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집’ 없는 데 자가 격리? 英·伊 노숙인 감염 무방비

입력 2020.03.24 (07:00) 수정 2020.03.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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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노숙인, 홀몸 노인, 결식아동, 극빈층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은 더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습니다.

특히 선진국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 격리가 강조되고 있는 영국 대부분 도시는 좀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고요하고 텅 비었습니다.


42살의 노숙인 윌리 씨는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그것은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뜻하죠"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22일 말했습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21일 노숙인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런던 시내 호텔들을 거처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국 정부는 320만 파운드(47억 원)의 긴급 자금도 투입했습니다.

그러나 윌리 씨처럼 대부분 노숙인은 여전히 그들이 쉴 곳, 혹은 격리될 지붕이라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물론 무서워요, 매우요.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죠. 자가 격리 공간이라니…그저 건강하길 바랄 뿐입니다." 윌리 씨는 말했습니다.


많은 쉼터가 겨울에만 운영되기 때문에 이번 달을 끝으로 대부분 문을 닫습니다.

영국 정부는 호텔과 사무실을 임시 쉼터로 제공할 계획이지만, 4만 5천 실 정도의 수요에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레스터의 자선단체 '노숙인 행동'(Action Homeless)의 마크 그랜트 씨는 "지난 며칠 동안, 숙박 시설을 확인하고, 비용에 대해 호텔과 협상했지만, 어디에도 여분의 숙소는 없었습니다."라고 가디언에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면서 교회 등과 협력해 대피소를 지원하는 글래스도어(Glass Door)도 야간 쉼터에 새로운 노숙인을 받는 것을 멈췄고, 저녁 제공도 줄였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 감염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자원봉사자도 음식도 줄었습니다. 자가 격리와 공황 구매(panic buying)가 불러온 현상입니다.

영국 '푸드 뱅크'의 경우에도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서 일손도, 음식 자체도 부족해졌다고 CNN이 22일 보도했습니다.

"공황 구매로 유통 업체들이 구매에 제한을 두고 있는데, 이것은 사람들이 기부를 위해서 여분의 식품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푸드 뱅크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날그날 먹고삽니다. 그리고 이제 음식은 거기에 없습니다." 푸드 뱅크 관계자가 CNN에 22일 털어놨습니다.


노숙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입니다.

"기침과 열이 있어도 진단 키트의 부족으로 검사를 받지 못합니다. 우리는 눈을 감은 채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그랜트 씨는 설명했습니다.

노숙자 쉼터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또 한 사람은, "코로나19로 한 명이 사망하고 나서 최소한 한 곳의 시설이 폐쇄되어야만 했고, 쉼터에서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 섞여 지낼지도 모르기 때문에, 최악의 악몽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라고 CNN에 하소연했습니다.

영국의 노숙자들에 대한 자선 단체인 '위기 정책'(policy for Crisis)의 책임자인 매트 도니(Matt Downie) 씨는 "정부가 자가 격리를 하라고 하고, 깨끗하게 씻으라고 해도 노숙자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노숙자의 경우 호흡기 질환에 걸릴 확률이 3배 더 높고, 집 없는 사람의 평균 사망 나이는 44세"라고 주장했습니다.

비단 영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악의 코로나19 피해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는 8천 명 이상이 '투명 인간'처럼 거리에 잠을 자고 있다고 일 포그리오(IL FOGLIO)가 22일 보도했습니다.

1만 5천 명 이상이 물이나 전기가 공급되지 않은 판잣집이나 자동차, 빈집 등에서 살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음식도, 화장실도, 의료 서비스도 이들에겐 먼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세력을 확산하면서 '추위 대책'(Piano Freddo, Plan Cold)이라고 불리는 쉼터의 개설 시간을 15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렸지만, 450개 장소만으로는 터무니없이 모자랍니다.


더구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쉼터에서 새로운 노숙자들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는 빈 곳도 없고, 감염 확산도 막기 위해서 어쩔 수가 없다는 게 운영자 측의 입장입니다.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습니다. 노숙자들은 안전거리 확보와는 거리가 먼 이곳에서 머물다가 24시간도 안 돼 밖으로 나가면, 또 경찰에 제지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쉼터 관계자의 증언입니다.

시설에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탈리아 전체의 노숙자는 51만 5천 명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영국에는 6만 2천 가구, 32만 명의 집 없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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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4 07:00:41
    • 수정2020-03-24 07: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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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노숙인, 홀몸 노인, 결식아동, 극빈층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은 더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습니다.

특히 선진국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 격리가 강조되고 있는 영국 대부분 도시는 좀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고요하고 텅 비었습니다.


42살의 노숙인 윌리 씨는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그것은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뜻하죠"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22일 말했습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21일 노숙인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런던 시내 호텔들을 거처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국 정부는 320만 파운드(47억 원)의 긴급 자금도 투입했습니다.

그러나 윌리 씨처럼 대부분 노숙인은 여전히 그들이 쉴 곳, 혹은 격리될 지붕이라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물론 무서워요, 매우요.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죠. 자가 격리 공간이라니…그저 건강하길 바랄 뿐입니다." 윌리 씨는 말했습니다.


많은 쉼터가 겨울에만 운영되기 때문에 이번 달을 끝으로 대부분 문을 닫습니다.

영국 정부는 호텔과 사무실을 임시 쉼터로 제공할 계획이지만, 4만 5천 실 정도의 수요에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레스터의 자선단체 '노숙인 행동'(Action Homeless)의 마크 그랜트 씨는 "지난 며칠 동안, 숙박 시설을 확인하고, 비용에 대해 호텔과 협상했지만, 어디에도 여분의 숙소는 없었습니다."라고 가디언에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면서 교회 등과 협력해 대피소를 지원하는 글래스도어(Glass Door)도 야간 쉼터에 새로운 노숙인을 받는 것을 멈췄고, 저녁 제공도 줄였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 감염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자원봉사자도 음식도 줄었습니다. 자가 격리와 공황 구매(panic buying)가 불러온 현상입니다.

영국 '푸드 뱅크'의 경우에도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서 일손도, 음식 자체도 부족해졌다고 CNN이 22일 보도했습니다.

"공황 구매로 유통 업체들이 구매에 제한을 두고 있는데, 이것은 사람들이 기부를 위해서 여분의 식품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푸드 뱅크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날그날 먹고삽니다. 그리고 이제 음식은 거기에 없습니다." 푸드 뱅크 관계자가 CNN에 22일 털어놨습니다.


노숙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입니다.

"기침과 열이 있어도 진단 키트의 부족으로 검사를 받지 못합니다. 우리는 눈을 감은 채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그랜트 씨는 설명했습니다.

노숙자 쉼터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또 한 사람은, "코로나19로 한 명이 사망하고 나서 최소한 한 곳의 시설이 폐쇄되어야만 했고, 쉼터에서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 섞여 지낼지도 모르기 때문에, 최악의 악몽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라고 CNN에 하소연했습니다.

영국의 노숙자들에 대한 자선 단체인 '위기 정책'(policy for Crisis)의 책임자인 매트 도니(Matt Downie) 씨는 "정부가 자가 격리를 하라고 하고, 깨끗하게 씻으라고 해도 노숙자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노숙자의 경우 호흡기 질환에 걸릴 확률이 3배 더 높고, 집 없는 사람의 평균 사망 나이는 44세"라고 주장했습니다.

비단 영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악의 코로나19 피해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는 8천 명 이상이 '투명 인간'처럼 거리에 잠을 자고 있다고 일 포그리오(IL FOGLIO)가 22일 보도했습니다.

1만 5천 명 이상이 물이나 전기가 공급되지 않은 판잣집이나 자동차, 빈집 등에서 살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음식도, 화장실도, 의료 서비스도 이들에겐 먼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세력을 확산하면서 '추위 대책'(Piano Freddo, Plan Cold)이라고 불리는 쉼터의 개설 시간을 15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렸지만, 450개 장소만으로는 터무니없이 모자랍니다.


더구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쉼터에서 새로운 노숙자들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는 빈 곳도 없고, 감염 확산도 막기 위해서 어쩔 수가 없다는 게 운영자 측의 입장입니다.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습니다. 노숙자들은 안전거리 확보와는 거리가 먼 이곳에서 머물다가 24시간도 안 돼 밖으로 나가면, 또 경찰에 제지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쉼터 관계자의 증언입니다.

시설에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탈리아 전체의 노숙자는 51만 5천 명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영국에는 6만 2천 가구, 32만 명의 집 없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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