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참여자들 처벌 수위는…동영상 ‘제작’ 공범 가능성

입력 2020.03.22 (14:19) 수정 2020.03.2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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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부터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74명에게 성적 괴롭힘을 동반한 '성착취 영상물'과 성적 행위를 하는 '포르노 영상'을 찍도록 협박하고, 그 영상을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수만 명 규모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한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철저히 비밀 회원제로 운영된 이 방에서 불법 영상을 보려면 다른 곳에 영상을 유포한 후 '인증'을 해야 했습니다. 운영자 조모씨는 이처럼 다수의 참여자들과 공범 체계를 구축했고, '박사방'의 피해 여성만 7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미성년자도 16명에 이릅니다. 경찰은 조 씨를 포함해 공범 13명을 검거했습니다.

이들 일당은 생활고를 겪는 여성과 미성년자를 상대로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먼저 수집한 뒤 접근해 이른바 '조건만남'을 미끼로 신분증 사진과 계좌번호, 연락처 등을 입수한 후 신체 영상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피해자 SNS의 친구 목록을 보여주며 영상을 보내지 않을 경우 성매매를 하려 한 사실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리겠다는 등으로 협박하고, 피해자들을 '노예'라고 지칭하며 촬영한 영상을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에서 돈을 내고 입장한 익명의 가입자들에게 공유했습니다.

■주범 '박사' 유죄 확정시 무기징역 가능

경찰은 주범으로 추정되는 조모 씨와 공범에 대해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음란물 제작과 강제추행, 협박, 강요, 사기 등 일곱 가지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주범인 이른바 '박사' 등은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중형이 불가피합니다. 강대형 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성인과 19세 미만의 피해자로 나뉘는데, 박사 등은 성인 피해자들에 대해선 성폭력처벌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불법촬영물을 반포, 판매한 자'이므로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면서 "19세 미만 피해자에 대해선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 청소년에 해당하므로 '아동, 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한 자'로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수적으로 주범들이 피해자의 스마트폰을 해킹한 부분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자해를 강요한 부분은 형법상 상해죄 등에 해당됩니다.

■경찰 “돈 내고 입장한 '유료회원'도 전부 수사대상”

그렇다면 이런 텔레그램방에 수십만원으로 추정되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유료 회원' 내지 여기서 취득한 성착취 동영상을 소지하거나 유포한 사람들은 처벌이 될까요.

그 동안 단순 음란사이트 가입자들은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음란물 유포행위(제44조의7 제1항 제1호)나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청소년 음란물 소지(제11조 제5항) 조항으로 벌금형 정도의 선고를 받는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n번방’ 사건의 경우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입니다. 기존 음란물사이트 회원들과는 달리 'n번방'의 유료회원들이나 참가자들이 청소년 음란물의 제작, 유포, 소지 과정에 훨씬 더 능동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직접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성 착취 영상의 소지 내지 유포입니다. 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n번방 입장을 위해 성착취 동영상을 다른 곳에 배포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처벌 대상이 됩니다.

박종화 변호사는 "영상을 재생하면 다운로드 되는 텔레그램 메신저의 특성상 영상을 시청하기만 해도 소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 "링크를 공개하는 등으로 타인이 영상에 접근 가능하도록 했다면 '배포'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단순 참가자들의 경우엔 어떤 행위를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참가자들의 행위태양은 대단히 다양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단순히 영상을 열람한 후 그대로 텔레그램에서 탈퇴하고 신고하는 등 범행에서 탈퇴하려는 시도를 한 경우 처벌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러나 만약 돈을 낸 회원들이 피해자로 하여금 성과 관련된 특정 행동을 하게 했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법조계에선 주도자에게 돈을 지불한 유료 회원들이 특정한 행동, 행위를 취하도록 단톡방서 요구하고, 그에 따라 주범이 피해자에게 협박이나 강요를 했다면 수사 결과에 따라 아청법상 제작의 교사범 내지 공동정범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고 봤습니다.

김민후 법무법인(유) 원 변호사는 "이번 경우는 기존 사례와는 달리, 개별 행위자들의 가담 정도가 정확히 특정될 경우 청소년 음란물 유포행위(7년 이하의 징역) 조항으로, 만일 가담 정도가 중하다면 주범에 대한 방조범 형태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예컨대 a라는 회원이 150만원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을 내고 입장한 후 채팅창에 '특정한 상황을 찍은 동영상을 올려달라'고 주문해 실제로 그러한 동영상이 제작됐다면 '제작'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법원은 "직접 아동·청소년의 면전에서 촬영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만드는 것을 기획하고 타인에게 촬영행위를 하게 하거나 만드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시를 했다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에 해당한다"는 명확한 입장입니다.

경찰은 박사방에서 입장료를 냈던 유료회원뿐만 아니라 박사방에서 취득한 성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영상을 소지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경찰청은 관련 브리핑에서 “(박사방 참여 회원을) 전부 수사 대상으로 놓고 특정이 되는 대로 처벌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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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번방’ 참여자들 처벌 수위는…동영상 ‘제작’ 공범 가능성
    • 입력 2020-03-22 14:19:08
    • 수정2020-03-22 15:26:22
    취재K
2019년 2월부터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74명에게 성적 괴롭힘을 동반한 '성착취 영상물'과 성적 행위를 하는 '포르노 영상'을 찍도록 협박하고, 그 영상을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수만 명 규모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한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철저히 비밀 회원제로 운영된 이 방에서 불법 영상을 보려면 다른 곳에 영상을 유포한 후 '인증'을 해야 했습니다. 운영자 조모씨는 이처럼 다수의 참여자들과 공범 체계를 구축했고, '박사방'의 피해 여성만 7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미성년자도 16명에 이릅니다. 경찰은 조 씨를 포함해 공범 13명을 검거했습니다.

이들 일당은 생활고를 겪는 여성과 미성년자를 상대로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먼저 수집한 뒤 접근해 이른바 '조건만남'을 미끼로 신분증 사진과 계좌번호, 연락처 등을 입수한 후 신체 영상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피해자 SNS의 친구 목록을 보여주며 영상을 보내지 않을 경우 성매매를 하려 한 사실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리겠다는 등으로 협박하고, 피해자들을 '노예'라고 지칭하며 촬영한 영상을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에서 돈을 내고 입장한 익명의 가입자들에게 공유했습니다.

■주범 '박사' 유죄 확정시 무기징역 가능

경찰은 주범으로 추정되는 조모 씨와 공범에 대해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음란물 제작과 강제추행, 협박, 강요, 사기 등 일곱 가지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주범인 이른바 '박사' 등은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중형이 불가피합니다. 강대형 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성인과 19세 미만의 피해자로 나뉘는데, 박사 등은 성인 피해자들에 대해선 성폭력처벌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불법촬영물을 반포, 판매한 자'이므로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면서 "19세 미만 피해자에 대해선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 청소년에 해당하므로 '아동, 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한 자'로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수적으로 주범들이 피해자의 스마트폰을 해킹한 부분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자해를 강요한 부분은 형법상 상해죄 등에 해당됩니다.

■경찰 “돈 내고 입장한 '유료회원'도 전부 수사대상”

그렇다면 이런 텔레그램방에 수십만원으로 추정되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유료 회원' 내지 여기서 취득한 성착취 동영상을 소지하거나 유포한 사람들은 처벌이 될까요.

그 동안 단순 음란사이트 가입자들은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음란물 유포행위(제44조의7 제1항 제1호)나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청소년 음란물 소지(제11조 제5항) 조항으로 벌금형 정도의 선고를 받는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n번방’ 사건의 경우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입니다. 기존 음란물사이트 회원들과는 달리 'n번방'의 유료회원들이나 참가자들이 청소년 음란물의 제작, 유포, 소지 과정에 훨씬 더 능동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직접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성 착취 영상의 소지 내지 유포입니다. 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n번방 입장을 위해 성착취 동영상을 다른 곳에 배포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처벌 대상이 됩니다.

박종화 변호사는 "영상을 재생하면 다운로드 되는 텔레그램 메신저의 특성상 영상을 시청하기만 해도 소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 "링크를 공개하는 등으로 타인이 영상에 접근 가능하도록 했다면 '배포'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단순 참가자들의 경우엔 어떤 행위를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참가자들의 행위태양은 대단히 다양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단순히 영상을 열람한 후 그대로 텔레그램에서 탈퇴하고 신고하는 등 범행에서 탈퇴하려는 시도를 한 경우 처벌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러나 만약 돈을 낸 회원들이 피해자로 하여금 성과 관련된 특정 행동을 하게 했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법조계에선 주도자에게 돈을 지불한 유료 회원들이 특정한 행동, 행위를 취하도록 단톡방서 요구하고, 그에 따라 주범이 피해자에게 협박이나 강요를 했다면 수사 결과에 따라 아청법상 제작의 교사범 내지 공동정범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고 봤습니다.

김민후 법무법인(유) 원 변호사는 "이번 경우는 기존 사례와는 달리, 개별 행위자들의 가담 정도가 정확히 특정될 경우 청소년 음란물 유포행위(7년 이하의 징역) 조항으로, 만일 가담 정도가 중하다면 주범에 대한 방조범 형태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예컨대 a라는 회원이 150만원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을 내고 입장한 후 채팅창에 '특정한 상황을 찍은 동영상을 올려달라'고 주문해 실제로 그러한 동영상이 제작됐다면 '제작'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법원은 "직접 아동·청소년의 면전에서 촬영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만드는 것을 기획하고 타인에게 촬영행위를 하게 하거나 만드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시를 했다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에 해당한다"는 명확한 입장입니다.

경찰은 박사방에서 입장료를 냈던 유료회원뿐만 아니라 박사방에서 취득한 성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영상을 소지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경찰청은 관련 브리핑에서 “(박사방 참여 회원을) 전부 수사 대상으로 놓고 특정이 되는 대로 처벌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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