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량 감경 꿈꿨나…반성문 12번 낸 ‘n번방 와치맨’

입력 2020.03.24 (16:3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집행유예 중 비슷한 범죄 저질러
5달 재판 중 반성문 12번 제출
반성문, 중요 양형 자료로 알려져
다음 달 9일 선고, 추가 수사로 연기

'박사' 이전에 '와치맨'이 있었다.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 동영상을 올리는 'n번방'을 운영한 와치맨은 n번방의 창시자로 통하는 '갓갓'에게 방을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와치맨은 지난해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지난해 9월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이후 본격적으로 존재를 드러낸 게 '박사'다.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던 와치맨 38살 전 모 씨는 지난해 9월 경찰에 구속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전 씨는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달 중순 검찰이 구형을 할 때까지 5개월 동안 10번 넘게 반성문을 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IP 카메라 훔쳐보기' 등으로 집행유예
전 씨의 첫 번째 범행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씨는 2016년 8월 29일부터 2017년 5월 18일까지 트위터 계정에 여성의 노출 사진을 167장 올렸다.

전 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각 가정에 설치된 IP 카메라로 여성을 훔쳐보기도 했다. IP 카메라를 설치할 때 초기값으로 지정된 관리자 페이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람들이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였다.

전 씨는 2017년 4월부터 6월까지 IP 카메라 관리자 페이지에 78번 접속해 여성들을 훔쳐봤고, 340번 접속을 시도해 실패하기도 했다.

전 씨는 이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8년 6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 명령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여성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여성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게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범행으로 성관계 장면이나 노출이 심한 사진을 확보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텔레그램 '고담방' 만들어 음란물 유통
전 씨는 1심이 그대로 확정돼 2021년까지가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그러나 범행은 계속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전 씨는 지난해 4월부터 6개월 동안 인터넷에 음란 사이트를 만들어 성 착취 영상 등과 경찰의 음란물 단속을 피하는 법, 경찰의 단속 동향 등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기간 텔레그램에서는 '고담방' 등 대화방 4개를 만들어 여성 나체 사진과 동영상 1만 1,297건을 전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시한 음란물 중에는 아동·청소년의 신체 부위가 노출된 나체 사진과 동영상 100여 개가 포함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기소 이후 반성문만 12번 제출
전 씨는 음란 사이트 운영 혐의로 지난해 9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체포돼 구속됐다. 이 혐의가 지난해 10월 먼저 기소됐고, 텔레그램 n번방 운영 혐의는 강원지방경찰청에서 수사해 올해 2월 추가 기소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전 씨가 지난해 10월 1차 기소 이후 최근까지 재판부에 반성문을 12번이나 제출했다는 점이다. 여러 번 쓴 걸 모아놨다가 제출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제 반성문을 쓴 횟수는 12번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전 씨가 비슷한 범죄로 선고받은 집행유예 기간에 범죄를 또 저지른 걸 보면, 전 씨가 진심으로 반성해서 반성문을 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범죄를 반성했다면 같은 잘못을 또 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 씨의 반성문은 형량 감경을 위한 노력으로 보는 게 좀 더 합리적이다. 반성문은 유무죄 판단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양형에는 영향을 미친다. 판결문의 양형 이유에 "반성하고 있다" 혹은 "반성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게 이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음란물 사건 법률 상담을 보면 빠지지 않는 게 반성문이다. 경찰 수사 단계 때부터 반성문을 쓰면 검찰에 가서 기소유예나 불기소 처분을 받을 수 있고, 재판에서도 중요한 양형 자료가 된다는 게 일종의 비법처럼 퍼져있다. 경찰의 음란물 단속을 피하는 법을 인터넷에 공유했던 전 씨가 이를 몰랐을 가능성은 작다.

검찰이 지난 19일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한 전 씨 사건은 다음 달 9일 선고를 앞두고 있었는데, 검찰 요청으로 선고가 미뤄졌다.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전현민 부장검사)는 n번방 사건으로 구속된 '박사' 조주빈과의 관련성을 추가 확인하겠다며 재판 재개를 요청했고, 수원지법이 이를 받아들였다. 전 씨의 '반성문 폭탄'에 맞서 검찰이 중형 선고를 끌어낼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형량 감경 꿈꿨나…반성문 12번 낸 ‘n번방 와치맨’
    • 입력 2020-03-24 16:39:23
    취재K
집행유예 중 비슷한 범죄 저질러 <br />5달 재판 중 반성문 12번 제출 <br />반성문, 중요 양형 자료로 알려져 <br />다음 달 9일 선고, 추가 수사로 연기
'박사' 이전에 '와치맨'이 있었다.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 동영상을 올리는 'n번방'을 운영한 와치맨은 n번방의 창시자로 통하는 '갓갓'에게 방을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와치맨은 지난해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지난해 9월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이후 본격적으로 존재를 드러낸 게 '박사'다.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던 와치맨 38살 전 모 씨는 지난해 9월 경찰에 구속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전 씨는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달 중순 검찰이 구형을 할 때까지 5개월 동안 10번 넘게 반성문을 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IP 카메라 훔쳐보기' 등으로 집행유예
전 씨의 첫 번째 범행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씨는 2016년 8월 29일부터 2017년 5월 18일까지 트위터 계정에 여성의 노출 사진을 167장 올렸다.

전 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각 가정에 설치된 IP 카메라로 여성을 훔쳐보기도 했다. IP 카메라를 설치할 때 초기값으로 지정된 관리자 페이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람들이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였다.

전 씨는 2017년 4월부터 6월까지 IP 카메라 관리자 페이지에 78번 접속해 여성들을 훔쳐봤고, 340번 접속을 시도해 실패하기도 했다.

전 씨는 이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8년 6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 명령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여성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여성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게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범행으로 성관계 장면이나 노출이 심한 사진을 확보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텔레그램 '고담방' 만들어 음란물 유통
전 씨는 1심이 그대로 확정돼 2021년까지가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그러나 범행은 계속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전 씨는 지난해 4월부터 6개월 동안 인터넷에 음란 사이트를 만들어 성 착취 영상 등과 경찰의 음란물 단속을 피하는 법, 경찰의 단속 동향 등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기간 텔레그램에서는 '고담방' 등 대화방 4개를 만들어 여성 나체 사진과 동영상 1만 1,297건을 전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시한 음란물 중에는 아동·청소년의 신체 부위가 노출된 나체 사진과 동영상 100여 개가 포함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기소 이후 반성문만 12번 제출
전 씨는 음란 사이트 운영 혐의로 지난해 9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체포돼 구속됐다. 이 혐의가 지난해 10월 먼저 기소됐고, 텔레그램 n번방 운영 혐의는 강원지방경찰청에서 수사해 올해 2월 추가 기소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전 씨가 지난해 10월 1차 기소 이후 최근까지 재판부에 반성문을 12번이나 제출했다는 점이다. 여러 번 쓴 걸 모아놨다가 제출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제 반성문을 쓴 횟수는 12번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전 씨가 비슷한 범죄로 선고받은 집행유예 기간에 범죄를 또 저지른 걸 보면, 전 씨가 진심으로 반성해서 반성문을 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범죄를 반성했다면 같은 잘못을 또 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 씨의 반성문은 형량 감경을 위한 노력으로 보는 게 좀 더 합리적이다. 반성문은 유무죄 판단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양형에는 영향을 미친다. 판결문의 양형 이유에 "반성하고 있다" 혹은 "반성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게 이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음란물 사건 법률 상담을 보면 빠지지 않는 게 반성문이다. 경찰 수사 단계 때부터 반성문을 쓰면 검찰에 가서 기소유예나 불기소 처분을 받을 수 있고, 재판에서도 중요한 양형 자료가 된다는 게 일종의 비법처럼 퍼져있다. 경찰의 음란물 단속을 피하는 법을 인터넷에 공유했던 전 씨가 이를 몰랐을 가능성은 작다.

검찰이 지난 19일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한 전 씨 사건은 다음 달 9일 선고를 앞두고 있었는데, 검찰 요청으로 선고가 미뤄졌다.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전현민 부장검사)는 n번방 사건으로 구속된 '박사' 조주빈과의 관련성을 추가 확인하겠다며 재판 재개를 요청했고, 수원지법이 이를 받아들였다. 전 씨의 '반성문 폭탄'에 맞서 검찰이 중형 선고를 끌어낼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