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조주빈은 장애인 돕던 봉사 단체 팀장이었다

입력 2020.03.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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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확인된 피해 여성만 74명, 온갖 협박을 통해 그들 스스로 성 착취 영상을 찍게 하고, 이를 수많은 남성에게 공유해 충격을 준 일명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그중 입에 담기조차 힘든 온갖 가학행위를 일삼아 가장 악랄한 것으로 평가받는 '박사방'의 운영자가 구속됐습니다. 이후 '박사'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청원이 200만 명을 훌쩍 넘겨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국민의 분노는 전국을 뒤흔들었습니다.

그리고 경찰 신상정보심의위원회가 오늘(24일) 오후 조 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박사방'을 운영한 '박사'의 정체, 25살 청년 조주빈입니다.

여성을 상대로 성폭력뿐 아니라 각종 가학 행위를 시키고, 회원들에게 대가로 가상 화폐를 받는 악랄함을 보인 '박사방'의 운영자 조 씨, 그 끔찍한 범죄자의 실체는 대학생활을 보낸 뒤 한 봉사 단체에서 장애인을 돕는 일을 하던 청년이었습니다. '박사방' 활동이 가장 왕성하던 시기, 조 씨는 이중생활을 이어간 겁니다.

낮에는 보육원 아이들의 형, 오빠였던 '박사' 조주빈

25살 청년 조주빈의 직업은 얼마 전까지 봉사 관련 NGO 단체 직원이었습니다. 이 단체는 위기 아동과 청소년뿐 아니라 다문화, 노인,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 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조 씨가 이곳에서 맡은 직책은 장애인지원팀장이었습니다.

해당 단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조주빈해당 단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조주빈

조 씨는 재활원, 보육원, 요양원 등 다양한 곳에서 봉사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 보육원에서 진행한 운동회에도 참여했는데, 이 모습이 일간지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조 씨는 해당 매체 인터뷰에서 "여러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 나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다 군 전역 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며 "(보육원 아이들과) 웃고 떠들며 부대끼다 보니 어느새 봉사자와 수혜자가 아닌 형과 동생, 오빠와 동생이 되어 편안히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단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보육원 행사에 참석한 조주빈해당 단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보육원 행사에 참석한 조주빈

이 NGO 단체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활동사진들을 보면 조 씨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조 씨는 주로 아동·청소년 시설과 지적장애인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이어갔는데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상당수입니다.

조 씨가 '박사방'의 운영자인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관계자들은 곤혹스러운 모습입니다. 단체 관계자는 "조 씨가 '박사'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 "조 씨가 활동할 때 특이한 점이 없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조 씨가 이 단체에서 활동한 건 2017년 10월부터 2019년 12월로 약 2년간입니다. 텔레그램을 통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던 시기와 겹칩니다. 뒤에서 성 착취 범죄를 일삼는 동안 취약 계층 아동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조 씨의 이중적인 모습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학보사 편집국장 출신…성적도 우수

조 씨의 대학생활은 어땠을까, 2014년 수도권 소재의 한 전문대학교 정보통신과에 입학한 조 씨는 대학 시절 교내 신문 기자로 활동하며 편집국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조주빈이 작성한 교내 신문 칼럼조주빈이 작성한 교내 신문 칼럼

조 씨가 편집국장 시절 작성한 칼럼 기사입니다. '실수를 기회로'라는 제목입니다. 조 씨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학보사 기자들은 세밀하게 작성한 기사를 읽는다. 하지만 없을 거로 생각했던 실수들은 신문이 종이로 인쇄되어 나오는 순간부터 보이게 된다"며 "그럴 때면 머리를 움켜쥐고 책상에 몇 차례 내리박는다. 며칠이고 속이 타고 가끔은 눈물이 찔끔 나올 때도 있다"고 썼습니다.

이어 조 씨는 실수를 기회로 받아들인다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조 씨는 "이 또한 위안 삼아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며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테니까"라고 적었습니다.

편집국장까지 역임하며 활발히 활동한 조 씨의 학보사 생활은 순탄치만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학보사 후배 A 씨는 조 씨에 대해 "교수님 검토나 승인 없이 무단으로 글을 써서 편집국장에서 보직 해임됐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씨에 대해서는 "주장이 강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막무가내 같은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갈등 끝에 학보사를 떠나게 된 조 씨는 떠나기 전 본인에 대한 관련 자료를 모두 없앴다고도 했습니다. A 씨는 "(조 씨와) 관련된 자료가 없다"며 "(조 씨가) 나가면서 컴퓨터를 포맷시키고 나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씨가 '박사방'의 운영자라는 사실은 언론 보도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학보사에서 문제는 있었지만 조 씨는 교내 독후감 대회에서 1등을 할 만큼 글재주가 있었고, 재학시절 4학기 전체 평균 학점이 4.0이 넘어 성적도 우수한 편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박사'의 모습입니다.

인터넷서 성폭력, 음란물 상담사 노릇..."피해자가 기분 나쁘면 그 순간 폭력"

학보사 기사에 담긴 조 씨의 아이디를 바탕으로 추적해 보니, 조 씨는 학창 시절 네이버 활동을 왕성하게 하며 다양한 고민 상담에 대해 답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주빈의 네이버 지식인 페이지조주빈의 네이버 지식인 페이지

미성년 음란물을 다운받아 걱정된다는 질문에는 "단속에 걸리면 잡혀갑니다. 그래도 걸릴 확률 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답을 남기고, 음란물 다운로드 처벌에 관해 묻는 질문에는 "아동청소년 음란물만 아니면 된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자신이 성추행을 당한 것 같다는 글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기분 나쁘면 그 순간 폭력입니다. 믿을만한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말씀드리라"는 현실적인 조언까지 남겼습니다.

또 허락 없이 SNS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것이 처벌 대상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도용해서 올리거나 비방을 목적으로 올려서 명예를 실추시켰다면 (고소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요청해도 내리지 않는다면 고소 가능하다"고도 했습니다.

이렇듯 조 씨가 다양한 상담 글에 대해 조언을 남기던 시기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로 모두 478개에 달합니다.

앞서 언급한 음란물, 성폭력, 디지털 범죄 등에 대한 조언 내용을 보면 모두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현재, 현재 조 씨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음란물 제작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이용촬영, 형법상 강제추행과 협박 등 모두 7가지의 혐의로 지난 19일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박사방' 사건을 통해 드러난 조주빈의 두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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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사방’ 조주빈은 장애인 돕던 봉사 단체 팀장이었다
    • 입력 2020-03-24 15:21:22
    취재K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확인된 피해 여성만 74명, 온갖 협박을 통해 그들 스스로 성 착취 영상을 찍게 하고, 이를 수많은 남성에게 공유해 충격을 준 일명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그중 입에 담기조차 힘든 온갖 가학행위를 일삼아 가장 악랄한 것으로 평가받는 '박사방'의 운영자가 구속됐습니다. 이후 '박사'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청원이 200만 명을 훌쩍 넘겨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국민의 분노는 전국을 뒤흔들었습니다.

그리고 경찰 신상정보심의위원회가 오늘(24일) 오후 조 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박사방'을 운영한 '박사'의 정체, 25살 청년 조주빈입니다.

여성을 상대로 성폭력뿐 아니라 각종 가학 행위를 시키고, 회원들에게 대가로 가상 화폐를 받는 악랄함을 보인 '박사방'의 운영자 조 씨, 그 끔찍한 범죄자의 실체는 대학생활을 보낸 뒤 한 봉사 단체에서 장애인을 돕는 일을 하던 청년이었습니다. '박사방' 활동이 가장 왕성하던 시기, 조 씨는 이중생활을 이어간 겁니다.

낮에는 보육원 아이들의 형, 오빠였던 '박사' 조주빈

25살 청년 조주빈의 직업은 얼마 전까지 봉사 관련 NGO 단체 직원이었습니다. 이 단체는 위기 아동과 청소년뿐 아니라 다문화, 노인,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 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조 씨가 이곳에서 맡은 직책은 장애인지원팀장이었습니다.

해당 단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조주빈
조 씨는 재활원, 보육원, 요양원 등 다양한 곳에서 봉사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 보육원에서 진행한 운동회에도 참여했는데, 이 모습이 일간지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조 씨는 해당 매체 인터뷰에서 "여러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 나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다 군 전역 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며 "(보육원 아이들과) 웃고 떠들며 부대끼다 보니 어느새 봉사자와 수혜자가 아닌 형과 동생, 오빠와 동생이 되어 편안히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단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보육원 행사에 참석한 조주빈
이 NGO 단체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활동사진들을 보면 조 씨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조 씨는 주로 아동·청소년 시설과 지적장애인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이어갔는데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상당수입니다.

조 씨가 '박사방'의 운영자인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관계자들은 곤혹스러운 모습입니다. 단체 관계자는 "조 씨가 '박사'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 "조 씨가 활동할 때 특이한 점이 없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조 씨가 이 단체에서 활동한 건 2017년 10월부터 2019년 12월로 약 2년간입니다. 텔레그램을 통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던 시기와 겹칩니다. 뒤에서 성 착취 범죄를 일삼는 동안 취약 계층 아동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조 씨의 이중적인 모습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학보사 편집국장 출신…성적도 우수

조 씨의 대학생활은 어땠을까, 2014년 수도권 소재의 한 전문대학교 정보통신과에 입학한 조 씨는 대학 시절 교내 신문 기자로 활동하며 편집국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조주빈이 작성한 교내 신문 칼럼
조 씨가 편집국장 시절 작성한 칼럼 기사입니다. '실수를 기회로'라는 제목입니다. 조 씨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학보사 기자들은 세밀하게 작성한 기사를 읽는다. 하지만 없을 거로 생각했던 실수들은 신문이 종이로 인쇄되어 나오는 순간부터 보이게 된다"며 "그럴 때면 머리를 움켜쥐고 책상에 몇 차례 내리박는다. 며칠이고 속이 타고 가끔은 눈물이 찔끔 나올 때도 있다"고 썼습니다.

이어 조 씨는 실수를 기회로 받아들인다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조 씨는 "이 또한 위안 삼아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며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테니까"라고 적었습니다.

편집국장까지 역임하며 활발히 활동한 조 씨의 학보사 생활은 순탄치만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학보사 후배 A 씨는 조 씨에 대해 "교수님 검토나 승인 없이 무단으로 글을 써서 편집국장에서 보직 해임됐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씨에 대해서는 "주장이 강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막무가내 같은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갈등 끝에 학보사를 떠나게 된 조 씨는 떠나기 전 본인에 대한 관련 자료를 모두 없앴다고도 했습니다. A 씨는 "(조 씨와) 관련된 자료가 없다"며 "(조 씨가) 나가면서 컴퓨터를 포맷시키고 나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씨가 '박사방'의 운영자라는 사실은 언론 보도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학보사에서 문제는 있었지만 조 씨는 교내 독후감 대회에서 1등을 할 만큼 글재주가 있었고, 재학시절 4학기 전체 평균 학점이 4.0이 넘어 성적도 우수한 편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박사'의 모습입니다.

인터넷서 성폭력, 음란물 상담사 노릇..."피해자가 기분 나쁘면 그 순간 폭력"

학보사 기사에 담긴 조 씨의 아이디를 바탕으로 추적해 보니, 조 씨는 학창 시절 네이버 활동을 왕성하게 하며 다양한 고민 상담에 대해 답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주빈의 네이버 지식인 페이지
미성년 음란물을 다운받아 걱정된다는 질문에는 "단속에 걸리면 잡혀갑니다. 그래도 걸릴 확률 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답을 남기고, 음란물 다운로드 처벌에 관해 묻는 질문에는 "아동청소년 음란물만 아니면 된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자신이 성추행을 당한 것 같다는 글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기분 나쁘면 그 순간 폭력입니다. 믿을만한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말씀드리라"는 현실적인 조언까지 남겼습니다.

또 허락 없이 SNS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것이 처벌 대상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도용해서 올리거나 비방을 목적으로 올려서 명예를 실추시켰다면 (고소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요청해도 내리지 않는다면 고소 가능하다"고도 했습니다.

이렇듯 조 씨가 다양한 상담 글에 대해 조언을 남기던 시기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로 모두 478개에 달합니다.

앞서 언급한 음란물, 성폭력, 디지털 범죄 등에 대한 조언 내용을 보면 모두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현재, 현재 조 씨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음란물 제작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이용촬영, 형법상 강제추행과 협박 등 모두 7가지의 혐의로 지난 19일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박사방' 사건을 통해 드러난 조주빈의 두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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