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무에타이 경기장에서 무슨일이?…태국 집단감염 통로되나?

입력 2020.03.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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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 저녁 태국 방콕에 있는 룸피니 스타디움.
최대 1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태국 최대의 무에타이 경기장에서 금요일 저녁을 맞아 여러 건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도박을 좋아하는 태국 사람들의 특성상 자신들이 베팅한 선수들을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최대 1만명 모인 무에타이 경기장서 집단 감염...유명 연예인이 1호

경기가 열린 지 8일이 지난 14일. 그날 이곳에 있었던 사람 중 첫 번째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다. 태국에서 유명한 배우로 알려진 매튜(Mathew)였다. 매튜는 이날 무에타이 경기의 장내 아나운서였다.

사진 왼쪽이 태국 연예인 매튜(Mathew). 룸피니 경기장 집단 감염의 1호 확진자가 됐다. (출처 : 태국 channel 8 화면 캡처)사진 왼쪽이 태국 연예인 매튜(Mathew). 룸피니 경기장 집단 감염의 1호 확진자가 됐다. (출처 : 태국 channel 8 화면 캡처)

무에타이 경기장 확진자 70여명으로 급증

그 다음 날부터 룸피니 스타디움을 찾았던 사람들 사이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속출했다. 15일에 9명, 16일 7명, 그리고 17일부터 두 자릿수 신규 확진 자가 나오기 시작해 20일에는 18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는 71명이다. 확진자에는 관객들뿐 아니라 경기 관계자도 포함됐다.

3월들어 태국 확진자 7배로 증가... 경기장 집단감염이 주요

태국은 지난달까지 42명에 불과했던 코로나 19 확진자가 이달 들어 3백22명으로 무려 7배 이상 늘었다. 그나마 룸피니 무에타이 경기장 집단 감염이 시작되기 전인 14일까지는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치던 신규 확진자 수는 15일부터 나흘 연속 30명대로 늘어나더니 19일에는 60명, 20일에는 50명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룸피니 경기장 집단 감염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룸피니 경기장 집단 감염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경기장에 얼마나 많은 관객이 입장했는지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태국의 한 현지 매체는 1만 명 가까이 경기장을 찾았다고 보도하고 있다.

보건부 대변인, "경기장 감염자 500명까지 늘어날 가능성"

오늘(20일)은 태국 정부의 충격적인 발표도 나왔다. 타위신 위사누요틴 태국 보건부 대변인은 룸피니 경기장 관련 감염자가 500명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태국 전체 확진자의 거의 배에 가까운 규모이다.

룸피니 경기장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방역 당국이 소독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출처 : Khaosod English)룸피니 경기장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방역 당국이 소독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출처 : Khaosod English)

문제는 방역 당국이 당일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지 못해 추적에 나설 수도 없다는 것이다. 위사누요틴 대변인은 그날 경기장에 갔던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코로나 19 검사를 받으라고 호소하는 수밖에 없었다.

최근 적극적 방역조치 선회한 태국정부...다중 경기장 뒤늦은 폐쇄

이달 초까지만 해도 관광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코로나 19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태국 정부는 최근 들어 적극적인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 한국형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를 도입하는가 하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술집 등 유흥시설과 마사지 가게, 경기장 영업을 2주 동안 중단하도록 했다. 또 전통 설이자 '물 축제'로 유명한 송끄란 연휴도 연기시켰다. 이와 함께 오는 22일부터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건 태국행 항공기를 타기 위해서는 코로나 19 음성진단서와 보험 가입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같은 강화된 조치에도 불구하고 1만여 명이 모이는 실내경기를 태국 정부가 왜 진작 금지하지 않았는지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방역과 의료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동남아 국가들이 집단 감염을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코로나 19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관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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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무에타이 경기장에서 무슨일이?…태국 집단감염 통로되나?
    • 입력 2020-03-21 08:01:44
    특파원 리포트
3월 6일 저녁 태국 방콕에 있는 룸피니 스타디움.
최대 1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태국 최대의 무에타이 경기장에서 금요일 저녁을 맞아 여러 건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도박을 좋아하는 태국 사람들의 특성상 자신들이 베팅한 선수들을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최대 1만명 모인 무에타이 경기장서 집단 감염...유명 연예인이 1호

경기가 열린 지 8일이 지난 14일. 그날 이곳에 있었던 사람 중 첫 번째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다. 태국에서 유명한 배우로 알려진 매튜(Mathew)였다. 매튜는 이날 무에타이 경기의 장내 아나운서였다.

사진 왼쪽이 태국 연예인 매튜(Mathew). 룸피니 경기장 집단 감염의 1호 확진자가 됐다. (출처 : 태국 channel 8 화면 캡처)
무에타이 경기장 확진자 70여명으로 급증

그 다음 날부터 룸피니 스타디움을 찾았던 사람들 사이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속출했다. 15일에 9명, 16일 7명, 그리고 17일부터 두 자릿수 신규 확진 자가 나오기 시작해 20일에는 18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는 71명이다. 확진자에는 관객들뿐 아니라 경기 관계자도 포함됐다.

3월들어 태국 확진자 7배로 증가... 경기장 집단감염이 주요

태국은 지난달까지 42명에 불과했던 코로나 19 확진자가 이달 들어 3백22명으로 무려 7배 이상 늘었다. 그나마 룸피니 무에타이 경기장 집단 감염이 시작되기 전인 14일까지는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치던 신규 확진자 수는 15일부터 나흘 연속 30명대로 늘어나더니 19일에는 60명, 20일에는 50명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룸피니 경기장 집단 감염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룸피니 경기장 집단 감염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경기장에 얼마나 많은 관객이 입장했는지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태국의 한 현지 매체는 1만 명 가까이 경기장을 찾았다고 보도하고 있다.

보건부 대변인, "경기장 감염자 500명까지 늘어날 가능성"

오늘(20일)은 태국 정부의 충격적인 발표도 나왔다. 타위신 위사누요틴 태국 보건부 대변인은 룸피니 경기장 관련 감염자가 500명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태국 전체 확진자의 거의 배에 가까운 규모이다.

룸피니 경기장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방역 당국이 소독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출처 : Khaosod English)
문제는 방역 당국이 당일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지 못해 추적에 나설 수도 없다는 것이다. 위사누요틴 대변인은 그날 경기장에 갔던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코로나 19 검사를 받으라고 호소하는 수밖에 없었다.

최근 적극적 방역조치 선회한 태국정부...다중 경기장 뒤늦은 폐쇄

이달 초까지만 해도 관광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코로나 19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태국 정부는 최근 들어 적극적인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 한국형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를 도입하는가 하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술집 등 유흥시설과 마사지 가게, 경기장 영업을 2주 동안 중단하도록 했다. 또 전통 설이자 '물 축제'로 유명한 송끄란 연휴도 연기시켰다. 이와 함께 오는 22일부터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건 태국행 항공기를 타기 위해서는 코로나 19 음성진단서와 보험 가입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같은 강화된 조치에도 불구하고 1만여 명이 모이는 실내경기를 태국 정부가 왜 진작 금지하지 않았는지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방역과 의료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동남아 국가들이 집단 감염을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코로나 19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관건이 되고 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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