대규모 단지가 조성돼 있습니다.

성폭행 피해 여성들을 포함해 이 종교집단에서 이탈한 신도 15명은 모두 월급이 10만 원~2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짧게는 10여 년, 길게는 30년 가까이 일했지만, 월급은 오르지 않았습니다. 일이 많을 때는 잦은 야근을 했고 휴일도 없이 일해도 이에 대한 보상은 없었습니다. 기숙사에서 살게 하며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이유에섭니다. 오히려 노동을 신성시하는 성경 구절 등을 내세우며 신도들을 다그쳤습니다.

무안 종교 시설 현장. 문구용품 제조 공장과 기숙사 등이 한 데 모여있다.무안 종교 시설 현장. 문구용품 제조 공장과 기숙사 등이 한 데 모여있다.

취재진은 이탈한 신도들의 월급통장 내역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회사 대표 이름으로 매달 20만 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도들 명의로 된 또 다른 통장에서는 수상한 입출금 내역이 확인됐습니다. 회사나 대표 이름으로 매달 100여만 원이 입금됐다가 하루나 이틀 뒤 현금 인출기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이에 대해 신도들은 이 통장을 사장이 관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최저임금 등 법적인 문제에 대비해 월급을 지급한 것처럼 만든 통장이라는 겁니다. 또 월급 100만 원을 준 것처럼 속인 영수증 1년 치를 한꺼번에 가지고 와서 사인을 받아 가기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월급 20만 원이 들어온 통장과 매달 100여만 원이 들어왔다 현금 인출기에서 빼간 흔적이 있는 통장 내역월급 20만 원이 들어온 통장과 매달 100여만 원이 들어왔다 현금 인출기에서 빼간 흔적이 있는 통장 내역

공장일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태안에 물류 창고 단지를 만들 때는 무안에 있는 신도들이 동원돼 건설 현장에서 중노동을 해야 했습니다.

[KBS 뉴스 9] “내가 메시아”…종교집단 교주 성폭행에 노동력 착취
■끝없는 인권 유린....아동 노동력 착취에 강제 이혼

심각한 인권 유린 행위들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부모를 따라 종교 집단에 들어왔거나 종교 시설 안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들은 교주의 명에 따라 노동에 투입돼야 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성인이 됐지만, 당시 일을 하느라 학교도 다닐 수 없어서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나 중학교 졸업에 불과합니다.

일부 부부 신도들은 교주가 시키는 대로 반강제로 이혼하기도 했습니다. 신도 수가 줄어들면서 일할 사람도 줄어들자 노동력 유입을 위해 남자 신도들을 베트남 여성과 결혼시킨 겁니다. 한 피해자는 "이혼을 거부하자 설교 시간에 남편 이름을 계속 부르면서 이혼하고 베트남 여자와 결혼하라고 했다. 순종하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괴롭고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결혼을 통해 시설에 들어온 이주여성은 10여 명인데, 공장일에 투입됐다가 낮은 임금 등으로 하나, 둘 빠져나가고 현재는 4명 정도가 남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 씨가 이끄는 종교 집단은 이미 종교라는 명분이 사라진 상탭니다. 박 씨는 개인의 기업처럼 종교 집단을 운영하며,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각종 인권 유린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피해자들의 변호인들은 아동 노동력 착취 등 일부 행위들은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피해자를 현혹하고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등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광주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두려움과 자괴감 컸다"....피해자 심리 지원 필요

그런데 피해자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피해를 보면서도 왜 신고를 하지 않았을까요? 피해자들조차도 "지금 생각하면 왜 그런 거에 현혹돼 믿고 허황하게 빠져서 인생을 망쳤나 자괴감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외부와 단절된 채 왜곡된 신앙생활을 해 온 피해자들은 절대적인 존재였던 교주를 외부 기관에 고발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교주가 운영하는 업체에서 일하는 게 경제 활동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가지고 있는 돈이 없는 이들이 사회 밖으로 나가게 되면 당장 머무를 곳도, 먹을 것도 없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탈출하고, 피해를 알렸지만 "왜 말도 안 되는 피해를 보고 있었느냐"는 일부의 따가운 시선은 이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평범한 사람들도 각종 심리적 요인으로 종교에 빠지거나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와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김해숙 호남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비난이나 공격이 계속되면 피해 사실을 축소해서 보고할 가능성이 있고, 피해 내용을 이야기했다 할지라도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범죄 행위의 원인을 피해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 다른 피해자들을 구하거나 추가 피해자를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깁니다.

[KBS 뉴스 9] “자괴감과 두려움…교주 고발 힘들었다”
교주 박 씨는 현재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자취를 감춘 상탭니다. 취재진도 박 씨와 회사 대표 등을 만나기 위해 무안과 태안 등을 찾았고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입장을 들을 순 없었습니다. 힘들게 시설을 탈출한 피해자들은 해코지를 당하지는 않을까, 사건이 흐지부지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속에서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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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메시아”…종교의 이름으로 인권유린
    • 입력 2020-03-19 14:54:28
    취재K
"교주로부터 오랫동안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취재진의 설득 끝에 어렵게 만난 피해자들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나둘 털어놨습니다. 푹 숙인 고개, 떨리는 목소리...중간중간 눈물을 터트리며 힘겨운 증언들을 이어나갔습니다.

이들은 전남 무안에 있는 한 종교시설에서 수십 년 동안 생활해오다 이탈한 신도들이었습니다. 도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졌던 걸까요?

■"구원받으려면..." 교주로부터 성폭행 피해

지난해 말 광주광역시에 있는 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에 "교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신고한 이들은 박 모 씨가 교주로 있는 무안 종교시설에서 탈출한 여신도 5명. 20대 후반부터 50대까지 연령은 다양했습니다. 2차 피해를 우려해 정확히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피해자들은 피해 당시의 상황들과 피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전문가들은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교주 박 모 씨의 교리가 담긴 책 ‘나는 메시아’
피해자들은 박 씨가 성경 구절을 인용해 자신들을 회유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다윗이 노년에 젊은 여성인 밧세바를 만나 솔로몬을 낳았다" "아이를 낳아 노아의 가족이 되면 구원받는다"라는 식이었는데, 성경을 왜곡해 수년 동안 몹쓸 짓을 해왔습니다. 피해자들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 구원을 받을 수 없다며 입단속을 했습니다. 피해자들은 "거부 반응을 보이거나 밀어내면 천국에 갈 수 없다며 신앙을 의심받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함께 종교 시설에 있었던 다른 가족이나 친인척들까지 같은 피해를 당하였다는 것을 탈출 후 뒤늦게 알았습니다.

교주 등 신도들 단체 사진
그렇다면 교주 박 씨는 어떤 사람일까요? 박 씨는 1980년대 구원파인 고 유병언 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근무했다가 공금횡령이 문제가 되면서 사이가 틀어져 나왔습니다. 이후 광주에 '그리스도예수 한국교회'라는 이름으로 단독으로 교회를 세우고 활동하며 자신이 구원자, 이른바 '메시아'라며 신도들을 모았습니다.

'부자는 천국에 갈 수 없다'고 강조하며 1999년에 전남 무안에 문구용품 생산 공장과 기숙사 시설을 만들었고, 신도들과 공동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로 가족에게 전도하는 방식으로 조부모와 부모, 손자까지 3대가 함께 믿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방식의 교세 확장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한때 수백 명에 달했던 신도들이 지금은 70여 명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됩니다.

■온종일 일했는데... "월급 20만 원"

성폭행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심각한 노동력 착취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종교시설은 문구용품을 제작하는 업체로 등록돼 있고 무안에 공장과 물류창고, 직원 숙소 등이 모여있습니다. 최근에는 본사를 충남 태안으로 옮기면서 태안에도 대규모 단지가 조성돼 있습니다.

성폭행 피해 여성들을 포함해 이 종교집단에서 이탈한 신도 15명은 모두 월급이 10만 원~2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짧게는 10여 년, 길게는 30년 가까이 일했지만, 월급은 오르지 않았습니다. 일이 많을 때는 잦은 야근을 했고 휴일도 없이 일해도 이에 대한 보상은 없었습니다. 기숙사에서 살게 하며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이유에섭니다. 오히려 노동을 신성시하는 성경 구절 등을 내세우며 신도들을 다그쳤습니다.

무안 종교 시설 현장. 문구용품 제조 공장과 기숙사 등이 한 데 모여있다.
취재진은 이탈한 신도들의 월급통장 내역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회사 대표 이름으로 매달 20만 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도들 명의로 된 또 다른 통장에서는 수상한 입출금 내역이 확인됐습니다. 회사나 대표 이름으로 매달 100여만 원이 입금됐다가 하루나 이틀 뒤 현금 인출기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이에 대해 신도들은 이 통장을 사장이 관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최저임금 등 법적인 문제에 대비해 월급을 지급한 것처럼 만든 통장이라는 겁니다. 또 월급 100만 원을 준 것처럼 속인 영수증 1년 치를 한꺼번에 가지고 와서 사인을 받아 가기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월급 20만 원이 들어온 통장과 매달 100여만 원이 들어왔다 현금 인출기에서 빼간 흔적이 있는 통장 내역
공장일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태안에 물류 창고 단지를 만들 때는 무안에 있는 신도들이 동원돼 건설 현장에서 중노동을 해야 했습니다.

[KBS 뉴스 9] “내가 메시아”…종교집단 교주 성폭행에 노동력 착취
■끝없는 인권 유린....아동 노동력 착취에 강제 이혼

심각한 인권 유린 행위들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부모를 따라 종교 집단에 들어왔거나 종교 시설 안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들은 교주의 명에 따라 노동에 투입돼야 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성인이 됐지만, 당시 일을 하느라 학교도 다닐 수 없어서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나 중학교 졸업에 불과합니다.

일부 부부 신도들은 교주가 시키는 대로 반강제로 이혼하기도 했습니다. 신도 수가 줄어들면서 일할 사람도 줄어들자 노동력 유입을 위해 남자 신도들을 베트남 여성과 결혼시킨 겁니다. 한 피해자는 "이혼을 거부하자 설교 시간에 남편 이름을 계속 부르면서 이혼하고 베트남 여자와 결혼하라고 했다. 순종하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괴롭고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결혼을 통해 시설에 들어온 이주여성은 10여 명인데, 공장일에 투입됐다가 낮은 임금 등으로 하나, 둘 빠져나가고 현재는 4명 정도가 남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 씨가 이끄는 종교 집단은 이미 종교라는 명분이 사라진 상탭니다. 박 씨는 개인의 기업처럼 종교 집단을 운영하며,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각종 인권 유린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피해자들의 변호인들은 아동 노동력 착취 등 일부 행위들은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피해자를 현혹하고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등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광주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두려움과 자괴감 컸다"....피해자 심리 지원 필요

그런데 피해자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피해를 보면서도 왜 신고를 하지 않았을까요? 피해자들조차도 "지금 생각하면 왜 그런 거에 현혹돼 믿고 허황하게 빠져서 인생을 망쳤나 자괴감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외부와 단절된 채 왜곡된 신앙생활을 해 온 피해자들은 절대적인 존재였던 교주를 외부 기관에 고발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교주가 운영하는 업체에서 일하는 게 경제 활동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가지고 있는 돈이 없는 이들이 사회 밖으로 나가게 되면 당장 머무를 곳도, 먹을 것도 없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탈출하고, 피해를 알렸지만 "왜 말도 안 되는 피해를 보고 있었느냐"는 일부의 따가운 시선은 이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평범한 사람들도 각종 심리적 요인으로 종교에 빠지거나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와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김해숙 호남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비난이나 공격이 계속되면 피해 사실을 축소해서 보고할 가능성이 있고, 피해 내용을 이야기했다 할지라도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범죄 행위의 원인을 피해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 다른 피해자들을 구하거나 추가 피해자를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깁니다.

[KBS 뉴스 9] “자괴감과 두려움…교주 고발 힘들었다”
교주 박 씨는 현재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자취를 감춘 상탭니다. 취재진도 박 씨와 회사 대표 등을 만나기 위해 무안과 태안 등을 찾았고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입장을 들을 순 없었습니다. 힘들게 시설을 탈출한 피해자들은 해코지를 당하지는 않을까, 사건이 흐지부지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속에서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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