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창] 한국 대중문화 속 북한의 변화상은?

입력 2020.03.20 (15:41) 수정 2020.03.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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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영화 등 우리 대중문화에서 북한은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중요한 소재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북한 사람이 주인공인 드라마와 영화가 잇따라 나오면서 우리 대중문화가 북한을 다루는 방식도 과거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상이나 정치적 이념을 다뤘다면 최근에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온전하게 닮아 내려는 노력이 돋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발발 70년 우리는 그동안 어떤 시선으로 대중문화 속 북한을 담아냈을까요? 그 변화상을 <남북의창>이 짚어봤습니다.

영화 ‘피아골’(1955년 개봉)영화 ‘피아골’(1955년 개봉)

6.25 전쟁 후유증이 고스란히 남아있던 1950년대 중반. 한국 대중문화에서 '전쟁의 참상'은 그 자체가 소재가 됐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전쟁의 비극과 인간애를 부각한 게 특징입니다. 1955년 개봉된 영화 '피아골'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휴전 후 지리산에 남은 빨치산의 인간적 갈등을 묘사한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만화영화 ‘똘이장군-제3땅굴 편’(1978년 개봉)만화영화 ‘똘이장군-제3땅굴 편’(1978년 개봉)

1960~70년대에는 전방위로 시작된 반공교육이 대중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종상에서도 '반공 영화상'을 따로 시상했을 정도였습니다. 1978년 개봉한 만화영화 '똘이장군-제3땅굴 편'은 북한 군인들을 동물로 묘사했는데요. 붉은 수령을 돼지로, 수하들을 여우와 늑대, 박쥐로 그려 내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KBS의 인터뷰에서 "(1960~70년대) 영화 제작 환경이 열악할 때는 국가 지원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제작자로서 국가 정책에 부응하면서도 창작 욕구를 대체할 수 있는 주제가 분단 문제였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쉬리’(1999년 개봉)영화 ‘쉬리’(1999년 개봉)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역시 대중문화에 대한 검열은 일상적이었습니다. 분단이나 북한을 소재로 한 작품 자체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시절이었습니다. 1990년대 들어 동유럽 공산 정권들이 잇따라 붕괴하고 베를린 장벽도 허물어지면서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시야도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분단 영화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영화는 바로 1999년 개봉작 '쉬리'였습니다. 기존 반공 영화와 달리 남과 북의 현실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북한을 단순한 악의 축으로 그리지 않고, 북한 특수요원의 인간적인 면모, 분단 상황의 비극을 강조한 것이 대중의 인식 전환을 불러왔습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개봉)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개봉)

2000년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역시 남북 군인들의 우정이라는 소재로 딱딱하게만 여겨졌던 북한군을 조금 더 친근하게 묘사해 냈습니다. 이 영화에는 초코파이를 좋아하는 북한군도 등장하는데요. 재미있는 이런 묘사는 지금도 회자하고 있습니다.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우리 대중문화에선 '남한에 온 북한 사람'이 많이 등장합니다. 2010년 발표된 영화 '의형제'는 국정원 요원과 남파공작원이 이념을 떠나 형제처럼 지내는 모습을 담았고, 2012년 발표된 코미디 영화 '간첩'은 생계형 간첩들의 코믹한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중문화에 비친 북한, 북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는 탈북민들의 의견도 있습니다. 2007년 탈북한 박유성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특수부대 관련된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일반인은 알 수 없는 얘기들"이라면서 "캐릭터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보면서 불편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강철비’(2017년 개봉)영화 ‘강철비’(2017년 개봉)

그래서일까요? 최근 작품들은 북한 현실을 보다 상세하게 반영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2017년 개봉된 영화 '강철비'는 남한 최신음악을 알고 있는 북한 부녀의 이야기를 넣었고, 공간을 북한으로 설정해 남측 주인공이 북한을 체험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북한 배경 드라마 역시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을 가감 없이 보여 준 새로운 시도가 시청자 유입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KBS의 인터뷰에서 "북쪽도 사람 사는 동네인데 기본적으로 북한도 정치가 일상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서로 수다도 떨고 사랑도 하는 곳이라는 점이 의외의 흥미성을 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때로는 적으로 때로는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상대로 표현돼 온 대중문화 속 북한, 북한 사람들. 그러나 70년 세월 동안 북한 소재가 우리 대중문화에 녹아들 수 있었던 것은 공존해야 하는 한민족이라는 공통된 인식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주 <남북의창>에선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병원 건설 속도전에 나선 북한과 최근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 주변에 나눠주는 탈북민 소식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내일(21일) 아침 7시 50분 KBS 1TV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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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0 15:41:44
    • 수정2020-03-20 15:53:25
    취재K
드라마와 영화 등 우리 대중문화에서 북한은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중요한 소재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북한 사람이 주인공인 드라마와 영화가 잇따라 나오면서 우리 대중문화가 북한을 다루는 방식도 과거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상이나 정치적 이념을 다뤘다면 최근에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온전하게 닮아 내려는 노력이 돋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발발 70년 우리는 그동안 어떤 시선으로 대중문화 속 북한을 담아냈을까요? 그 변화상을 <남북의창>이 짚어봤습니다.

영화 ‘피아골’(1955년 개봉)
6.25 전쟁 후유증이 고스란히 남아있던 1950년대 중반. 한국 대중문화에서 '전쟁의 참상'은 그 자체가 소재가 됐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전쟁의 비극과 인간애를 부각한 게 특징입니다. 1955년 개봉된 영화 '피아골'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휴전 후 지리산에 남은 빨치산의 인간적 갈등을 묘사한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만화영화 ‘똘이장군-제3땅굴 편’(1978년 개봉)
1960~70년대에는 전방위로 시작된 반공교육이 대중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종상에서도 '반공 영화상'을 따로 시상했을 정도였습니다. 1978년 개봉한 만화영화 '똘이장군-제3땅굴 편'은 북한 군인들을 동물로 묘사했는데요. 붉은 수령을 돼지로, 수하들을 여우와 늑대, 박쥐로 그려 내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KBS의 인터뷰에서 "(1960~70년대) 영화 제작 환경이 열악할 때는 국가 지원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제작자로서 국가 정책에 부응하면서도 창작 욕구를 대체할 수 있는 주제가 분단 문제였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쉬리’(1999년 개봉)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역시 대중문화에 대한 검열은 일상적이었습니다. 분단이나 북한을 소재로 한 작품 자체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시절이었습니다. 1990년대 들어 동유럽 공산 정권들이 잇따라 붕괴하고 베를린 장벽도 허물어지면서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시야도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분단 영화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영화는 바로 1999년 개봉작 '쉬리'였습니다. 기존 반공 영화와 달리 남과 북의 현실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북한을 단순한 악의 축으로 그리지 않고, 북한 특수요원의 인간적인 면모, 분단 상황의 비극을 강조한 것이 대중의 인식 전환을 불러왔습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개봉)
2000년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역시 남북 군인들의 우정이라는 소재로 딱딱하게만 여겨졌던 북한군을 조금 더 친근하게 묘사해 냈습니다. 이 영화에는 초코파이를 좋아하는 북한군도 등장하는데요. 재미있는 이런 묘사는 지금도 회자하고 있습니다.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우리 대중문화에선 '남한에 온 북한 사람'이 많이 등장합니다. 2010년 발표된 영화 '의형제'는 국정원 요원과 남파공작원이 이념을 떠나 형제처럼 지내는 모습을 담았고, 2012년 발표된 코미디 영화 '간첩'은 생계형 간첩들의 코믹한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중문화에 비친 북한, 북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는 탈북민들의 의견도 있습니다. 2007년 탈북한 박유성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특수부대 관련된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일반인은 알 수 없는 얘기들"이라면서 "캐릭터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보면서 불편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강철비’(2017년 개봉)
그래서일까요? 최근 작품들은 북한 현실을 보다 상세하게 반영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2017년 개봉된 영화 '강철비'는 남한 최신음악을 알고 있는 북한 부녀의 이야기를 넣었고, 공간을 북한으로 설정해 남측 주인공이 북한을 체험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북한 배경 드라마 역시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을 가감 없이 보여 준 새로운 시도가 시청자 유입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KBS의 인터뷰에서 "북쪽도 사람 사는 동네인데 기본적으로 북한도 정치가 일상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서로 수다도 떨고 사랑도 하는 곳이라는 점이 의외의 흥미성을 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때로는 적으로 때로는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상대로 표현돼 온 대중문화 속 북한, 북한 사람들. 그러나 70년 세월 동안 북한 소재가 우리 대중문화에 녹아들 수 있었던 것은 공존해야 하는 한민족이라는 공통된 인식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주 <남북의창>에선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병원 건설 속도전에 나선 북한과 최근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 주변에 나눠주는 탈북민 소식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내일(21일) 아침 7시 50분 KBS 1TV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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