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이탈리아처럼 될 수 있다” 영국 뒤늦게 ‘발동동’…왜?

입력 2020.03.23 (07:00) 수정 2020.03.23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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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출처 :  www.theguardian.com]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출처 : www.theguardian.com]

"이탈리아처럼 될 수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현지시각 21일 대국민 메시지를 냈습니다.

매우 강력하고 가속화(accelerating)하고 있는 코로나19에 2, 3주 뒤면 '이탈리아처럼' 영국의 의료시스템 NHS(국민보건서비스)도 압도당할 것이라고 존슨 총리는 말했습니다.

불과 9일 전인 12일 존슨 총리의 상황 인식과는 180도 다른 판단입니다.

고요한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진출처 www.telegraph.co.uk고요한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진출처 www.telegraph.co.uk


실제로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2일 오후 현재 5천683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281명이 사망했습니다.

이탈리아는 누적 환진자가 5만9천 명이 넘었고, 사망자 수도 22일 기준 5천4백 명을 넘었습니다. 영국도 곧 이처럼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영국을 사로잡고 있는 것입니다.

영국 보건부는 6만5천 명에 달하는 전직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현장에 복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시급하지 않은 수술을 연기하면서 3만 개의 침상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식료품의 사재기도 계속되면서 코로나19 공포로 영국 백화점 업체인 존 루이스는 23일부터 전국 50개 점포의 문을 일시적으로 닫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존 루이스 155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BBC는 전했습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코벤트 가든. 텅 빈 이곳에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라는 권고 속에 두 사람이 껴안고 있다. [사진출처: www.theguardian.com]영국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코벤트 가든. 텅 빈 이곳에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라는 권고 속에 두 사람이 껴안고 있다. [사진출처: www.theguardian.com]

12일 '지연' 정책으로 변경…휴교 대규모 모임 금지 안 했다, 왜?

지난 12일,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관련 세 번째 '코브라 회의'(긴급안보회의)를 주재한 뒤, 영국의 코로나19 공식 대응 단계를 '억제'에서 '지연'으로 변경했습니다.

'지연' 단계는 코로나19 정점 시기를 최대한 여름철로 늦춰 의료서비스에 대한 부담을 덜고, 백신 개발까지의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때 영국 정부는 학교 문을 닫거나 대규모 모임을 금지하지 않았습니다. 스포츠 경기도 계속하도록 했습니다.

존슨 총리는 이 같은 폐쇄 정책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지금 이 시기에 학교 문을 닫으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휴교 등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던 시민들이 피로감을 느껴 다시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또 "학교 등이 문을 닫으면 절실히 필요한 의료 인력이 육아 문제로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같은 판단의 근거였습니다. 영국 BBC가 당시 영국 정부의 과학 수석 고문인 패트릭 밸런스 경 등의 말을 빌려 전한 내용입니다.

[사진출처 : BBC][사진출처 : BBC]

뒤바뀐 정책… "26만 명 사망 보고서" 나오자 당혹

사실상 당시 유일한 권고가 '감기 증상이 있으면 7일간 자가격리'였고, 그렇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극적 지연 정책은 시시각각 바뀌기 시작합니다. 코로나19를 너무 얕잡아 본 걸까요?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위생열대의학 모델연구팀은 연구보고서에 "이탈리아가 겪고 있는 통제 불능 수준의 대유행을 영국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가운데 30%가 중환자실로 실려 가고 장기적으로 26만 명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 보도했습니다.

이같은 충격적인 전망 속에서도 영국 정부 조치의 변화는 사실 더디기만 했습니다.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 대변인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 런던을 봉쇄할 '가능성은없다(zero prospect)', 다시 말해 "런던 안팎을 오가지 못하도록 하는 제한을 적용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당일, 런던교통공사는 런던 지하철역 중 40곳의 문을 닫고 제한적 운행에 들어갔습니다.

[사진출처: www.theguardian.com][사진출처: www.theguardian.com]

20일 영국, 식당·펍 휴업령…그럼에도 "이동 제한은 없다"

결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2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영국 전역의 모든 카페와 선술집, 식당은 당장 이날 밤부터 문을 닫는다고 밝혔습니다.

나이트클럽과 극장, 영화관, 체육관, 레저센터 등은 가능한 한 빨리 휴업에 들어가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영국의 조치는 이동제한 명령을 내린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과는 결국 달랐습니다.

잉글랜드의 부(副) 최고의료책임자인 제니 해리스 교수는 "우리는 밖에 나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나가더라도 사회적 접촉을 줄이는 방식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존슨 총리 옆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끝까지 다소 소극적인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영국도 경제적 충격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모습입니다.

일단 고용 유지 정책을 내놨습니다. 코로나19로 해고 대신 고용을 유지하면서 휴직하거나 휴가를 쓰면 월 임금의 80%까지, 최대 2천500 파운드(370만 원)를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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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처럼 될 수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현지시각 21일 대국민 메시지를 냈습니다.

매우 강력하고 가속화(accelerating)하고 있는 코로나19에 2, 3주 뒤면 '이탈리아처럼' 영국의 의료시스템 NHS(국민보건서비스)도 압도당할 것이라고 존슨 총리는 말했습니다.

불과 9일 전인 12일 존슨 총리의 상황 인식과는 180도 다른 판단입니다.

고요한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진출처 www.telegraph.co.uk

실제로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2일 오후 현재 5천683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281명이 사망했습니다.

이탈리아는 누적 환진자가 5만9천 명이 넘었고, 사망자 수도 22일 기준 5천4백 명을 넘었습니다. 영국도 곧 이처럼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영국을 사로잡고 있는 것입니다.

영국 보건부는 6만5천 명에 달하는 전직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현장에 복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시급하지 않은 수술을 연기하면서 3만 개의 침상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식료품의 사재기도 계속되면서 코로나19 공포로 영국 백화점 업체인 존 루이스는 23일부터 전국 50개 점포의 문을 일시적으로 닫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존 루이스 155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BBC는 전했습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코벤트 가든. 텅 빈 이곳에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라는 권고 속에 두 사람이 껴안고 있다. [사진출처: www.theguardian.com]
12일 '지연' 정책으로 변경…휴교 대규모 모임 금지 안 했다, 왜?

지난 12일,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관련 세 번째 '코브라 회의'(긴급안보회의)를 주재한 뒤, 영국의 코로나19 공식 대응 단계를 '억제'에서 '지연'으로 변경했습니다.

'지연' 단계는 코로나19 정점 시기를 최대한 여름철로 늦춰 의료서비스에 대한 부담을 덜고, 백신 개발까지의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때 영국 정부는 학교 문을 닫거나 대규모 모임을 금지하지 않았습니다. 스포츠 경기도 계속하도록 했습니다.

존슨 총리는 이 같은 폐쇄 정책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지금 이 시기에 학교 문을 닫으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휴교 등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던 시민들이 피로감을 느껴 다시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또 "학교 등이 문을 닫으면 절실히 필요한 의료 인력이 육아 문제로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같은 판단의 근거였습니다. 영국 BBC가 당시 영국 정부의 과학 수석 고문인 패트릭 밸런스 경 등의 말을 빌려 전한 내용입니다.

[사진출처 : BBC]
뒤바뀐 정책… "26만 명 사망 보고서" 나오자 당혹

사실상 당시 유일한 권고가 '감기 증상이 있으면 7일간 자가격리'였고, 그렇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극적 지연 정책은 시시각각 바뀌기 시작합니다. 코로나19를 너무 얕잡아 본 걸까요?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위생열대의학 모델연구팀은 연구보고서에 "이탈리아가 겪고 있는 통제 불능 수준의 대유행을 영국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가운데 30%가 중환자실로 실려 가고 장기적으로 26만 명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 보도했습니다.

이같은 충격적인 전망 속에서도 영국 정부 조치의 변화는 사실 더디기만 했습니다.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 대변인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 런던을 봉쇄할 '가능성은없다(zero prospect)', 다시 말해 "런던 안팎을 오가지 못하도록 하는 제한을 적용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당일, 런던교통공사는 런던 지하철역 중 40곳의 문을 닫고 제한적 운행에 들어갔습니다.

[사진출처: www.theguardian.com]
20일 영국, 식당·펍 휴업령…그럼에도 "이동 제한은 없다"

결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2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영국 전역의 모든 카페와 선술집, 식당은 당장 이날 밤부터 문을 닫는다고 밝혔습니다.

나이트클럽과 극장, 영화관, 체육관, 레저센터 등은 가능한 한 빨리 휴업에 들어가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영국의 조치는 이동제한 명령을 내린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과는 결국 달랐습니다.

잉글랜드의 부(副) 최고의료책임자인 제니 해리스 교수는 "우리는 밖에 나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나가더라도 사회적 접촉을 줄이는 방식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존슨 총리 옆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끝까지 다소 소극적인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영국도 경제적 충격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모습입니다.

일단 고용 유지 정책을 내놨습니다. 코로나19로 해고 대신 고용을 유지하면서 휴직하거나 휴가를 쓰면 월 임금의 80%까지, 최대 2천500 파운드(370만 원)를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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