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 ‘DLF 중징계’ 효력정지 신청 인용…연임 가능해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자신의 연임에 제동을 건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문책 경고)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 열리는 우리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대한 표결이 가능해졌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오늘(20일),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법원 결정에 따라, 손 회장에 대한 징계는 손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 대한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됩니다.

집행정지는 집행정지를 하지 않으면 소송 자체가 무익해지거나 소송을 낸 원고에게 중대한 손해가 당장 발생할 우려가 있어, 본안판단을 하기 전에 임시적으로 취하는 조치입니다. 나중에 선고되는 본안 판결의 결론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법원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있는 경우"를 집행정지의 요건으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금감원의 징계 효력이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가 열리는 오는 25일까지 계속될 경우 손 회장의 연임은 불가능하게 돼 사실상 해임과 같은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고 짚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손 회장이 징계로 직면한 "임원 취임 기회의 상실"은, 단순한 금전적 손해뿐 아니라 "직업의 자유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 금융전문경영인으로서의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가 실추되는 등 금전보상만으로는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정도의 유·무형의 손해를 수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같은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금감원 징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앞서 금감원 측은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을 통해, 손 회장의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부적격자인 손 회장이 회장으로 재선임됨에 따라 우리금융지주의 건전한 경영,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소비자 보호 등의 가치가 훼손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금감원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손 회장이 재선임될 경우 법 위반행위를 저질러 금융피해자를 양산하거나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친다거나,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건전한 경영에 방해가 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대규모 원금 손실을 부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난 5일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를 내린다고 징계 결과를 통보했습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등을 근거로,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한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손 회장을 징계했습니다. 금감원의 문책 경고를 받은 임원은 남은 임기는 채울 수 있지만, 향후 3년 동안 금융사 취업이 금지됩니다.

이에 손 회장은 지난 8일 금감원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과 함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취지의 집행정지 신청을 각각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